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64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55화
“무슨 일 있어요?”
“어? 아! 미안.”
이제 사귀게 된 지 두 달이 된, 보면 볼수록 완벽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제이미가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음을 안 나는 서둘러 사과했다.
그러나 제이미는 그런 건 아무래도 괜찮다는 듯 여전히 걱정 어린 눈으로 다시금 물었다.
“괜찮아요. 그보다 오빠는 괜찮아요?”
“어? 아…… 음. 괜찮기는 한데 말이지. 사실.”
나는 아무래도 쉽게 머릿속에 떨쳐내기 어려운 동생의 결혼에 대해 제이미에게 말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쳤을 때, 의외로 제이미는 놀라지 않았다.
담담한 태도를 보였는데, 나는 그 모습에서 이미 제이미가 동생의 결혼 관련 이야기를 알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뭐, 놀랄 일은 아니었다.
희정이는 나의 썸녀들을 조사하러 다니는 과정에서 제이미와 안면을 트게 되었고, 이후 나와 본격적으로 사귀게 되면서 내 동생임을 커밍아웃하게 되었으니깐 말이다.
그 뒤에는 희정과 제이미는 생각보다 죽이 잘 맞아 친구 사이가 되었다.
동생이 5살이 더 많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오빠의 여자친구다 보니 마냥 언니 동생 하기가 애매하다 보니 자연스레 친구가 되어 버린 것이다.
화려한 외모와 달리 소녀 같은 섬세함과 순수함을 가진 제이미와 순한 외모와 달리 뭐든 잘 물어뜯는 강아지 같은 동생이 어떻게 잘 어울릴 수 있는지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어쨌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이가 좋다는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인 터라, 나로서는 기꺼운 일이다.
다만, 이번 일의 경우는 섭섭하기는 했다.
“알고 있었구나. 언제 이야기한 거야?”
“그…… 지난주에 들었어요. 미안해요.”
“아니야. 네가 미안할 건 아니지.”
제이미 성격이면 분명 비밀로 해달라는 동생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여하튼 그래서 그래. 동생이 결혼한다고 말하니깐, 기분이 많이 좀 이상하다고 할까?”
시간이 갈수록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섭섭하다는 심정은 쉬이 떨치기 어려웠다. 이마저도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던, 유학마저 몇 년이나 보냈으니 이 정도의 시원섭섭함을 느낀 것일 터.
아마 옛날처럼 한집에서 같이 지냈다면, 혼자 깡소주라도 마셨을지 모를 일이다.
“동생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에게 녀석은 동생 이상의 존재야.”
그저 미안하고 또 미안한 존재였다.
나름 노력을 하기는 했지만, 아버지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동생의 빈자리는 어설픈 나로서는 채워주기 어려웠으니깐.
마음 같아서는 기억 속 나처럼 뭐든 다 해주고 싶건만, 일찍이 철이 든 동생은 어느 선 이상의 것을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마치 감당할 수 없는 부는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는 걸 아는 것처럼 말이다.
덕분에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선물 따위를 쥐여 주었지만, 그마저도 동생은 버거워하는 눈치였고.
“……언니도 알아요.”
“응?”
갑자기 꺼낸 제이미의 말에 내가 놀라 고개를 돌리니 그녀는 특유의 관능 어린 순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새삼 제이미가 엄청난 미인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가운데, 제이미가 말을 이었다.
“언니도 알아요. 오빠가 자신을 얼마나 생각하는지요. 그래서 고민이 많으셨어요.”
“고민이 많았다고?”
“네.”
그랬다고 한다.
일찍 아빠를 잃은 자신에게 아빠가 되어 주려고 했던 내 마음을 동생은 알았다고 한다. 아마 그 때문에 더 악착같이 공부를 했었다고.
힘든 가정 환경임에도 비싼 학원까지 보내주는 오빠가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서.
그만큼 자신을 딸처럼 아꼈기에 그녀는 결혼을 나에게 말하는 게 너무나 힘들었다고 했다.
“……전혀 안 그래 보였는데?”
“안 그런 척 한 거예요.”
“…….”
하기야 겉으로 틱틱거리는 것과 달리 속마음이 여리다는 건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오히려 자신을 걱정할까 봐. 더욱 당찬 모습을 보인다는 것도.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나는 절로 한숨이 나오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에휴. 내가 나이를 헛먹었나 보다.”
“???”
나이를 헛먹었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 못 하는 제이미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이라. 마음 같아서야 정말 요란하게 하고 싶기는 한데…….”
아마 그러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국이 시국이기도 한 데다, 동생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오빠의 가족으로 알려지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
싫다기보다는 내 동생이라는 게 알려진 순간 웬만한 연예인 이상의 인지도를 가질 거라는 걸 잘 알아서다.
물론 기억 속 녀석의 동생은 그걸 즐겼던 모양이지만, 적어도 내 동생은 그렇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소소하게 할 수밖에.”
최근 몇 년 사이 화려한 결혼식보다는 작고 소박하게 결혼식을 하는 게 유행이기도 했다.
유명 연예인 부부가 갈대밭에서 한 야외 결혼식이 화제가 된 게 그 시발점이었는데, 덕분에 요즘은 비용적인 부분 때문이라도 이러한 미니 결혼식이 퍼지고 있었다.
덕분에 안 그래도 결혼을 안 하는 추세와 더불어 코로나 유행으로 인해 웨딩 업계는 죽어 나가는 중이기는 하지만.
“소박하게 아는 사람들과 식구들만 데려와서…….”
그렇게만 최소로 잡는다고 해도 우리 쪽에서는 30명 정도는 올 것이다.
일단 블랙 타이거 삼촌들만 해도 부인분까지 함께 오면 10명은 될 테니깐.
어머니 언니이신 이모부 식구도 데려와야 하기도 하고.
이후 나는 생각을 정리해 갔고, 얼마 가지 않아 70명 정도는 될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섬 하나 사 놓은 게 있었지.”
작년 미국지사에서 벌어들인 돈이 너무 많다 보니, 세금 문제 때문에 휴양지로 사용하기 좋은 섬 하나를 얼떨결에 사 놓은 적이 있었다.
섬이라고 하지만, 무인도 같은 곳은 아니었다.
전기, 물을 비롯해 모든 게 자체적으로 갖추어진 곳으로, 섬 크기는 강화도의 절반 정도에 달했다.
거기에 기후도 사시사철 따뜻하다 보니 휴양지로서는 제격이었다.
특히 전의 주인이 리조트 시설을 잘 갖추어 놓았던 터라,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올해부터 직원들 복지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나는 이곳을 동생의 결혼식에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뭐~ 이 정도면 나름 미니 결혼식인 거지.”
어쨌든 여느 일반인들처럼 수백 명이 오는 것도 아니고, 규모적으로는 확실히 작지 않은가?
무엇보다 섬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이니 동생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정체가 외부로 발설될 가능성도 없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완벽한 계획인데?”
“뭐가 완벽한 계획인가요?”
스스로의 계획에 절로 나온 감탄사에 제이미가 귀여운 표정으로 묻자 나는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를 넘기며 동생의 결혼식 장소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제이미는 마냥 기뻐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오빠! 미쳤어!”
“허허. 요즘 봐주니깐 이게 오빠한테 못 하는 소리가 없네?”
“……제이미에게 들었어. 섬을 빌린다고?”
“아! 들었어? 하하하.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했는데.”
“으드득. 서프라이즈라면 서프라이즈이기는 하네.”
왜인지 이를 갈아대는 희정의 모습에 나는 왜 저러는지 알 수 없었으나, 기분이 좋은 터라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하하. 그리고 섬을 빌린 게 아니야. 산 거지. 혹시나 무인도 같은 곳일까 봐? 걱정하는 거면 그러지 않아도 돼. 이전 주인이 제대로 개발한 휴양지거든. 나도 가보지는 않았는데, 갔다 온 직원이 보내온 영상을 보니 웬만한 5성 호텔이 붙은 휴양지 못지않더라.”
내가 들떠 하며 폰으로 사진 따위를 보여주는 나에게 동생의 눈이 잠시 머뭇거리는 듯하더니 이내 푹 빠져드는 게 보였다.
“결혼식은 여기서 하자. 경치도 좋은 데다 특히나 리조트와도 가까워서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면 빠르게 조치할 수 있거든.”
특히나 가장 좋은 건 이곳이 미국 본토와 그리 멀지 않다 보니, 헬기를 타고 미국 도심지까지 2시간이면 간다는 사실이다.
“……어때. 죽이지. 여기서 쇼핑도 하고 그러면 되겠네.”
“그…… 사진 좀 더 보내봐.”
“어. 영상도 보내줄게. 아! 원한다면 나중에 같이 현철이하고 갔다 오기로 하고.”
“응. 어? 어.”
나는 정신없이 빠져든 동생의 모습에 만족스러워하다 이내 의문이 들어 물었다.
“그런데 아까 왜 화를 낸 거야?”
“어? 내가? 나 화 안 냈는데?”
“그래? 하여튼 너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봐주고는 있지만, 앞으로 언행 조심해. 이런 게 습관이 되면 저쪽 집에서도 그런 버릇이 나오는 거야.”
“응. 알았어. 미안해. 오빠. 헤헤헤.”
오랜만에 나긋나긋해진 동생의 모습에 나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게 돈 쓰는 재미이지.’
마침 올해 초에 회사 소유로 전용기를 추가로 구매했었다.
보잉 BBJ 737로 중고라면 중고인데, 26석까지 탑승이 가능했다.
본래 회사 내의 전용기와 함께한다면 하객들을 데려가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생각보다 하객이 많으면 전용기를 대여하면 되니깐.’
코로나 시국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매물로 비행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었다. 특히나 항공기가 많았는데, 아무래도 시국 때문에 여행이 자제되면서 생긴 문제로 보였다.
그렇게 어쩌면 국내에서 5성급 호텔 일대를 빌리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이번 결혼식에게 쓰게 되었지만, 나는 그리 돈 나가는 느낌이 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최근에 예상치 못한 대박을 치고 있어서다.
“코인이 이렇게까지 오를 줄이야?”
3,000달러 중후반대까지 하락했던 코인에 많은 사람들이 이제 코인이 끝났다고 보았었다.
하지만 이미 광기를 맛본 코인이 쉬이 끝이 날 리 없다 여겼던 나는 4,000달러 선 아래에서 4억 달러 정도 구매해 놓았다.
그리고 그렇게 구매했던 비트코인이 지금 정말 미쳐 날뛰고 있었다.
어느새 25,000달러를 넘겨 버렸는데, 이는 과거의 광기마저 가볍게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코로나 시국 때문에 더 그런지 모르겠네?”
해외 주식 시장이 코로나로 인해 파란 불이 곳곳에 들어오면서 돈이 이쪽으로 몰리는 모습이다.
얼마나 더 올라갈지 감조차 오지 않을 정도.
당연히도 한국에서도 코인 투자 열풍이 점점 뜨거워지는 중이었다.
덕분에 투자한 금액이 6배 이상으로 불어난 상황.
그런 엄청난 자금을 불로소득으로 벌어들였다 보니 동생 결혼식에 이 정도 돈을 쓰는 거는 감흥도 없었다.
“희정이에게 이야기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형님.”
“뭘 그 정도 가지고.”
결혼 이야기를 들은 뒤 처음으로 만난 현철이 깍듯하게 나에게 감사의 뜻을 보였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현철은 다시 보아도 정말 동생이 복이 많구나라고 생각이 드는 녀석이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관리를 하게 된 탓인지, 안 그래도 준수한 외모는 빛을 보고 있는 데다 무엇보다 바쁜 연말 속에서도 얼굴에는 인자함이 가득했다.
외모도 능력도 성품도 모두 상품이라니, 이만하면 사기캐라고 해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굳이 미니 결혼식을 할 필요 있겠어? 코로나 검사에서 문제만 없다면 얼마든지 데려가도 되는데 말이야.”
섬이 생각 이상으로 컸던 데다, 무엇보다 리조트 규모가 엄청났다.
작정한다면 천 명 이상이 묵어도 여유가 넘칠 정도다.
더구나 코로나 시국 덕분에 전용기 대여가 쉽사리 이루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나로서는 가능한 화려한 결혼식을 동생에게 선물해 주고 싶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잘 아는 현철은 부담스러워하면서도 한번 희정이와 잘 이야기해 보겠다고 말했다.
“하하하! 역시 말이 잘 통한다니깐. 그래, 한 번뿐인 결혼식인데 기왕이면 화끈하게 하는 게 좋지.”
“네. 감사합니다. 형님.”
다행히 현철이가 말을 잘한 덕분인지, 결혼식 규모가 처음 이야기했던 것보다 더 커지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천 명가량의 하객들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동생이 여전히 자신의 얼굴이 팔리고 싶지 않아 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지.”
그런 마음을 이해 못 할 것도 아닌 터라, 나는 겨우 현철이네 쪽 사람들을 늘려 300명 정도의 하객을 들이는 걸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청첩장 나왔어.”
“네. 받았어요.”
“……하아. 요 녀석. 왜 오빠보다 너를 먼저 챙기는 거지?”
“헤헤.”
동생 청첩장 나왔다고 자랑하려 했던 나는 이미 받았다는 제이미의 말에 어이없어했으나, 이내 그러려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