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65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56화
한두 번 있던 일도 아니거니와, 어쨌든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것보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알지?”
“……헤헤.”
내 말에 제이미는 부끄러운 듯 웃었고, 나 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게 이번 동생의 결혼식을 통해, 그간 나름 비밀 연애로 하던 우리 둘 사이를 공식적으로 알리는 자리를 가지는 거라서다.
물론 사내에 한해 알리는 것이기는 하지만, 원래 사람 입이라는 게 쉽게 단속하기 어려운 법이었다.
결국 한두 사람이 비밀이라며 외부로 말을 꺼내게 마련일 테고, 얼마 가지 않아 알려지게 될 터였다.
‘제이미는 괜찮다고 하지만…….’
제이미가 아이돌처럼 빡빡한 규정에 치일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떠오르는 신인 여가수에게 스캔들은 그리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는 어려웠다.
차라리 무명의 가수 혹은 모델이었다면 오히려 득이 되었을지 모른다.
YC라는 세계적인 스타의 여자라는 타이틀로 인지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제이미는 이미 미국에서 더 오를 수 없을 만큼 인기가 있는 탑 가수였다.
그런 그녀에게 이 이상의 인지도라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지? 알 수 없을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제이미의 활동 무대가 미국이라는 점이지.”
하루에도 온갖 스캔들이 나오는 나라.
오히려 스캔들을 통해 이미지를 변신하거나, 무너지는 인지도를 높이는 게 일상적인 곳이다 보니 이번 스캔들은 생각보다 무난하게 흘러갈지도 모를 일이다.
* * *
황금빛 모래사장.
푸른색으로 빛나는 바다. 그 아래 많은 산호초와 함께 사는 풍부한 어류들.
그야말로 해변 여행지의 이상향을 그대로 그려낸 듯한 환경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 아름답고 거대한 섬이 개인 섬이라는 점에 있었다.
정확히는 YC 엔터 미국지사 소유이기는 하지만, 애초에 회사 지분을 70% 가까이 가지고 있는 게 영찬이었으니 사실상 그의 소유나 마찬가지였다.
모래사장이 펼쳐진 해변가만 아름다운 게 아니었다.
그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제 리모델링이 끝이 난 리조트들은 그림엽서 같은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이곳을 통해 재미있는 수상 스포츠도 즐길 수 있었으며, 대도시의 편의시설 같은 곳도 누리는 게 가능했다.
“완벽하군. 기대했던 것 이상인데?”
“이 좋은 곳을 이 녀석들이 먼저 와서 누리고 있던 거지?”
“하여간 영악하다고 해야 할지? 눈치가 빠르다고 해야 할지?”
블랙 타이거의 삼촌 라인 장태식과 박시영은 1주일 전에 선발대로 먼저 이곳에 도착한 동료들의 영악함에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좋은 곳인 줄 알았다면 가족들을 설득해서라도 먼저 이곳으로 왔어야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곳이 좋은 점은 한국에서처럼 마스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있다.
이 섬이 미국 영토라 정부의 말을 따르지 않아도 되기도 한 데다, 무엇보다 이미 철저하게 코로나 검사를 통해 의심환자들을 걸러 낸 터라 클린한 몇 안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류들도 까다로운 과정의 방역 후에야 들어오고 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이외에도 유난히 추운 겨울을 맞이하던 한국과는 달리 초여름 같은 기후라는 점에서 큰 메리트를 느꼈다.
이 달라진 기후가 새삼 자신들이 휴양지에 왔다는 것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불쌍한지고. 천국에 이제야 왔구나.”
“멍청한 녀석들.”
“크크크. 목에 달린 거 마스크냐? 오랜만에 보네.”
리조트 내 거대한 수영장에서 병맥주를 마시던 선발대 멤버들은, 장태식과 박시영을 보기 무섭게 약 올리기 바빴다.
“이렇게 좋으면 연락을 해야 할 거 아냐?”
그들의 약 올림을 이기지 못한 장태식이 부들부들거리며 소리쳤지만, 선발대 멤버들은 개가 짖냐는 태도로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에휴~”
이런 친구들의 모습에 박시영은 한숨을 흘리다, 서둘러 짐을 옮기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
그건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반강제로 육아에 전념했던 지난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보상받기 위한 몸놀림이었다.
“어휴~ 저 삼촌들도 오자마자 합류했네.”
영찬은 1주일 전에 와 한량의 끝을 보여주고 있는 멤버들을 보며 어이없어하다가도 피식 웃었다.
어쨌든 오랜만에 이렇게 시끌벅적한 완전체 멤버들을 보니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영찬이 오늘 기분이 좋았던 건, 바로 드디어 제이미가 합류하면서였다.
“오빠!”
“제이미?”
거의 일주일 만에 보았기 때문일까?
제이미는 영찬을 보기 무섭게 달려들 듯 품에 안겼고, 덕분에 그는 아찔한 감정을 마주해야 했다.
독방노인처럼 이곳에서 작업을 하다, 갑자기 세계에서 손꼽히는 미녀를 품에 안게 되었으니 그 자극이 클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서로를 품에 안았고, 어느새 저도 모르게 입을 맞추게 되었다.
입을 맞춘 뒤의 두 사람의 얼굴에는 부끄러움이 깃들어 있었다.
그럴 만도 한 게 이들 커플은 만난 지 100일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별달리 진도를 빼지 못하는 숙맥 커플이기 때문이다.
미국 사람들은 개방적일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보수적인 이들이 많았는데 제이미가 그러했다.
영찬 또한 불혹을 앞두고 있는 나이와는 별개로 첫 연애인 데다, 여전히 상반적인 두 연애 가치관에 천천히 적응해 나가는 중이기도 했고.
그렇다 보니 조금 전 한 입맞춤이 이들이 커플이 된 지 2번째 입맞춤이기도 했다.
“꿀꺽……. 그. 일단 짐부터 풀고 난 뒤에 보자. 여기 안내해 줄게.”
“네? 네.”
덕분에 첫 연애를 하는 10대 커플처럼 두 사람은 허둥지둥하는 모습으로 감정을 추스르기 바빴다.
마지막 하객들을 태운 배가 들어온 지 3일이 지나서야, 결혼식 날이 왔다.
그동안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바빴던 게 거짓말인 것처럼 막상 결혼식 당일 날이 오자, 희정은 묘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가해졌다.
물론 그 한가하다는 게 더는 결혼식 준비에 관여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지, 그녀는 아침 일찍부터 바빴다.
새벽부터 밥도 굶은 채 신부 화장도 해야 했는 데다, 축하를 하러 온 하객들을 맞이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지인들은 대부분 유학생 때 만났던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에서는 그저 공부 하느라 바빴던 터라, 인간 관계가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이들마저도 인싸나 다름 없는 남편 덕분에 사귀게 된 지인들이었다.
한국인만이 아닌 외국인들도 적지 않았는데, 이 중 대부분이 과거 블랙타이거가 영국에서 콘서트를 하던 당시 자리를 같이했던 이들이었다.
그 말인즉, 그녀가 YC의 여동생이라는 걸 안다는 말이었다.
“나 예뻐?”
“어. 너무 예뻐? 오늘은 네가 최고인 것 같아.”
“헤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뭘 그렇게 찾아?”
“……아. 그, YC님은 혹시 언제 볼 수 있니?”
“크크크. 오빠? 무대 준비한다고 바빠서 결혼식 이후에야 볼 수 있을거야.”
“뭐! 그럼 오늘 YC님이 공연을 한다는 거야?”
“그…… 그렇지?”
“맙소사! 그 중요한 사실을 왜 이제 이야기해?”
“……이 새끼가?”
조금 전만 해도 세상 모든 축복을 다 퍼주던 친구가, 갑자기 자신의 결혼식을 뒤로한 듯 한 모습을 보이자 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신부 입에서 긴장 어리게 하는 말이 나오자,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알게 된 친구는 괜히 헛기침을 흘리며 다시금 아양을 떨어댔고 이에 희정은 피식 웃었다.
친구가 자신의 오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어서다.
“오늘 잘하면 우는 거 보겠네?”
잘하면 자신의 언니가 될지 모르는 제이미와 함께 식에 참석할 것을 보면 친구가 어떻게 반응을 할지 희정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그러나 그런 여유도 잠시였다.
이후 인사해야 할 양가 집안 사람들을 맞이해야 했던 그녀는 정신없이 결혼식을 맞이해야 했다.
그런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그녀가 든든했던 건, 오빠가 자신을 위해 일주일 전부터 준비한 짧지 않은 무대를 보여준 뒤 자신에게 다가와 식장에 함께 입장을 해준 일이다.
이때만큼은 아무리 감정을 숨기는 데 익숙한 그녀도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자신에게 있어 아빠라고 해도 다르지 않던 오빠의 손을 잡는 순간 알 수 없는 감정들에 휘말려 버렸기 때문이다.
“바보. 왜 울고 그래.”
“…….”
그런 동생이 안쓰러운지 영찬은 어릴적 그랬던 것처럼 조심스럽게 눈물을 닦아주며 달랬고, 이에 희정은 겨우 감정을 추스릴 수 있었다.
그렇게 짧다면 짧은 결혼식은 빠르게 끝이 났고, 본격적으로 피로연이 이어졌다.
3일에 걸쳐 이어지는 피로연이라지만, 첫날이라 그런지 참석하는 하객들도 많았으며 들떠 하는 감정도 쉬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제이미와 함께 피로연을 즐기는 영찬에 사람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누가 보아도 이 둘의 모습은 커플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럴 수가! YC 님이! YC 님이…….”
그 모습에 희정의 친구는 희정이 기대했던 대로 꺼이꺼이 울음을 터트렸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슬퍼하는 이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희정과 그녀의 남편 현철의 친구들 대부분이 그러했다.
“제이미가! 내 사랑이!”
“YC가! 내 사랑이!”
여자나 게이들은 YC를, 아닌 이들은 제이미를 보며 크게 아쉬워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피로연의 끝자락에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는 건 두 사람이 너무도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여전히 사석에서도 미친 아우라를 보여주는 YC는 말할 것도 없었고, 제이미 또한 수수한 옷 속에서도 보이는 순수한 관능미를 선보이니, 이 모습은 그야말로 세기의 커플이라 할 수 있을 터였다.
“오늘은 잠을 못 잘 것 같네.”
영찬은 조금은 지친 기색 속에서도 이제 남편이 된 현철과 함께 사람들의 축하를 받기 바쁜 동생을 보며 복잡한 감정에 빠져들었다.
결혼식을 앞둔 어느 날 희정이 그에게 물었다.
“오빠는 왜 힘들다고 하지 않아? 힘든 적, 외로운 적, 우울한 적 이런 거 없었어?”
“……갑자기 왜 그런 걸 물어?”
“고마워서 그러지. 언제나 나한테 자상하고 착하고 듬직한 오빤데, 나는 해준게 없으니깐.”
“결혼한다고 철이 들었나 보네. 그런 말도 할 줄 알고.”
“우씨~ 장난치지 말고.”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이미 충분히 받았으니깐.”
“그게 무슨 말이야?”
희정은 자신은 충분히 받았다는 오빠의 말을 몇 번이나 되물었지만 영찬은 끝내 답변해 주지 않았다.
‘이쁘고 착하게 자라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말을 어떻게 하냐.’
아마 영찬이 그 말을 했다면 희정은 이 오빠가 미쳤나 봐! 라고 하며 깜짝 놀라 도망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솔직한 그의 마음이었다.
특히 행복한 얼굴로 결혼을 하는 동생의 얼굴을 본 순간 그는 그 자신의 마음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간 동생을 위해 들인 노력, 돈, 감정 같은 게 몇 배는 더 보상받는 느낌이 들었으니 말이다.
‘기분이 복잡하네.’
기쁘면서도 행복하고 그러면서도 또한 슬프기도 한, 이 감정이 그를 오늘 밤 잠을 이루지 못하게 만들 것 같았다.
“그…… 잘 자라줘서 고맙다.”
영찬은 담담하게 그러나 동생에게 닿지 못할 작은 목소리로 그 말을 남긴 채 피로연에서 벗어났다.
-슥-
어딘가 씁쓸해 보이는 그에게 다행히도 제이미가 다가와 그의 손을 잡아 주었다.
마치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는 듯한 그 모습인지라, 영찬은 고맙다는 듯 미소를 보이며 그녀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