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69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60화
49장. LITTLE LADY
해피니스가 해체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재희는 의외로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올 게 왔구나!’
이미 그렇게 될 것이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를 옮기고 난 뒤, 새롭게 컨셉을 잡고 첫 번째 미니 앨범의 성적은 여전히 처참했다.
기존의 미니 앨범 평균 초동 성적이 겨우 천 장을 넘나들었던 것과 비교해 그리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두 번째 미니 앨범에서는 그래도 몇백 장을 더 파는 데 성공했지만, 1년 전에 낸 미니 앨범은 다시 크게 하락세를 맞이했다.
겨우 초동 천장을 넘겼을 정도라 할까?
이런 처참한 성적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안 좋은 쪽으로 유명한 인지도와, 컨셉을 바꾸면서 오히려 더욱 약해진 코어 팬들.
더구나 일부 기존의 팬들이 돌아서면서 좋지 못한 소문들이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해피니스의 누가 양다리를 걸쳤다니, 담배를 피운다니 등의 소문 따위.
보통은 이러한 소문은 1티어 혹은 크게 인지도가 오르고 있는 라이징 스타에게 도는 법이었는데, 해피니스는 그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음에도 그런 악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회사는 물론 해피니스 내에서 분위기도 좋지 못했다.
그 영향을 받은 건 쓰러져도 일어나는 오뚝이 같은 성향의 재희 또한 마찬가지였다.
“노력을 해도 안 되는 게 있는가 봐.”
22살.
어리다면 어린 나이에 지독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 재희는 체념하듯 쓸쓸하게 그리 중얼거려야 했다.
그렇게 이제 나름 정이 들었다면 정이 든 숙소의 짐을 정리하는 가운데, 그간 그들을 책임졌던 실장이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온 그녀에 당혹스러운 얼굴을 보였다.
“해체? 그게 무슨 말이야?”
“……알고 있어요. 저희 회사에서 나가게 되었다고.”
“으음. 그걸 어디서 들은 거야? 아! 태희 그 녀석이구나. 하여간 성질만 급해서는.”
“그…… 혼내지 말아 주세요. 언니는 저희가 걱정되어서 말씀해 주신 거니까요.”
언니라고 해도 재희보다 겨우 한 살이 많은, 이제 이쪽 바닥에서 2년 차인 로드 매니저였다.
숙소 매니저로서 같은 집에서 지내다 보니 이제 제법 정이 든 이라, 재희는 이런 상황에도 그녀를 걱정했다.
그리고 그런 재희의 생각을 알아본 실장은 복잡한 심정이 담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재능도 의지도 정말 뛰어난 아이였는데.’
거기에 성품은 또 얼마나 올바른가? 퇴출이라 여긴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남을 생각한다는 건 정말 보기 드문 선한 인품이었다.
그런 만큼 아마 성공했다면 정말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는 스타가 되었을 것이다.
‘이런 녀석을 이렇게 보내야 한다니 아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아마 난데없는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다면, 전략을 바꾸어서라도 도전했을 테지만 갈수록 어려워지는 회사 사정상 결국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실장은 조금은 미련이 담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가 알고 있는 잘못된 진실을 수정해 주었다.
“너희들은 해체되는 게 아니야. 다른 엔터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지.”
“어…… 네?”
생각지도 못한 말이다 보니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재희에게 실장은 천천히 그간의 사정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P엔터의 김승재 사장이 어떤 사람인지부터 시작한 이야기는 현재 해피니스를 대단히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듣기로는 김승재 사장이 꽤나 거물을 물었던 모양이야. 소속사가 강남에 자리 잡을 정도니 말 다 한 거지.”
강북에 위치한 자신의 회사와 달리 강남의 부동산은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특히 거품이 낄 대로 낀 지금은 더욱 그러한 만큼, 이런 곳에서 소속사를 차렸다는 건 소속사의 재력이 무시무시한 수준임을 뜻했다.
“그런 가운데 설마 그런 엉뚱한 소문이 너희들 사이에 떠돌 줄이야.”
“어…… 이게 저희한테 좋은 걸 까요?”
“그럼. 맥스 몰라? 걔네들도 그 양반이 책임지기 전에는 3군이었어.”
“맥스?”
1군 아이돌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아쉽기는 하지만, 2군이라고 말하기에는 서러울 아이돌이었다.
데뷔한 지 1,250일 만에 1위에 오르면서 한때 많은 짤들을 생성했던 이들이기도 했다.
그런 맥스를 만든 프로듀서가 자신들을 원한다고 하니 재희로서는 가슴이 두근거릴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도 재희는 물론 해피니스는 이번 P엔터로의 이전에 긍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미 한 차례 소속사를 바꾸고 컨셉도 바꾸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무엇보다 계약 조건이 이제 막 시작한 엔터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후했다.
“수익은 4:6 비율입니다. 누가 6이냐고요? 당연히 여러분이지요.”
수익 비율부터가 말이 안 되었는데,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자신들에게 투자였다.
“첫 앨범은 3개의 뮤비를 찍는 걸로 시작할 겁니다. 이외에도 숙소는…….”
아이돌을 만드는 데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곳이 어디일까? 라고 묻는다면 뮤비라고 할 수 있다.
뮤비 퀄에 따라 다르지만 괜찮은 수준의 퀄의 경우는 평균 2억을 상회한다. 물론 힘을 좀 주면 2~3배가 올라가는 금방이다.
여기에 Performance MV(댄스를 위주로 찍은 뮤직비디오)가 5천에서~1억.
더해서 Live in studio(말 그대로 스튜디오 안에서 라이브를 하는 영상), Lyric video(가사를 보여주기 위한 영상, 대게는 업체에서 서비스로 해주기도 함), Making & Teaser 영상.
그 외에 비하인드 영상, 에피소드 영상, 리액션 영상, 쇼츠 영상 등이 있다.
이렇게 통으로 묶어 계약을 하는 게 대부분인데, 그 비용이 대략 약 9-11억이었다.
플러스알파로 활동 의상 또한 최소 각 멤버당 6벌이 필요로 했으며, 이러한 의상 제작비는 한 벌당 최소 100만 원대를 생각하면 된다.
당연히 노래가 바뀌고 컨셉이 바뀌면 그 의상이 늘어나는 건 물론이었다.
그런데 그런 뮤비를 하나도 아니고 3개를 찍어 내겠다고 하니, 이것만 해도 30억가량의 자금이 소모되는 것이다.
이쪽 바닥에서 벌써 6년 차인 그녀들이다 보니 이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대형 엔터 혹은 돈이 많은 해외 투자자와 손을 잡은 중견 엔터 정도가 아니면 시작조차 하기 어려울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들이 놀랄 일은 이제 시작이었다.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해피니스는 해체될 거야. 대신 새로운 그룹으로 너희들은 시작하게 될 거야.”
“새로운 그룹이요?”
해피니스의 막내 올해로 20살이 된 01년생 채령이 놀라 되물었고, 김승재 사장은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너희 4명에서 두 명의 멤버가 더 추가될 거야. 각자 02년생과 04년생이니 이제 네가 팀에서 막내가 아니겠네.”
“멤버가 두 명이나요?”
“04년생이라니!”
“너무 애기잖아!”
“고1. 아니지 아직 새 학기가 아니니깐…… 중학생인가?”
팬들에게 99즈라고도 불렸던 재희 등은 04년생이 새 멤버로 들어온다는 말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이제 성인이 된 01년생인 채령도 어리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3살이나 더 어린 멤버가 들어온다니 신기한 것이다.
“와아! 드디어 막내 탈출인가!”
그리고 이제 막내가 아니게 된 채령은 동생이 둘이나 생긴다는 말에 너무나 기뻐한 모습을 보였다.
집에서는 남동생만 셋인 그녀가 팀에서 막내 생활을 하다 보니 쉽사리 적응되지 않았던 것도 있었던데다, 이외에도 남동생이 아닌 귀여운 여동생을 가지고 싶어 한 욕구가 어릴 때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려 2명이나 여동생이 생긴다니 그녀가 그처럼 기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새 멤버들은 언제 볼 수 있나요?”
“……그게, 아마 다음 달쯤이면 함께할 수 있을 거야.”
“……??”
생각지 못한 뭔가 이상한 대답이라 그녀들은 잠시 당혹스러워했으나, 이건 김승재 사장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는 그 또한 P엔터에서도 이사가 된 박성률 이사로부터 통보 받은 것이라서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실제로 데려온 애들을 보시면 충분히 만족하실 테니 말입니다.”
“다른 분도 아니고 이사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그동안 박성률 이사가 빈말 따위는 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김승재 사장이었기에, 그는 믿는다는 듯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당혹스러워하던 것도 잠시, 그녀들은 본격적으로 마주하게 된 새 소속사 P엔터의 규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부분의 신생 엔터 혹은 중소 엔터들은 잘되어야 빌딩의 한 층이나 두 층, 혹은 꼬마 빌딩 하나를 사용할 뿐인데 P엔터가 있는 빌딩은 이전 그들이 함께했던 소속사들과 비교해도 못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규모만 따졌을 때 그런 것이고, 그 위치가 강남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사실 비교하는 게 미안할 일이었다.
놀라는 그녀들에 김승재 사장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하하. 생각보다 좀 크지. 하지만 그 안은 더 멋지니 벌써부터 놀라지 말렴.”
그리고 김승재 사장의 말대로 그녀들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호화스러운 사내 디자인에 쉽사리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런 그녀들의 놀란 모습이 정점을 찍은 건 그녀들의 숙소를 확인하게 되었을 때였다.
회사와 멀지 않은 강남에 위치한 70평짜리 호화 오피스텔이 자신들의 숙소가 되었다는 걸 알자 채령은 여기저기 고개를 돌아봐야 했다.
“호…… 혹시 몰래카메라인가요?”
평소 엉뚱한 소리를 하는 채령 다운 발언이었지만, 99즈는 평소처럼 농담하지 말라며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게 드라마 속 부잣집에서 볼 법한 인테리어에, 화장실이 3개나 되는 오피스텔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이제 화장실 전쟁은 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크크크.”
한 차례 오피스텔을 다 돌아본 채령이 다시금 엉뚱한 발언을 하자, 그제야 재희는 웃음을 터뜨렸다.
확실히 숙소 매니저까지 해서 여자만 다섯이었던 집에 화장실이 하나다 보니, 매일이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방이 무려 6개나 되었고, 이 방 중 작은 방 하나는 숙소 매니저가 되었기에 후에 멤버들이 추가되면 두 사람이 함께 방을 써야 했다.
“내가 막내와 쓸게.”
“……저랑 쓴다고요?”
자기 방이 드디어 생겼다고 설레하던 채령은 재희의 말에 하늘이 무너질 듯한 표정을 보였으나, 이내 그 막내가 자신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바로 04년생이라는 것 말고는 아직 모든 게 비밀인 새로 들어올 멤버를 두고 하는 말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재희는 가장 큰 방을 가지게 되었다.
며칠 뒤 새로운 가구가 들어오고 새 숙소에서 밤을 보내게 된 그들은 자연스럽게 재희가 있는 큰 방에 모여들었다.
“재희 언니 같이 자…… 아니, 언니들은 언제 왔어?”
“헤헤. 왔어?”
“……좀 무서워서 말이지.”
“응응. 내 침대 너무 커.”
무려 6년이 넘게 같은 방에서 잠을 자다 보니, 혼자서 자는 게 너무 익숙지 않았던 것이다.
재희는 그런 멤버들의 모습이 반가우면서도 또한 걱정이 되었다.
“에휴. 새 멤버들이 오기 전에는 익숙해져야 할 텐데.”
“아하하.”
“그때쯤 되면 익숙해지지 않을까?”
“그래, 그때쯤이면 익숙해질 거야. 걱정하지 마. 재희 양.”
“……내가 막내랑 자면 안 될까?”
채령은 칭얼거렸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에 재희는 고개를 저었다. 집에서 첫째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철없는 모습을 보여대는 채령에게 어린 막내를 맡길 수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후 그녀들은 잠도 오지 않는지 밤늦게까지 수다를 떨었다.
재희는 늦은 새벽에야 잠이 든 멤버들을 바라보다 잠시 궁금증을 드러냈다.
‘아~. 새 멤버들은 어떤 애들일까?’
사장님이 자신 있어 하는 것만큼 아마 잠재력이 뛰어난 친구들인 건 분명할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렇기에 한편으로 그녀는 걱정이었다.
망돌로 유명세를 얻은 자신들과 함께하게 된 사실을 그녀들이 어찌 생각할지 걱정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밤새 끙끙거리며 고민하던 그녀는, 어느새 멤버들의 색색거리는 코골이 소리에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