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74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65화
이후 무려 8곡을 연주했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를 앵콜로 한 번 더 연주한 뒤, brilliant struggle을 비롯해 7곡을 연주를 이어간 것이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 이외의 다른 곡들 또한 나를 놀라게 한 삼촌들의 연주 실력은 여전했다.
뭐 애초에 ‘노장은 죽지 않는다’는 전투력 측정기라고 해도 무방할 곡이었으니깐 당연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아니, 이 양반들이 그동안 나 빼고 연주만 했나?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생각지도 못하게 무려 9곡을 쉬지 않고 연주한 뒤에야 끝이 났고, 그제야 나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합당한 의문을 가졌다.
그렇기에 마지막 연주를 끝으로 연습실 곳곳에 너부러진 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죽겠다는 말과 함께 낄낄거려 대는 환희 어린 표정을 보이는 삼촌들에게 물었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크크크.”
실력이 퇴보했을 거라 여겼던 것과 달리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었던 터라 놀란 내 얼굴에 삼촌들은 서로를 보며 다시금 낄낄거리더니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처음에는 다들 집에 있기가 싫어서 거짓말을 한 것에서 시작되었지.”
“거짓말이요?”
어째 시작부터가 평범하지 않았다.
“에휴~ 나 이제 눈치 보여서 이제 나오기도 힘들다.”
“왜. 제수씨가 안 믿어? 너 거짓말 잘하잖아?”
“거짓말 잘하기는 무슨…… 처음에는 믿었지. 그런데 우리 와이프 변호사 출신이잖아.”
“아! 그러고 보니 너네 와이프 메이저급에 있었지. 그럼 그럴 만하겠네.”
“뭐, 어쩔 수 없지. 애초에 갔다 오는 길에 술 냄새가 풀풀 나는데 연습하고 왔다는 걸 믿는 게 쉽지는 않지.”
“에이~ 영찬이 녀석 안식기만 아니었어도.”
“그러니깐. 녀석이라도 활동하면 술 냄새가 나든 뭐든 믿지 않을 수가 없을 텐데.”
내가 안식기에 접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아 삼촌들은 종종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서 모였다고 한다.
달리 서로에 대한 애정이 갑자기 넘쳐나서라기보다는 집 안을 나오기 위해 한 거짓말에 신비성을 주기 위해서였다.
나처럼 달리 회사에서 직함을 가질 만큼 따로 일을 하는 게 아니었기에, 집을 나올 핑계란 연습 말고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까지 해서 집을 나오고 싶은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삼촌들의 성향을 생각하면 이해가 갔다.
‘뭐~ 사실 이만하면 잘 참고 계시는 거지.’
삼촌들은 수십 년 동안 락커 외길 인생을 살아왔던 분들이었다. 일이 종종 꼬이다 보니 제대로 된 밴드 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그랬으니, 이 점만 보아도 삼촌들이 얼마나 락 스피릿이 충만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던 분들이 나를 만나 그 락 스피릿을 원 없이 세상에 뿜어내었다.
웬만한 밴드들은 꿈도 꾸지 못할 거대한 판에서 수많은 무대를 부숴가며 진정한 락커로서 각성을 한 분들인 것이다.
그랬던 삼촌들을 코로나 시국, 안식기라는 이름 아래, 집 안에만 가둬 놓았으니 그 갑갑함은 어마어마했을 터.
그러니 이처럼 철없는 핑계를 대어서라도 나오려 한 것일 터.
여하튼 그렇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만남을 가졌던 삼촌들은 점차 의심이 생긴 숙모님들이 수사망을 좁혀 오자, 생각을 바꾸었다고 했다.
“이렇게 된 거 진짜로 합주라도 하자. 사실 이제 만나서 할 얘기도 다 떨어졌잖아?”
“……음. 그럴까? 그런데 영찬이 없이 하는 게 크게 의미 있으려나?”
“욕심부리지 말고 적당히 하면 되지 뭐.”
“그래, 나도 혼자서 뚱땅거리는 거 지겨울 참이었어.”
“연습실은 그냥 너네 본점에서 하자.”
“우리 가게에서?”
김일 삼촌의 제안에 처음에 삼촌들은 무슨 말인가? 했지만, 이내 크게 찬성했다고 했다.
케세라세라 본점이 작기는 하지만, 일단 설치된 음향 시설은 최고급인 데다 이쪽 바닥에 고인 관객도 있다 보니 무대를 즐기기도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거기에 맛 들이기 시작한 술을 쉽게 접하기에도 좋고.
이에 케세라세라의 주인인 장태식 삼촌도 어려울 것 없이 받아들였다.
코로나 시국을 맞이해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 성장한 케세라세라는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성장했었다.
서울에만 본점을 포함해 6곳이 있었으며, 전국에 산재한 모든 케세라세라 지점의 숫자는 현재 26곳에 이르렀다.
이 모든 게 락 시장판이 과거에 비해 월등하게 성장하다 보니 가능해진 일이었다.
그중 본점은 초기 단골이 아니면 존재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을 정도라, 장태식 삼촌은 확실히 연습실로 사용하기에 여러모로 적합하다 여겼다고 한다.
“여하튼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연습을 하게 되었는데…….”
“이상할 정도로 잘된다는 거지.”
부담을 모두 내려놓고 합주를 하기로 한 탓인가? 이상할 정도로 실력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정확히는 과거에 영찬이 네가 했던 조언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고 할까?”
“아니……. 정확히는 이해는 했는데, 그 방법을 몰랐던 거였지.”
“그리고 이 시기에 그 방법을 찾아가기 시작한 거였고.”
“덕분에…… 연습량이 점점 늘어나게 되었지.”
“으으윽. 다시 생각해도 정말 미친 짓이었어.”
몸서리를 치는 문일범 삼촌의 말에 동조하듯 다른 삼촌들 또한 몸을 떠는 걸 보며 정말 제대로 지옥 훈련을 했었구나 싶었다.
“우리 몸이 망가진 거? 그것도 이거와 관련 있어.”
“어떤 날은 20시간도 쳐대는데 운동할 시간이 어디 있냐?”
“……아마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거야.”
평균 15시간.
케세라세라에서 삼촌들이 머무르던 시간이었다.
당연하게도 숙모들의 의심 어린 눈초리가 사라진 건 물론이다.
아니, 단순히 사라진 걸 넘어 저마다 지지를 해주었다. 삼촌들도 나이가 나이다 보니 언제까지 밴드 활동을 할 수 있을지 모르기에 나름 몸에 좋다는 걸 다 가져와 해 먹였다고.
‘아무리 그래도 연습량이 그 정도면 살이 찌기 어려울 텐데. 그럼에도 살이 찐 게 이상하다 싶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군.’
어쩌면 그런 정성이 있었기에 젊은 애들도 버티기 힘든 지옥 훈련을 버텨낸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정말 나에게 엄청난 서프라이즈 선물을 안겨 준 삼촌들에게 정말 극찬을 날렸고, 이에 삼촌들은 그간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며 저마다 웃어댔다.
그런 삼촌들의 모습을 나는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다 말을 꺼냈다.
“그런데 조금만 더 다듬으면 좋을 것 같아요.”
“???”
“지금은 좀 너무 날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실력 자체는 늘어난 건 분명한데, 여기서……. 아 말로 하기는 어렵네.”
이제 삼촌들은 대가의 수준에서도 이제 중상급의 문을 반쯤 열어 놓은 상태다 보니, 달리 말로 전하기가 어려웠다.
언어로는 도무지 표현이 안 되는 영감의 영역이라서인데, 그렇기에 지금 이 영감을 전해 줄 방법은 하나였다.
“일단 베이스부터…….”
나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문일범 삼촌이 내려놓은 베이스를 잡아 그 자리에서 연주하기 시작했다.
-뚱당당당! 딴딴딴!-
‘노장은 죽지 않는다.’의 베이스 부분을 아예 한 곡을 다 친 나는 그 뒤에야 문일범 삼촌을 바라보았다.
“……너 진짜 미친놈이구나.”
그리고 그런 나에게 평소 오버스러운 문일범 삼촌답게 희열과 공포 등의 감정을 담아 그렇게 말했다.
“크크크. 그래도 좀 전해진 것 같기는 한 것 같네요.”
“……입을 벌리고 쑤셔 넣는데 그걸 어떻게 안 먹을 수 있겠어.”
문일범 삼촌의 말에 나는 낄낄거려 댔다. 그런 일도 역량이 다다라야지 할 수 있는 일인데, 그걸 벌써 할 수 있게 될지 몰라서다.
이후 나는 장태식 삼촌과 곽도훈 삼촌에 이어 기타까지 이 영감을 전해주었고, 이후 삼촌들의 반응은 앞서 문일범 삼촌에 비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X발! 너는 X나 말도 안 되는 괴수 새끼야!”
“……사, 사람 맞지?”
“이제 좀 적응이 되나 싶었는데, 진짜 미친 새끼네?”
“어휴~ 웬만한 공포 영화보다도 더 무섭다. 무서워!”
그런 삼촌들의 반응에 나는 어째 섭섭한 마음에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왜 다들 그렇게 욕을 하세요.”
“그럼…… 이 말도 안 되는 걸 보고 욕이 안 나와?”
“미친 새끼!”
괜히 한마디 했다가 안 들어도 될 욕을 더 듣게 되었던 나는, 괜히 울컥해 이후 삼촌들을 원 없이 굴려주었다.
“이게 안 돼요? 방금 보여줬잖아요? 이렇게 쉬운 걸 왜 못 하지?”
“아니, 지금 삼촌 수준이면 이게 되어야 한다니까요! 그렇게 박자만 타지 말고…….”
“답답하네. 이러다가 우리 다음 앨범 미뤄야 할지 몰라요.”
정말 최대한 열심히 갈구었다.
그때마다 울컥하는 삼촌들의 모습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보여주는 삼촌들의 최종 형태의 연주 형태에 삼촌들은 울분을 참아내며 받아들였다.
물론 이런 꼬장은 그리 길지 않았다.
쪼아댄 덕분인지는 몰라도 삼촌들의 실력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게 보여지고 있어서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달리 말을 하지 않아도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이해하고 가고 있었다.
“이대로면 내년쯤에는 정말 일 한번 내겠는데?”
그때쯤이면 대가의 경지에서 중상급의 문을 연 삼촌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겠다 싶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5년은 더 빠른 순간이라, 나는 절로 가슴이 뛰었다.
어쩌면 이대로만 간다면 Painkiller는 아무것도 아닌 수준의 음악을 다루는 밴드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 보아서다.
그렇게 삼촌들의 성장을 돕는 과정에서 나는 그런 삼촌들을 통해 얻은 영감으로 작업을 하기 바빴다.
본래 삼촌들을 만나기 전에 만든 컨셉과 곡들이 있었지만, 이처럼 달라진 삼촌들을 보니 그걸로는 안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완성된 메인 곡은 하드 락 스타일의 ‘TOP’라는 곡이었다.
‘TOP’는 달리 숨겨진 뜻이 있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골적이리만큼 우리가 이 바닥 최고라는 것을 알리는 곡이었다. 나르시시즘의 요소가 듬뿍 들어간 곡이라고 할까?
“그러나 이 곡을 제대로 연주할 수만 있다면, 누구도 잘난 체하는 것이라고 여기지 못하겠지.”
나르시시즘은 자신의 외모, 능력과 같은 어떠한 이유를 들어 지나치게 자기 자신이 뛰어나다고 믿는 걸 뜻한다.
그러나 그게 팩트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오만함은 자신감으로 바뀌게 되는 것으로, 당연하게도 그러한 존재에 사람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게 가능하려면 정말 역대 보여주지 못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어야 하지.”
그것도 단순히 귀와 눈을 속이는 형태가 아닌 진실로 그들의 상상을 뛰어넘어 버리는 실력에서 나오는 퍼포먼스를.
나는 이 곡을 삼촌들에게 가져다주었고, 이에 삼촌들의 반응은 내 예상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너…… 이걸 우리보고 하라고?”
“잘못하면 우리 나락으로 갈지 모르는 곡이잖아!”
“설마 너 어디 아픈 거 아니지?”
확실히 실력이 많이 늘긴 하신 건 분명했다.
‘설마 악보를 보자마자 이 곡에 대해 파악할 줄이야!’
그러나 그 덕분에 달리 설명할 필요가 없게 된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걱정할 것 없어요. 잘 소화하기만 하면 사람들은 역대 최고의 음악이었다고 환호할 테니깐요!”
“……마, 말이 쉽지.”
오히려 내 말에 더 부담을 느꼈는지, 삼촌들의 얼굴이 저마다 창백해졌다.
뭐, 이해 못 할 반응은 아니었다.
‘TOP’는 정말 모 아니면 도 형식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곡이었으니 말이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깐 어떻게든 되지 않겠습니까?”
“……에휴.”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여겼기에, 긍정적으로 말을 꺼냈음에도 삼촌들은 저마다 한숨을 흘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물론 뼛속까지 락커들답게 삼촌들은 곧 걱정들을 툭툭 털어냈다.
“X발! 까짓것 못할 것도 없지!”
“안 되면 욕 좀 들으면 그만이야!”
“그래, 해보지 뭐!”
“에휴~ 나도 모르겠다. 그래 한번 가 보자!”
“……으윽. 일단 나 위약 좀 먹고 올게.”
물론 심약한 문일범 삼촌은 좀 시간이 걸릴 듯 보였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