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75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66화
그러나 그렇게 벼랑 끝 전술처럼 삼촌들을 몰아치는 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바로 슬슬 스퀴드 시즌3를 비롯한 촬영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적당히 쉬면서 하세요.”
“???”
“니가 웬일이냐 그런 말을 다 하고?”
“고양이 쥐 생각한다는 말이 이런 건가?”
촬영을 위해 연습실을 떠나기 마지막 날 내가 꺼낸 말에 삼촌들은 저마다 의아하다는 얼굴을 보였다.
그런 삼촌들의 모습에 나는 내심 찔리지 않을 수 없었다.
원래 내가 꺼내려고 했던 말은 ‘저 없다고 게으름 피우지 마세요!’였다.
하지만 떠나는 날이 되어서야 폐인 꼴인 된 삼촌들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자 차마 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몸 관리 잘하세요. 마저 그때 못 했던 세계 투어 이어 나가야 하잖아요.”
“아~ 유럽!”
“그럼 그렇지. 니가 웬일로 사람다운 말 하나 싶었다.”
“저놈이 늙은이들 골수까지 어떻게든 빼 먹으려고 하네~”
“뭐…… 놀랍지도 않네. 알았다.”
“그…… 나는 찬성. 사실 유럽까지 못 끝냈던 거 마음에 걸렸었거든.”
“으음.”
박시영 삼촌의 갑작스러운 찬성표에 비아냥거려 대던 삼촌들은 동시에 말들이 사라졌다.
갑작스러운 변화였지만, 나는 그리 이상하다 생각되지 않았다.
‘삼촌들도 무대가 그리운 거지.’
그동안 케세라세라에서 무대를 이어갔다고 하지만, 그건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는 꼴이나 다름없었다.
수만 명이 환호하는, 그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무대 위를 올라간 이라면, 많아야 백 명도 안 되는 작은 무대는 잠시 갈증을 지울 뿐, 이내 더 목마름을 태우게 할 테니 말이다.
나는 그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내가 그랬었거든.’
기억 속 녀석은 마약에 빠져든 뒤에도 오랫동안 음악을 놓지 않았다. 결국은 인지부조화 단계 수준의 마약 중독에 이르면서는 결국 악기를 손에서 떼어놓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정신이 잠깐이라도 들 때면 여지없이 음악만이 줄 수 있는 그 중독성을 그리워했었다.
마약이 주는 자극에 비할 바는 되지 않았음에도 그랬던 건, 특별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녀석의 기억들을 각인받게 된 뒤, 녀석과 별개로 나 또한 몸서리치게 무대를 그리워했었다.
기억 속 녀석보다도 더 미쳐 버린 영감을 가지게 되자, 그 이상으로 무대가 그리워진 것이다.
그런 과거가 있었기에 지금의 삼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뭐 별개로 나 또한 복귀한 이후 무대가 그리워지기도 하고.’
여하튼 2년 만에 컴백을 하게 되는 것이니 만큼, 이번 컴백은 역대 중에서도 가장 강렬하게 팬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뭐~ 더는 말할 필요는 없겠네.’
무대. 그것도 유럽의 스타디움들을 정복할 투어까지 앞둔 상황이라는 걸 알게 된 삼촌들은 어느 때보다 뜨거워진 상태였으니깐.
“저러다 누구 한 분 쓰러지시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걱정이 된 나는 결국 매니저들에게 삼촌들의 케어를 좀 더 집중적으로 하도록 따로 지시를 내려야만 했다.
* * *
스퀴드 시즌3를 맞아 이번에도 수많은 캐릭터들이 추가되었다.
이는 스퀴드가 서바이벌 형식의 데스 게임을 따르기 때문이라서다.
그나마도 남자 주인공과 더불어 리하정, 미현 정도만이 시즌 1부터 함께했을 뿐, 1시즌 때는 물론 2시즌 때에도 거진 수백 명이 데스 게임이라는 이름 아래 죽어 나갔었다.
그중에는 안타까운 죽음도 있었고, 통쾌한 죽음도 있었으며 혹은 허무한 죽음도 있었다.
그러나 어떤 죽음을 맞이했든 배우로서는 이 스퀴드 시리즈에 참여하게 되는 건 최고의 커리어 하나를 손에 넣게 되었다는 말과도 같았다.
스퀴드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가 된 이들만 수십 명에 달했으며, 무명이던 배우가 대중에게 이름을 각인시킨 건 그 몇 배는 되었으니 말이다.
말하자면 스퀴드 출연 자체가 복권에 당첨된 격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당연히도 스퀴드에 출연하고자 하는 배우들이 줄을 설 수밖에 없었다.
일단 작은 역할이라도 출연만 할 수만 있다면, 커리어에 대단한 한 줄이 추가되는 것이니 그럴 수밖에.
이러하다 보니 스퀴드 시즌3 준비에 가장 난항을 겪게 한 것은 다른 것도 아닌, 배우들을 뽑는 일이었다.
스퀴드 시리즈의 특성상 국내 배우만이 아닌 외국 배우들도 뽑다 보니 더욱 그러했다.
“와아~ 제임슨 저 사람이 국내 드라마에 출연한다고?”
어렵게 스퀴드 드라마의 그 빡센 경쟁률을 뚫고 준조연급의 역할 하나를 꿰찬 태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임슨은 헐리우드에서도 탑에 가까운 인지도를 지닌 배우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런 배우가 주연도 아니고 준주연급 역할을 하게 되었으니 놀랄 수밖에.
하지만 그녀가 감탄하기 그지없을 배우는 제임슨만이 아니었다.
제임슨 네임밸류까지는 아니어도 깜짝 놀라게 할 인지도의 헐리우드 배우들이 다섯 명이나 더 그 자리에 있었으니 말이다.
이들 이외에도 이번 시즌에 참여하게 된 국내 배우들도 화려했다.
그중 몇몇은 미니 시리즈의 주연급에도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배우들이 있었으며, 이 외에 감초로 유명한 조연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이번 시즌3 제작비가 역대급이라고 하더니…… 정말 작정했나 보네.”
들리는 소문에 제작비가 2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여느 헐리우드 영화도 아니고, 티브이 쇼 프로그램에 2억 달러라니 그것도 국내 드라마에 그만한 자금이 투입되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
이마저도 최소치라는 찌라시가 돌고 있었으니, 실제로는 그 이상의 제작비가 투자되었을 터.
하지만 스퀴드는 그런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시리즈였다.
그도 그럴 게 코로나 시국을 맞이해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스트리밍 엔터 기업들 중에서 YC 필름은 유독 큰 상승세를 보였으니 말이다.
넘기 힘들어 보였던 N사의 유저 수마저 초월한 지 오래였는데, 그것이 가능한 데에는 스퀴드의 역할이 컸다.
스퀴드 시즌1에 이어 공개된 스퀴드 시즌2가 시즌1의 아성을 가볍게 넘겨 버린 것.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미현이라는 다중인격 캐릭터의 매력과 더불어 시즌1 마지막에 흑막의 아들로 등장했던 YC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보였던 게 결정적이었다.
시즌3는 그런 요소들이 더욱 두각을 드러낼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 상황.
“잘하면 드디어 내 인생이 피는 거지.”
연극 배우부터 시작해 10년 동안 무명의 배우 생활을 이어갔던 태희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스퀴드의 오디션에 도전했다.
그리고 끝내 하니라는 이름의 배역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그녀가 이 하니라는 배역을 따내는 데 성공한 건 10년 동안 쌓은 연기 생활의 공력 덕분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감독이 생각한 하니의 이미지에 그녀가 딱 맞아떨어져서다.
‘하니’는 그 이름과 달리 토종 한국인이었다. 그럼에도 하니라는 이름을 쓰는 것은 촌스러운 자신의 이름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허영심이 강했고, 그 때문에 명품가방을 사려 쓴 사채 빚을 갚기 위해 자연스럽게 술집 여자가 되기도 했다.
다행이라 할지 이쁘장한 외모로 나름 에이스로 자리 잡기도 했지만, 흘러가는 세월에 나이가 들면서 이제 퇴물로 전략해 버렸다.
문제는 그런 현실 속에서도 그녀의 명품 사랑은 여전하다는 것.
아니, 오히려 점차 숨통을 조여오는 현실이 그녀의 허영심을 자극해 끔찍한 결과로 밀어 넣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니 그녀가 스퀴드라는 이 지옥 같은 서바이벌 게임에 뛰어든 건 놀랄 일이 아니었다.
그런 그녀가 준조연급의 존재감을 보여준 건, 극 중 내내 하던 그녀의 빌런 짓이 흑막에게까지 피해를 주기 때문이라서다.
그리고 그 일은 스퀴드를 날려 버리려는 미현 등의 주인공들에게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비중은 낮지만 그만큼 극의 긴장감과 흐름을 크게 뒤틀어 버리게 할 캐릭터였기에 우 감독은 하니 배역을 맡을 배우를 뽑는 데 신중했었다.
“찾았다!”
그러다 별 기대 없이 본 무명의 배우 태희에게서 하니의 이미지를 본 우 감독은 두말할 것 없이 그녀를 캐스팅했다.
이미 큰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배우들을 제치고 무명 배우를 뽑는 것이었으니, 말들이 많아지는 게 맞았으나 의외로 우 감독의 선택에 반대하는 이들은 없었다.
YC 필름이 밀고 있는 가장 핫한 감독이라는 위치는 그 이상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그렇게 운 좋게 하니 역할을 맡은 태희는 덕분에 현장에서 제대로 별 세계를 맞이하는 중이었다.
그러다 리하정과 미현을 맡은 이나은과 강아영이 현장에 모습을 보였을 때 그녀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가수로서도 너무도 애정하는 데다 배우로서도 그녀들의 오랜 팬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현장에서 넋을 놓고 멍하니 주변을 바라보기 바빴던 그녀는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쿵!-
바로 주변을 보지 않고 멍하니 걷다 누군가와 제법 세게 부딪히고 만 것.
“죄, 죄송……!!”
“……괜찮……습니까?”
서둘러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려던 그녀였지만 그녀는 그 말을 끝내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녀가 부딪혔던 상대는 다름 아닌 1년이 넘는 안식기를 끝내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YC였기 때문이다.
이미 앞서 본 탑스타들과도 격이 다른 아우라를 보이고 있는 그 앞에 태희는 정신을 반쯤 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
덕분에 영찬은 괜찮습니다. 라는 말 대신 괜찮습니까? 라는 말을 대신해야 했고, 이에 태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좀 바빠서 먼저 가겠습니다.”
“…….”
이에 태희는 제대로 답도 하지 못한 채 여전히 놀란 모습 그대로 영찬을 보내야 했다.
YC의 팬이기도 한 그녀로서는 너무도 아쉬운 첫 만남이었지만, 그녀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두근두근-
뭘 하기에는 이미 그녀의 심장은 한계치 이상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진정할 수 있었던 그녀는 여전히 거칠어진 호흡을 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진짜 실물 깡패라고 하더니…….그 소문이 맞았네.”
아니, 오히려 소문이 더 축소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덕분에 태희는 다시금 자신이 스퀴드에 출연을 할 수 있게 된 게 얼마나 큰 기회인지 깨닫게 되었다.
더구나 저런 말도 안 되는 아우라를 가진 YC와 한 씬에 찍히게 된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스퀴드 출연은 그녀가 평생을 두고두고 써 먹을 커리어가 될 게 분명했다.
“이상한 여자인 줄 알았는데…….대단한 배우였네?”
영찬은 스퀴드 시즌3 촬영을 하게 된 첫날 그리 좋지 못했던 첫 만남을 가진 태희라는 배우의 연기를 보고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처음 중요한 배역인 하니 역에 무명 배우를 넣는다고 했을 때, 우려했던 게 사라질 정도로 태희는 신들린 연기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대본 속 ‘하니’ 가 초현실적인 모습으로 나온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영찬만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만난 강아영 또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표님에게 한 방 먹여야 하는 캐릭터다 보니 대표님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내야 했는데, 저 정도면 걱정할 필요가 없겠어요!”
YC, 그것도 흑막 역을 맡은 YC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하니는 그런 YC에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드러내야 했고, 이 때문에 우 감독이 하니 역할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첫 촬영에서 미친 연기력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태희를 보니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번 스퀴드 3시즌에서 스타 한 명은 확실히 확보된 거나 마찬가지네?”
영찬은 그리 중얼거리다 감독으로부터 태희가 무명 배우였다는 점을 떠올리고는 서둘러 자신의 매니저에게 그녀의 소속사가 있는지 알아보게 했다.
잘만 밀어준다면 세계적인 스타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태희는 소속사가 없었고, 영찬은 망설이지 않고 직접 그녀를 YC 엔터로 영입했다.
당연하지만 태희는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YC 엔터와 계약을 했다.
이미 연예계에서는 YC 엔터와 계약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성공했다는 말이 돌 정도로 그 지원이 엄청나서다.
실제로 YC 엔터의 대표인 영찬이 직접 움직인 만큼 그 계약 조건도 눈이 돌아갈 정도로 좋았던 터라, 태희로서는 달리 생각할 것도 당일 날 바로 계약을 체결했다.
성급하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오랜 무명 생활을 한 배우로서는 혹시나 YC 엔터가 말을 바꾸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