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80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71화
“어흥!”
“히이익!”
그런 그의 모습에 장난기가 돌았던지 곽도훈 삼촌이 갑자기 뒤에서 크게 호랑이 울음을 흉내 냈고, 이에 레온은 깜짝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레온의 모습에 곽도훈 삼촌은 낄낄거리며 만족스러워했다.
“그래, 이런 반응을 원했어.”
“아니, 처음 보는 애를 왜 그리 놀래켜요.”
내가 투덜거리자 곽도훈 삼촌은 피식 웃었고, 그런 그의 모습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던 장태식 삼촌이 대신 사과했다.
“미안하다. 저 녀석이 노망이 들어서 말이야.”
“이 새끼가! 노망이라니!”
으르릉거리는 곽도훈 삼촌의 모습이 제법 매서웠지만, 언제나 그렇듯 장태식 삼촌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말을 이어갔다.
“늙었으면 곱게 늙어. 추잡하게 애들한테 장난 그만 치고.”
“……이게 다 애정이라는 거다.”
“애정 같은 소리 하네. 요즘 애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서 그러지…….”
“요즘 애들이 무서워 봤자지. 내 때는 진짜 갱스터들이…….”
“내가 이야기 안 했던가? 우리 동네 쪽으로 간첩이…….”
어느새 누가 누가 더 험악하게 컸나의 배틀이 시작된 두 사람에, 레온은 도무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다행히 이런 두 삼촌의 다툼을 정말 40년 넘게 지켜 본 박시영 삼촌은 아무렇지 않게 분위기를 환기시키고는 레온과 함께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호로록-
오랜만에 찾은 회사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은 다름 아닌 칼국수였다.
해외에서 정말 지겹게도 먹었던 밀가루 음식이었건만, 정작 한국 음식 중에 가장 먹고 싶은 게 칼국수였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아삭…… 우적우적-
그러나 함께 나온 섞박지를 먹는 순간, 내가 왜 칼국수를 먹고 싶어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정말 먹고 싶었던 건 바로 이 무 섞박지였구나.”
정확히는 그 무 섞박지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음식이 그리웠던 것 같았다.
“천천히 먹어. 누가 보면 며칠 굵은 줄 알겠네.”
“……어휴. 해외 음식이 도무지 입에 맞았어야 말이죠.”
“요즘에는 한류 열풍이다 뭐니 하면서 한식도 인기가 많지 않아?”
“많기는 한데, 그쪽 동네에서 파는 한식은 우리가 아는 한식하고는 좀 거리가 멀어요. 피자로 치면 파인애플 피자 같은 거라고 할까요?”
한식을 미국인 입맛에 바꾼 게 대다수였다. 치즈 덩어리가 올라간 김치찌개나, 버터로 구운 볶은김치 등은 정말 놀라울 정도.
확실히 특유의 풍미가 있어 처음 먹었을 때는 신선하다 못해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내내 먹다 보면 어느새 질려 버리기에 이른다.
덕분에 예정에도 없던 다이어트를 하게 되었다.
느끼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단백질과 채소 위주의 음식을 먹게 되었던 것이다.
그간의 음식 때문에 생긴 서러움을 토해내는 내 모습에 박시영 삼촌은 낄낄거리며 웃더니 내가 식사를 마쳤을 때쯤에서야 말을 꺼냈다.
“그보다…… 저 레온이라는 녀석 정말 니 후계자인 거야?”
“……후계자요?”
난데없는 후계자 소리에 내가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보이며 고개를 들자, 박시영 삼촌이 되려 이상하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아니야? 네 매니저들에게 듣기로는 그게 아니고서는 니 행동들이 설명이 안 된다고 하던데.”
“제 행동들이요?”
“거진 아들 대하듯 지극정성이었다고 하던데. 설마 레온이 니 아들 일리는 없을 테니, 그럼 후계자라고 보고 있는 게 말이 되지.”
“하하…….”
나는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트리다가도 이내 마냥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잠시 멈칫거렸다.
“뭐…… 아예 틀린 말은 아니기는 하네요. 하지만 후계자는 아니에요. 좀 정확히 말하자면 수제자 정도라고 할까?”
내 답변에 박시영 삼촌은 어이없다는 얼굴을 입을 열었따.
“후계자나 수제자나.”
“다르죠. 후계자는 내가 가진 유산을 그대로 물려받는 거지만, 수제자는 그냥 나에게 가르침을 받은 제자 중에서 으뜸이라는 걸 말하는 거니까요.”
“으음……. 굳이 그렇게까지 나누어 말하는 걸 보니 확실히 그 녀석에게 특별한 게 있기는 한 모양인데.”
“특별하죠.”
“호오?”
내가 망설이지 않고 레온이 매우 특별한 녀석이라는 제스처를 보이니 박시영 삼촌은 매우 흥미로워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나는 알 수 있었다.
역시나 내가 그간 밀린 회사 일을 처리하느라 바쁜 사이 레온과 함께했던 삼촌들이 녀석의 비범함을 찾지 못했다는 걸 말이다.
“아직 원석에 가까워서 빛을 보려면 시간이 좀 걸립니다.”
“뭔데. 나한테만 말해 봐.”
“으음. 매우 비범한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유일한 녀석입니다.”
“악기? 그 녀석 연주 실력은 엉망이던데?”
“기타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하여튼 그렇게만 알아 두면 돼요. 이게 말로 설명한다고 해서 알아들을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어휴. 새끼. 여전히 잘난 척은 여전하구만.”
“잘난 척이 아닙니다. 그냥 잘난 거죠.”
오랜만에 제대로 된 한식을 먹은 탓인지 나는 실없는 농담을 하며 낄낄거려댔고, 이후 하나둘씩 찾아오는 삼촌들과 커피를 마시며 그간의 회포를 풀었다.
아마 다른 날이었다면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등의 시간을 보냈을지 모르겠지만, 나도 삼촌들도 술에 대해 생각은 없었다.
그간의 밀린 이야기를 채 끝내기도 전에 차를 다 마시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난 우리는 서로 말할 것도 없이 바로 연습실로 향했다.
-다다다다다!-
-단단다…… 따다다다!-
-자자자장! 지지징!-
연습실에 도착해 오랜만에 함께한 곡은 여지 없이 ‘노장은 죽지 않는다’였다.
사실 실력 측정기로 사용하기에는 그보다도 더 좋은 곡들을 만들 수도 있었고, 실제로도 수록곡 중에 있었지만, 블랙 타이거를 탄생케 한 첫 번째 곡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보니 ‘노장은 죽지 않는다.’는 앞으로도 블랙 타이거의 레퍼런스 곡으로서 자리를 잡을 것 같았다.
여하튼 거의 10달 만에 함께한 ‘노장은 죽지 않는다’는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할 정도로 좋았다.
그리고 이건 나만의 느낌이 아니었다.
“어휴~ 역시 영찬이가 있고 없고는 차이가 많이 나네.”
“잠깐만. 왜 눈에서 땀이…….”
“그래. 이거지!”
“다음 곡부터 너도 기타를 드는 게 어때?”
“그래. 오랜만에 하는 거 합주하는 게 좋지.”
“……꿀꺽.”
삼촌들 또한 오랜만에 함께하는 무대에 감격에 젖어든 듯 보였으며, 현재 유일한 관객인 레온은 말을 잃은 채 그저 침을 꼴깍 삼켜대기 바빴다.
나는 그런 삼촌들과 레온에 피식 웃음을 터트리다 이내 연습실 한편에 둔 내 기타를 잡았다.
-디디딩! 디딩!-
이후 평소보다 빠르게 튜닝을 맞추었다.
마치 사탕을 앞에 둔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리는 삼촌들의 시선을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지지지징!-
그리고 다시 ‘노장은 죽지 않는다’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당연히도 다시 연주한 ‘노장은 죽지 않는다.’는 조금 전의 곡과는 많은 게 달랐다.
내 기타 하나가 추가로 들어가면서 곡의 퀄리티가 확연히 높아지면서 생긴 일이었다.
-두두두두둥!-
“어휴! X발!”
기분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곽도훈 삼촌이 드럼을 두들기다 욕을 내뱉는 걸 듣던 나는 웃으며 조금 더 기분을 내보고자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잘 따라오는 삼촌들이 어디까지 따라올 수 있을지 궁금증이 일었던 것도 궁금하기도 했고.
-자자자장!-
그렇게 조금씩 나는 퀄리티를 높여가기 시작했고, 이에 삼촌들이 이를 악물며 따라오는 게 느껴졌다.
‘으흐흐흐.’
옛날이었으며 감히 꿈에도 꾸지 못했을 일이 마침내 현실로 이루어지자 나는 차마 소리 내어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걸 겨우 참으며 노래를 이어 나갔다.
후반으로 갈수록 우리는 더욱 미쳐 날 뛰기 시작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곳이 연습실이 아닌 무대 위였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블랙 타이거의 메인 연습실인 만큼 그 크기도 설비도 감히 비교할 것이 없을 정도로 대단했으나, 역시나 공연장에 비할 바는 못 되었다.
공간 자체가 가져다주는 한계가 명확했던 것이다.
그 때문에 나는 회사 내에 따로 연습용으로 공연장 같은 걸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블랙 타이거와 같은 밴드 팀은 물론 아이돌들이 콘서트나 행사를 앞두고 연습하기에는 여러모로 적합한 공간일 될 테니 말이다.
어쨌든 그런 아쉬움이 생각이 들 정도로, 삼촌들은 정말 무서울 정도로 나를 잘 따라와 주었다.
‘모르긴 몰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레벨이 높아지면 아예 내 실력을 온전히 다 부려도 괜찮겠는데.’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전에는 물론 앞으로도 블랙 타이거를 뛰어넘는 밴드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물론 지금 순간 우리의 음악은 역대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자자자장!-
너무 흥에 젖어든 탓일까?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어느새 기타 솔로를 치고 있었다.
이에 맞춰 삼촌들은 잠시 연주를 멈추었었는데, 나는 오랜만에 연습을 하는 가운데 이렇게 음악에 젖어든 내 자신에 어이없어하면서 천천히 기타 솔로를 끝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곡을 끝낸 나는 머쓱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 보았다.
그런 내 눈에 들어온 모습들은 다름 아닌 어이없다는 듯한 복잡한 심정이 담긴 삼촌들의 얼굴이었다.
“미친 녀석! 알고는 있었지만……. 이건 너무 한 거 아냐?”
“우와! 이런 게 된다고? 도대체 니 한계는 어디까지야?”
“이제 좀 비빌 수 있나 했는데……. 앞으로도 기대하기는 어렵겠네.”
“살살 좀 하자. 심약한 애들이었으면 며칠 동안 악몽만 꾸겠다.”
“……어휴. 저게 인간이 맞나?”
저렇게 너스레를 떠는 걸 보면 어지간히도 놀란 것 같았다.
하기야 연주를 끝낸 지 제법 시간이 지났음에도 손가락에 여운이 쉬이 가시질 않을 것 같았으니, 이만하면 혼신을 힘을 다한 솔로 연주라 해도 무방했다.
혼자 오버한 것 같아 부끄러웠던 나는 괜히 헛기침을 흘리며 말했다.
“크흠. 우리는 최종적으로 이 연주에 맞는 소리를 낼 겁니다.”
“…….”
반쯤은 진심을 담은 말이었지만, 정작 삼촌들은 저 새끼 또 헛소리한다면서 대꾸도 하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자연스럽게 유일한 관객이라 할 수 있는 레온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이…… 괜찮은 거 맞아?”
레온을 본 순간 나는 그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레온이 반쯤은 맛 간 듯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 괘, 괜찮습니다.”
“아닌 것 같은데…….”
전혀 괜찮지 않은 얼굴로 답하는 레온의 모습이 어딘가 낯설지가 않았다.
나는 저 모습을 어디서 보았더라? 생각하다 이내 그 대상이 누구인지 기억해 냈다.
‘이치로 지사장이였구나.’
바로 일본 YC 엔터 지사장인 이치로가 나의 공연을 보러 왔을 때 모습이 저러했다. 특히나 피아노 솔로 연주를 하였을 때는 정점에 달했었는데, 지금 레온의 모습이 그때의 이치로 씨와 유사했다.
‘그…… 괜찮겠지?’
이치로 씨가 나의 얼마나 광팬인지는 잘 알고 있던 나로서는 제2의 이치로가 될 여지가 보이는 레온이 불안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나중에 함께해야 하는 만큼, 지금부터 이런 하이 퀄리티 연주에 익숙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아서다.
어쨌든 오랜만에 함께한 삼촌들과의 합주는 너무도 훌륭했었다.
우리는 이후 10곡을 더 이어나갔고, 그리고 그 뒤에서야 다음 앨범의 메인 곡이라 할 수 있는 TOP를 연습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