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83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174화
그러한 대호평 속에서 마침내 ‘오만의 왕’ 세 번째 이야기가 개봉되었다.
극장가의 평균 60% 이상이 ‘오만의 왕’ 세 번째 이야기를 상영했음에도 첫날부터 표 구하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이는 외국 커뮤니티에서 떠들었던 것처럼 정말로 ‘오만의 왕’ 세 번째 이야기를 보기 위해 많은 외국인들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생긴 해프닝이었다.
뒤늦게 첫날 표를 구할 수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된 ‘오만의 왕’ 시리즈 국내 팬들은 어이없어하는 눈치였다.
다른 것도 아니고 영화를 보기 위해 수백만 원을 태우다니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살다 살다 별일이 다 있네.-
└덕 중의 덕은 양덕이라더니 그 말이 맞는 모양.
└무얼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군.
-하여튼 영화 티켓 구하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이게 다 스크린 쿼터제인가 뭔가 하는 그것 때문이라며.
└ㅇㅇ. 이해 못 할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럴 때는 예외를 좀 두었으면 좋겠는데.
└그러게. 나는 예약도 지금 못 하고 있음.
-오! 듣기로는 심야 시간을 늘린다고 하던데.
└ㅋㅋㅋ진짜네. 이 정도면 24시간 돌리는 거잖아!
└이해 못 할 건 아니지. 코로나 때 정말 영화관들 다 망할 뻔했으니깐 말이야. 벌 수 있을 때 벌어야지!
└나는 너무 좋네. 어차피 밤에 잠도 안 오는데.
-그나저나 영화비가 너무 올라서 짜증이 난다.
└ㅇㅇ솔직히 너무 오름. 50%나 오르는 게 말이 되냐? ‘오만의 왕’ 같은 대작이 아니면 솔직히 오고 싶지 않은 심정.
└무슨 말인지 알고 있음. 요즘 OTT가 너무 잘되어 있으니깐.
기대 이상의 엄청난 대흥행으로 스크린 쿼터제를 피해 편법으로 24시간 영화관을 운영한 뒤에야 사람들의 불만이 들어갔다.
덕분에 엄청난 속도로 역대 관객 수를 갱신하던 ‘오만의 왕’ 세 번째 이야기는 평론가들 사이에서 극찬을 받았다.
-‘오만의 왕’ 세 번째 이야기는 앞선 두 작품이 보여주었던 것 이상을 보여준 명작이다. 뛰어난 극본, 연출, 음악은 어느 명작들과 비교해도 오히려 부족함이 없을 지경. 하지만 ‘오만의 왕’ 세 번째 이야기의 화룡점정은 YC의 연기였다.
영화가 시작한 내내 그의 연기는 신들린 연기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특히 혼란 속 대중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거짓말처럼 드러내다 이내 대중 속에 사라진 롱 테이크 장면은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아마 영화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라면 모두가 그 장면에서 자신의 눈을 의심했었을 것이다. 그러다 저게 가능한 연출 기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했을 것이며, 이후 CG나 필터 따위를 생각했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장면은 별다른 연출 기법을 사용한 게 아니었다.
그러다 전날 기자 회견에서 벨 감독은 믿기 힘든 발언을 하였다.
‘어떤 필터를 쓴 거냐고요? 하하하! 아무런 필터도 어떤 연출 기법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오직 YC의 연기력이 보여준 기적일 뿐이지요.’
벨 감독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진정한 연기의 신을 이 영화에서 본 것인지도 모른다.-
-‘오만의 왕’ 세 번째 이야기의 끝에서 나는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빌런이라고 여겨졌던 오만의 왕 ‘진’이 사실 예수님과 같은 선각자였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역사적으로도 선각자들을 받아들이지 못한 세상은 그들을 핍박했었고, 예수님은 십자가에 박히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적을 사랑하고자 한 예수님처럼 ‘진’ 또한 죽음 앞에서까지 자신을 죽인 어둠의 기사에게 마지막 순간까지 자비를 보였다.
이 장면으로 인해 나는 그저 코믹스 영화라고 여겨졌던, 히어로 영화를 바라보던 나의 편견이 산산이 부서지는 충격을 받게 되었다.-
“……설마 그렇게까지 말해줄 줄은 몰랐지.”
이 찬양에 가까운 영화 평론은 그나마 이 영화 평론들 가운데에서 그나마 얌전한 수준이었다.
듣고 있는 내 얼굴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 극찬을 늘어놓은 평론들이 적지 않았던 터라, 나는 어느 순간부터는 영화 평론을 피하게 되었다
이러한 평론가들의 반응 못지않게 팬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어둠의 기사가 설마 유다였을 줄이야!-
└맙소사 ‘진’이 선각자였을 줄이야! 충격과 공포라는 게 이런 건가!
└새벽 심야 영화를 보다 이 장면에서 관객들 대부분이 비명과도 같은 탄성을 흘렸음.
└나도! 영화 보기 전만 해도 잠이 와서 큰일이라서 걱정했는데, 영화 보고 난 뒤에 머리와 가슴이 먹먹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음.
-두 번째 관람 성공! 적어도 이 영화는 두 번 이상은 봐야 그 진가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음.
└리얼임. 대중 속에서 존재감을 높이다 이내 흐트러진 장면이 그저 연기로 이루어졌다는 걸 알고 보니…… 알고 봐도 모르겠음. 그냥 미친 것 같음.
└ㅋㅋ진짜 YC 님은 음악의 신을 넘어 연기의 신마저 등극하신 듯.
-미국에서는 벌써부터 ‘진’을 신으로 삼는 종교가 생겨났다고 하던데?
└원래 있었잖아?
└그때는 약간 반 장난이었고. 이번에는 진짜래.
└하하하. 일본에서는 이미 신으로 삼고 있음.
└그 동네는 신이 800만 명이 넘으니깐. 그리 이상할 일도 아니기는 하지.
-하여튼 정말 기대 이상의 마지막이었지만, 그렇기에 더 아쉽다. ‘오만의 왕’의 ‘진’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니.
└필름스 쪽에서 생각이 있다면 이번에 만들어진다는 지니어스 팀의 영화 이야기에 ‘진’에 대한 부분들이 조금씩 나오겠지.
└예수님처럼 부활하면 좋겠다.
└오! 이거다. 원래 ‘진’도 1,000년이 넘는 시간을 넘어 부활한 것이나 다름없잖아!
└진지하게 필름스 쪽에 한번 요청을 해봐야 할 듯.
팬들의 반응은 정말 엄청났었다.
정말 진지하게 ‘진’을 신으로 삼은 종교가 만들어진 것도 그렇거니와, ‘진’을 예수와 관련지어 아예 죽은 ‘진’을 부활시키려고까지 했다.
‘아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기는 하지.’
어느 팬의 말대로 ‘진’은 천 년이라는 시간도 넘어 불사를 바라던 자였던 만큼 죽음에서 부활하는 것도 코믹스라는 특성을 생각하면 불가능하지 않았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
오만의 왕 시리즈는 3부작으로 완벽한 마무리를 지은 데다, 이 작품을 만든 작가 또한 새로운 ‘진’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필름스에서는 어떻게든 ‘진’을 부활시켜 보려는 모양이었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다고 하지만, 그 사이즈가 이 정도라면 정말이지 최대한 질척거리며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을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내 의사였기에, 수장인 제프는 나에게 후속작이 나오면 출연할 생각이 있냐고 물었었다.
이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 답변해 주었다.
“작품만 좋다면야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긍정적인 내 답변에 제프 그리고 필름스의 사장 존스와 벨 감독 등이 기뻐했지만, 나는 그게 가능할지는 미지수였다.
내가 보기에는 ‘진’의 이야기는 더 쓸 수 있는 게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리 답변한 것은 역시나 나 또한 오만의 왕 ‘진’의 팬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내가 연기한 ‘진’보다는 코믹스의 ‘진’을 말하는 것이었고, 하여 나는 그런 ‘진’이라면 이런 미련을 두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고 여겼었다.
어쨌든 ‘오만의 왕’ 세 번째 이야기는 그렇게 세계적으로 다시금 모든 기록들을 다 깨트리며 나아갔었다.
덕분에 월드 투어에 대한 인터뷰 요청보다 ‘오만의 왕’의 ‘진’에 대한 인터뷰 요청이 더 많을 정도였다.
그렇게 폭풍과도 같았던 세 번째 대 사건의 열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았을 때쯤.
블랙 타이거 또한 마침내 월드 투어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마음 같아서야 월드 투어를 반년은 더 끌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삼촌들의 컨디션이 그리 좋지 못했다.
아무래도 아무리 몸을 관리한다고 해도 콘서트에서 소모되는 에너지가 워낙 막대하다 보니, 노령의 나이로 그 엄청난 스케줄들을 더 버티기가 힘든 모양이었다.
“겸사겸사 새 앨범도 준비를 해야 하기도 하고.”
월드 투어 덕분에 새 앨범 준비가 지연되고 있었기에 나는 바로 다음 앨범을 준비하려고 했었다.
그래, 하려고 했었다라는 게 맞는 말이었다.
그럴 만한 게 앞선 3개의 대 사건들을 다 합쳐도 더 큰 사건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가진 것 같아.”
“???”
처음 제이미에게서 아이를 가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월드 투어 이후 제이미와 시간을 같이 보낸 게 적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무엇보다 나는 관계를 가짐에 있어서 콘돔을 사용하였기에 제이미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이미가 바람을 피웠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아무리 그녀를 노리는 사내 새끼들이 많다고 하지만, 그 무자비한 세미가 총 매니저로 보호하고 있는 데다, 무엇보다 그런 이들에 휘둘릴 만큼 제이미 본인 또한 만만한 성격이 아니었다.
그 외에도 그녀 또한 다음 앨범 작업에 정신이 없던 시기였다.
오히려 최근에는 나보다도 더 바쁜 모습을 보일 정도.
그녀와 관계를 가진 게 두 달 전이라는 것만 생각해도 얼마나 우리가 바빴는지 알 수 있을 일이다.
그러니 그녀가 말한 아이는 나의 아이라는 것을 뜻했다.
‘이게 말이 되나? 콘돔을 했는데도 임신이 가능하다고?’
그러나 의외로 그게 가능했다.
그 콘돔이 불량품이거나 혹은 잘못된 방법으로 사용했을 경우였다.
한두 번 사용한 게 아닌 만큼 후자의 경우 일 리 없으니, 정답은 그때 사용한 콘돔이 불량품이라는 말이 된다.
덕분에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제이미는 정말 놀랬었다고 한다.
당시 내가 콘돔을 사용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나는 제이미로부터 당시 우리가 사용했던 콘돔이 불량품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녀가 품은 아이가 우리의 아이라는 데 다시금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으음. 그동안 혼자서 많이 힘들었겠네.”
“어? 아냐. 괜찮았어. 그보다 오빠는 괜찮아?”
“나? 어…….”
사실 좀 놀랬었다.
생각보다 더 괜찮았기 때문이다.
‘아니지. 너무 놀랐다고 해야 하나?’
그건 오랜만에 아버지를 꿈에서 보았던 것과 관련이 있었는데, 꿈에서 본 아버지는 젊은 시절의 그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이야! 우리 아들 이제 나보다 더 늙었네.”
돌아갔을 때 당시 아버지 나이가 마흔 살이었으니 확실히 이제 내가 아버지보다 더 나이가 많기는 했다. 하지만 돌아가신 분이 저렇게 해맑은 모습으로 저리 말하니 나로서는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겨우 한 살 많은데요. 그…… 어쩐 일이세요.”
“……어쩐 일이라니. 진심으로 한 말이냐.”
“어차피 꿈인데요. 뭘.”
“하여간 옛날과 달리 이제 귀여운 게 없어졌어.”
아버지는 특유의 넉살 어린 모습으로 투덜거리셨고, 나는 그 모습이 너무도 정겨우면서도 그리웠던 터라 조금은 아련한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아야 했다.
이후 아버지와 정말 별것 아닌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었었다.
어머니는 여전히 예쁜지. 혹시 재혼한 건 아닌지 같은 팔불출 남편다운 이야기부터 시작해 동생은 잘 살고 있는지, 음악을 하고 있는지 등등의 이야기들.
다만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는 말하지 않았었다.
괜히 아버지가 걱정을 할까? 싶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버지도 그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신 시간에 쫓기는 이처럼 그저 그간의 이야기들을 떠들어대기 바빴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어느 순간 아버지와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왔음을 느끼게 되었다.
그 순간 나는 두려움에 젖어 들었다.
이후 다시는 이렇게 꿈에서 아버지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 아버지는 특유의 넉살 어린 웃음을 지어 보이더니, 옛날 나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나의 머리를 투박하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정말 즐거웠다. 정말 걱정이 많았었는데, 네가 너무 잘 해주어서 정말 다행이었어.”
“…….”
“아! 가기 전에 선물 하나 주고 갈게. 이건 서비스라고 하던데. 여하튼 이거 받아.”
그러며 나에게 거울을 하나 주었는데, 그건 여느 거울과는 달랐다.
유리에 얇은 은으로 막을 입힌 거울이었고, 나는 그걸 받은 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그게 태몽이었던 걸까?”
“응?”
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 못 하는 제이미에게 나지막이 웃으며 아버지가 나왔던 꿈 이야기를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