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19
7장. 이나은
이나은과 재회하던 그 날.
영찬은 하던 일들을 모두 내려놓고 생각에 빠져들었다.
-딸깍딸깍-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인터넷 서핑을 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종종 말없이 허공을 쳐다보기도 했다.
늦은 새벽이 되어서야 그는 마른 세수와 함께 긴 한숨을 토해냈다.
“하아~. 생각했던 거 달라진 게 많네.”
달라진 역사에 영향을 받은 건 이나은만이 아니었다.
그에 앞서 최초로 일본 시장에 최초의 한류 아이돌의 위엄을 보여주었던 레드나인의 멤버들 중 절반 이상이 데뷔조차 하지 못했다.
YC엔터에서 내놓은 첫 번째 아이돌 그룹이었던만큼 영찬이 일일이 그 재능을 확신했던 이들이었다.
그런 재능을 지녔으니 당연히 데뷔를 했을 것이라고 여겼는데, 지금 보니 이들 중 4명만이 저마다 다른 팀에서 데뷔를 했을 뿐이다.
그나마도 다들 대형 기획사가 아닌 중소 엔터에서 데뷔했던만큼, 그들은 크게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건 그녀들만이 아니었다.
레드 나인의 성공에 힘입어 제작된 6인조 블루독 아이돌 또한 그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이들의 경우는 모두 데뷔를 하기는 했지만, 그 뿐이었다.
이들 또한 대형 기획사는 그들의 재능을 알아 차리지 못했다.
그들 또한 저마다 중소 엔터의 아이돌이 되었고, 이 중 몇몇 팀의 경우 소속사의 갑질에 연예계를 완전히 은퇴했다.
그 외에도 여러 이들이 달라진 생을 살고 있었다.
“…몰랐다면 기만이겠지. 그저 모른 척 하고 싶었던 것 뿐이었다.”
영찬도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막연히 그들이 잘 살고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가 본 그들의 재능은 장태식 삼촌의 말대로나마 진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원석도 제대로 가꾸지 못하면 빛을 발하지 못하듯이 그들 또한 그러했다.
결국 수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그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 말이 뜻하는 건 명확했다.
“해야 할 일이 늘었네.”
그는 앞으로 최대한 저쪽 세상에서 연이 있었던 이들에게 손을 뻗어 볼 생각이었다.
단순히 감성적인 면에서 내린 결과는 아니었다.
이성적으로 볼 때 이미 저쪽 세상에서 몇 번이고 증명 했던 그들을 품지 않는다는 게 더 웃긴 일이었다.
“그 시작은 나은이부터겠네.”
그가 알던 이나은과는 너무도 달랐던 카페 직원으로서의 이나은의 모습을 떠올리던 영찬은 소리없이 웃음을 흘렸다.
시작부터 국내 탑 솔로 여가수를 낚아 챈다는 것이 아무래도 마음에도 들었던 모양이다.
“벌써 아침이네.”
창밖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에 영찬은 그제야 자신이 밤을 새웠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걸 자각하자 잠이 몰려들었다.
-우우우웅!-
그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전세방에 놓인 침대에 누위였고, 그렇게 잠에 들려는 순간 폰에서 진동이 일었다.
자신이 알람을 맞춰 놓았던가? 싶어 무심하게 들어올리다, 이내 그의 입가에 큰 호선이 그어졌다.
너무도 반가운 이가 전화가 왔기 때문이다.
영국으로 유학을 간 그의 동생 희정이었다.
그의 눈은 언제 졸렸는지 알 수 없을만큼 반짝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오빠! 이 돈 뭐야?”
“뭐긴 뭐야. 우리 귀여운 동생 용돈하라고 보낸 거지.”
“….오빠 3000파운드(500만원)나 보냈어.”
“하하. 왜 부족해?”
“이렇게 많이 보내면 어떡해. 내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 나 잘 지내. 돈 안 보내줘도 된다고 했잖아.”
영찬은 동생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동생의 말이 괜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희정은 학비, 숙박, 런던을 오가는 항공편 및 생활비를 포함하는 영국의 전액 기금 장학금 중 하나를 받고 있었다.
개발 도상국 출신의 석사 학위 프로그램에만 적용되는 장학금으로, 그만큼 받기 어려웠지만 그녀는 훌륭히 자신을 증명해 이를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미쳐 날뛰고 있는 영국의 물가를 감당할 수 있을리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알지 못한 영찬이 만들어 준 유학비를 가져간 것이며, 그곳으로도 부족해 그녀는 종종 파트 알바를 뛰고 있었다.
실제로 지난 달부터 집세가 올라가면서 알바 시간을 늘려야 하는 걸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와중에 영찬이 거금을 보낸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기뻐하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너무도 일찍이 철이 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영찬은 그녀의 비워진 아버지의 빈 자리를 채워주려 무던히 노력했었고, 희정 또한 그런 오빠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고맙고 미안했던 오빠였기에 그녀는 힘든 유학 생활에서도 끝내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처럼 잘 지내고 있다. 라는 말로 무던히 넘길 뿐이다.
그런 와중에 갑자기 거금이 이체되니 그녀는 한국이 이른 시간임을 알면서도 놀라 전화할 수밖에 없었다.
딸처럼 마냥 키웠던 동생의 마음을 어찌 모를까?
영찬은 그런 동생을 기특하게 여기며 저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하하. 벌써부터 놀라면 안 되는데.”
“왜? 무슨 일이 있는거야?”
“무슨 일이라고 한다면야 무슨 일이기는 하지.”
사실 그는 아직 자신이 음악을 한다는 것을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동생인 희정이 그렇듯이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게 객관적으로본다면 평생 음악과는 무관한 인생을 살다 30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음악을 하겠다고 뛰어드는 셈인 거다.
정상적인 사고를 갖춘 이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
당연히 가족들이라면 지인이라면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연락을 할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자리가 잡히고 있었다.
너튜브 수입을 제하고도 케세라세라에서 받는 돈만 1000만원@이다.
이것도 한 달이 아니라 한 주에 벌어들이는 돈이었다.
단순히 출연료만 1000만원으로, 이 외에 매출의 10%가 그의 수익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어제의 경우는 3000만원이 넘는 돈이 그의 잔고에 들어왔을 정도다.
거기에 너튜브 수입까지 합친다면 이번 달에 2억 정도의 수익이 발생했다.
공장에서 일했을 때에 감히 생각지 못했던 돈을 고작 한 달만에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것이 아님에도 이 같은 수익을 올리고 있게 되자, 영찬은 슬슬 이야기를 할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전날 그가 이나은을 만났던 카페에서 고민 끝에 동생에게 용돈을 보내기로 결정한 건 이 때문이었다.
그렇게 영찬은 그간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반응은 영찬의 예상보다도 더 격렬했다.
“뭐? 음악을 한다고?”
“너튜브 채널? 공연? 오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
희정은 영찬이 돈을 보냈던 걸 확인했을 때보다 더 놀라며 믿지 못한 태도를 보였다.
하기야 이해 못할 일은 아니었다.
그녀가 본 오빠는 어릴 때부터 돈을 벌겠다며 삭막한 사회에 뛰어들었던 이라서다.
알바로 벌어든인 돈으로 자신이 가지고 싶어하던 인형이나 학용품 등을 사주던 오빠는 졸업과 동시에 공장기름밥을 먹기 시작했다.
평생을 그랬던 오빠였기에 희정은 그와는 너무나 동 떨어진 영역인 음악을 한다는 걸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니깐 오래전부터 오빠는 음악에 관심이 있었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고. 내가 지금 이해하고 있는 게 맞아?”
“맞아. 이건 내 채널이야.”
영찬은 너튜브 채널 주소를 sns로 보내 주었다.
“자, 잠깐만. 그러니깐….오빠 주소를 잘 못 보낸 것 같은데.”
“….맞는데?”
“오빠가 아닌데. 아니 잠깐만….”
안 그래도 혼란스러웠던 그녀는 영찬이 보내 준 너튜브 채널을 보고 더욱 혼란에 빠져들고 말았다.
보내 준 채널이 벌써 구독자가 100만이 넘은 대형 채널이라는 것도 놀랍지만, 정말 놀란 건 그 영상에서 나오는 이가 그녀가 기억한 오빠의 모습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다 맞다는 오빠의 말에 그녀는 그 영상의 사내가 오빠와 닮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하하. 오빠가 살을 좀 많이 빼기는 했나보다. 우리 희정이도 이렇게 못 알아 보는 걸 보면.”
“아아악! 좀 많이 뺀 게 아니잖아! 이거 누구야!”
너무 놀라 비명을 지르는 동생에 영찬은 장난스레 웃어대며 말을 이었다.
“크크. 우리 희정이 반응 보니 진작 살을 뺄 걸 그랬네.”
“맙소사. 이게 우리 오빠라고!”
“그래, 너의 오라버니란다. 자자~. 이제 그만 놀래고 자야지. 영국은 벌써 밤 12시가 넘지 않았어?”
“잠이…잠이 올 리가 없잖아!”
“크크크.”
한국대에 들어가면서 의젓한 모습을 보이던 동생이 오랜만에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보이자 영찬은 절로 웃음이 일었다.
“조만간 영국에도 한 번 방문할게. 그때까지 종종 용돈 보내는 걸로 맛나는 것 먹고 예쁜 옷도 사 입고 그래. 알았지?”
“….용돈 안 보내줘도 된다니깐.”
한번 물꼬가 터지자 어릴 때처럼 투덜거려대는 동생이 너무도 귀여웠던 영찬은 흘러나오는 웃음을 애써 감추며 아쉬움 속에서 통화를 끊었다.
“이제 엄마만 남았네. 뭐~. 엄마는 천천히 가지 뭐.”
영찬은 적어도 정식으로 활동을 하게 되면 그때에나 말을 할까? 생각 중이었다.
자식들을 건사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다보니 그의 어머니는 생각보다 신문물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도 그 흔한 스마트폰 대신 구형 폴더폰으로 전화나 문자만 할 뿐이었다.
그런 분에게 이해하기 힘든 너튜브 채널 등을 이야기하며 지금 자신의 상황을 이해시킨다는 건 여러모로 힘든 일이었다.
그럴 바에야 옛날 사람도 한 번에 알 수 있는 티비 출연으로 자신의 상황을 알리는 게 나았다.
-위이잉. 위이잉!-
영찬은 통화를 끝낸 뒤에도 끊이지 않는 동생의 문자에 실실 거리며 답하다 어느새 몰려든 수마를 이기지 못해 잠에 들고 말았다.
-퉁! 다다다단!-
낡은 통기타를 튕기던 이나은은 과거의 명곡들을 노래 하기 시작했다.
“저 멀리 떠나가는 파랑새~”
그녀의 기타 솜씨는 그리 뛰어나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그걸 모두 덮고도 남았다.
가창력이 뛰어나다기보다는 그녀가 지닌 맑고 깊은 음색이 풍부한 감성을 내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의 감성적인 목소리는 과거 유행하던 정적인 면이 있는 옛 명곡들과 잘 어울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그 노래의 진가를 알아 봐주는 이들은 몇 되지 않았다.
그녀의 노래 스타일이 지금의 시대와는 거리가 멀기도 한데다, 무엇보다 그녀가 노래하는 장소 또한 그와는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금은 시끄러운 락 카페와 그녀의 노래는 확실히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가 이곳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건 그녀의 재능을 알아 본 이곳 사장의 추천 덕분이다.
물론 반응이 좋지 못하다보니 알바비 수준의 페이를 챙겨주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 마저도 이나은에게는 감사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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