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20
8장. Legends of Rock
“감사합니다.”
-짝짝짝-
자작곡을 끝으로 스테이지에서 내려오던 그녀는 우렁찬 박수 소리에 움찔했다. 평소 형식적인 박수 소리와는 너무도 다른 박수 소리에 놀란 모양이다.
“아!”
박수를 친 이를 확인한 이나은의 눈이 토끼처럼 커졌다.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있어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한눈에 그가 누구인지 알아 보았다.
바로 이틀 전 그녀가 사인을 받았던, 갓 싱어. 혹은 YC로도 불려지고 있는 영찬이었다.
그녀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서둘러 영찬에게 다가갔다.
“아, 안녕하세요.”
“하하. 오랜만이네요. 그나저나 취미 수준이 아니던데요.”
“네? 아, 감사합니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 잘하세요.”
“……”
이나은은 영찬의 거듭된 칭찬에 안 그래도 붉혀지던 얼굴이 빨갛게 익어갔다.
다른 이라면 모를까?
내성적인 그녀가 용기를 내어 사인을 받았을 정도로 우상으로 여기고 있는 영찬의 칭찬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괜찮다면 잠깐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괜찮나요?”
“네. 괜찮아요. 잠시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는 콩닥콩닥 뛰어대는 심장 소리에 정신이 없었다. 그녀는 마음을 진정시킬 겸 물을 마시려 이곳 락 카페의 사장님에게 다가갔다.
이곳 락 카페의 주인인 중년의 여사장은 그녀가 빨갛게 익은 얼굴로 다가오자 장난기 어린 얼굴로 물었다.
“오~. 남자친구? 괜찮은데?””
“아, 아니에요.”
“아니긴…나은이도 이제 솔로 탈출인가?”
“아뇨~. 아니라니까요.”
“아하하. 알았어.”
마음을 진정시키러 왔다 화들짝 놀라게 된 이나은은 짐짓 원망스럽다는 눈빛으로 사장을 바라보다 돌아섰다.
목이 마른 건지 긴장을 한 건지 그녀가 어느새 가져온 물 한통을 비웠을 때쯤 영찬은 찾아온 이유를 이야기했다.
“이나은 씨를 저희 YC 엔터로 모시고 싶습니다.”
“저를요?”
“네. 오늘 무대를 보니 확신이 드네요.”
“…..”
갑작스러운 제안이라서인지 말문을 잃은 이나은과 달리 영찬은 들뜬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실력이 퇴보된 게 아닐까? 걱정했었는데.’
이나은을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영찬은 재데뷔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 여겼다.
그럴만 한 게 그녀가 앨범을 낸 건 5년 전이었기 때문이다.
앨범이 망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요계를 떠나게 된 경우 대게가 음악과는 무관한 삶을 살았으니 영찬이 우려를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이 무색할만큼 이나은의 실력은 퇴보되지 않았다.
‘새벽녘 감수성이 짙은 노래였다.’
그녀가 노래한 곳이 이런 락 카페가 아니라 조용한 카페 같은 곳이었다면 그녀의 자작곡은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었을 것이다.
저쪽 세상에서는 본 적이 없는 모습.
아니 오히려 그가 본 전성기 때보다 나은 모습을 보였다.
영찬은 그 이유에 대해 짐작하는 부분이 있었다.
‘오로지 자신의 성향에 맞는 노래에만 치중하다보니 이런 감수성 어린 노래를 할 수 있게 된 거겠지.’
물론 너무 딥하다보니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영화로 치면 상업 쪽은 아예 고려도 하지 않은 예술 영화를 보는 듯 하달까?
영찬은 자신이 잡아줘야 할 부분이 이런 것이라 여겼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법을 가르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
대중성과 예술성은 양립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영찬은 이 말을 그저 개소리로 취급 할 뿐이다.
그로서는 역량이 부족한 걸 마치 객관적인 사실이마냥 지껄여 대는 게 우습지도 않았다.
‘듣는 이가 없다면 그 노래에 무슨 가치가 있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너무 대중성에만 기울여진다면 음악이라는 특별함이 사라진다.
그러니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 적절한 조화가 필요했다.
영찬이 그녀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이러한 균형이다.
이나은이 침묵을 깬 건 그로부터 적잖은 시간이 지난 뒤였다.
붉은 기색이 많이 사그라지며 본래의 창백하리만큼 하얀 얼굴로 돌아온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고백하듯 말을 꺼냈다.
“사실 예전에 앨범을 낸 적이 있어요. 아는 분들이 없을 정도로 망했는데….”
“알고 있습니다. 5년 전에 앨범을 내신 거. 그리고 왜 망했는지도 알아요.”
“네에?”
“도대체 누구입니까? 이제 중학교 3학년에게 그런 어울리지도 않는 노래를 부르게 한 이가?” 이나은의 유일한 흑역사 시기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당시 그녀의 모습은 언밸런스의 극치였다.
-미상(迷想)-
당시 그녀가 불렀던 데뷔곡이었다.
노래 자체만 본다면 나쁘지 않았다.
아마 노래에 담긴 그 복잡한 감수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인생의 경험이 많은 기성 가수가 불렀다면 제법 좋은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노래와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병아리 같은 아이에게 이 노래를 부르게 만들었으니 잘 될 리가 없었다.
그건 어린 아이에게 어른 화장을 시키고 치정(癡情)물을 찍게 하는 것만큼이나 기괴한 일이었다.
이를 보면 그녀의 데뷔가 망한 건 필연적인 일인 듯 하다.
이후 이나은이 있던 엔터는 YC엔터에게 투자를 받은 뒤 그 피드백을 받아들여 새롭게 데뷔했고 이때부터 조금씩 그녀의 인지도가 높아져갔지만, 이 세상의 그녀는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사실, 제가 하고 싶다고 했어요.”
“……”
생각지도 못한 비사에 영찬은 잠시 말문을 잃어 버렸다.
이 기괴한 일을 한 게 본인이었다는 걸 알게 되니 괜히 앞서 비난했던 게 민망할 지경이다.
이후 영찬은 분위기를 바꾸려 다른 이야기로 의도했고, 그 과정에서 영찬은 자연스럽게 미니 팬미팅과 같은 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영찬이 인정할 정도의 재능이 있는 그녀다보니 영찬의 노래가 그의 음악이 얼마나 위대한지 잘 알고 있었기에 그에 대한 그녀의 찬사는 끝이 없었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찬사를 늘여놓았고, 영찬은 조금은 혼란스럽다는 생각을 하며 그 자리를 끝내었다.
“그럼, 생각 있으시면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네에.”
그녀도 뒤늦게 자신이 영찬에게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는 걸 자각하고는 민망하듯 다시금 얼굴을 붉혀댔다.
다음 날.
다행히 그녀는 영찬에게 연락을 주었고, 그렇게 이나은은 YC 엔터의 3번째 아티스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