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22
8장. Legends of 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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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gends of Rock’은 2시간에 걸쳐 방송되었다.
케이블 답게 중간에 끼어 있는 광고만 3번이었고, 광고 시간도 짧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시기 케이블과 지상파 사이의 광고 단가는 5~10배까지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엄청난 자본을 부은 ‘Legends of Rock’이다보니 이 정도는 기본으로 깔고 가야했다.
다행히 ‘Legends of Rock’에 진출한 밴드들의 실력은 뛰어났다.
실력은 있지만 인지도가 없던 밴드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세상에 드러나면서 생긴 일이었다.
이 때문에 다음 스테이지로 무사히 출전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영찬의 삼촌들은 저마다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G1 밴드가 등장한 것은 2부의 끝자락에서였다.
“그래, 주인공은 언제나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지.”
“힘내라!”
“다 발라버려!”
“좋다. 좋아. 역시 지원이네. 무대 오르니 긴장한 티가 안 나는데.”
“잘한다. 내 새끼들!”
“….이거 녹화인 거 알고 있으시죠?”
너무도 몰입한 삼촌들을 일깨우려던 영찬의 말에도 그들은 쉬이 진정할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들이 조용해진 시점은 G1 밴드가 공연 준비를 끝냈다는 신호를 던졌을 때였다.
-다다다당!-
-두두두둥!-
기타 소리와 드럼 소리가 꼬리를 물더니 이내 키보드 건반이 그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곡 전체의 흐름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진짜는 베이스였다.
-뚱땅땅! 둥당!-
뒤늦게 시작된 베이스의 소리가 추가되자 하드록의 베이스이던 곡 전체의 분위기가 거짓말처럼 말랑말랑해진 것이다.
‘이거? 설마 아담의 러브?’
‘와. 이걸 이렇게 편곡했다고?’
‘이 새끼······. 정말 미쳤구나.’
‘내가 뭘 듣고 있는 거지?’
‘크아아앙! 괴수가 울부짖었다! 왜 갑자기 투명 괴수가 생각나지?’
아담.
90년대 후반 비주류가 되어가는 락의 마지막 전성기에 나타난 락 밴드였다. 이들의 노래는 지금 시대에서 들어도 촌스럽지 않을 정도로 세련되었는데 그래서인지 당시에도 선풍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았었다.
그들의 곡 중에서도 2집 타이틀이던 ‘러브’는 유독 여성 팬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이는 그 강렬한 하드록 스타일의 연주와 달리 순수한 가사 덕분이었다.
‘러브’의 가사는 바보 같은 순애보의 사랑을 그린 내용이다.
영찬이 G1 밴드에게 이 곡을 추천한 것은 바로 이 가사 때문이다.
무대 짬에서부터 감히 상대가 되지 않는 헤비메탈 같은 거로 덤비기보다는 G1 밴드만이 보일 수 있는 확실한 색깔을 내세우자는 작전을 짠 것이다.
당연히도 G1 밴드는 두 말 없이 영찬의 의견을 따랐다.
그렇게 편곡한 러브는 영찬을 그간 안다고 생각했던 블랙 타이거의 멤버들마저 놀라는 수준으로 편곡되었다.
보통 편곡을 하는 경우, 대부분 박자와 음정 키를 먼저 손댄다.
원곡의 분위기를 살리면서 부르는 가수에 맞게 편곡을 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곡의 완성도가 높을수록 욕심을 부리는 것을 금해야 했는데, 이는 자칫 욕심을 부리다 방향을 잃고 방랑을 하거나 혹은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보편적으로 빠른 곡은 느리게 느린 곡은 빠른 박자로 쪼개어 색다른 느낌을 만든 다음 이후 가수의 음정에 맞추어 키를 맞추고, 그다음으로 전체적으로 다듬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라드 요소나 혹은 중간에 랩을 넣을 수 있는 부분을 만들거나, 좀 더 특이점을 넣어 보려면 국악이나 혹은 제3세계의 악기나 음을 넣기도 한다.
그러나 영찬이 편곡한 아담의 러브는 궤를 달리했다.
분명 그 겉모습은 러브가 맞기는 한데, 정작 안을 살펴보면 모든 게 바뀌어 있었다. 사실상 G1 밴드에 맞추어져 진 곡으로 새롭게 작곡된 곡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그러면서도 본곡의 겉모양새를 보이었으니 이건 옆에서 본다고 해서 따라 할 수 있는 재주가 아니었다.
실제로 이렇게 편곡하는 경우 자칫 거북한 느낌을 주기 쉽다. 원곡을 아는 관객들에게는 불쾌한 골짜기 같은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낄 가능성은 높은 것이다.
하지만 영찬이 편곡한 러브는 그런 거부감 따위는 1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거북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곡의 레벨 자체를 최소 한 단계 이상 높여버린 모습이다.
곡의 퀄러티만 달라진 게 아니었다.
이 곡이 말하고자 하는 흐름도 바뀌었다.
원곡의 ‘러브’가 20대의 뜨거운 사랑을 담았다면, 영찬이 편곡하고 박지원이 부르는 러브는 그와는 색이 완전 달랐다.
“바보라고 놀려도 저는 웃을 뿐이죠. 그저 당신 옆에 있는 게 좋아요.”
마치 시골 소녀의 순수한 짝사랑을 보는 듯했다.
첫 열병에 어쩔 줄 몰라 끙끙 거리는 모습이 머릿속에 절로 그려지는 G1 밴드의 러브는 너무도 순수해서 오히려 자극적이었다.
실제로 화면이 잠시 전환되면서 비친 관객 중 저도 모르게 촉촉해진 눈가를 훔치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었을 정도다.
놀라운 건 그 색깔을 내는 게 지원의 보컬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G1 밴드의 악기 소리 또한 이상하리만큼 밝고 순수한 느낌을 주며 곡이 가져다주는 순수함을 더욱 부각시켰다.
“고마워~요. 그대가 나의 곁에 머물러줘서.”
가사와 달리 씁쓸함이 가득한 지원의 목소리에서 관객들은 알 수 있었다.
그가 끝내 소녀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말이다.
그리고 소녀는 언제까지나 그것으로도 만족해할 것이라는 것도.
아프고 순수한 G1 밴드의 러브는 그렇게 관객들에게 충격적인 흔적을 남기며 그렇게 끝을 맞이했다.
“가, 감사합니다.”
노래가 끝이 난 뒤에도 별다른 호응이 없자 당황하던 지원은 어렵게 인사를 남겼고 그제야 관객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와아아아!-
폭풍과도 같은 박수와 환호 소리가 그들을 집어 삼켰다.
“하하하.”
그제야 G1 밴드는 자신들이 해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들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두 손을 번쩍 들어 보이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관객들의 환호 속에서 심사위원으로 온 3대 밴드의 리더들은 놀란 심정을 저마다 숨기지 못했다.
그들은 서둘러 이들의 이력이 적혀 있던 문서를 살폈고 이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았다.
“YC? 활동 내역은 없군. 이런 자가 신인일 리 없는데 도대체 누구지?”
“해외 쪽 아닌가?”
“아! 아니네. 여기 보니 저 애들 기획사가 YC 엔터테인먼트라고 된 거 보면.”
“JYD 엔터 같은 거면 YC도 이니셜 같은 거겠지?”
“한 번 찾아보라고 해야겠네.”
“누군지 몰라도 곡 하나 받으면 좋겠는데.”
“어휴. 거 형님들 다 늙어서 앨범 또 내시려고? 받을 거면 우리가 받는 게 낫지.”
“하하하. 누가 보면 니네가 젊은 줄 알겠네. 너희도 환갑 넘긴 지 오래인데, 젊은 척하지 마라.
”형님들 보다는 젊은 건 팩트 아니유.“
한국 음악사에 획을 그은 레전드들 답게 이들은 G1 밴드보다는 이들을 프로듀서 한 YC에 관심을 두었다.
확실히 나이에 비해 뛰어나기는 하지만, 프로 레벨로 본다면 전체적으로 G1 밴드는 아직 아쉬움은 많았다.
“아, 궁금한데. 애들한테 물어보죠.”
심사위원 중 한 명이 못 참겠다는 듯 마이크를 들었다.
“정말 대단한 무대였습니다. 설마 아담의 러브를 이렇게 편곡해 불렀을 줄 몰랐네요. 오랜만에 몰아치는 감수성에 싱숭생숭해질 정도였어요.”
“헤헤.”
“여기 보니깐 편곡을 하신 분이 YC라고 하던데? 누구인가요?”
“YC? 아! 저희 사부님이에요.”
“사부님?”
요즘에는 잘 쓰지 않는 단어이기에 심사위원은 잠시 말문을 잃었다. 그런 그 침묵에 아랑곤하지 않은 채 지원은 들뜬 모습을 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네! 최고의 뮤지션인 저희 사부님이 블랙 타이거라는 이름으로 현재 데뷔 준비 중이십니다.”
“블랙 타이거? 설마 밴드인가요?”
“네. 맞아요. 그것도 정말 세상에서 가장 끝내주는 밴드에요. 내년에 나온다고는 한던데, 듣기로는 초판은 적게 찍는다고 하니깐 꼭 사세요. 나중에 가치가 엄청 높아질 거예요.”
“하하하. 그런 것도 알아요?”
“그럼요. 심사위원분들도 무조건 사세요. 세계 최고의 명반을 들을 기회에요.”
“그렇게까지 말하니 욕심이 나네요. 아예 블랙 타이거를 이 무대에 세우는 건 어떤가요?”
“아! 아마 수락하시지 않을까요?”
“PD님 들으셨죠. 수락하신답니다. 섭외 꼭 해주세요.”
“하하하!”
세계에서 가장 끝내주는 밴드이니 최고의 명반이니 이런 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이는 없었다. 그보다는 이야기를 나눌수록 점점 더 궁금해지는 YC의 정체에 대한 호기심이 커질 뿐이었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G1 밴드는 별다른 긴장감 없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게 되었다.
아이들이 자신들을 홍보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블랙 타이거 멤버들은 번지는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정말 기특하기 그지없다니깐?”
“그러게. 저런 착하고 귀여운 아이들을 악마처럼 굴리고 있다니 대단하다. 너도 참.”
“스톡홀름 증후군(인질이 인질범들에게 동화되어 그들에게 동조하는 비이성적 현상을 가리키는 범죄심리학 용어)이 아닐까?”
“그렇지. 그렇지 않고서야 애들이 저렇게 좋아할 리 없지.”
“지원이 살 빠진 거 봐라.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 했으면···. 포동포동한 볼살이.”
영찬은 스톡홀름 증후군까지 이야기하며 자신을 비난하는 삼촌들에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다들 질투가 심하시군요. 젊고 재능 넘치는 뮤지션을 사랑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만.”
“……”
그 말에 그의 삼촌들은 무어라 말을 하려다 끝내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빌어먹을!”
무어라 반박하기에는 영찬의 말이 너무도 팩트였기 때문이라서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가기에는 자존심이 상한 모양인지 끝내 박시영이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보통 그런 말은 자기가 안 하지 않아?”
“제가 보통 같아 보이십니까? 나름 겸손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퉤.”
박시영은 바닥에 침을 뱉었다.
보통이 아닌 건 당연한 데다 겸손하다는 영찬의 말은 정말 재수없었지만 그 또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다면 젊은 나이에 저런 말도 안 되는 괴수 같은 재능을 가졌음에도 영찬은 오만하게 굴거나 하지 않았다.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박시영은 잘 알고 있었다.
영찬에 비하면 발가락의 때만큼도 못한 재능을 지닌 이들이 자뻑에 빠져 재수없게 구는 것을 숱 찾게 보았기 때문이다.
그걸 생각한다면 영찬의 정신 수양은 나이를 떠나 정말 대단한 경지에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었다.
“우리가 해냈다!”
손을 번쩍 든 것은 G1 밴드만이 아니었다.
바로 실시간으로 시청률을 확인하던 ‘Legends of Rock’ 제작진 또한 저마다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최고 시청률 3.2%.
지상파였다면 망했다고 걱정할 시청률이겠지만, 케이블인 A방송국에서는 그야말로 대박이라 할 수 있는 성적표였다.
그것도 지나친 오디션 프로그램들로 인해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한 현 시국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러했다.
“그래, 내 생각대로야. G1 밴드가 이 프로그램의 키가 될거다!”
아닌 게 아니라 G1 밴드는 사람들이 좋아할 모든 요소가 담겨 있었다.
본선에 진출한 유일한 10대 밴드라는 점도 그렇고, 그 보컬이 대단한 실력을 지닌 천재 미소녀라는 점도 그러했다.
특히나 이 실력파 미소녀의 스타성은 대단했다.
그저 가만히만 있어도 사람들의 눈길을 이끌었고, 노래를 부를 때면 마치 환한 조명이 바쳐주는 듯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를 간략히 조합하면 어리고 이쁜데 거기에 천재이기까지 한 밴드의 등장이었고, 당연히도 이런 조합을 싫어하는 이들은 세계 어디를 살펴도 없었다.
과연 첫 방송 이후 G1 밴드는 놀라울 만큼 인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인기만큼이나 ‘Legends of Rock’ 시청률 또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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