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25
9장. 홍의찬
9장. 홍의찬
-따라라랑-
짧은 기타 전주를 끝으로 나은의 자작곡이 끝이 났다.
녀석은 곡이 끝나기 무섭게 내 눈치를 살폈다.
나는 그런 녀석의 모습에 괜히 턱을 긁적거리다 어렵게 말을 꺼냈다.
“곡은 좋아. 아마 이쪽 종사자들이라면 대다수가 좋아할 거야. 다만….”
잠시 말을 끄는 나에게 나은은 짐짓 담담한 척 대신 말을 이었다.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거죠.”
“…..”
나는 어색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번으로 녀석의 곡을 평가한 건 7번째였다. 거의 1주일에 한 번씩 새로운 곡을 써왔던 녀석이었고, 그때마다 녀석의 곡은 발전했다.
문제는 그 발전의 방향이 내 의도와는 다르다는 것에 있다.
‘음악성이 높아지는 쪽으로 간다는 거지.’
아마 클래식을 전공했다면 박수를 받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녀석이 가야할 곳은 대중음악이었고, 그 말은 자신의 음악성을 일부 내려놓는 타협을 해야한다는 이야기였다.
정확히는 그렇게해서라도 그 방향을 바꾸어가야 했다.
이대로라면 나 같은 진성 뮤지션이나 좋아할 법한 음악이나 만들어 낼 게 분명했다.
‘이런 걸 보면 천재라는 게 마냥 좋은 거는 아닌 것 같네.’
재능이 뛰어나다보니 제 멋대로 단계를 훌쩍 뛰어넘어 버린다.
그냥 하나를 가르치면 하나나 둘 정도를 알아 듣는 수재 정도면 가르치기도 편할텐데, 이래서야 럭비공처럼 도무지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어중간하다는 건 참 어렵구나.’
뭐 천재니 뭐니 평가를 내리긴 했지만, 사실 이게 녀석에 대한 솔직한 나의 감상이다.
남들이 들으면 재수없다고 하겠지만, 차라리 나 같이 상식을 벗어난 재능을 지녔다면 녀석은 이런 골칫거리를 썩을 필요도 없을 터였다.
어쨌든 지금 같은 방향으로는 도무지 일이 되지 않을 것 같았기에 나는 방법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좀 많이 돌아가야 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녀석의 방향성을 억지로라도 바꾸려면 독한 처방전을 내릴 수밖에.
“이…이걸 하라고요?”
“그래. 기타도 이제 손에서 내려놓고 지금부터 이걸 연습하는거야.”
“…..”
내가 내 준 과제에 안 그래도 하얀 얼굴이 더 창백하게 변해갔다.
나는 녀석이 그러거나 말거나 말을 이어갔다.
“이미 말은 다 해놨으니 마스터 해 놔. 물론 춤까지.”
“춤…춤이요?”
“그래. 내가 토끼가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추면 무대를 독보일 수 있을 거야.”
“저….춤 못 추는데요. 배운 적이 없어요.”
“그래. 알고 있어. 그래서 이미 춤 선생도 준비 해 놨지. 부지런히 해. 나름 비싸게 준비한 안무야.”
“사, 사장님.”
애절한 눈으로 나를 부르는 나은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웠지만, 나는 끝내 녀석의 바람을 거절했다.
“이게 다 너를 위한 거니. 힘내 봐.”
“크으윽.”
내가 뜻을 바꿀 생각이 없음을 알았던지 그제야 나은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런 나은을 보며 나는 몰래 고개를 주억거려댔다.
‘몇 년 전이기는 하지만 원래 네가 했던 노래이기도 하니 힘내 봐.’
내가 녀석에게 준 곡은 1집 미상을 처참히 말아먹은 뒤, 다음 미니 앨범에서 활동했던 곡이었다.
제목은 ‘바니바니’ 그 이름처럼 토끼를 연상케 하는 통통 튀는 귀여운 멜로디와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다.
10대라지만 미상을 제법 불렀을 정도로 조숙한 나은으로서는 개인적으로 힘겨워 하던 곡이지만, 별개로 그녀의 팬들은 이를 너무도 좋아했다.
이 때문에 콘서트 때에는 커다란 토끼 인형탈을 입고 무대를 하기도 했다.
나는 역사가 비틀어지며 탄생되지 않은 이나은의 ‘바니바니’를 가져와 새롭게 편곡했다.
원곡도 나쁘지 않았지만 너무 1집 때의 이미지를 벗으려 극단적인 형태로 작곡된 곡이다보니 사실 귀여운 거 말고는 볼 게 없는 곡이었다.
그런데도 나름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건 토끼 상이던 이나은의 귀여운 외모 덕이 컸다.
자칫 지나칠 곡의 귀여운 분위기가 이나은의 외모로 인해 설득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투 머치 였다는 건 분명했고, 나는 그 아쉬운 점을 보완해 편곡했다.
‘10대 때도 그렇게 싫어했는데 이제 20살이 된 녀석이 그걸 감당할 리가 없지.’
물론 팬들의 요청이 있다면야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녀석은 하겠지만, 지금은 그것도 아니지 않은가?
나는 투 머치 수준의 귀여운 분위기를 덜어내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그를 채워넣었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오는 토끼 같은 모습으로 음악의 매력을 돋구어 놓았다.
등급으로 평가한다면 A-등급이다.
내가 손을 댄 편곡치고는 낮은 편이기는 했지만, 원곡 자체가 대중성을 크게 강조한 곡이다보니 이 정도가 한계였다.
더 이상 손을 대었다가는 아예 원곡의 색깔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뭐 같은 곡이라도 누가 부르냐에 따라 또 등급이 달라지기 마련이니까.”
아마 본 역사에서도 그랬듯이 이나은은 이 곡을 이 등급 이상의 수준으로 완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거기까지 가는 과정은 제법 험난할테지만 말이다.
“상황을 봐서 이 곡으로 데뷔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아마 서너달은 걸릴 것이다.
이것도 짧게 잡은 것이었다. 스스로가 유명한 몸치라고 말하고 다녔으니만큼 노력을 한다고 해도 서너달은 족히 공을 들여야 할 터.
‘상황을 봐서 다음 앨범도 이런 식으로 갈지 결정해야지.’
나은이에게는 미안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의 컨셉을 하나 더 잡았으면 싶었다.
그렇게 이나은의 대한 레슨의 방향을 잡았을 때쯤, 드디어 블랙 타이거의 음원 녹음도 끝이 났다.
어느새 마스터링(소비자에게 배포하기 위하여 시행되는 마지막 편집 단계)을 앞두고 있었고, 시간이 적잖이 남은 나는 천천히 고민을 해볼 생각이었다.
시간이 남은 건 다름 아닌 뮤비 때문이다.
치킨 집으로 계약을 요청을 하러 간 사흘 뒤 홍의찬에게서 연락이 왔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흘 만에 만난 홍의찬은 초췌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며칠을 밤을 샌 듯한 모습이었는데, 그럼에도 눈빛은 흐트려짐 없이 강렬했다.
그는 나와 실장에게 자신이 준비한 파일을 내주며 말했다.
“말씀해주신 컨셉을 정리해 본 것입니다. 급하게 한 터라 조잡한 면이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역시…아니, 대단하십니다. 설마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이렇게까지 준비를 끝내셨을 줄 몰랐습니다.”
“아닙니다. 정말 대단하신건 사장님께서 구상하신 이 구상 속에 담긴 것들이지요.”
“…아하하.”
나는 어색하게 웃음만을 흘려야 했다.
그가 감탄한 그 컨셉과 영감은 본래 그에게서 나왔던 것이라서다.
홍의찬 카메라 워킹이라는 말이 붙을정도로 그의 독특한 앵글전환 기법과 그걸 극대화한 색채의 흐름.
이를 어우러지게 만드는 빛의 마법사라 불리는 엄청난 조명 사용법.
영찬은 그것을 뮤비 컨셉이라는 이름 아래 덕지덕지 발라냈다.
그건 홍의찬이 적어도 7년 이상을 현장에서 굴러야 나올 수 있는 영감의 집합체나 다름 없었다.
물론 이를 알려준다고 해서 그걸 표현할 수 있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술기보다는 그걸 살릴 수 있는 센스가 중요한 것이었고, 그런 점에서 본래 그의 것이었던 홍의찬은 크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을 터였다.
절망과 분노 속에 이쪽 시장에서 몸을 돌렸던 그가 전장에 돌아올 수밖에 없던 건 아마 이 이유일 때문일지도 모른다.
덕분에 아직은 아쉽기는 하지만 그의 천재적 감각이 담긴 뮤비의 초안이 이처럼 만들어졌다.
“……”
이를 옆에서 함께 본 실장은 그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평소 자신의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 그가 이정도 반응을 보인 걸 보면 어지간히도 놀랐던 모양이다.
나는 감탄해하는 실장을 대신해 준비해두었던 자료들을 그에게 내주었다.
“문서에 적었던 대로 좀 더 자세한 저희 쪽 초안입니다.”
과거 그가 보여주었던 그의 기법과 영감을 고스란히 담긴 자료였다.
-꿀꺽-
이에 홍의찬은 침을 꼴깍 삼키며 긴장한 표정으로 서둘러 자료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는 지금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모를 만큼 정신없이 빠져드는 모습을 보였다.
15분이 지난 뒤에야 홍의찬은 아쉬움을 애써 감추며 고개를 들었다.
완전히 넘어왔다고 본 나는 홍의찬에게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당신과 전속 계약을 맺고 싶습니다. 계약서입니다.”
전속 계약이라고 하지만 독단에 가까운 형태는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의 홍의찬에게는 대단히 유리한 계약이었다.
정확히는 그를 매니저먼트 하겠다는 계약에 가까웠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홍의찬은 YC엔터로부터 기본 급여를 따로 받는다.
뮤비 한 건마다 받는 비용은 당연히도 그때마다 다르게 책정하기로 했으며, 그 비용을 나누는 비율은 8:2로 이 중 8이 홍의찬의 몫이다.
그 외에도 YC 엔터에서 제작하는 뮤비의 최종 결정권자는 홍의찬에게 맡긴다는 조항이 적혀 있었다.
YC 엔터는 조언을 할 수 있을 뿐, 최종적으로 그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조항을 넣은 것이다.
계약 3년 뒤부터는 홍의찬이 영화를 찍을 경우 최소 투자의 30%를 보장하겠다는 조항도 있었다.
이제 막 이쪽에 발을 들인 신인 감독에게는 너무도 후한 조항들이었다.
홍의찬은 자신이 본 계약서 내용이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싶어? 보는 내내 고개를 갸웃거려댔다.
나는 그런 홍의찬에게 걱정말라는 뜻으로 말을 꺼냈다.
“저희가 원하는 것은 한 가지입니다. YC엔터의 일을 최우선으로 해 주는 것.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계약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거짓말처럼 더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이 자리에서 바로 사인을 마쳤다.
“저로서는 고마운 일이기는 합니다만 너무 급하게 결정한 것 아닙니까?”
나이는 나와 비슷할지언정 사회적으로는 초년생이라 할 수 있기기에 우려한 나의 말에 홍의찬은 고개를 저었다.
“무엇을 우려하시는지는 알겠지만, 저에게는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럼 뭐가 중요하다는 겁니까?”
“바로 사장님입니다.”
“??”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내가 보여준 그의 영감을 말하는 건 줄 알았다.
그러나 곧 그의 이어진 말에 그가 바라보고 있는 건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페르소나를 아십니까?”
“페르소나?”
모를 리 없었다.
세계의 여러 거장들과 콜라보를 하게 된 것도 그들에게서 페르소나 적인 요소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페르소나.
페르소나는 여러 뜻이 있지만 대게 또 다른 자신을 말할 때 쓰여진다.
보통은 감독이 자신의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존재로 썼는데, 나 또한 그런 의미로 레전드에게서 페르소나적인 영감을 얻었다.
나는 안다는 뜻으로 그에 대한 간략한 말을 꺼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말하는 건 그것보다 더 궁극적인 것을 뜻합니다.”
그러며 이어진 그의 페르소나에 대한 정의에 나는 당황스러운 눈길로 그를 바라보아야 했다.
홍의찬이 말하는 페르소나는 생의 목표를 뜻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자신이 끝내 닿고자 하는 경지를 말하는 것으로, 그는 그로서 나에게서 본 그 영감을 모조리 렌즈에 담을 수 있기를 바랬다.
이런 걸 보면 그는 정말 나를 진정한 의미의 페르소나로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뭘 보고 있는거지?’
그렇기에 나는 혼란스러웠다.
정작 저쪽에서 홍의찬과 작업할 때 그는 그 정도로 나를 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감을 얻지 못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내가 생각하는 수준의 페르소나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도대체 홍 감독 이 사람은 뭘 생각하고 있는거지?’
분야가 다르다보니 이쪽 분야의 천재인 그의 생각을 도무지 읽을 수가 없었다.
다만 느낄 수 있는 건 그의 반짝이는 눈빛에는 기대와 설레임이 가득하는 것 정도다.
내가 그와 눈을 마주하자 그는 왠지 알 수 없는 환희 어린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한 달만 시간을 주십시오. 그 안에 최종 컨셉을 잡아 돌아오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나는 그리 말하며 서둘러 법카를 그에게 내어주었다.
오랫동안 굶주렸던 탓인지 당장이라도 움직이고 싶어 하는 홍의찬의 생각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경비는 이걸로 해결하시면 됩니다. 아시겠지만, 영수증은 꼭 챙겨주십시오.”
“네. 그럼 저는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홍의찬은 법카를 챙기기 무섭게 마치 도망이라도 치듯이 YC 엔터를 나섰다.
그 모습이 황당했던지 실장은 선글라스를 벗으며 고개를 저어댔다.
“감독들 중에 기인이 많기는 하지만, 저 분은 특히나 그렇군요.”
“하하. 천재잖아요. 원래 천재는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있죠.”
“…..”
천재론을 이야기하니 실장이 황당하다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런 말은 니가 할 게 아니지? 라는 뜻이 담긴 시선이었는데,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어댔다.
이러고보면 확실히 각인된 기억과는 별개로 아직 공돌이던 나 자신에게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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