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26
9장. 홍의찬
홍의찬 감독에게 다시 연락을 받게 된 것은 정확히 한 달이 지난 오늘 아침이었다.
“드디어 연락이 되었습니다.”
“누구···. 아! 홍의찬 감독님요?”
“으드득. 네. 그 낮도깨비 같은 분 말입니다.”
이 점잖은 실장님이 이를 가는 모습에 나는 속으로 헛웃음을 지어야만 했다.
온통 영상에 대한 생각만 머리에 박혀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홍의찬 감독은 확실히 사회적 지능(인간관계에서 빗어지는 해결과제에 현명하게 대처해나가는 능력)이 떨어지는 인물이었다.
그건 영상과 관련된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 더욱 상태가 좋지 못했다.
하기야 앵글에 제대로 된 그림 하나 넣겠다고 열흘 넘게 연락이 두절되던 이었다. 덕분에 그 손실 금액이 1억이 넘었을 정도였다.
‘문제는 그렇게 만들어진 뮤비가 정말 끝내 주었다는 거지.’
그 뮤비 하나로 블랙 래빗은 데뷔와 함께 빌보드에 진출했다.
당시 세계적인 엔터사로 거듭난 YC 엔터였지만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이 빌보드에 발을 들인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단순히 음악만 좋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었는데, 뮤비가 그걸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당시 SNS 등에서 쇼트 영상이 유행을 하고 있었다. 자연 뮤비의 그 장면을 인상 깊게 본 이들이 쇼트 영상으로 편집 해 올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이 영상과 함께 나오는 노래 부분은 중독성 깊은 훅 부분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유명세를 탈 수밖에 없었다.
결과가 그처럼 미친 듯이 좋으니 감히 홍의찬 감독에게 무어라 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가 자신들의 작품을 찍을 때 그런 돌발 행동을 해주기를 은근히 바랬다.
그랬던 그가 한 달이나 소식이 끊겼었다.
하늘로 치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법카로 내 준 카드라도 쓴다면 대충 어디쯤 있을 것이라고 예측이라도 할 텐데, 법카를 잃어버리기도 한 것처럼 도무지 쓴 흔적이 없었다.
답답함 마음에 동업자이자 사실상 약혼자라고 할 수 있는 김도아를 찾아가 물었으나, 그녀도 소식이 끊긴 건 마찬가지라고 했다.
사랑하는 이가 그렇게 연락이 안 되면 초조해야 할 일이지만, 그녀는 그런 기색이 없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원래 뭐 하나에 꼽히면 정신없이 그거에만 파고드는 성격이라서 그래요. 그래도 약속은 잘 지키니 한 달을 넘지 않고 연락이 올 거예요.”
“대충 짐작 가는 것도 없습니까?”
“그게 저도 발동 거린 오빠는 도무지 예측이 안 되어서···.”
“그럼, 혹시라도 연락되면 전화 한 번이라도 해달라고 말씀해주세요.”
“네. 죄송합니다.”
과연 김도아 그녀의 말대로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연락이 왔다.
실장은 그의 연락을 받기 무섭게 부르륵 떨어댔지만, 끝내 욕짓거리를 내뱉지 않았다.
‘정말 대단한 인격자시구나.’
그 모습만 봐도 철없는 삼촌들과는 차원이 다른 어른이라는 게 느껴졌다.
나는 실장님이 진정하기를 기다리다 물었다.
“그래서 어디에 있었다고 합니까?”
“….홍콩이라고 합니다.”
“홍콩이요?”
“네. 지금 비행기 탄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지금 잡으러…아니 모시러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가시겠습니까?”
“아니요. 오늘은 이나은 씨에게 내 줄 과제가 있어서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실장과 헤어지고, 나은에게 있어 끔찍한 과제를 안겨 준 내가 다시 회사에 돌아왔을 때 홍의찬 감독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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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좋아 보이시군요?”
“하하하. 그렇습니까?”
거의 한 달만에 만난 홍의찬을 보고 그리 생각하는 건 영찬만이 아닌 듯했다. 실장 또한 적응이 되지 않는다는 듯 한 눈빛으로 홍의?昰?대하고 있었다.
그들이 한 달 만에 본 홍의찬은 걱정과 달리 제법 잘 지냈던 모양이었다.
지저분하게 난 수염이야 그대로였지만, 과거 털보 정육집 사장 같았던 이미지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개성이 강한 아티스트가 그들 앞에 있을 뿐이다.
그의 몸무게가 20kg 가까이 빠지면서 생긴 변화였다.
맞춤 정장과 함께 한동안 관리를 한다면, 저쪽 세상에서 영찬이 보았던 슈트 가이라 불리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영찬은 그렇게 만나게 된 홍의찬으로부터 그간의 일정에 대해 듣고는 혀를 내둘렀다.
‘정말 영상에 미친 사람이구나! 살이 안 빠지는 게 이상할 일이다.’
그도 그럴 게 홍의찬은 하루에 40km 이상을 걸어 다녔다. 이걸 걸음 수로 환산하면 4만 걸음 가까이다.
하지만 정말 미친 건 그간 그가 돌아다닌 루트다.
한 달이 길다면 길지 모르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또 한없이 짧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홍의찬은 그 한 달 사이 국내는 물론 일본과 홍콩까지 돌아다녔다. 단순히 관광객 코스 정도로 돌아다닌 게 아닌, 현지인도 고개를 저어 댈만큼 곳곳을 돌아다닌 것이다.
돌아다닌 주요 도시만 해도 두 손으로 모자랄 지경이었다.
이 정도면 그 자신만 알 수 있는 디테일 하나에 며칠을 밤 새웠던 영찬마저도 질려버릴 열정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이 정도로 열정적인 이였던가? 반성하게 되는데.’
그는 그리 생각했지만 사실 이는 반쯤은 오해였다.
아무리 기인이라 불릴 정도의 홍의찬이라지만 이 정도로 미쳐 날뛰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그가 이처럼 열정을 불사르게 된 건 다름이 아니다.
그간 무의식적으로 쌓여 온 예술에 대한 굶주림과 더불어 존재 자체만으로 자신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박영찬이라는 피사체 때문이다.
이러니 그로서는 자극받고 있는 이 영감의 일부를 어떻게 표현할 방법을 찾기 위해 국외까지 넘나든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시일과 예산이 넉넉했다면, 그는 유럽으로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길다면 긴 그간의 여정들을 들은 영찬은 질린 감정을 애써 감추며 말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비행기 푯값이나 그간 사용하셨던 비용은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하하. 안 그래도 어제 실장님께 모아둔 영수증을 건네 드렸습니다.”
“……”
일찍부터 현장에서 굴렀던 이라 그런지 영수증만큼은 잘 챙기는 홍의찬이었다.
이후 홍의찬은 이제 완전히 끝난 뮤비 시안 최종본을 보여주었고, 그걸 본 실장은 한동안 말문을 잃어버렸다.
영상을 찍기 전 시안의 그림체가 놀랍도록 상세하다보니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에 이미 뮤비 한 편을 보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려 6분 20초에 달하는 ‘노장은 죽지 않는다. (90’S)’노래의 뮤비만큼 단편 영화 하나를 보는 수준이다.
‘그야말로 영혼을 갈아 넣으셨네.’
이러니 뮤비 시안을 본 영찬으로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가 아는 홍의찬 감독이 본래도 섬세하게 준비를 마치는 타입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라서다.
무엇보다 평소 스타일과 달리 영상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스토리 또한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스토리에서도 영찬과 실장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같자, 그제야 홍의찬 감독은 짧은 한숨을 내쉬며 비하인드를 얘기했다.
“휴우. 알고 보니 저희 이전 세대에 블랙 타이거 마스크라는 유명한 애니가 있더군요. 이것 때문에 프로 레슬링이 각광 받기도 했다고 하던데. 실제로 미국의 프로 레슬러 중에는 이 애니를 통해 프로 레슬러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그 인터뷰에서 모티브를 딴 거죠.”
“그에 빗대어 내용을 그려 보았습니다. 애니를 보며 꿈을 꿈던 어린 시절을 뒤로 하고, 고된 세상살이에 모든 걸 잃게 됩니다. 절망과 후회 속에서 힘겹게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우연히 어린 시절 보았던 애니를 다시 보게 되고, 이후 그는 어릴 적 자신의 꿈을 떠올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나아간다는 내용이 이 뮤비의 주 내용입니다.”
“…..블랙 타이거 마스크가 유명하긴 한가 보군요.”
“네. 아마 블랙 타이거의 다른 멤버들 세대라면 다 아는 작품일지도 모르겠네요.”
“……”
설마 블랙 타이거라는 이름이 지어진 비하인드 스토리이기도 블랙 타이거 마스크가 이렇게 거론될 줄을 몰랐던 영찬은 잠시 말을 잃어야 했다.
어느새 회의가 끝에 이를 때쯤, 영찬은 미안한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여기 주인공이 저인 것 같은데, 저는 연기에 대한 소질이 처참할 정도로 없습니다. 아마 보시면 화가 나실지도 모릅니다.”
자칫 뮤비 구상을 바꾸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라 조심스레 꺼내는 그의 말에 홍의찬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
“연기하실 필요 없습니다. 아니 하셔서도 안 되고요. 오히려 몸에 힘을 빼시고 집에 있는 것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저의 지시를 따라 주셔야 합니다.”
예상과는 다른 답변이라 영찬은 잠시 머뭇거리다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으로도 답이 충분했던지 홍의찬은 조금 전 정색이 거짓말인 것처럼 다시 사람 좋은 미소를 보였다.
어차피 최종적으로 그의 결정을 따르는 것이기도 했기에 회의는 내내 확인 절차 정도를 하는 식으로 끝이 났다.
“그럼 촬영은 사흘 뒤에 시작하겠습니다.”
이미 한 달 전부터 스텝부터 스튜디오 임대까지 모두 끝내 놓은 상태였기에 촬영에 필요한 소품과 아역 배우를 구하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그야말로 폭풍처럼 왔다가 가 버린 홍의찬에 매니저는 더는 말 할 기운도 없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저어댈 뿐이다.
“비용은 조금 오버 되기는 했지만, 이 정도면 예상치네요.”
오버 된 금액이라고 해야 3천만 원가량이었고, 이 정도 금액에 홍의찬이 준비한 시놉시스대로 뽑을 수만 있다면 엄청나게 남는 장사였다.
“어···. 이게 나?”
거친 수염과 아무렇게 난 눈썹을 다듬고 머리를 정리한 자신의 모습을 본 곽도훈은 거울에서 눈을 떼어내지 못했다.
저 인간 왜 저러나? 하는 장태식의 험악한 눈초리 따위는 아예 관심 없다는 듯 곽도훈은 자신에게 빠져있었다.
아마 영찬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저 몰래 뒤에서 낄낄대며 웃어댈 게 분명했다.
“나, 나쁘지 않은데.”
말과는 달리 너무도 만족해하는 곽도훈이었다.
물론 그의 만족과는 달리 실상은 크게 변화되었다고보기는 어려웠다.
안 바뀌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워낙 베이스가 되는 얼굴이 무시무시하다 보니 그 이미지가 이 정도 화장으로 바뀔 리 없었다.
그 차이를 비유해 본다면, 이전의 모습이 사람 머리통이나 들고 다닌 바바리안이라면 지금 모습은 나름 문명에 적응 된 바바리안 정도일 것이다.
말하자면 뭐가 어찌 되었든 어차피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무시무시한 바바리안인 건 똑같았다.
하지만 휴가 나온 군인들이 모자나 옷 등에 줄을 세우고 각을 잡은 모습을 그들끼리만 아는 경쟁을 하듯이 곽도훈에게는 큰 변화로 느껴지는 듯했다.
그에 반해 다른 블랙타이거의 멤버들은 크게 꾸미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별개로 가장 용이 된 인물이라면 영찬의 첫 번째 사부인 박시영일 것이다.
워낙 꾸미고 다니지 않아서 그렇지 그의 인물 바탕 자체가 뛰어나서다.
실제로 저쪽 세상에서 영찬 다음으로 인기가 있던 인물이 박시영이었으며, 그는 딸뻘 되는 연예인과 스캔들도 종종 났었다.
대부분이 아니 땐 굴뚝에서 난 연기라 억울하다는 말을 달고 살기는 했지만 말이다.
지금도 박시영의 꾸며진 모습을 구경하러 딸 뻘의 여자 스텝들이 기웃거리기도 했다.
“이야 시영이 인기 장난 아닌데. 이러다 조만간 재혼도 하겠어.”
문일범이 주변 분위기를 알아보고 박시영에게 놀리듯 하는 말에 그는 진절머리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결혼 그걸 또 하느니 차라리 목을 맬란다.”
“크크. 그런 말 하는 녀석들이 꼭 또 가더라고.”
“퉤. 저주를 하는군! 꺼져 버려!”
“크크크.”
박시영만큼은 아니어도 영찬에 의해 강제로 운동과 식단 조절을 하면서 회춘을 한 문일범은 이런 스튜디오 현장이 익숙해 보였다.
본래 중소 기획사 쪽 아이돌이나 가수 준비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기도 했고, 중간중간 알바 식으로 매니저 일도 도와주다 보니 이런 현장에 대해 잘 아는 모양이었다.
-으음!-
그렇게 블랙 타이거의 멤버들이 촬영준비를 마치고 있을 때쯤 저 멀리서 탄성 같은 앓는 소리가 물결처럼 번져오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파문에 사람들의 시선이 절로 모여든 그 중심에는 이번 촬영의 주인공인 박영찬이 있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 선잠을 하던 김일은 뒤늦게 스튜디오에 들어온 영찬이를 보고는 저도 모르게 팔짱을 풀어 버렸다.
“….뭐, 뭐지?”
평소에도 영찬의 외모는 훌륭한 편이라고 생각했던 김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영찬의 모습은 그간 자신이 본 영찬을 오징어로 만들어 버리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김일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게 정말 영찬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을 쉬이 감출 수 없었다.
정리하지 않아 아무렇게나 늘어진 머리는 싹둑 잘라 깔끔하게 포마드로 넘겨져 있었다.
복장 또한 평소 입는 청바지 따위가 아니었다.
클래식한 검은 정장에 회색 코트를 걸쳐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도 잘 어울린 터라 모르는 이가 보면 영화 배우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만이었다면 그를 비롯해 스튜디오의 많은 이들이 그처럼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김일을 놀라게 한 건 지금껏 느낀 적 없는 느낌을 그에게 받았기 때문이다.
옛날 누아르 흑백 영화에서나 느껴 볼 법한 분위기.
법과 질서로는 얽매일 수 없는 존재만이 가질 수 있는 포스.
그 아우라 앞에 사내는 두려움과 경의를 보일 것이며 여인은 지금껏 본 적 없는 그 강력한 수컷 향기에 어쩔 줄 몰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말 여자들의 정신을 혼미케 한 것은 그 가운데에 은근히 보이는 퇴폐적인 분위기였다.
달리 노골적으로 섹슈얼을 드러내지 않았음에도 슬쩍 드러난 목덜미나 손목과 같은 작은 노출만으로도 그녀들은 가쁘게 숨을 셔야 했다.
그러던 여성 스텝 중 하나가 우연히 영찬의 눈과 마주쳤고, 그 순간 그녀는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
다행히도 당황스럽기 그지없는 상황에 난감해하는 영찬을 구해주는 이가 있었다.
“이 새끼들이! 바빠죽겠는데 다들 여기서 뭐 하고 있어!”
홍의찬이었다.
작품을 할 때 보이는 그의 대단한 성질머리를 아는 스텝들은 앗 뜨거라 하는 모습으로 흩어졌다.
그렇게 간단하게 몰려든 스텝들을 치워버린 그는 영찬에게 다가와 그의 모습에 만족스러움을 보였다.
“밤새 토론을 한 보람이 있군요.”
“그, 그걸 토론이라고 합니까? 보통 그런 걸 두고 가스라이팅라고 합니다.”
“하하하. 농담도 잘하십니다.”
진심으로 말했건만 가볍게 농담으로 치부하는 홍의찬에 영찬은 더는 말할 의지를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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