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27
10장. 스노우 레이디.
“이런 상태로 하루종일 있어야 하는 건 아니죠?”
“하하하. 지금은 불편하셔도 점점 익숙해 지실 겁니다. 없는 걸 만든 것도 아니고 본래 가지고 있던 기질을 꺼낸 것 아닙니까? 물론 아직 제가 보기에 반의반도 꺼내지 못한 거 같지만······.”
홍의찬은 그게 너무도 아쉬웠다.
시간과 자금에 여유가 있었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20%는 더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이라 보아서다.
‘다음 기회를 노려야지. 그나저나 정말 아깝다. 연기에 재능이 이렇게까지 없을 줄이야! 정말 눈곱만큼만 있었다면 다 씹어 먹을 수 있었을 텐데.’
그가 그리 장담하는 건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영화계의 거장들이 주인공의 배역에 맞는 배우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의외로 연기력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 사람에게서 보이는 이미지를 최우선으로 두었다.
그렇다고 해서 연기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메소드 같은 연기를 통해 감독이 원하는 이미지를 구현할 정도라면 평소의 이미지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연기가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해도 타고난 한계는 있는 법이었다.
예를 들어 남성을 유혹해 죽음이나 고통 등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게 만드는 숙명의 여인 팜므 파탈을 연기할 배우를 찾는다고 보자.
당연히 그 역할을 맡을 여배우는 그와 같은 매력을 풍길 수 있는 미인이어야만 했다.
한데, 만약 정치적 올바름 등을 이유로 뚱뚱하고 못 생긴 이를 그 배역에 넣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아예 그런 쪽의 코미디가 아닌 이상, 그와 같은 그림이 스크린에 나오는 순간 영화의 몰입감은 깨어지고 만다.
하지만 연기가 부족하더라도 그 이미지 하나만으로도 모든 게 납득이 되어 버린 이를 그 배역에 넣는다면, 사람들은 그가 대사 한 줄 없다고 해도 엄청난 몰입을 하게 될 것이다.
이는 그 외모 자체가 그 배역에 큰 설득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홍의찬은 아까워 미칠 지경이었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게 분명한, 저 엄청난 이미지를 가진 박영찬이라면 정말 3류 쓰레기 같은 각본으로 영화를 찍어도 대박이 날 것이 분명해서다.
“그런 인재를 뮤비로 만족해야 한다니.”
홍의찬은 그게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로 이걸 찍게 되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런 피사체를 자신이 아닌 다른 감독이 찍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면 자신은 끓어오르는 화병에 며칠은 끙끙 앓았을 테니 말이다.
‘어서 렌즈 너머로 보고 싶다.’
보통 이런 촬영에 카메라 감독을 따로 두어야 했으나, 홍의찬은 그 역할을 자신이 맡기로 했다.
단순히 직접 렌즈 너머로 보고 싶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컸다.
홍의찬이 생각하는 이미지를 끌어낼 정도로 찍을 수 있는 카메라 감독의 몸값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그 정도면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든 터라, 결국 홍의찬은 자신이 찍기로 한 것이다.
하기야 그가 직접 찍고 편집한 단편 영화를 생각한다면 웬만한 카메라 감독보다 뛰어나니 당연한 선택이다.
비록 그만큼 그가 갈리게 되겠지만, 애초 그런 걸 고려했다면 이쪽 일에 뛰어들 수가 없었다.
“컷! 이번 것도 좋기는 하지만 한 번만 더 가겠습니다. 박영찬 님 5번 눈빛 그대로 카메라를 봐 주시면 됩니다. 아! 아무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멍하니 바라보면 됩니다. 네. 지금 아주 좋습니다.”
홍의찬은 정말 몸이 2개는 되어야 할 정도로 바쁘게 현장을 보고 있었지만,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정확히는 영찬을 찍을 때만 그러했는데, 다른 장면을 찍거나 할 때에는 욕설과 NG가 난무했다.
그 기센 블랙 타이거 멤버들이 눈치를 볼 정도였으니, 얼마나 현장 분위기가 사나웠는지 알 것이다.
견디기 힘든 스텝들은 겨우 한숨을 돌리려 나온 자리에서 속닥거려댔다.
“무슨 지킬과 하이드 찍는 줄. 뭔 인간이 저렇게 이중적이지?”
“좀 심하기는 하지만, 저 분 피사체를 생각하면 이해 못 할 것도 없지. 저것 봐. 그저 몇 마디 툭툭 던질 때마다 달라지는 거.”
“아~.”
홍의찬 감독의 지시는 도무지 일반적인 지시 상황과 거리가 멀었는데 그런 말들을 할 때마다 영찬이 풍기는 기질은 조금씩 변해 갔다.
짙은 수컷 냄새가 가득한 남성미가 돋보여지는가 하면, 어느 순간에는 모두를 빠져들게 할 퇴폐미가 부각되기도 했다.
저런 피사체를 찍고 있다면 아무리 성질이 더러운 감독도 지킬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대로 저런 피사체를 찍다가 다른 걸 찍게 되면 그 역 체감에 하이드가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고.
다행인 점은 영찬의 아역으로 온 아역 배우가 나름대로 경력이 있는 베테랑 배우였다는 점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아역 배우는 이번 촬영에서 끔찍한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말도 많았고 힘들었던 뮤비 촬영은 다음 날 새벽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시간으로 따지면 20시간을 연속으로 촬영을 한 것인데, 그런 장기 촬영을 했음에도 스텝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이쪽 일에서 20시간 연속 촬영은 사실 짧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심한 경우 3일 연속으로 찍기도 하는 터라, 겨우 20시간 만에 일을 끝낸 것은 정말 보기 드문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 중 가장 기뻐하고 있는 이는 홍의찬 감독이었다.
“으히히. 크하하하!”
마치 절대 반지를 손에 넣은 골룸처럼 그는 자신이 촬영한 영상을 마치 보물을 대하듯 만지작거리며 웃음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촬영이 끝나면 한 마디 해야겠다고 벼르던 곽도훈은 그 모습을 보고는 서둘러 물러서야 했다.
그건 다른 블랙 타이거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혹시나 저 미친 놈이 자신들에게 해코지라 할까? 싶어 서둘러 스튜디오를 벗어났다.
삼촌들의 그런 모습을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지켜보던 영찬은 피식 웃어대다 이내 홍의찬 감독에게 다가갔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 박영찬 배우님 아니 사장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어떻게 뮤비는 잘 촬영 된 것 같습니까?”
“하하하. 아마 장담하건대 반응이 엄청날 겁니다. 정말이지 살아생전 이런 걸 찍게 될 줄이야.”
불과 1년 전. 심장을 찢는 심정으로 카메라를 내려놓았던 때를 생각하면 그는 지금의 순간이 믿겨지지 않았다.
이게 다 눈앞의 영찬 때문이라는 걸 상기하자 그는 은인을 보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물론 정작 영찬은 그 눈이 부담스러웠던 터라, 서둘러 뮤비 편집 일정을 물어보는 것을 끝으로 도망치듯 스튜디오에서 떠났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