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30
10장. 스노우 레이디.
“헐~대박! 정말 모르셨구나. 이거 해외 버전에 밀려서 그렇지 국내 버전도 있는데.”
막내 작가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레몬 앱을 열어 국내 버전의 스노우 레이디를 들려주었다.
캐롤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가사는 영어가 혼합되기는 했지만, 확실히 한국어로 부르는 캐롤이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국내 버전이 더 좋더라고요. 여성 보컬에 무게를 둔 해외 버전과 달리 국내 버전은 YC의 보컬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거든요.”
“으음. 뭘 말하는 건지 알 것 같아.”
메인 작가는 막내 작가가 뭘 말하는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가 해외 버전을 해외 팝이 아닌가 착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건 YC의 보컬이 해외 탑 팝 가수를 연상케 만들어서다.
모르는 이가 들었다면 흑인이 부른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특유의 소울이 담긴 목소리는 이 캐롤의 숨겨진 백미라 할 수 있었다.
달리 말하면 그런 YC와 듀엣을 함에도 어색하지 않은 여성 보컬이 그만큼 잘 불렀다는 말이 된다.
“YC엔터라. 앞으로 엄청나겠는데.”
“어? PD님! 언제 오셨어요?”
“방금 왔어. 대충 촬영은 끝났는데, 잘하면 분량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네.”
늘어난 4부작을 채울 특집 중 하나로 8강에 진출한 밴드들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우선 잡았다.
일종의 서사를 담겠다는 것인데, 덕분에 다른 프로그램의 PD까지 붙어 전국을 돌아야 했다.
8강에 오른 이들 중 서울 경기도 권에 있는 팀이 3팀 뿐이다보니 생긴 일이었다.
덕분에 안그래도 빡빡한 일정을 더 갈아 넣는 꼴이 되었지만, 그만큼 다양하게 그림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마냥 나쁘다고는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해도 2부작 정도를 겨우 채울 정도였기에 아직 남은 2부작을 어떻게 채울지는 고민해 봐야 했다.
어쩌면 정말 탑 가수들이라도 데려와 콜라보 특집 무대라도 만들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건 정말 어쩔 수 없을 때 해야 할 컨텐츠였다.
‘자칫 죽 써서 개주는 꼴이 될 수 있으니.’
무슨 말인가 하면 ‘Legends of Rock’ 프로그램 내 출연자들에게 맞춰져야 할 화제성이 탑 가수들에게 옮겨질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 경우 출연하는 밴드들 뿐만 아니라 후에 제작할 시즌 2에도 악재가 낄 수 있다.
락이라는 장르의 부흥이 곧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인데, 그들이 초청하게 될 탑 가수들은 그와는 결이 다른 장르 쪽이니 말이다.
이 때문에 고민이 적지 않았던 이기찬 PD는 막내 작가의 YC 관련 이야기를 듣고 무언가 감이 왔다.
“그보다 YC에 대해 좀 더 아는대로 이야기 해봐.”
“어…네.”
사실 가벼운 마음으로 꺼낸 이야기였던 막내 작가는 이기찬 PD의 말에 조금은 긴장한 태도로 자신이 아는 YC관련 이야기들을 늘여 놓았다.
앞서 말한 스노우 레이디부터 너튜브 채널 뿐 아니라 그녀가 담당하는 G1밴드로부터 들은 내용도 있었다.
이기찬 PD는 막내 작가가 마지막으로 꺼낸 데뷔 관련에 흥미로운 표정을 보였다.
“그러니까 이번 달에 데뷔를 한다고?”
“네. G1 애들에게 듣기로는 원래는 내년에 정규1집으로 데뷔하려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지원이 언급하면서 화제가 되다 보니 미니 앨범으로 당긴 것 같아요.”
“공연하는 데가 어디라고 했지?”
“…혹시 케세라세라 홍대 지점 아세요? 요즘 YC 이 분 출연하면서 엄청 핫한데.”
“아~. 케세라세라. 그러고 보니 안 가본지 오래 되었네.”
“가실 거면 저도 같이 갈래요. 제가 이야기 꺼냈잖아요.”
“나도 나도.”
모처럼 갇혀 지내던 사무실을 벗어날 기회가 찾아오자 두 사람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그런 두 작가의 모습에 이기찬 PD는 헛웃음을 흘리며 동행을 허락했다.
부디 자신의 직감이 틀리지 않기를 바라며.
“우와~. 들은 것보다 더 사람이 많은데요!”
“그러게 늑장 부렸다가는 못 들어갈 뻔했네.”
“뭔가 느낌이 오는데?”
6시부터 시작하기에 넉넉하게 4시부터 갔음에도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존에 들어갔을 만큼 찾는 이들이 많았다.
그만큼 홍대에 좀 논다는 이들은 다 온 것 같았는데, 락이 현재 비주류인 것을 생각하면 의외라 할 수 있었다.
-snow lady. snow lady~-
때마침 YC가 작업한 snow lady가 어디선가 흘러 나왔고, 이에 줄을 쓰던 상당 수가 떼창처럼 그 노래를 함께 흥얼거려댔다.
해외 버전임에도 가사까지 완벽하게 불러대는 모습에서 이기찬 PD의 눈이 흔들렸다.
‘이 정도라고?’
이건 찐 팬이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행동들이었기에 그는 더욱 점점 YC에 흥미가 생겼다.
그렇게 어렵게 홍대 지점에 들어간 세 사람은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이내 메뉴 판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야 했다.
“미쳤어. 강남의 바도 이렇게 비싸게는 안 팔겠다. 맥주 한 병에 2만 원이 뭐야?”
“아무리 티켓값이 포함 된 거라고 해도 이건 심한데?”
“뭐 어때. 어차피 법카로 긁을건데. 마음껏 시켜라.”
“와아아!”
환호하는 막내 작가의 재롱에 이기찬 PD는 웃으며 정말로 그 자리에서 20만 원 가까이 긁어댔다. 자신에게 시련을 준 방송국에 보내는 나름의 복수였다.
밴드 두 팀이 중간중간 무대에 올라갔다 내려왔다. 두 팀 다 잘하면 락전 본선에도 출전했을 정도로 나쁘지 않은 실력자들이었다.
관객들도 반응은 나쁘지 않았지만 정작 그들이 기다리는 건 따로 있었다.
“우와아아아!”
오후 9시가 되었을 때. 저 입구 쪽에서부터 누군가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때까지 알코올에 취해 히히덕 거리는 막내 작가와 메인 작가의 실없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기찬PD는 환호와 함께 멀리서 보이는 모습에 크게 미소를 보였다.
“운이 좋은데? YC만 아니라 블랙 타이거 팀까지 볼 수 있게 될 줄이야.”
곧 점차 커지는 환호 속에서 고전적이기까지 한 시커먼 가죽옷을 입은 밴드가 무대에 올랐다.
“우와. 잘 생겼다.”
“…..”
보컬 얼굴을 보고 감탄하는 막내 작가와 달리 이기찬PD는 잠시 말문을 잃어버렸다.
감이 타고난 그 답게 YC에게서 탑 급의 연예인들에게서도 보지 못한 아우라를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취했나?”
하지만 그건 또 너무도 말이 안 되는 일이라, 그는 자신의 주량이 줄어든 게 아닌가 의심해야 했다.
그가 그럴 동안 천 명이 넘는 관객들의 환호 소리를 여유 있게 즐기던 영찬은 무대 세팅이 끝이 나자, 검지 손가락을 입에 천천히 가져갔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환호하는 관객들의 소리가 지워져갔다.
-두두두두둥!-
가게 전체가 뜨거운 침묵에 잠겼을 때쯤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부서지듯 폭발하는 드럼 소리와 함께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가 연주되기 시작했다.
-!!!!-
그렇게 이기찬 PD는 무려 6분 20초에 달하는 천국을 맛보게 되었다.
전형적인 인텔리한 외모와는 달리 이기찬 PD 그 또한 한 때 락에 미쳐 있었다.
만약 재능에 대한 확신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가 PD가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여느 락커들이 그랬듯이 그저 음악에 미쳤을 테니깐.
그런 과거가 있던 그였기에 그가 ‘Legends of Rock’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일이 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락에 대한 애정이 사그라져 들었기 때문일까?
그가 그토록 사랑하고 미쳤었던 락은 더 이상 그의 심장을 움직이지 못했다.
자연 그는 사무적으로 락 밴드들의 음악을 보고 평가하고, 편집했으며 그렇게 그는 꿈을 잊어갔다.
그랬던 그가 지금 락에 미쳤던 젊은 시절로 회귀했다.
“….씨발!”
설마 이제 와서 그 그립고 그리웠던 그 시절을 다시 맛보게 될 줄 몰랐던 이기찬 PD는 노래가 끝이 난지 한참이 지난 뒤에도 눈가를 훔쳐야 했다.
다행히도 그가 눈물을 흘렸다는 것을 보는 이는 없었다.
그만큼은 아니지만 메인 작가도 막내 작가도 거짓말처럼 다가온 전설과도 같은 락 음악에 정신이 잠시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이어 블랙 타이거는 무려 3곡을 더 연주했고, 마지막으로 노장은 죽지 않는다. (90’S)를 앵콜로 다시 연주하는 걸 끝으로 무대를 내려왔다.
하지만 무대가 끝이 난 건 아니었다.
무대에서 한계까지 체력을 소비한 블랙 타이거의 멤버들이 힘겹게 무대에 내려간 것과 별개로 영찬은 이제 막 시작이라는 듯 생생한 얼굴로 관객들을 내려다보았다.
-와아아아아!-
그 모습에 관객들은 저마다 미친 듯이 환호를 질러댔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드레날린에 흥분한 영찬이 자신의 아우라를 내 보였기 때문이다.
이후 그들의 환호에 결코 부족하지 않는 한 시간에 달하는 무대가 펼쳐졌다.
사람들의 열광의 도가니로 몰고 간 영찬은 그제야 만족했다는 듯 피스를 보이며 무대에서 내려갔다.
-두두두둥!-
아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던지, 왜 있는지 알 수 없었던 거대한 프로젝트 스크린에서 과거 그들이 연주했던 영상이 틀어지고 있었다.
-훌쩍!-
이기찬 PD는 이제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의 드럼 시작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울컥해지는 터라, 비틀거리며 몸을 돌렸다.
“훌쩍. 미치겠네. 이건 너무 하잖아.”
들려오는 그들의 음악에 감히 저항할 수 없던 그는 그렇게 YC의 블랙 타이거의 진성 팬이 되어 버렸다.
그 뒤의 그의 행보는 뻔했다.
“블랙 타이거 특집을 만든다.”
“위, 위에서 그걸 허락해줄까요?”
“못할 건 또 뭐 있어. 그냥 하면 되는 거지.”
하지만 자신만만했던 것과 달리 이기찬 PD는 생각보다 거센 저항에 타협해야만 했다.
하기야 아직 데뷔도 하지 않은 밴드를 방송국에서 밀고 있는 메인 프로그램의 특집 주인공으로 올린다니 도무지 받아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프로그램을 폭발시키려고 하면 어떡해?”
“그런 거 아니라고 했잖습니까? 그보다 제가 무슨 기획을 올리든 밀어준다면서요!”
“야! 그래도 정도라는 게 있잖아. 하아~. 정 하고 싶으면 단독 특집은 포기하고 게스트 형식으로 해.”
“…..내 이럴 줄 알았어! 믿은 내가 병신이지!”
이기찬 PD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투덜댔지만, 결국 국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다만 완전히 게스트라기보다는 사실상 2부를 통째로 블랙 타이거 특집으로 기획을 세웠다.
거기까지는 국장도 뭐라 할 수 없었던지, 더는 뭐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연락이 왔습니다.”
“도대체 뭘 믿고 그러시는 거랍니까?”
실장의 말에 영찬은 다소 황당하다는 기색을 보이며 고개를 저어댔다.
하기야 틀린 말도 아닌 게 지금의 ‘Legends of Rock’의 위상은 어마어마했다. 현직 탑 가수들도 얼굴을 내비치려고 손을 쓰고 있는 지경인데, 갑자기 무명의 그것도 데뷔도 하기 전인 밴드를 올리겠다니.
이런 영찬의 생각과 달리 실장은 그리 놀랍지도 않다는 듯한 눈치다.
“이러니저리니 해도 결국 이 바닥은 실력이 전부 아닙니까? 대표님이 함께하는 블랙 타이거라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요.”
결국, 압도적인 실력 앞에서는 모든 게 의미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영찬은 실장의 말을 마냥 동의하지 않았다. 실력이 중요한 건 맞지만, 운이라는 요소 또한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 여겨서다.
“평생 운이 좋다고 생각했던 적이 없는데. 어째 이쪽 길로 가기 시작하니 점차 운이 좋아지는 것 같네.”
마치 저쪽 세상의 그가 그처럼 운이 좋았던 것처럼. 그 또한 그렇게 되는 것 같은 터라 영찬은 기분이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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