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31
11장. 데뷔.
+++++++++++
“잘 되어서 좋기는 한데….”
스노우 레이디 흥행은 크리스마스에 다가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었다.
이제는 어딜 가도 스노우 레이디를 틀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걸 증명하듯 뒤늦게 영어 버전이 아닌 국내 버전 또한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결국 국내 버전 또한 레몬 등에서 2위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덕분에 1위와 2위가 같은 곡으로 채워진 이상한 광경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스노우 레이디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이 노래를 부른 나와 이나은에게 주목 받게 만들었다.
특히나 이나은에 대한 관심이 컸다.
너튜브나 박지원으로 인해 나름 인지도가 있던 나와 달리 이나은은 아직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성 가수이기는 했지만 5년전의 일인데다 워낙 제대로 망했다보니, 사실상 무명 가수나 다름 없었다.
그렇다보니 이나은의 얼굴이 드러난 너튜브 영상의 조회수는 놀라운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해외 버전의 경우는 곧 천만을 넘길 듯했고, 국내 버전 또한 그 조짐이 보이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이나은의 인지도도 빠르게 상승 중이었다.
비록 메이크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안경 등으로 얼굴을 좀 가리기는 했지만, 유독 흰 피부가 눈에 띄는 예쁘장한 얼굴이다보니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 잡을 수밖에 없었다.
여하튼, 스노우 레이디의 흥행은 제작진인 나로서는 좋은 일이었지만 문제는 블랙 타이거다.
본래 스노우 레이디를 만든 게 블랙 타이거의 흥행을 위한 것이었으나, 덩치가 너무 커지다보니 도리어 블랙 타이거를 묻혀 버릴 지경이다.
“데뷔 날짜를 미루어야겠네.”
적어도 캐롤 힘이 빠지는 크리스마스 이후는 되어야 할 것이다.
해를 넘기는 걸 고려하며 실장을 만나 데뷔일을 조율하려던 과정에서 생각보다 일찍 데뷔일이 정해지게 되었다.
“12월 28일 금요일로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너무 이르지 않습니까? 적어도 내년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경험이 많은 실장이 그걸 모를 리가 없기에 의아해하며 의문을 보이자, 실장은 미소를 보이며 조금 전 결정 된 상황에 대해 말해주었다.
“‘Legends of Rock’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날 블랙 타이거 공연 방송을 푼다고 하더군요.”
“이틀 전에 녹화한 거를 말입니까?”
보통 방송을 내보내기 위해서는 최소 1주에서 2주 정도는 잡아야 한다.
‘Legends of Rock’ 의 상황의 경우는 더 걸릴 수 있었다. 일단 기존 프로그램의 색을 흐트러지지 않게 특집으로 방송분을 늘려야하다보니 조심해야 할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빨라도 14회차 쯤에나 방송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8회차만에 나오게 되었다.
이만하면 거진 한 달을 당겨 방송에 내보내게 되는 것이다.
그런 내 의문에 실장은 그 이유가 조금 어이없다는 미소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
“제작진 분들이 블랙 타이거 팬이라고 합니다. 자신들은 데뷔 날짜가 미루어지는 걸 못 기다리겠다고 하더군요.”
“……미친 거 아닙니까?”
저도 모르게 그와 같은 반문이 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애초에 ‘Legends of Rock’에 특집 무대 자리가 마련된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팬심이라고 하니 고맙기는 하지만은 이게 어디 상식적인 일이던가?
물론 저쪽 세상에서야 종종 있었던 일이기는 했다.
그러나 그건 내가 세계 최정상을 차지한 스타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내 이름값만으로도 방송의 시청률 자체가 달라져 버리니 PD입장에서는 특집 속보 형태라도 방송을 당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에 반해 너튜브를 통해 나름 인지도를 높이기는 했지만, 그래보았자 현역 가수들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너튜브 같은 매체의 경우는 특정 이들만을 타게팅하기 때문이다.
그건 지금의 10대들이 7080 아니 90년대 국내를 뒤흔든 스타들을 알지 못하는 것과도 비슷했다. 단순히 연령층만으로도 그리 갈리는 데, 하물며 알고리즘을 통해 그보다 더한 특정 타켓만을 노리는 너튜브 등은 더 심했다.
그나마 스노우 레이디를 통해 나름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기는 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스노우 레이디로 방송 활동을 했다면 또 모르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도 나로서는 상관이 없었지만, 문제는 이나은이었다.
제대로 된 듀엣을 부르려면 무대마다 암시를 약하게나마 지속해야 하는데, 이래서야 가스라이팅을 완성하는 거나 다름 없었다.
여하튼 그런 점에서 지금 ‘Legends of Rock’ PD가 저지른 일은 제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하물며 방송국에서 밀어주고 있는 대형 프로그램이라는 걸 생각하면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실장은 그런 PD의 결정을 이해한다는 눈치였다.
“정말 팬심이라고만 생각하면 PD가 많이 오버하는 모양새이기는 하지만, 그 무대는 정말 끝내주지 않았습니까? 나름 계산을 끝낸 거겠죠. 이런 식으로 도와주면서라도 우리와 좋은 인연을 이어가겠다는 거 말입니다.”
“그것 참. 부담스럽군요.”
“하하하. 뭐 어찌 되었든 가장 핫한 프로그램의 PD가 도와준다는데 저희로서는 고마운 일인 건 확실합니다.”
그 말에 나는 턱을 긁적거리다 고개를 주억거렸다.
데뷔날이 정해지면서, 활동 준비를 위해 우리는 바쁘게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저씨 밴드다보니 아이돌처럼 유난을 떨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의상 등은 생각해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외부 업체로 돌린 홍보 등의 인사들도 이제 뽑아야 할 때라, 사람 구하는 데에도 제법 시간을 잡아 먹었다.
이외에도 방송 출연을 위해 각 방송사의 음악 프로그램을 찾아가 날짜 조율 등을 부탁해야 했다.
덕분에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어느새 블랙타이거의 데뷔 날짜를 코 앞까지 마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