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32
11장. 데뷔.
데뷔를 앞두게 되었지만 달리 설레거나 하는 마음은 없었다.
스노우 레이디를 제쳐두고라도, 이 세상에서 처음 미니 앨범을 내는 것이기는 하지만 사실 또 그렇지도 않은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게 패러독스인가?”
덕분에 블랙 타이거 첫 데뷔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 저쪽 녀석과 달리 나는 처음이라는 그 긴장과 설렘을 느끼지 못했다.
물론 나와 사정이 다른 삼촌들은 지금 긴장과 설렘에 벌써 며칠째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상태였다.
“잠을 안 자니 얼굴이 푸석푸석해지는군. 이래서야 안 되는데.”
뮤비 촬영 이후 미모(?)를 가꾸는 취미를 가지게 된 곽도훈 삼촌은 그 큰 얼굴을 채우려 마스크 팩 두 장이나 꺼내 이어붙인 상태였다.
도무지 미용과는 어울리지 않는 곽도훈 삼촌의 모습 때문인지 장태식 삼촌은 오늘따라 유독 날이 선 모습으로 중얼거렸다.
“어디 개 짖는 소리 좀 안 들었으면 좋겠네.”
“뭘 또 그렇게까지 말해. 나쁜 짓 하는 것도 아닌데.”
박시영 삼촌은 혹시나 두 사람이 또 싸울까 싶어 서둘러 중재했으나, 장태식 삼촌은 이미 울컥한 상태였다.
“차라리 길에서 사람을 패거나 강도질을 했다면 이해했을 거야. 그런데 저 외모로 저런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하다니~.”
“….그래도 말끔해지기는 했잖아.”
차마 좋아졌다고는 말하기는 어려웠던 박시영 삼촌은 그렇게 돌려 말했다.
그런 박시영 삼촌의 생각을 모를리 없는 장태식 삼촌은 너도 나와 생각이 같지 않냐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머리 가죽 벗겨대는 야만인이나 연쇄살인범의 차이일 뿐이지.”
“이 새끼가! 진짜 머리 가죽 벗겨 버리기 전에 닥쳐!”
“에휴. 나도 이제 모르겠다.”
박시영 삼촌은 안 그래도 신경이 예민한데, 끝내 두 사람이 싸우려는 듯 보이자 아예 손을 털어버렸다.
잠시 후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얼굴에 붙인 마스크를 던져 버리는 것과 동시에 곽도훈 삼촌이 장태식 삼촌을 향해 날아올랐고, 나는 그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구경했다.
역시 오랫동안 싸웠던 분들이라 그런지 그 내용은 웬만한 프로레슬링 각본보다 더 알차고 재미있었다.
당연하지만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장태식 삼촌은 철저하게 응징을 받았으며, 곽도훈 삼촌은 시원하다는 듯 이마에 맺힌 땀을 털어냈다.
나는 기절한 듯 쓰러져 있던 장태식 삼촌에게 다가가 물었다.
“긴장은 좀 풀리셨어요?”
“…..좀 낫기는 하네. 그나저나 너는 긴장도 안 되냐?”
“뭐, 긴장할 게 뭐가 있겠어요. 모든 게 제 생각보다 더 끝내주게 돌아가고 있는데요.”
“그래 너 잘 났다. 새꺄!”
“흐흐흐. 감사요. 그럼 계속 편히 기절하세요.”
나는 그 말과 함께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감추지 못한 채 몸을 일으켰다.
이제 잠시 후면 기어이 14%대를 넘겨 버린 ‘Legends of Rock’ 에 우리가 나올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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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gends of Rock’ 특집으로 1부는 아쉽게 탈락한 밴드들의 근황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2부는 ‘Legends of Rock’이 낳은 스타 G1 밴드의 셀프 카메라가 이어졌다.
1부가 끝이 나고 제법 긴 시간의 광고들이 이어진 끝에 2부가 시작되었다.
2부는 검은 화면이 지직거리더니 누군가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워진 거로 시작되었다.
“어? 이거 켜진 거 맞나?”
-탁탁-
그 말과 함께 카메라를 마구 두드리는 손길에 누군가 깜짝 놀라 소리치며 다가왔다.
“지원이 스톱! 스톱!”
“아이. 뭐야. 왜 그래?”
그 사이 뭘 눌렀는지 줌인 되어 있던 화면이 줌 아웃이 되면서 G1 밴드의 보컬 박지원이 오리 같은 입술이 삐죽이는 모습이 담겼다.
불만이 있는 모습인데 다가온 G1 밴드의 드러머 영식은 그런 지원의 투덜거림 따위는 가볍게 무시했다.
“몰라서 묻는 거야? 너 저주받은 응가손이잖아. 만지는 것 모두 고장 내거나 박살 내버리는 마이너스의 손!”
“뭐래. 살다 보면 고장 좀 낼 수도 있는 거 가지고.”
“그래 고장 낼 수도 있지. 한데 50%가 가까운 타율인게 문제지. 사실 넌 굿이라도 해야 해.”
“맞아! 저리 물러가라. 액운 달라붙을라!”
어느새 다가온 G1밴드의 기타리스트 형운이 영식의 말에 공감했다. 최종적으로 베이스의 마윤은 등장하기 무섭게 영식이에게서 카메라를 뺏듯이 챙겼다.
“자자! 문과는 저리 가라. 밴드부의 유일한 이과인 내가 카메라를 책임질 것이니.”
그리 말하며 멤버들로부터 멀어지던 마윤은 주변 여기저기를 비추었다.
“여기가 바로 우리 학교 밴드부실입니다. 저희 밴드부는 김춘식 음악 선생님께서 많은 도움을 받았지요. 아, 이럴 때 선생님 한 컷을 따야 하는데. 어디 가신 거지?”
작게 말하면 안 들리는 줄 알았던지 속삭이듯 투덜거리는 마윤은 이후 밴드부 한편에서 상기된 얼굴을 한 후배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우리 수시아 밴드부의 미래입니다. 정말 열심히 하는 후배들이지요. 자자! 카메라 보고 인사해.”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1학년들은 저마다 손가락으로 만들어 낸 브이를 흔들어댔다.
“엄마, 나 티비 나왔어!”
“와! 우리도 ‘Legends of Rock’ 나오는 거예요! 개 신기하네!”
“얌마! 개 신기가 뭐야. 바보같이. 방송인 걸 몰라 ‘삐삑’아.”
“아! 맞다. 그랬지. 정말 ‘삐이이익’ 같았네.”
“우리 선배님들 정말 ‘삐이익’ 하죠. 최고예요.”
“얼마나 착하신데요. 진짜 다들 개 착하요.”
“야! 비속어 쓰지 마라니깐.”
“아. 그러게. 습관이라서. 죄송합니다. 앞으로도 G1밴드 사랑해주세요.”
“정말 착하고 대단한 우리 선배님들한테 악플 다는 놈들 ‘삐이이익 삐이이익 삐익’해 버릴 테다.”
“그래. ‘삐이이익’ 하자!”
“그, 그만해 이 새끼들아!”
마윤은 비속어 대잔치를 해버리는 1학년들에 당황해하며 서둘러 카메라를 껐다.
-치지직!-
다시 카메라가 켜졌을 때 화면에 잡힌 것은 바로 곯아떨어진 마윤의 모습이었다.
“보시는 바처럼 카메라맨이 저렇게 쓰러진 관계로 제가 카메라를 잡게 되었습니다. 아! 저는 드러머를 담당하고 있는 지영식입니다.”
드럼을 담당하고 있는 영식은 잠시 자신의 얼굴을 비추더니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 저희들은 서울로 가고 있습니다. 방송국에 가는 건 아니고, 사부님 만나러 가고 있습니다. 다들 기억하시나요? 1화 때 지원이 급발진해서 소개했던 우리 사부님. 으윽. 오늘은 내준 숙제를 검사받는 날이라 긴장되어서 죽을 것 같아요.”
농담이 아닌 듯 무대에서도 보지 못한 긴장한 모습을 보이는 영식은 처음 나온 마윤처럼 자신의 옆에서 기절한 듯 잠에 빠진 형운을 잠시 비추었다.
“이 녀석도 어제 한숨 못 잤다고 하더니 결국 기절했네요. 그러나 우리 밴드에는 유독 긴장감 없는 녀석이 하나 있죠.”
그와 함께 카메라 앵글이 반대편 쪽을 향했다. 그곳에는 다람쥐처럼 볼이 잔뜩 커진 지원이 휴게소 감자와 같은 간식들을 먹고 있었다.
“알고 지내면 지낼수록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녀석입니다. 놀랍게도 저 녀석은 버스에 타기 전에 김밥 2줄과 라면을 먹었습니다.”
“치···. 윙. 조으만할 때.”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다만 식사를 방해하면 흉포해지는 녀석이라 어쩔 수 없이 이만 카메라를 끄겠습니다.”
그렇게 화면이 꺼지고 다시 켜졌을 때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G1 밴드의 보컬 박지원이었다. 조금 전 다람쥐 같았던 이와 동일인물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간단히 화장을 고친 지원은 마치 아이돌처럼 상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Legends of Rock’의 소요(소중한 요정) 박지원입니다. 지금 사부님의 사옥에 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참 좋은 것 같아요.”
“좋기는. 당장 비 올 것 같은데.”
카메라를 빼앗긴 마윤이 투덜거려댔지만, 지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마치 카메라가 친구인 것처럼 떠들어대다, 버스를 타게 되자 그제야 카메라를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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