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33
11장. 데뷔.
다시 카메라가 켜졌을 때 화면이 흔들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게 무시무시한 거대한 얼굴이 화면을 채웠기 때문이다.
“야! 사람들 심장마비 걸리게 할 일 있어. 어디 그 얼굴로 카메라에 들이밀어.”
“이 새끼가?”
안 그래도 험악한 얼굴이 화가 난 듯한 모습으로 눈살을 찌푸리자 그 모습은 영락없이 일본 유명 격투 만화의 야쿠자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그에게 피박 하던 이는 그 무시무시한 얼굴을 바로 옆에서 보고 있음에도 기세가 죽지 않았다.
“양심 있으면 치워! 즐거운 금요일 밤에 네 상판을 사람들이 계속 봐야겠냐.”
“‘삐이익’ 그래 치운다. 치워.”
성을 내며 카메라에서 사라진 그를 대신해 젊은 시절 여자 꽤 울렸을 듯한 잘생긴 중년 신사의 얼굴이 화면에 모습을 보였다.
“음. 저는 블랙 타이거의 메인 기타리스트 박시영이라고 합니다. G1 밴드의 사부 놈에게 노예처럼 부려지고 있지요.”
“저는 문일범입니다. 베이시스트이고 노예 2입니다.”
“저는 서브 기타리스트 김일입니다. 노예 3입니다.”
그때 누군가가 그들에게서 카메라를 빼앗았다. 좀 전 나타났던 잘생긴 중년 신사와는 또 다른 느낌의 잘생긴 얼굴을 한 중년인이었다.
“이놈들아 그만해. 크흠. 안녕하십니까? 아까 삐져서 사라진 녀석은 저희 팀의 드러머 곽도훈이고, 저는 키보디스트인 장태식이라고 합니다. 지금 아이들은 우리 팀의 보컬이자 대표이신 박영찬에게 트레이닝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연습실 문에 달린 유리 너머로 그 모습을 보였다.
소리가 들리지 않은 유리 너머의 광경은 그야말로 세기말을 보는 듯 우중충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태풍이 휩쓸고 간 듯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지치고 힘든 기색으로 붉어진 눈가를 훔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
장태식은 생각과는 다른 모습이 화면에 담기자 그 같은 비속어를 흘리며 서둘러 카메라를 껐다.
-지지직!-
카메라가 다시 켜졌을 때, 토끼처럼 눈이 빨간 지원이 있었다.
퉁퉁 부은 걸 보니 울긴 울었던 모양인데 그와 별개로 얼굴은 밝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린 채 흔들었다.
“헤헤. 드디어 칭찬받았습니다. 내 주신 숙제 열 개 중 한 번이기는 하지만······. 지금 다른 애들도 비슷하게 칭찬을 받고는 긴장이 풀려서 기절 중입니다.”
커다란 소파에 너부러져 잠든 멤버들을 카메라로 보여주던 지원은 2부의 메인이자 주인공이기도 한 사부님을 불렀다.
“사부님. 사부님! 이거 ‘Legends of Rock’이에요.”
“아! 그 촬영이란 거 오늘이었어?”
“네. 어서 ‘Legends of Rock’의 시청자분들에게 인사 한번 해주세요.”
“음. 잠시만.”
갑자기 카메라를 들이 미려는 지원을 가볍게 한 손으로 제압하던 영찬은 대충이나마 머리를 정리한 뒤에야 카메라를 직접 들어 보였다.
그 순간 화면이 갑자기 전환되더니, 4000명이 훌쩍 넘는 거대한 실내 공연장에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에 관객들의 반응이 담겼다.
처음에는 일반 관객들을 담던 화면은 이후 유명 아이돌과 같은 초청 관객들을 담았다.
이들의 연령도 성별도 가지각색이었지만 화면을 본 뒤의 반응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생각지 못한 것을 본 것처럼 이들의 얼굴에는 놀람과 경악이 섞여 있었다.
그렇게 티비 너머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극에 달했을 때쯤에야, 화면은 전환되더니 영찬의 얼굴이 화면에 채워졌다.
그제야 시청자들은 관객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티비에 모습을 드러낸 영찬은 무어라 말로는 쉽게 표현이 안 되는 느낌을 주었다.
잘생기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놀랄 정도로 잘생긴 것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았다.
꾸미지 않았기 때문인지 몰라도 오히려 앞서 잠시 모습을 보였던 특별 초청한 관객들 중에는 분명 그보다 잘생긴 이가 한 둘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영찬을 본 순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품격 속에서 흘러나오는 아우라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정없이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단순히 얼굴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충격을 주었던 영찬은 어딘가 조금은 피곤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Legends of Rock’ 시청자 여러분들. YC로 따로 활동하고 있는 블랙 타이거의 보컬 박영찬이라고 합니다.”
이후 영찬은 자신을 사부라고 부르는 G1밴드와 스노우 레이디가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것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처음 방송을 하는 이로는 보이지 않는 사부의 뛰어난 멘트 진행 모습에 지원은 놀란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사부님은 정말 못하시는 게 없네요. 그나저나 어서 이번 앨범을 듣고 싶어요. 아직 제가 모르는 곡도 있던데.”
“안 그래도 ‘Legends of Rock’ 제작진에게 들려주었더니 곡 선정에 고민 중이더라고.”
“곡 선정이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지원에 영찬은 입가에 큰 미소를 카메라를 보며 짓더니 말했다.
“‘Legends of Rock’에서 우리를 초청해주셨거든.”
“네?”
-픽-
의아해하는 지원의 목소리를 끝으로 갑자기 화면과 동시에 실내 공연장을 밝히고 있던 조명들이 동시에 꺼졌다.
영찬의 외모에 빠져 있던 관객들은 난데없는 상황에 당황스러워했다.
방송 사고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그러나 이내 거대한 핀 조명이 무대 위를 비추었고, 그걸 본 관객들은 저마다 놀란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핀 조명이 비친 곳에는 조금 전 영상에서 보았던 블랙 타이거 멤버들이 연주 준비를 마친 상태로 자신들을 맞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스크린이 그들을 하나씩 잡기 시작했고, 마지막으로 영찬을 잡았을 때 사람들은 한순간 조용해졌다.
“…..”
긴장도 하지 않은지 자신들에게 여유 어린 미소를 보이는 그의 모습에 잠시 말문이 막힌 것이다.
그만큼 지금 영찬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좀 전 스크린에서 보았던 그의 모습은 일상생활 속에서 흐트러져 있었지만, 지금은 풀 메이크를 마친 상태라서인지 한결 더 그의 아우라가 강렬하게 풍겨지고 있었다.
풀 메이크를 마친 그의 외모는 개성 강한 배우 못지않았는데, 그게 그의 아우라와 함께하니 사람들의 말문이 이처럼 막히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영찬은 갑자기 조용해진 관객들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마이크에 입을 가져갔다.
“다시 한번 인사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블랙 타이거의 박영찬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Legends of Rock’에서 데뷔 공연을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지루한 멘트는 이쯤하고 바로 무대 시작하겠습니다. 첫 곡은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입니다.”
-두두두둥!-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 때려 부술 듯한 어마어마한 드럼 소리가 천둥처럼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실내 공연장이라지만 이 정도로 큰 무대에 올라가 본 적이 없던 곽도훈이 흥분했는지 평소보다도 더 많은 힘을 스틱에 실으며 생긴 일이다.
이어 두 대의 끝내주는 기타 소리가 드럼 소리와 어우러졌으며, 다음으로 건반이 마지막으로 베이스가 합쳐지자, 이 블루스를 연상케 한 락은 대번에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어렵게 ‘Legends of Rock’의 관객으로 왔다는 것은 곧 이들이 락을 사랑하는 이들임을 뜻했다.
자연 이들은 도입부만으로도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가 얼마나 끝내주는지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들이 무엇을 기대하든 블랙 타이거는 그 이상의 것을 그들에게 선사했다.
“아아아~. 그래 내가 돌아왔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 거칠면서도 맑은 영찬의 보컬이 함께하자,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는 역대 명반의 락 음악 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아니 오히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노래가 이어질수록 관객들은 마치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그 고통은 자연스럽게 아드레날린을 불러들이었다.
-와아아아아!-
그때부터 누구 할 것 없이 그들은 미친 듯이 환호하며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에 빠져들었다.
“나를 이해 못 하겠다고? 하지만 봐라! 나는 틀리지 않았다!”
그 누구도 6분 20초라는 시간이 결코 길다고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이 시간이 영원하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결국 끝은 오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마치 짧은 꿈인 것처럼 모든 이들을 광기로 몰아넣은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는 거짓말 같은 끝을 맞이했다.
갑자기 자신들을 멋대로 날뛰게 했던 음악이 끝이 나자 상기된 관객들의 얼굴에는 짙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하하하.”
그런 관객들의 모습에 나지막이 웃음을 흘리던 영찬은 곧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흥분한 것은 관객들만이 아니었다.
그의 멤버들도 마찬가지인 저마다 얼굴이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그래, 이런 걸 보고 싶었다. 이걸 느끼고 싶었어.’
영찬이 저쪽 세상에서 자신에게 부러워했던 것 중 가장 부러운 몇 개를 꼽아 보라고 하면, 그중 하나가 블랙 타이거 활동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마치 한 존재가 된 것 같은 이 고양감은 오직 블랙 타이거 활동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누구도 부럽지 않을 최정상 자리에 올랐음에도 다시 밴드 음악을 꿈꾼 것은 이 때문이었다.
‘이제 이건 부러워할 필요가 없겠군.’
저쪽 세상에서도 끝내 이루지 못했던 그 꿈을 지금 이 자리에서 결국 이루게 되었으니, 아마 이 자리에서 가장 기쁘고 흥분이 된 이는 영찬 그일 것이다.
영찬은 떨리는 심정을 애써 감춘 채 다시 마이크에 입을 가져갔다.
“바로 이어가겠습니다. 다음 곡은 ‘블랙 타이거’입니다.”
-지지지지징!-
전곡이 블루스 기반을 둔 락이라면 그 시작부터 요란한 기타 소리로 시작되는 블랙 타이거는 메탈을 기반으로 둔 락 음악이다.
“오오오오!”
거대한 엔진이 요란하게 예열하듯이 점차 고조되는 영찬 그의 목소리는 이 거대한 실내 공연장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그와 함께 밴드 소리 또한 고조되어갔고, 마침내 예열이 끝이 난 영찬이 본격적으로 노래를 시작한 순간 공연장은 이미 열광의 도가니가 된 상태였다.
“tiger tiger black tiger~. Black tigers are great hunters!”
‘블랙 타이거’ 는 자신들을 사냥하러 온 사냥꾼들을 비웃으며 오히려 그들을 사냥한다는 내용이 담긴 곡이다.
달리 해석하자면 블랙 타이거는 블랙 타이거 밴드가 천적이 없는 독보적인 존재라는 것을 선전포고하는 노래이기도 했다.
타이틀인 노장은 죽지 않는다가 블랙 타이거 밴드의 정체성이라고 한다면 블랙 타이거라는 이 곡은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는 목표인 셈이다.
그런 염원을 담은 곡이라서일까?
관객들은 어느 순간부터 후렴이 되어 버린 ‘tiger tiger black tiger~. Black tigers are great hunters!’를 외치며 블랙 타이거의 음악과 하나가 되었다.
이 순간만큼은 공연장 전체가 마치 1970년대 초기 고전적인 메탈의 시대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을 만들어냈다.
“black tiger~!”
곡의 마지막에 다 달았을 때 영찬은 메탈 특유의 쇳소리와 같은 긁어내는 목소리로 무려 30초 동안 마지막 음의 호흡을 이어나갔다.
그 모습이 경이로웠던 것인지, 순간 관객들은 약속이라도 하듯이 함성을 멈추었다.
-두두두두둥! 콰아앙!-
그렇게 마지막 거친 드럼 소리를 끝으로 블랙 타이거는 그 끝이 났다.
-와아아아!-
-블랙 타이거! 블랙 타이거!-
블랙 타이거 또한 6분이 넘는 곡이었지만 앞서처럼 곡이 길다고 느낀 이들은 없었다. 미쳐 버린 열기 속에서 관객들은 저마다 블랙 타이거를 외쳐댔다.
그것이 노래의 후렴구가 입에 달라붙어 그런 것인지 아니면 블랙 타이거 밴드에 대한 찬양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곳에서 그들의 음악을 들은 이들 모두가 그들의 팬이 된 건 분명하다는 것이다.
영찬은 블랙 타이거를 외치는 관객들을 열기 어린 눈길로 바라보다 다시 밴드에 고개를 돌렸다.
다들 이런 큰 무대는 처음이라서 그런지 힘 조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직은 괜찮은 것 같군.’
영찬은 그동안 삼촌들을 굴리고 또 굴리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한계점이 어디인지를 알고 있었다. 아마 아드레날린이 분비된 탓이겠지만, 지금 정도라면 쉬지 않고 이어 불러도 될 듯 했다.
영찬은 바로 다음 곡 ‘추종자들’로 무대를 이어나갔다.
추종자들은 초기 얼터너티브 락의 색을 지녔다.
디스토션 먹인 강렬한 기타 리프나 단순한 곡면 구성, 사회 비판적이거나 감성적인 가사, 괴물에 저항하는 태도 등을 담은 얼터너티브 락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과거 고착화된 헤비메탈을 대안으로 만들어진 얼터너티브 락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너바나의 등장은 그야말로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블랙 타이거가 연주하는 추종자들은 그때 그 시절 사람들이 느꼈던 그 충격을 맛보여주었다.
얼마나 충격적이었던지 잠시 동안이지만 함성이 멈추었을 정도였다.
“흐읍~ 하아~.”
어느새 추종자들이 끝이 났고, 영찬은 무대 위로 쏟아지는 그 뜨거운 열기에 깊은숨을 들이 마시며 호흡을 골랐다.
빠르게 호흡을 되찾은 영찬은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이제 쉬셔야겠네.’
온몸이 땀으로 목욕을 한 듯한 멤버들의 모습은 확실히 한계에 다다른 듯 보였다. 그러나 영찬은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했기에 그저 미소를 보일 뿐이다.
하기야 본래라면 중간중간 멘트를 하며 숨 돌릴 시간을 가져야 할 여유 없이 몰아붙였으니, 저리 지친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무엇보다 영찬에 의해 자신의 한계 이상의 연주를 하고 있기에 더더욱 체력 소모가 심했다.
“대충 5분 정도일까?”
본래라면 무대 중간중간에 멘트로 채워야 했을 시간이었지만, 영찬은 애초 그럴 생각이 없었다.
-탁-
그는 무대에 올랐을 때부터 세팅을 마친 자신의 기타를 그제야 들어 올렸다.
갑자기 보컬인 영찬이 기타를 들어 보이자 관객들의 눈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다.
그런 관객들의 의아한 모습들을 눈에 담으며 입가에 큰 호선을 그리던 영찬은 달리 아무런 멘트도 없이 바로 기타 연주를 시작했다.
-다다다당! 지지지징!-
솔로 기타 연주.
그렇게 훗날 전설로 회자 되는 그의 기타 독주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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