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34
11장. 데뷔.
-자자자자장! 지지지징!-
마치 손이 4개라도 된 것 같은 엄청난 속주였다.
그의 기타는 비명을 지르는 듯 강렬한 사운드를 토해내었고, 그때마다 관객들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아야 했다.
그건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미지의 무언가를 마주하였을 때 느끼게 되는 원초적 본능이었다.
-따다다당! 다다당!-
하지만 정말 무시무시한 건 속주 따위가 아니었다.
그의 기타의 가장 놀라운 점은 그 엄청난 속주 못지 않게 풍부한 감성이다.
속주에 맞춰 터져 나오는 그의 감성 깊은 기타 선율의 형태는 격정(激情 격렬한 감정)에 가까웠고, 그 말은 그의 기타가 사람들의 심장을, 그들의 뇌를 미친 듯이 자극한다는 걸 뜻했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스스로에 대해 놀라는 중이었다.
평균 6분인 곡들을 3곡이나 연달아 들으며 고조될 대로 된 자신이 여기서 더 고조될 수 있다는 것에 놀란 것이다.
그만큼 영찬의 기타 연주는 사람들의 혼을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결국 그 몰아치는 강렬한 자극에 하나 둘씩 자신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이 순간만큼은 자신을 억압하던 모든 것에서 벗어난 채 오직 기타 선율 하나에 자신을 올려 놓는 것이다.
어느 시점부터는 이 거대한 공연장이 좁다고 터져 나오던 환호성은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관객들이 본능적으로 침묵을 선택한 것으로, 덕분에 영찬의 기타 소리만이 이 거대한 공연장을 가득 채우게 되었다.
그렇게 꿈만 같았던 4분 32초의 기타 솔로 연주는 모두에게 큰 울림을 안기며 끝을 맺었다.
-…..-
연주가 끝이 난 뒤에도 관객들은 벙어리가 된 듯 쉬이 침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영찬은 소리가 없기에 더욱더 뜨거워진 이 열기를 한껏 즐기며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하하하.”
영찬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믿을 수 없는 존재를 본 것 같은 동료들의 벙한 얼굴들이 재미있다고 느껴져서다.
‘좀 흥분하기는 했지.’
그는 본래 이 정도까지 기타 실력을 뽐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이 정도 규모의 무대에 오르자, 그는 저도 모르게 리미트를 놓아 버리고 말았다.
거기에 고조된 상태를 따라 한계 없이 치솟는 영감까지 함께하니, 역대 급의 기타 연주를 선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기야 그랬으니 벌써 반년 가까이 함께 한 동료들을 저 같은 상태로 만드는 것일 터다.
대략 30여 초를 이들의 뜨거운 침묵을 즐기던 영찬은 천천히 마이크에 입을 가져갔다.
“다들 너무 조용하시네요. 제 기타 연주가 마음에 안 드셨나요?”
-!!!!-
장난기 어린 그의 가벼운 한 마디가 낳은 파장은 대단했다.
마치 손가락만 한 균열이 댐을 무너뜨리듯이 한순간 터져 나오는 관객들의 함성에 공연장 전체가 뒤흔들리는 듯했다.
함성을 터트리는 것은 관객들만이 아니었다.
“퍽킹! 미친 괴수 같은 녀석! 넌 신이야! 기타의 신이라고!”
“여기서 더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넌 정말 미쳤다!”
“와아아! 아 씨발!”
“젠장! 내가 지금 들은 게 뭐야!”
“으아악!”
블랙 타이거의 동료들 또한 환호를 보이며 잔뜩 흥분한 상태를 보였다. 그건 영찬도 마찬가지였던지 멤버들에게 ‘devil horns’의 제스처를 담은 손 모양을 펼쳐 보였다.
보통 락커들이나 그들의 팬들이 쓰는 손 모양 제스처는 미국 수화로 ‘I Love You’라는 아주 달콤한 뜻을 지닌 손 모양을 선보인다.
하지만 이 제스처에서 엄지손가락을 접으면 영찬이 보인 ‘devil horns’ 즉 악마의 뿔이 만들어진다.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는 멤버들은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소리 질렀다.
“가자! 가자고!”
“지저스! 난 오늘 죽어도 상관없어!”
“미치겠네.”
“….어떻게든 따라간다.”
“드디어!”
영찬이 악마의 뿔 제스처를 보인다는 것은 곧 그 또한 밴드 연주에 합류한다는 뜻이었다.
이게 뭐 그리 대단하기에 저렇게 멤버들이 흥분하는가 싶겠지만, 그가 합류하고 안 하고의 차이는 대단히 컸다.
지금껏 연주에 그가 가담 안한 건 여러 이유가 있었다.
그 중 큰 이유 두 가지라면 멤버들에게 지나치게 무리가 간다는 점과 더불어 자칫 영찬 그가 생각하는 밴드 색깔이 흐트러질까 봐 자제하는 것일 뿐이다.
최소 5년 정도는 더 멤버들이 담금질 된 뒤에야 영찬이 함께해도 무리 없을 것이라, 지금은 겨우 한 두 곡 정도가 한계치였다.
영찬은 멤버들에게 보이던 악마의 뿔 제스처를 접고는 관객들에게 검지를 들어 보였다.
달리 약속한 것도 없는데, 그의 제스처에 관객들의 환호는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마지막 곡입니다. 이번 곡의 이름은 ‘태양’입니다.”
앨범의 마지막 자리를 차지하는 태양은 모던 락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곡이었다.
모던 락은 80년대 후반에 등장한 장르로, 현대적인 트렌드에 맞춘 락 음악이라는 뜻을 지녔다.
한국에는 90년대 중반쯤에 퍼지기 시작했는데, 대개 서정적 멜로디를 중심으로 리버브를 푸짐하게 먹인 일렉기타 사운드를 주로 다룬다.
지금까지도 한국 인디 쪽에서는 대들보같이 근본을 지키는 장르라, 락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이들도 한 번쯤 빠져들거나 즐겨듣는다.
이 때문에 태양은 블랙 타이거가 조금 전까지 연주했던 4곡과는 확연히 그 분위기가 달랐다.
앞서의 곡들이 테크닉 위주에 가까운 곡인 것에 비해, 태양은 무정형ㆍ감수성 위주의 곡이라서다.
자칫 벌겋게 뜨거워진 쇳덩어리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될 수도 있으나, 블랙 타이거가 연주하는 태양은 그렇지 않았다.
-따다다당~-
영찬의 기타로 시작되는 첫 음만으로도 관객들은 또 다른 길에 오르게 되었다.
그들의 고조된 그 감정을 그 격정의 물줄기를 틀어 버린 것으로, 영찬의 뒤를 이어 그의 동료들의 연주가 함께하자 점차 그 물줄기는 거세어져갔다.
“어스름한 하늘을 보며 집으로 가는 길~”
그 물줄기가 거대한 강줄기로 바뀐 것은 영찬의 목소리가 더해졌을 때였다.
탁성이 지워진 맑고 묵직한 그의 목소리는 마치 팔색조를 보는 듯하다. 놀랍게도 그의 목소리는 지금 태양 이 곡에 가장 적합한 목소리로 바꾸어져 있었다.
‘태양’의 비하인드 스토리라면 각성한 영찬이 이 세상에서 만든 오리지널 곡이라는 점이다.
20살이 되기도 전부터 공장일을 다니며 그가 본 광경의 대부분이 어스름한 하늘이었다.
그는 그와 같은 광경을 10년 동안 바라보아야 했다.
힘들었고 고되었지만, 이 순간이 자신과 가족을 희망으로 인도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멈추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다.
끝내 그는 자신의 가족을 지켜내었고, 그것으로 그는 모든 걸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목표를 이루면서 저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기라도 한 것일까?
어느 날부터 별 일 없이 몸이 아프고 지쳐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고통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겨우 이 따위 고통에 멈추기에는 너무도 많은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가 생각지 못한 기적을 마주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그는 더는 가족이 아닌 자신을 위해 걷기 시작했다.
저 찬란한 태양처럼 여기던, 그 잊어버리고 있었던 꿈을 좇기로 한 것이다.
영찬은 이 태양의 곡을 통해 저마다 자신의 꿈을 버린 채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위로를 받기를 바랬다.
그런 그의 바람이 담긴 곡이기 때문일까?
-훌쩍~킁-
어느순간 관객들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이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곡의 종장에 다다랐을 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눈물을 보이지 않는 이들이 없었다. 어떤 이들은 수년간 묵은 감정을 토해내듯 엉엉하고 소리 내며 울어 대기도 했다.
울음을 터트린 이들은 관객들만이 아니었다.
언제나 어두운 실내에서도 선글라스를 벗지 않던 심사위원들 또한 지금만큼은 선글라스를 내려놓은 채 눈가를 훔쳤다.
“도, 도대체 정체가 뭐지?”
겨우겨우 감정을 수습한 한라산의 리더 강찬은 지금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정말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면 깨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그의 절대 짧지 않은 락 인생에서도 한 번도 느껴 본 적이 없는 충격적인 무대였다.
모든 게 완벽하다는 기준조차 뛰어넘어 버렸다.
영찬을 제하더라도 블랙타이거 멤버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이들이 무명이었는지 이해가 안 될만큼 그들의 밴드 음악은 훌륭했다.
자신들의 밴드 소리와 비교해도 될 정도다.
하지만 블랙 타이거에게는 박영찬 그가 있었고, 그와 함께 하는 밴드의 음악은 자신들을 뛰어넘기에 충분했다.
모든 곡이 저마다의 장르를 달리했음에도 이들의 곡은 락의 정수를 뽑아낸 것처럼 끝내주었다.
능히 수십 년은 우려먹을 명곡이 거짓말처럼 무더기로 쏟아진 것이다. 그것도 한국 내수용 수준이 아닌 세계 전체를 전율케 할 곡들이다.
“빌어먹을!”
그 전율스러운 그들의 음악에 빠져 있던 강찬은 뒤늦게 욕지거리를 내뱉어야 했다.
‘이게 그들의 콘서트가 아니라니! 이대로 끝이라니······. 정말 끔찍한 일이야!’
분명 이들이 연주하기 전만 해도 화제의 프로그램인 ‘Legends of Rock’에서 무려 네 곡이나 연주한다는 말에 고개를 저어댔던 과거의 자신을 패버리고 싶을 지경이다.
심사위원들 대부분이 그와 같은 심경에 빠진 가운데, 화면은 점차 줌아웃이 되더니 이후 광고로 넘어갔다.
-꿀꺽-
광고가 시작된 뒤에야 블랙 타이거의 멤버들은 현실로 돌아왔다.
“다시 보니 우리가 저 때 미쳤었네.”
“우리가 미친 게 아니지. 영찬이가 미쳤던 거지.”
“그게 그거지 인마!”
“그게 그거 같은 소리 하네! 넌 똥과 된장도 구분 못 하냐?”
“너는 또 왜 저기서 울고 지랄이야!”
“참나! 저 위에서 눈물 안 흘린 녀석이 어디 있다고? 너도 질질 짜는 거 봤거든.”
“이 새끼가 노망이 들었나. 누구 보고 질질 짰대!”
“누구긴 요즘 젊은 척하는 노망 난 영감탱이지.”
흥분하기는 했는지 별거 아닌 거로 투닥거리는 삼촌들에 영찬은 고개를 저어대다, 폰 진동 소리에 화면을 켰다.
다름 아닌 ‘Legends of Rock’의 이기찬PD가 보내온 전화였다.
“저희 순간 시청률 20% 넘겼습니다. 모든 게 블랙 타이거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희 국장님이 ‘더 라이브쇼’에서 특별 무대를 준비하고 싶다고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더 라이브쇼. A 방송국에서 오랫동안 진행해온 음악방송이다.
지상파 정도는 아니어도 케이블에서는 가장 영향력이 컸는데, 이는 이 돈이 안 되는 음악방송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서다.
1부와 2부로 나누어지는 데 1부에서는 가수들의 무대 아래에서의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다큐 형식으로 볼 수 있으며, 2부에서는 그들의 화려한 무대를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탑 급 무대의 경우는 억 단위의 무대 시설을 만들기도 하니, 이들이 음악방송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특별 무대를 지금인 신인인 블랙 타이거에게 해준다는 말이었다.
영찬은 놀란 심정을 감추지 않은 채 서둘러 답했다.
“물론입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해주십시오.”
“하하하. 알겠습니다. 그리고 괜찮다면 나중에 제자들의 무대에서도 한 번 더 나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저희야 ‘Legends of Rock’ 같은 프로그램에 또 나갈 수 있다면 더 할 수 없이 좋지요.”
“감사합니다. 그럼 자세한 상황들은 정리해서 연락 드리겠습니다.”
영찬은 이기찬 PD와의 전화를 끊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데뷔에 있어 가장 변수라고 생각했던 홍보가 이제 해결이 되었다고 생각이 들어서다.
그리고 이런 영찬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띠리리릭! 띠리릭!-
그동안 말없이 방송을 지켜보던 실장의 폰으로 미친 듯이 연락이 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연락이 온 곳은 바로 실장이 인맥을 총동원해 어렵게 스케줄을 잡았던 음악방송 제작진들이었다.
그것도 막내 작가나 FD가 아닌 음악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PD들이었다.
신인과 무명에게 유달리 콧대가 높다는 PD들이 이처럼 먼저 연락을 온다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사정을 보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요즘 가장 핫한 ‘Legends of Rock’의 시청률은 타 방송사에서도 눈여겨보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순간 시청률이 정확히 20.3%가 넘어간 방송의 아이템을 가만히 내 버려 두고 있다면 그것부터가 직무유기나 다름없었다.
“아이고, PD님 안녕하십니까? 하하하. 잘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밤늦은 시간에 전화를 받게 되었음에도 실장의 얼굴은 밝았다.
블랙타이거의 미니 1집은 YC 엔터의 첫 앨범인만큼. 이 흥행에 따라 YC엔터의 다음 앨범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기에 어떻게든 성공해야 했다.
그랬건만 기대했던 것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으니 그로서는 더 할 나위가 없었다.
잠들기 어려운 그 날 밤.
블랙 타이거의 첫 앨범은 그렇게 뜨거운 관심 속에서 발매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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