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35
12장. 신드롬
12장. 신드롬
타이틀 곡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의 음원 사이트 첫 성적은 95위였다.
만족스러운 기록이었지만, 삼촌들 대부분이 실망의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으음.”
“생각보다 저조한데?”
“그러게 말이야. 95위면 거의 마지막 순위잖아.”
“여기만 그런가? 했는데 다른 음원 사이트도 알아보니까 여기와 비슷한데. 오히려 떨어진 곳도 있고.”
“젠장. 괜히 기대했네.”
“……너희들 미친 거 아냐?”
실망하는 삼촌들의 모습에 어이없어 하는 내 마음을 아는 듯, 문일범 삼촌 또한 어이 없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고개를 저어댔다.
그러나 삼촌들은 오히려 그런 문일범 삼촌을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하나 같이 갑자기 저 새끼 왜 지랄이냐? 라는 얼굴들이다.
문일범 삼촌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XXX들이로군?’ 라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100위권 안에 드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모르나 보네. 말이 100위지. 신곡이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자리는 절반도 안 돼.”
“그게 무슨 말이야?”
“뭔 헛소리야?”
삼촌들은 문일범 삼촌의 말에 이해가 안 된다는 눈치였고, 이에 나는 보충 설명을 해 주었다.
“콘크리트를 말하는 겁니다.”
“콘크리트?”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궁금해하는 삼촌들에게 답답해하는 문일범 삼촌을 대신해 나는 설명을 이어갔다.
“콘크리트가 뭐냐면 음원 순위 중에 변동이 안 되는 음원들을 말합니다. 대형 팬덤을 가진 아이돌이 음반을 낼 때 그 팬들이 모든 음원을 미친 듯이 돌려 음원 순위 줄을 세우는거죠. 극성 팬들의 경우는 이걸 활동이 끝날 때까지 유지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1주 정도 유지하고 타이틀만 밀기도 합니다. 나름 자기가 미는 아이돌의 브랜드값을 유지하려는 거죠.”
“이건 그래도 팬들에 의해 벌어진 일이니깐 크게 문제 되는 건 아니에요. 실제로 현 가요계 시장은 아이돌이 잡고 있기도 하고. 하지만 요즘에는 사재기 음원 업체에 돈을 주고 음원 순위 올리는 곡들이 있죠.”
“듣도 보도 못한 가수들의 곡이 갑자기 상위권에 있다면 그 짓으로 올린 거라고 보면 됩니다. 심지어 낯짝이 두꺼운 이는 1위 자리에 올리기도 하고요. 생각보다 이렇게 올라간 곡들이 많습니다. 어떤 경우는 교묘하게 하위권에 놀다 사람들이 뜸한 새벽에만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하죠.”
“프로그램으로 돌리는 거다보니 웬만해서는 밀어내기도 어려워요. 이 외에도 팬심으로 오랫동안 순위가 유지되는 곡들도 적지 않기도 하고요. 문일범 삼촌이 100위권 안에 자리가 절반도 안 된다고 말한 건 바로 이때문이에요.”
“그러니깐 95위라고 하지만 콘크리트를 제하면 실제로는 50위 선에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죠.”
내 설명에 최근 가요계 사정을 모르는 삼촌들은 어이가 없어 하면서도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높은 순위라는 점을 알고는 기뻐하는 눈치였다.
잠시 후 모든 전화 통화를 끝마친 실장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음원 순위 확인했습니까? 음원 발매한 지 1시간 만에 이 정도 순위라니. 기대는 했지만, 이거 생각보다 더 대단하더군요.”
놀라는 실장의 말에 곽도훈 삼촌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확인했습니다. 잘 몰랐는데 대단한 성적이라고 하더라고요.”
“네. 대단하지요. 타이틀 곡이 벌써 15위권에 오르다니 말입니다. 아마 최근에 컴백한 아이돌이 아니었다면 이미 10위 권 안에도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네? 15위권요?”
“으음? 모르셨습니까?”
“아니, 저희가 확인했을 때는 그 순위가······. 오!”
나는 서둘러 최대 음원 사이트인 레몬 앱을 켰고, 곧 매니저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우리 위에는 지난 주에 데뷔한 대형엔터의 주 상품인 EX 앨범 전곡과 사재기로 의심되고 있는 1곡 그리고 스노우 레이디 두 버전 곡이 있을 뿐이다.
“설마?”
놀란 것도 잠시 나는 머릿속을 스쳐 간 생각을 따라 서둘러 레몬 차트 순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맙소사!”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짧은 탄성을 터트렸다.
왜 그러냐는 삼촌들의 말에 나는 말 없이 폰 화면을 보여주었고, 그걸 본 삼촌들의 반응은 나와 다르지 않았다.
“이거 내가 본 게 맞는 건가?”
“아무리 ‘Legends of Rock’ 프로그램 버프를 받았다지만, 이건 말이 안 되는 수준인데?”
“미쳤군!”
“와! 이건······. 허.”
“어디 보자 하나둘······. 그래. 다 올라가 있어!”
마지막 박시영 삼촌의 말대로 블랙 타이거 미니 앨범 1집에 실린 모든 곡이 차트 인에 성공한 것이다.
“이거 때문에라도 오늘 밤을 새워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순위가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지 기대에 설레하는 문일범 삼촌에 나는 아쉬움이 일었다.
각인된 기억 때문이 아니었다면 나 또한 삼촌들처럼 설레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나의 상념은 보기 드물게 목소리를 높이는 실장에 의해 사그라졌다.
“모니터는 저희가 할테니, 신경 쓰지 마시고 쉬세요! 내일 당장 잡힌 스케줄만 3개라 이제부터 쉴 수 있을 때 쉬셔야 합니다. 그게 지금 여러분들이 하셔야 할 일입니다.”
점잖은 사람이 화를 내면 무섭다는 말이 사실인 모양이다.
나는 물론이고 삼촌들도 실장의 말에 감히 대꾸도 하지 못하는 걸 보면 말이다.
삼촌들은 괜한 헛기침들을 하며 하나 둘씩 자리를 떠났다.
실장은 그런 삼촌들의 뒷 모습에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어째 저 분들은 점점 더 어린아이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본래 뮤지션은 철이 들면 할 수 없는 거죠.”
“아하하하.”
웃으며 꺼낸 말에 실장은 공감한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런 것 같군요. 덕분에 제가 해야 할 일들이 많겠습니다.”
“실장님만 믿겠습니다.”
“믿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든든한 실장의 모습에 나는 새삼 사람을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닌게 아니라 활동을 위해 실장이 데려온 이들도 하나 같이 능력도 인성도 좋았기 때문이다.
공룡 급 엔터를 이끌었던 녀석 덕분에 인사가 만사라는 걸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상할 정도로 운 좋은 녀석 답게 녀석과 함께 한 이들 대부분이 인재들이었다.
실제로 녀석이 마약으로 맛이 가버린 상황에서도 YC엔터의 주가가 여전히 상향선을 지키고 있었으니, 이만하면 인복은 타고난 셈이다.
이게 정말 부러웠었는데, 지금 보니 이제 마냥 부러워 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걸 알게 되어서일까?
데뷔를 하게 되었음에도 그와 별개로 유달리 짐을 내려놓은 듯 마음에 한결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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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찬은 잠을 푹 잔 듯 개운한 얼굴로 차에 들어섰다.
“정말 신경이 강철로 되기라도 한거야?”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은 지 먼저 타 있던 피로한 기색의 박시영이 투덜거려댔다.
삼촌의 투정에 영찬은 말없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마도 그도 각인된 기억이 아니었다면 저런 모습이겠지라는 생각 때문이다.
‘퀭한 얼굴을 보면 마냥 처음을 못 느낀다고 해서 아쉬워할 건 아닌 것 같네?’
어쨌든 그런 그들의 사정과는 상관없이 해도 해도 완전히 뜨지 않은 시간부터 다들 차를 타고 움직여야 했다.
샵을 방문해야 했기 때문이다.
“오셨습니까? 대표님. 다른 분들은 먼저 가 계십니다.”
“어휴. 아침부터 수고하십니다.”
“아닙니다. 차에 요기 할 것 사놨습니다. 가시는 길에 좀 드시길 바랍니다.”
“네.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같이 사는 게 아니다보니 일단 샵에 가까운 곳에 사는 이들부터 먼저 데려다 놓은 모양이다.
덕분에 영찬은 박시영과 단 둘이 차를 타게 되었다.
입맛이 없는지 물만 마셔대던 박시영과 달리 영찬은 김밥 두 줄을 그 자리에서 먹어치웠다.
“아침부터 잘도 넘어가는구나.”
“스케줄 잘 소화하려면 잘 먹어야죠. 삼촌도 좀 드세요.”
“어휴. 난 됐다. 지금 먹으면 오히려 속이 더 안 좋을 것 같아.”
“그럼 음료수라도 좀 드세요.”
그러나 그 마저도 속이 안 받는다는 듯 박시영은 고개를 저어댔다. 그런 삼촌의 모습에 영찬도 더는 권하지 않았다.
‘뭐 차차 나아지시겠지.’
어차피 오늘은 따로 무대가 있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라디오 하나와 인터뷰 몇 개가 있을 뿐이니, 크게 힘을 뺄 일은 없었다.
다만 내일부터는 방송국을 뛰어야 하기에 영찬은 그 전에 삼촌들의 긴장이 풀렸으면 싶었다.
“아! 대표님 저희 지금 M포탈에서 난리 났습니다.”
“그래요?”
들떠하는 매니저와 달리 영찬은 놀라거나 하지 않았다.
숱하게 검색 순위 1위 자리에 올랐던 각인된 기억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미 앞서 스노우 레이디나 이전 너튜브 커버 영상을 통해 경험을 해 보았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블랙타이거로서 처음이다 보니 궁금증이 생긴 건 어쩔 수 없었다.
“흐음!”
M포탈에 들어가기 앞서 우선 레몬에 들어가 검색 순위를 확인했던 영찬은 짧게 탄성을 터트렸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가 1위 자리를 차지해서가 아니었다.
그가 놀란 건 10위권 안에 블랙 타이거의 전곡이 다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수록곡인 태양, 블랙 타이거, 추종자들이 각기 3위, 5위, 7위에 올라가 있었다.
“….반응이 생각보다 뜨거운데.”
그 와중에도 2위 자리는 스노우 레이디 해외 버전인 걸 보면 탑 10은 현재 영찬의 곡들로 줄을 세운 것이라고보아도 무방했다.
이만하면 탑 아이돌 부럽지 않은 인기다.
곧 레몬 앱을 닫고 M사 앱을 킨 영찬은 검색 순위 1위 자리에 블랙 타이거가 올라가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아니 1위만이 아니었다.
1위부터 10위까지의 검색어 모두 영찬과 관련된 이슈로 채워져 있었다.
기사들 또한 수십 개가 넘어가고 있었는데, 이것만 보아도 실장이 지난 밤 사이 얼마나 바빴는지 알 수 있었다.
기사에 달린 댓글 대부분이 극찬에 가까웠는데, 콧대 높은 음악 평론가들의 반응 또한 그리 다르지 않았다.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듣고도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현실이었다. 락의 신은 그들의 앨범에 족적을 남겼다.-
-블랙 타이거의 타이틀 곡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을 듣는 순간 나는 과거로 회귀했다. 짧고도 강렬한 순간이었다.-
-그들의 앨범은 마치 시대를 대표하던 락의 장르들을 도장 깨기 하는 걸 보는 듯했다. 놀랍게도 블랙 타이거는 모두 승리했다.-
-한국 가요계에 많은 천재가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YC 그를 단순히 그들 중 하나라고 여길 수 없을 것이다. 그를 정의할 새로운 단어가 필요하다.-
-락이 그저 시끄럽다고 생각하는가? 이미 한물이 간 장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블랙 타이거 미니 1집을 들어보라. 첫 곡을 듣는 순간 그대는 자신의 모든 편견을 벗어버리게 될 것이다.-
-음반의 곡들을 듣는 내내 울음을 흘려야 했다. 이 엄청난 명반을 만들어준 블랙 타이거에게 경의를 보낸다.-
-막연하게 듣고 싶었던 음악이 무엇인지 오늘에서 알게 되었다.-
평점은 최고점에 가까웠다.
단 한 번도 4점 이상 평점을 주지 않았던 평론가조차도 4.5점을 주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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