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36
12장. 신드롬
“도착했습니다.”
정신없이 찬사가 담긴 글들을 살피고 있던 영찬을 깨운 건 로드 매니저였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영찬은 이미 박시영 삼촌이 차에서 먼저 내려섰음을 알게 되었다.
“삼촌도 참. 같이 가시지… 첫 스케줄이 뭐죠?”
“S방송사 쪽 인터뷰로 시작할 것 같습니다. 실장님이 그쪽과 이야기가 잘 되어가고 있는 것 같더군요.”
“시작이 좋군요.”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 곡은 6분이 넘는 곡이다. 3분대가 평균인 현 시점에서 본다면 형편성이 맞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6분이면 탑 클래스 가수나 아이돌들이 타이틀과 서브 곡까지 무대를 할 수 있는 곡이기 때문이다.
음악 프로그램은 1시간 남짓인데, 무대에 오르고자 하는 이들이 많으니 빡빡하게 갈 수밖에 없다.
괜히 무대가 끝나기 무섭게 다음 가수들이 뛰다시피 들어와 무대를 이어가는 게 아니었다.
보통 블랙 타이거와 같은 경우 편곡을 통해 시간을 줄이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전날 ‘Legends of Rock’의 방송이 생각보다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만큼, 실장이 이 점을 살려 협상을 진행 중인 모양이다.
그리고 그 협상의 조건으로 S방송국에서는 블랙타이거의 첫 번째 공식 인터뷰를 내세운 것일 테고.
그렇게 잡게 된 첫 인터뷰는 S 방송국에서 운영하는 연예를 전문으로 소식을 알리는 연예탑뉴스로 시작되었다.
급하게 잡힌 스케줄치고는 상당히 큰 스케줄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찾아보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찬을 놀라게 한 건 따로 있었다.
“협상 끝에 12분을 받았습니다.”
“….그 정도면 탑 아이돌 컴백 급인데. 용케도 받으셨네요.”
“그만큼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뭐, 보는 눈은 있는 것 같긴 하네요.”
“하하하.”
영찬의 농담에 실장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또한 12분이라는 무대 시간을 얻은 건 쾌거라고 할 수 있는 일이라서다.
첫 인터뷰를 연예탑뉴스로 하는 거로 해서 받은 12분의 무대는 그만큼 큰 것이었다. 다른 가수들 같으면 3곡을 무리하면 4곡까지도 부를 수 있는 시간이니.
이만하면 특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독하게 말하면 1위 가수를 비롯해 그날 출연한 가수들을 모두 들러리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이었다.
‘아쉬운 건 마지막 순서가 아니라는 거지만.’
아무래도 무대는 뒤로 갈수록 좋기는 하지만 거기까지 받아내는 건 무리였다.
화제거리와 어찌되었든 상대가 대형엔터에서 미는 EX라는 탑 아이돌이기 때문이다.
블랙 타이거가 컴백하기 전에 음원 줄을 세우던 아이돌인만큼 이 정도까지 협상한 게 오히려 대단할 일이었다.
그렇게 기분좋은 소식에 블랙 타이거는 저마다 미소를 보이며 인터뷰를 기다렸다.
“어?!”
영찬은 자신들을 인터뷰하러 온 리포터를 확인하고는 조금은 놀란 눈치였다.
누구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리포터는 바로 걸그룹 ‘라라랜드’의 리드 보컬 세라였다.
단순히 걸그룹 멤버라서 놀란 게 아니었다. 공돌이 시절 그가 아꼈던 팀 중 한 팀이 바로 ‘라라랜드’의 멤버이기 때문이다.
올해로 3년 차인 ‘라라랜드’는 그나마 영찬이 아끼는 팀들 중에서 사정이 제일 나았다.
인기 가수들을 여럿 키웠던 중견 엔터인 알렉스 소속이기 때문이다. 알렉스 엔터는 중소엔터의 신화라 할 정도로 과거 그들이 내놓은 레드 핑크라는 걸그룹은 그 데뷔부터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이후 레드 핑크가 마의 7년차가 되자 새로운 걸그룹을 내놓았는데 그들이 바로 라라랜드다. 레드 핑크의 동생 그룹으로 주목을 받았던 라라랜드는 초기에 많은 관심을 가졌지만 아쉽게도 뜨지 못했다.
이유는 한둘이 아니었다.
레드 핑크의 계약 시기에 맞춰 나온 라라랜드를 뻔한 수작으로 본 레드 핑크의 팬덤이 이들을 탐탐 치 못했던 것이나, 이 시기에 다른 대형 엔터에서도 새로운 걸그룹들을 내놓으며 화제가 넘어간 점 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찬이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컨셉이 3세대 걸그룹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 있었다.
레드 핑크를 프로듀서 했던 이가 과거의 영광을 생각하고 만든 것인지, 독하게 말하면 라라랜드의 컨셉은 구렸다.
마치 5년 전으로 회귀한 것 같은 느낌을 가져다주는데, 문제는 노래도 그런 형태라는 점이다.
그래도 중견 엔터에서 만든 만큼 비주얼적으로 훌륭하다 보니 남성팬덤이 제법 형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쪽 시장은 여성팬들이 많아야 돈이 되는 구조다 보니, 남성 팬들의 강세는 그리 좋은 현상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여하튼 영찬으로서는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는 기분이었다.
지방 공돌이로 굴려지다보니 앨범이나 샀지. 팬미팅은 가본 적 없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Legends of Rock’의 무대에서도 긴장한 적 없던 영찬이었지만, 지금만큼은 그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연예탑뉴스의 리포터 세라입니다. 오늘은 화제의 중심인 블랙 타이거 여러분들을 만나러 왔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블랙 타이거입니다.”
함께 인사를 한 뒤 가볍게 자기소개를 마친 블랙 타이거 멤버들은 그중에서도 화제의 인물인 영찬이 인터뷰를 맡았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는 영찬을 보고 마치 고장 난 것처럼 잠시 멍해 있던 그녀는 뒤늦게 반응 했지만 NG 소리는 나지 않았다.
세라는 제작진 쪽으로 눈치를 보았는데, 작가와 PD는 네 마음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 괜찮으니 진행하라고 손짓했다.
덕분에 조금은 긴장감이 풀렸던 그녀는 영찬에게 자신이 실수한 이유를 부끄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해요. 그 방송에서 보았을 때처럼 너무 매력적이셔서…”
“아, 감사합니다. 세라님도 매력적이십니다.”
그제야 영찬은 자신이 긴장한 탓에 아우라를 조절하지 못한 걸 알게 되었다.
당연히 이 때문에 현장 전체가 그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는 중이었다.
PD나 작가들이 세라가 실수를 하였음에도 넘어가라고 신호를 준 것은 그녀의 심정을 이해한 데다 이 같은 그림이 나오는 것도 재미있을 것으로 생각해서다.
“가, 감사합니다.”
이제 20살이 된 세라는 영찬의 칭찬에 얼굴을 붉히기도 잠시, 질문 멘트지를 따라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아무래도 블랙 타이거는 간혹 밴드 컨셉으로 나오는 아이돌을 비롯해 여타의 메이저 밴드들과는 많은 점이 달랐기에 인터뷰할게 많았다.
평균 연령이 45세라는 점이나 그럼에도 신인이나 다름없는 점 등은 흥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특히나 YC라는 닉네임으로 너튜브에서 인지도를 쌓고, 이어 ‘스노우 레이디’라는 곡으로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모았던 영찬의 과거는 이번 인터뷰의 핵심이 되었다.
블랙 타이거 멤버들의 전 직업들은 ‘락 카페 사장’, ‘아이돌 트레이너 겸 매니저’, ‘프리랜서 기타 섹션 겸 트레이너’ 등 그래도 음악과 관련된 쪽에 있은 것에 비해 영찬은 그렇지 않았다.
“공장에서 일했습니다. 19살 때부터 다녔으니 11년 정도 일했군요.”
“네?!”
영찬의 답변에 세라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현재 가장 핫한 인물답게 다른 멤버들처럼 당연히 이쪽 바닥에서 다른 식으로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해서다.
영찬은 세라가 놀라 잠시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는 유니크한 모습을 특석에서 본 것에 속으로 기뻐하며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중학교 때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뒤부터 집안 사정이 안 좋았어요. 어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최근에 좀 사정이 나아지자 취미로 했던 음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아!”
세라의 탄성과 함께 영찬은 거짓말 같았던 이제 1년이 다 되어가는 이야기를 마저 이어갔다.
요즘 화제의 중심이기도 한 G1 밴드를 만난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특히나 국내 락 카폐 체인점을 운영중인 장태식이 사장으로 있는 케세라세라 홍대점 오디션을 본 이야기는 흥미를 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럴 만한게 밴드를 뽑는 자리에 솔로로 오디션을 보러 왔기 때문이다.
“나중에 태식 삼촌이 말했는데, 반쯤 포기하던 와중에 제가 왔다고 했어요. 운이 좋았죠. 보통은 무대 위에 올리기도 전에 쫓아내 버리니까요. 하지만, 어차피 망한 거 한 번 무대에서 노래나 한 곡하고 가라고 생각하고 올려주셨죠.”
“그건 정말 제 인생에 가장 잘한 결정이었습니다.”
“하하하.”
장태식의 말에 영찬은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밴드를 뽑는 자리에 솔로로 합격을 하였다는 말에 사람들은 흥미진진해 했다. 특히나 그 케세라세라 사장이 함께 합류하게 되면서 지금의 블랙 타이거가 만들어졌다는 말에 세라는 놀라면서도 궁금증 어린 의문을 보였다.
“어째서 블랙 타이거 동료들분들과 함께 하시게 되었나요? 박영찬 님과 함께하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을 텐데 말이에요.”
실제로 이에 대한 의문을 보이는 이들이 많았기에 영찬은 좋은 질문이라는 듯 망설임 없이 답해주었다.
“제가 생각하는 밴드 색깔과 가장 부합한 분들이라서 그래요.”
“밴드 색깔이요?”
“정확히는 제가 원하는 형태로 색을 칠할 수 있는 이들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그 기준은 좀 많이 까다로웠죠.”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세라의 적극적인 모습에 영찬은 미소를 보이다 이내 멤버들에게 그 눈길을 슬쩍 돌리며 말을 이었다.
“두 가지를 만족해 주어야 했습니다. 하나는 기술적으로 제가 원하는 기준을 넘어야 했지요. 이건 재능하고는 상관없는 부분이에요. 오랫동안 애정을 가지고 쌓아야만 하는 것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삼촌들은 최소 30년 이상을 쌓아 오신 분들이죠.”
“와!”
30년.
그 어마어마한 시간에 세라는 탄성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훌쩍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한길을 연마해 왔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녀 또한 연습생 때부터 가수가 된 지금까지 총 6년이 넘는 시간을 묵묵히 걸어왔던 만큼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어렴풋이 짐작이 가능했다.
리액션이 좋은 세라의 모습에 영찬은 어째서 그녀가 리포터로 뽑힐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알렉스 엔터에서 밀어준 것도 있겠지만, 그녀의 타고난 리액션을 평소에 관계자가 눈여겨본 게 틀림없다.
“다른 하나는 그러면서도 자신의 색이 없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건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이죠. 한 번이라도 제대로 밴드 활동을 한 분이라면 색깔이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개성과는 상관이 없었다.
그저 밴드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순백의 도화지를 원했다.
결과적으로 말한다면 영찬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거칠고 화려한 붓질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견고하면서도 거대한 도화지였다.
“그런 면에서 저는 정말 운이 좋았어요. 설마 이렇게 쉽게 제가 원하는 분들을 밴드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 몰랐거든요.”
그 말에 블랙 타이거의 다른 멤버들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그들은 자신들이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지 반대로 영찬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지금의 블랙 타이거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장태식은 그러한 마음이 컸던 터라, 그의 눈은 어느새 벌겋게 물들어갔다.
결국, 소매로 눈가를 몰래 훔쳤는데 PD는 이를 놓치지 않고 카메라로 담았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찬은 크게 미소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지금의 블랙 타이거의 소리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뭐,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지만 첫걸음 치고는 만족스럽기는 하네요.”
-우우우!-
갈 길이 멀다는 말에 멤버들은 항의하듯이 야유를 부렸다.
영찬이 만족한다는 그 첫걸음을 이루어 내기 위해 자신들은 정말 끔찍한 나날들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런 멤버들의 야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영찬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고마워요. 급하게 잡힌 인터뷰인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인터뷰를 하게 해주셔서.”
“그렇습니까? 워낙 리포터로 오신 분께서 리액션이 좋다 보니 결과가 좋았던 것 같네요.”
“확실히 세라가 그런 면이 있죠. 어린데도 눈치도 빠르고 인사도 잘하고······.”
영찬은 제작진에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 세라에 자신이 칭찬을 듣는 것처럼 뿌듯해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작가에게 세부적인 상황을 들었던 세라는 뒤늦게 블랙 타이거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인터뷰 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들이야 말로 선배님이 잘 해주셔서 감사할 뿐이죠. 이건 저희 CD입니다.”
평균 나이 45세의 무리에게서 선배님이라는 말을 듣자 당혹스러워하던 세라는 이내 영찬이 건네는 CD에 놀란 모습을 보였다.
“어머! 이거 정말 저 주시는거예요?”
“어? 네.”
생각보다 격한 그녀의 리액션에 영찬은 대려 당황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세라는 조심스럽게 CD를 챙기며 말했다.
“블랙 타이거 앨범은 이미 매진이 되어서 구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어? 그게 벌써 매진이 되었다고요? 엄청 많이 찍었는데.”
본래 블랙 타이거는 1만장을 찍으려고 했었다.
이 마저도 다른 멤버들과 매니저의 반대를 무릅쓰고 영찬이 밀어 붙인 결과였다.
그러다 ‘Legends of Rock’에서의 공연 반응이 기대 이상이자 그 두 배인 2만장을 초판으로 찍기로 결정한 것이다.
2만장이면 2군 아이돌이나 되어야 팔 수 있는 양이었다.
음원 사이트에서 음악을 듣는 게 익숙해진 지금 앨범을 산다는 건 팬심이 아니면 힘들었다.
그런데 초판 2만장이 하루도 채 안 되어 다 팔렸다고 하니 영찬은 무언가 착오가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자신 혼자만 알고 있는 팬미팅을 아쉬워하며 끝내게 된 영찬은 매니저에게 물었다.
“앨범이 매진이 되었다고 하는데? 맞습니까?”
“안 그래도 그걸 이야기 하려고 했습니다. 오류인가 싶어서 문의를 해 보았는데, 1시간 전에 매진 되었다고 합니다.”
“…..”
오류가 아니라는 말에 영찬은 놀란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돌도 아닌 밴드의 앨범이 이렇게까지 팔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서다.
“실장님께서 일단 5만 장을 더 추가로 주문해놓기로 했습니다. 지금 반응으로 볼 때 충분히 팔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시면서?”
“네? 5만 장! 그렇게나 많이 팔리겠습니까?”
“일반적이라면 가능한 일이 아니기는 하지만…..”
5만 장이나 추가 주문했다는 말에 영찬은 우려를 보였다. 그 정도 앨범 판매량은 1군 아이돌조차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1군 아이돌조차도 팬심으로 무더기로 사들여졌다 버려지는 지금의 앨범 시장 현실을 생각한다면, 우려를 안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매니저는 오히려 그런 영찬의 우려를 우습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오히려 더 찍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Legends of Rock’을 통해서 락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엄청 늘어났거든요.”
정확히는 돌아온 팬들이 많다는 이야기였다.
락의 부활이라는 계기만 있다면 팬들은 돌아온다. 그렇게 돌아온 이들 중 상당수가 음악에 진심인 이들이라 CD를 사는 데 망설이지 않을 터였다.
그럴만한게 대부분 디지털 음원은 CD 음질의 소리를 따라잡지 못해서다.
물론 flac같은 무손실 음질이라는 대체품이 있지만, 문제는 이러한 무손실 음원을 듣는 과정에는 여러 변수가 많았다.
재생기기로 무엇을 사용할 것인가? 노트북인가? pc인가? 아니면 스퀴즈박스나 네트워크 플레이어 등인가?
그 재생기기를 정했다면 파워는 무엇을 쓸 것인가? 배터리인가? 아답타인가? 등에서 그 소리가 천차만별로 갈라진다.
그에 반해 cd의 경우는 변수가 적었다. 사실상 거의 인터선만 잘 고르기만 하면 매칭은 끝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무엇보다 CD 음질 같이 들을 수 있는 flac같은 음질을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가 아직은 많지 않았다.
아니 있다고 해도 블랙 타이거와 같은 소형 엔터 신인이 그런 음원을 제공할 수 있을 리도 없었다.
거기에 주 락 연령층 팬들이 소비 경쟁력이 있는 나이대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매니저의 판단은 틀리다고 하기에 어려웠다.
“분해! 우리 오빠들이 이런 늙다리들에게 밀리다니!”
블랙 타이거가 나타나기 전만 해도 음원 차트에 줄을 세웠던 것은 남자 아이돌 그룹 중에서도 한 손안에 드는 EX였다.
그랬던 EX가 이제 완전히 TOP10 상위권 순위를 되찾을 수 없는 지경까지 와 버렸다.
본진과 더불어 여러 곳곳에서 총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사재기 업체에서도 손해라 여겨 손을 떼버린 일을 이들이 이겨낼 리가 없었다.
EX 1기 팬클럽 출신인 이다혜는 악몽 같은 이 상황을 도무지 납득 할 수 없었다.
“SNS 테러를 하려고 해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이게 말이 돼?”
그나마 있는 SNS라는 게 회사 이름으로 된 YC 엔터가 다였다.
그것도 형식적으로 만들어 둔 것이라, 그곳에 아무리 DM을 보낸다고 한들 허공에 주먹질하는 격이었다.
“이렇게 되면 너튜브 쪽을 노린다.”
결국, 조회수를 올리기 싫어 끝내 미루어 두었던 너튜브를 떠올린 그녀였다.
그렇게 너튜브 앱을 켠 것도 잠시 그녀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며칠 전 본진에서 뿌린 공지 때문이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오랜만에 온 본진의 내용에 긴장했던 것도 잠시 그 내용은 엉뚱하기 그지없었다.
바로 블랙 타이거 뮤비를 호기심으로라도 절대 보지 말라는 내용의 공지였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적혀지지 않았는데, 당시 그녀는 고려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이야기라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그들을 테러하려고 하니 그녀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이내 그럴듯한 답을 찾아냈다.
“혐오스러운 장면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이상한 분장에 구닥다리 같은 음악 하는 사람들이 다 그렇잖아. 그럼 더 좋은 거 아냐? 그걸 빌미로 욕을 하면 되니깐 말이야!”
공감되지 않는 욕은 자칫 크게 반감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납득이 되는 욕이라면 쉽사리 같은 편을 늘리는 게 가능했다.
본래 사람이 비난 언론에 쉽게 물들기도 했고, 그러한 성향을 익명을 이야기하는 인터넷에서는 더욱 빛을 발했다.
그리 생각이 들자 그녀는 본진에서 보낸 공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두 눈 부릅뜨고 뮤비를 시청하기로 했다.
어떻게든 까야 할 것을 찾겠다는 의지였다.
그녀의 이 판단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아이돌을 팠던 그녀의 인생을 뒤흔들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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