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37
12장. 신드롬
-둥! 둥! 둥!-
북소리와 함께 작은 흑백 티비 너머로 블랙 타이거 마스크 애니를 보는 어린아이가 신이 난 듯 몸을 들썩이며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아이의 그런 모습을 담던 화면이 흐릿해지더니 어느새 포커스는 티비를 벗어나 방 안에 있는 작은 창으로 향했다.
창 너머로 계절들이 수차례 바뀌어갔다.
중간중간 쏟아지는 폭우와 폭설이 보이며 아이가 쉽지 않은 인생을 보내고 있음을 짐작게 한다.
-지지지징!-
그때 비장한 기타 소리가 흘러나왔고, 그와 함께 화면이 전환되더니 어두운 방에 빛이 스며들었다.
그러기도 잠시 길고 큰 그림자가 그 빛을 가렸다.
아이가 성인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어느새 화면의 시점은 성인이 된 그의 시선으로 바뀌었다. 그는 빛바랜 어린 시절 자신의 방에 아무렇게나 주저앉더니 무의식적으로 이제 고물이 된 흑백 티비를 틀었다.
-지지징!-
-따다당! 따당!-
-딩! 따당! 당!-
이때 기타, 건반, 베이스 소리와 함께 지직 거리는 흑백 티비 너머로 블랙 타이거 마스크의 심볼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잠시 멈추어져 있던 그 화면은 점차 줌아웃이 되더니 갑자기 전환되었고, 이후 이제 성인이 된 아이, 박영찬의 얼굴이 비쳤다.
“!!!!”
이 순간 저도 모르게 뮤비에 빠져들던 이다혜는 순간 숨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아야 했다.
그녀의 긴 덕질 인생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강렬한 자극적인 아우라에 정신이 흔미해져간 것이다.
-두근두근!-
미쳐 날뛰는 그녀의 심정을 이해라도 한다는 듯 카메라는 흑백 티비를 바라보고 있는 영찬의 모습을 무려 30초여를 찍었다.
놀라운 건 그사이 어느새 순차적으로 악기들 소리가 끊겨갔지만, 그녀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미 화면 속 영찬의 분위기가, 그의 기질이 그 숨 막히는 아우라가 그녀를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마치 시간이 멈춰진 것 같은 30초가 지나서야 화면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멈추었던 그녀의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후 영상 화면이 암전되더니 블랙 타이거의 멤버들의 모습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핀 조명을 통해 마치 멤버들 각자를 소개하듯 모습을 보일 때면 이들은 저마다 악기를 연주해 갔다.
하나씩 연주 소리가 더해질 때마다 그들의 음악은 풍성해졌고, 마침내 보컬인 영찬에게까지 핀 조명이 비추어지자 완전한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시작된 뮤비의 포커스는 대부분 영찬에게 맞추어져 있었다.
수많은 다양한 각도에서 노래를 부르는 영찬의 모습을 찍는데, 놀라운 것은 그때마다 그의 이미지가 그가 풍기는 아우라가 변해갔다.
어떨 때는 화면을 뛰쳐나와 자신을 물어뜯을 것 같은 야수성을 보이다가도, 한 순간 숨 막히는 퇴폐미로 심장을 회롱했다.
-파닥파닥-
왠지 알 수 없는 얼굴이 터질 것 같은 부끄러움에 이다혜는 손부채질해댔지만, 한 번 익어 버린 얼굴은 쉬이 돌아올 줄 몰랐다.
‘CG라도 쓴 걸까?’
하지만 CG를 써서 저와 같은 퇴폐미를 나타낼 수 있었다면, 이미 K-POP아이돌들은 세계를 씹어 먹고 있을 것이다.
아니 그 반의 반만이라도 CG로 재현할 수 있다면 이 뮤비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모셔가려고 난리가 났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영찬이 풍기는 아우라는 반칙과도 같았다.
이처럼 영찬이 이 같은 퇴폐미를 드러낼 수 있는 게 가능한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저쪽 세상의 그와 이 세상의 그가 하나가 되면서 생겨난 시너지에 의해 벌어진 일이다.
저쪽 세상의 영찬의 마지막은 그야말로 퇴폐(頹廢)의 끝을 달렸다.
문란하다는 말로도 표현이 안 될 정도로 그는 인간성을 상실한 채 마약을 비롯해 모든 쾌락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퇴폐의 끝을 경험한 것만으로는 이 같은 퇴폐미를 보일 수는 없었다.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할 끔찍한 추례함만이 남겨질 뿐이다.
그런데도 그의 퇴폐가 퇴폐미로서 승화될 수 있던 것은 이 세상의 영찬이 수많은 인생의 쓴 맛 속에서 버티며 키워온 심상 덕분이다.
그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운 퇴폐미의 끝을 가지게 된 것은 이런 배경이 있었다.
“…..말도 안돼.”
뮤비 첫 시작에서 촌스러운 흑백 만화를 보는 아이가 나왔을 때만 해도 이다혜는 아이를 팔아 인기를 몰려는 속셈인가 보다. 하며 비난의 눈초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후 그 아이가 성인이 된 것으로 여겨지는 사내의 얼굴이 스크린에 차 버린 순간 그녀는 숨 쉬는 것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하아. 하아~.”
만약 중간에 화면이 전환되며 다른 블랙 타이거 멤버들을 비추지 않았다면 그녀는 호흡곤란으로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거의 1분 가까이 숨도 못 쉰 채 겨우 호흡을 찾아가던 그녀였지만 그와 별개로 그녀의 두 눈은 화면에서 떼어낼 수 없었다.
그만큼 화면에서 나오는 주인공은 그녀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그녀가 덕질하던 어떤 아이돌도 이 주인공에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그중에는 얼굴 천재라고 불리며 배우 활동으로도 승승장구하던 아이돌 또한 포함되어 있었음에도 그러했다.
‘이분에 비하면······.’
그녀는 뮤비 주인공에 비하면 얼굴 천재라는 그 아이돌은 그저 젖비린내 나는 애송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단순히 얼굴만 놓고 본다면 확실히 뮤비 주인공은 얼굴 천재 아이돌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외적인 것을 가볍게 뛰어넘는 뮤비 주인공의 퇴폐미는 오금까지 저리게 만들어 냈다.
어디 그뿐일까?
마치 고대의 귀족이 현대에 실존한다면 이러지 않을까 싶을 만큼, 그의 가벼운 동작에도 위엄과 우아함이 실려 있었다.
당연히도 그런 존재를 겨우 10대 소녀가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의지는 반쯤 내려놓은 모습으로 무려 9분 10초에 달하는 뮤비에 빠져들었다.
뮤비가 끝이 난 뒤에도 그녀는 한동안 아무런 반응도 보일 수 없었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처음으로 우물을 나왔을 때와 같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너무도 넓고 거대한 세상.
하늘 너머의 하늘이란 이런 것일 터였다.
당연히도 그 충격은 그녀에게 있어 너무도 자극적인 행복을 안겨 주었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무엇이든 정도를 넘어가면 불안해하는 것처럼 그녀의 지금 심정이 그러했다.
“다, 다시.”
그녀는 부디 자신이 본 것이 꿈이 아니기를 바라며 서둘러 뮤비를 다시 리플레이 시켰고, 이후 몇 번이고 뮤비를 반복해 보았다.
어느새 밤이 지나 새벽이 찾아왔고, 그제야 이다혜는 조금은 만족해하는 눈빛으로 댓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걸 다른 사람도 느끼고 있음을 보고 공감하기 위해서다.
과연 댓글에는 그녀와 마찬가지로 주인공 사내에 대한 찬사가 가득했다.
음악이나 뮤비의 구성에 대한 찬사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대부분이 주인공에 대한 찬사가 주였다.
“!!!”
댓글을 읽기를 얼마 가지 않아 그녀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당연히 신인 배우로 여겼던 남자 주인공이 사실 블랙 타이거의 멤버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믿을 수 없어!”
그것도 그녀를 더욱 남자 주인공에 빠져들게 한 보컬이라는 걸 안 순간 그녀가 받은 충격은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미쳤어. 미쳤어!”
이후 이다혜는 미친년처럼 정신없이 서치를 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몇 번이고 고장 난 장난감처럼 멈추었다 다시 움직이기를 반복했다.
아이돌들의 뮤비가 사기라는 말을 종종 할 정도로 보정을 많이 받는 것을 알기에 그녀는 영찬 또한 그럴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은 틀렸다.
‘Legends of Rock’ 무대에서 영찬이 보인 아우라는 정말 미쳤을 정도였고, 인터뷰에서 연예 리포터를 고장 나게 만들었을 때는 너무도 납득이 가 그녀는 소리 내 웃어버렸다.
그처럼 영찬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했다.
물론 뮤비에서의 영찬이 더 엄청나기는 했지만, 이미 콩깍지가 씔 대로 씐 그녀에게는 그리 다르지 않았다.
이다혜를 정말 놀라게 만든 건 영찬이 내세울 게 그 외모가 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보컬은 내노라는 가수들과 비교해도 어나 더 레벨이었으며, 천재적인 작곡, 편곡 능력은 이미 수많은 가요 관계자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이미 그녀도 숱하게 들었던 ‘스노우 레이디’를 작곡하고 부른 이가 그라는 것도 뒤늦게 그녀는 알게 되었다.
특히나 ‘Legends of Rock’ 무대에서 보여준 5분여간의 솔로 기타 연주는 전설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그 솔로 기타 연주를 보고 찬사를 금치 못했다.
그 찬사는 그녀가 알던 아이돌 팬들의 주접 따위와는 아예 격을 달리했다.
한국에 내놓으라 하는 기타리스트들 그중에서도 대부라고 불리는 이들마저도 저마다 입을 모아 영찬의 기타에 찬사를 남겼다.
-나는 신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기타의 신이 저 무대 위에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감히 누가 그를 평가할 수 있겠는가? 적어도 기타에 있어서 그는 개척자이자 선지자다.-
-귀가 점점 들리지 않는다는 게 아쉬웠다. 그랬던 것이 그의 기타 연주 앞에 그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나의 영혼을 통째로 뒤흔들어 놓았다.-
아이돌 팬들의 주접 따위와는 격이 다른 진심이 담긴 찬사에 이다혜의 가슴은 두근두근 뛰어댔다.
“이분은 진짜구나!”
그녀는 영찬이 달리 꾸며내고 할 것도 없음을 깨달았다.
꾸미지 않아도 이미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그녀가 지금껏 덕질 한 어떤 아이돌보다 더 빛나는 존재라는 것을 안 것이다.
그걸 알게 되자 그녀는 쉼 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건 마치 미몽에서 깨어나 진리를 깨달은 신자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그렇게 미몽에서 벗어난 이다혜는 전도를 시작했다.
EX 1기 중에서도 나름 영향력이 있던 그녀는 인맥이 넓었다. 자연 그녀는 자신과 같은 성향을 지닌 빠순이들을 먼저 노렸다.
그녀는 단체방에 빠순이들을 초대했다.
-블랙 타이거 뮤비 테러를 하려고 합니다. 잠시 시간을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녀는 공지에 대해 먼저 거론하며, 그걸로는 PIO를 향한 우리의 마음을 막지 못한다.
우리는 그들의 뮤비를 분석해 저들을 뒤흔들 것이다.
부디 나와 함께 힘을 내주기를 바란다.
끝으로 그녀는 블랙 타이거 뮤비 이외에도 그녀가 감탄해 마지 않았던 영상들의 주소를 올려 놓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른 아침부터 쏟아지는 그녀의 행동력에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동참했다.
안 그래도 가만히 있다시피 한 본진에 불만이 쌓일대로 쌓여 있었기에 그녀가 물꼬를 틀자마자 몰려든 것이다.
“계획대로 되어가네.”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녀들 중에서 블랙 타이거 뮤비를 보고 비난을 할 수 있는 이들은 없었다.
입덕부정기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그들은 블랙 타이거의 뮤비 혹은 그들의 영상을 본 순간 완전히 빠져 버린 것이다.
이처럼 일기당천(一騎當千)도 가능한 찐팬의 등장은 조금은 무분별하게 늘어나던 블랙 타이거 팬클럽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들였다.
경험과 행동력이 남다른 10대 소녀 팬들이 유입되자, 그녀들이 먼저 나선 건 무분별한 팬클럽 숫자를 하나로 합치는 것이었다.
어설프게 늘어나는 여러 개의 팬클럽보다는 하나라도 거대한 규모의 팬덤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기에 보이는 행동이다.
보통 이런 경우는 기 싸움이 심해 쉽지 않았다.
자신이 만든 팬클럽이 주도권을 가지게 되면 얻어지는 게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게는 회사에서 중재하며 합치고 그 과정에서 영향력이 큰 팬을 팬 매니저로 뽑아 관리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일명 ‘블랙 캣’이라고 자신들을 임시로 명명한 블랙 타이거 팬들은 그런 중재 없이 합의에 나섰다.
-YC엔터 대표 박영찬.-
그들이 덕질하는 가수가 회사의 대표 자리에 있어서다.
자신이 덕질하는 가수를 서포트하지는 못할망정 곤란하게 한다는 것은 팬으로서의 자세가 아니었다.
말이 좋아 회사가 중재하는 거지, 그 과정에서 회사가 받는 손해는 상당했다.
인적자원이든 물적 자원이든 상당히 푸쉬를 해야 했으며, 그 과정에서도 해결이 잘 안 되는 경우가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손해를 볼지라도 이런 팬덤 형성에 힘을 써야만 했다.
코어 팬들의 충성과 그 규모에 따라 가수는 물론 회사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었고, 이 때문에 많은 중소엔터들은 기회가 왔음에도 크게 성장하지를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블랙 캣은 앞서 말한 사정으로 인해 회사의 중재 없이도 빠르게 합쳐지며 성장해나가고 있었다.
데뷔 이후 여성 팬들에게 뜨거운 지지를 받는 블랙 타이거였지만 의외로 남녀 비율은 그렇게 치우쳐지지 않았다.
4:6 정도로 여성이 20% 정도밖에 높지 않았는데, 이건 기존의 락을 사랑하는 이들이 대부분 남자 팬들인 게 컸다.
거기에 영찬이 보여주는 강렬한 포스를 동경해 빠져든 남성 팬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쪽은 역시나 여자들이 행동력이 높은 터라 점차 그 비율의 차이 폭이 차이가 나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팬덤은 어느새 2군 아이돌 수준을 뛰어넘어 버렸다.
1군 수문장 정도까지 성장한 것이다.
이건 생각보다 큰 반향을 불러들였다.
블랙 타이거의 정체성을 보았을 때, 본래라면 이 같은 코어 팬들이 쉽게 늘어나기 힘든 구조라서다.
그럼에도 이 정도의 코어 팬이 등장했다는 것은 하나의 사회적인 현상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했다.
신드롬.
바로 신드롬 현상이다.
신드롬은 본래 의학적 의미로 사용되었으나 최근에 이르러서는 매체에서 쉬이 접할 수 있는 유행어의 일종이 되었다.
사회적으로 한가지 이슈나 사건에 대해 대다수의 공통적인 관심을 보이거나 혹은 특정 인물을 놓고 우상화?모방화에도 쓰이게 된 것이다.
그렇게 이번에도 블랙 타이거 신드롬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떠돌기 시작했다.
아니 좀 더 자세히 말하면 YC 신드롬. 즉 박영찬 신드롬이 일어났다는 말이 좀 더 정확한 말일 것이다.
놀라운 건, 이 신드롬이 블랙타이거 3주만에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그 말은 아직 이 열기가 최고점에 다다르지 않았다는 말과도 같았다.
그 말은 이 열기가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 생각지 못한 또 다른 흐름을 낳을 수도 말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새로운 흐름은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인 일본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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