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42
14장. 일본 정복.
많은 나라가 그렇겠지만, 그중에서도 일본은 천재에 유독 관대한 나라였다.
정확히는 스토리가 있는 천재에 그들은 열광했다.
이런 면에서 나는 일본인들을 열광케 하기에 충분했다.
-어린 나이 때부터 불우함을 이겨 내기 위해 공장일에 하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뒤늦은 나이에 끝내 꿈을 쫓기로 한 그는 등장과 동시에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한류에 대해 부정적인 평론가들조차 그에게만은 천재라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그를 일러 사람들은 불세출의 천재라 여기기 시작했다.-
현재 나를 보는 일본 매체의 시선이다.
어찌 보면 국내에서보다 더 뜨거운 것 같았는데, 이건 의외로 내가 하는 음악이 현재 유행하는 K팝과는 동떨어진 전통 락을 다루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
이런 락 음악 영역에서 일본은 아직도 강한 면모를 지녔기 때문이다.
어쩌면 주류 음악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이는 K팝을 타파하는 방도 중 하나로 락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여러 특수 상황들로 인해 나를 향한 일본의 관심은 엄청났다.
당장 첫 스케줄로 잡힌 기자회견만 봐도 미친 수준이다.
“5성급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준비했다고 했을 때만 해도 무리하는 게 아닌가? 라고 생각했는데….그럴 만 했군요.”
실장의 말대로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은 수 백 명에 달했다.
5성급 호텔 정도가 아니었다면 이들을 포용할 기자회견장을 준비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치로 사장은 이 기자회견의 진행자 역할을 맡았다.
사실상 나를 위한 기자회견이라 할 수도 있었기에 나는 여기서도 아우라를 아낌없이 펼쳐냈다.
내가 이러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일본인들의 성향은 특이해서 오히려 겸손해하면 깔아보는 성향이 있었다.
예를 들어 어설프게 일본어를 하며 대화를 시도하면 이들은 그들의 예의에 감탄하기보다는, 오히려 일본인이 되고 싶은 외국인으로 치부해 상대를 내려다 본다.
어딘가 약자라고 여겨지면 한없이 강자로서의 자리를 크게 즐기는 성향이 있는 것이다.
이러하다 보니 사실상 첫 대면이라 할 수 있는 이 자리에 나는 최대한 강한 인상을 심어줘야 했다.
그를 위해 나는 각인된 기억을 최대한 더듬어 일본어 또한 최대한 흠 잡히지 않은 수준까지 올려놓는 수고를 해야 했다.
“블랙 타이거 보컬 박영찬입니다. 이름을 말씀하시기 어려우신 분께서는 YC로 불러 주셔도 괜찮습니다.”
“……”
“??”
그러나 어째서인지 회의장은 거짓말처럼 침묵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나는 내 일본어의 실력이 부족했던가? 라는 걱정이 들었고, 자연 이치로 사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정작 피드백을 하며 도와줘야 할 이치로 사장은 얼이 빠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쳤고, 그제야 몸을 한 차례 떨어대더니 조심스레 띄엄띄엄 진행을 이어나갔다.
“궁, 궁금하신 질문 있으신 기자님께서는 손을 들어주시면 되겠습니다.”
-아!-
그제야 기자들은 정신이 들었다는 듯 탄성을 흘리더니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 머뭇거리다 뒤늦게 여기저기서 손을 들기 시작했다.
이치로 사장은 미리 심어 두었던 자신과 친분이 있는 기자를 짚어 인터뷰를 시작했다.
친분이 깊은 건지 기자는 이상하리만큼 공손한 태도로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YC 사마, 이케멘(イケメン)의 신, 락의 신, 타락한 천사 등 많은 별명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마음에 드는 별명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이케멘의 신이 한국의 남신(男神)같은 거라는 알고는 있었지만, 타락한 천사라는 별명이 있다는 말에 나는 흠칫했다.
그것만으로도 새삼 일본이 서브컬처의 천국이라는 걸 상기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는 당황한 티를 내지 않은 채 침착하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YC 사마가 제일 나은 것 같군요. 처음 알려진 별명이기도 한데다, 부르는 분들의 입장에서도 민망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요.”
“아아~.”
내 대답에 어째서인지 그 질문을 한 기자는 물론, 다른 기자들까지 감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후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은 좀 전의 기자보다도 더 공손한 모습으로 이어졌다.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기에 잠시 이치로 사장을 슬쩍 바라보았으나, 그는 내 눈길이 닿기 무섭게 침음을 흘리며 조심스레 눈길을 피했다.
그 과정에서 어렵게 가린 그의 반쯤 벗어진 머리가 도드라지게 드러났지만, 그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덕분이라고 할지?
본래라면 상당히 기 싸움을 하는 등 힘이 빠져야 할 기자 회견은 수월하게 그 끝을 맺을 수 있었다.
“편해서 좋기는 하지만···. 이래서 기사들이나 제대로 나오려나.”
그러나 나의 걱정은 우려에 불과했다.
기자 회견이 끝나기 무섭게 수백 개의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사들을 보면서 어째서 기자회견의 분위기가 그러했는지 나는 그제야 이해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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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다!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분은 중년의 사내조차도 홀려 버릴 만큼 위험한 존재다. 많은 해외 연예인들을 만났던 나조차도 그분을 뵙는 순간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사진작가는 카메라의 렌즈를 깨버리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본인은 그 말에 매우 공감했다. 사진 속 그분의 형상은 대단했지만, 실제의 모습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아스카의 대국주신(‘고사기’에서 ‘수려한 장부’, ‘매우 잘생긴 신’ 등으로 불리고 있다.)을 떠올렸다.-
-우아하면서도 완벽한 일본어였다. 한 때 YC 사마가 일본인이라는 말이 돌았는데, 어쩌면 그 말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
그 기사들을 본 뒤에야 영찬은 자신이 너무 힘을 주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기야 서브컬처가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나라였다. 그들에게 있어 패왕색이니 뭐니 하는 것은 결코 비현실적인 일이 아니다.
“에휴. 정말 만만한 나라가 아니야.”
아닌 게 아니라 저쪽 세상에서 영찬 또한 일본에서 매번 상상을 뛰어넘는 전개를 마주하기도 했었다.
그랬던 나라에 그처럼 강렬한 아우라를 내보였으니, 이들이 이리도 반응을 한 건 무리가 아니었다.
실제로도 그곳에 있던 모든 기자는 기자회견이 끝이 난 뒤에도 한참 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블랙 타이거와 한국의 스텝들이 모두 자리를 떠난 뒤에야, 이들은 참았던 한숨을 흘렸다.
“휴우우~. 조작 따위가 아니었어.”
“정말 황홀하면서도 무서운 경험이었다.”
“신드롬 그래. 정말 제대로 신드롬이 일어난다고 해도 놀랄 이유가 없을 것 같아!”
누군가의 그 말에 그곳에 온 기자들 모두가 공감했다.
신드롬이라고 하지만 사실 과장된 면이 다소 있었다. 대개의 기사들이 그렇듯이 그저 자극적인 워딩을 위해 신드롬이라는 단어를 쓴 것 뿐이다.
하지만 그를 직접 만난 지금 이들 모두가 확신하고 있었다.
그 기자의 말대로 정말 YC 신드롬이라고 하는 현상이 일본을 뒤덮을 것을 말이다.
10년 전 드라마 한 편으로 일본을 들었다 놨다 할 정도로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켰던 그 배우처럼, 아니 그보다 더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 그들은 확신했다.
그리고 이들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케 해주었다.
이치로는 하루에 방송 출연만 다섯 개를 물고 왔다.
한국이었다면 가능하지 않을 스케줄이었을 것이다. 보통 방송 스케줄 하나를 소화하는 데 빨라도 한나절은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은 달랐다.
한두 시간 정도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프로그램 녹화는 끝이 났다.
물론 그렇게 했다고 해도 이동 시간을 합치면 10시간 이상을 돌아야 했으니 결코 만만한 스케줄은 아니었다.
일은 그것만이 다가 아니었다.
중간중간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잡지사들과 인터뷰가 있었다.
대개가 YC 사마라 불리는 영찬이 인터뷰를 도맡았는데, 의외로 영찬 다음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이가 있으니 바로 곽도훈이다.
바로 무모한 도전들에서 큰 화제를 낳았던 곽도훈의 외모 때문이다.
역시나 일본 모 격투 만화의 야쿠자와 닮은 외모 때문으로, 국내에서도 그 반응이 대단했지만 일본에서의 반응은 그 정도가 달랐다.
무엇보다 일본 진출을 앞두고 연습 중 스틱이 부서지면서 날아간 파편에 얼굴에 큰 흉터가 생겼던 게 그 반응을 더 폭발시켰다.
“하, 하나가타 케이!”
하나가타 케이.
일본의 대표적 인텔리 야쿠자로. 안도 구미의 간부다.
상대가 총을 들든 칼을 들든 무조건 맨손으로만 싸웠는데, 그래서인지 얼굴이나 몸에 칼자국이 많았다.
의외로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하다. 라 할 정도로 일반인들에게는 상냥했다는 말이 있었는데, 이 때문에 당시 팬이 많았다.
그러다 일본 모 격투 만화의 야쿠자가 이 사람을 모티브로 만든 거라는 말에 특유의 과장된 소문들과 함께 팬들이 많아졌다.
그런 가운데 안 그래도 닮았던 곽도훈이 얼굴에 상처가 난 채 모습을 보였으니, 저마다 하나가타 케이를 외치며 놀라하는 건 당연했다.
다시 말하지만 일본은 서브컬쳐가 강한 곳이다보니 벌써부터 곽도훈이 하나가타 케이의 환생임을 확신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덕분에 YC 못지 않은 유명세를 얻은 곽도훈은 점점 얼굴이 험악해지고 있었다.
“안 그래도 덧날까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이것들이!”
외모 꾸미기에 취미가 생긴 곽도훈에게서 얼굴 상처는 큰 걱정거리였다.
그런 상황에 어딜 가든 상처 투성이 얼굴을 한 하나가타 케이를 외치며 자신을 그의 환생자 취급을 하니 그로서는 국가 단위로 자신을 놀리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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