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43
14장. 일본 정복.
그런 불편한 속내를 보일수록 곽도훈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져갔다.
사실 하나가타 케이는 럭비 선수 출신으로 일본인 치고는 거구이기는 하지만, 현대 시점에서 본다면 그렇게 거인은 아니었다.
180대에 몸무게도 80후반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의 싸움 이야기들이 와전되고 과장되어지다보니, 그 이미지는 더 위협적이고 거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아마 곽도훈이 하나가타 케이와 같은 스펙을 갖춘 육신이었다면 오히려 이처럼 관심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곽도훈이 그런 와전된 하나가타 케이의 이미지를 충족하고도 남을 육신의 소유자라는 점에 있다.
2M가 넘는 거구에 몸무게도 140에 가까웠다. 레슬링 선출 답게 안 그래도 근육질이던 그의 몸은 그간 영찬으로 인해 더욱 단련되면서 그 단단한 느낌은 더 커져갔다.
여기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니 예능 진행을 오래 한 이들조차도 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뿐일까?
일본 예능 특유의 과장된 필터와 자막으로 곽도훈을 오니(オニ 일본의 무시무시한 도깨비)로 몰아가니, 겨우 2주일만에 일본 전역으로 보아도 상당한 유명세를 가지게 되었다.
“갓뎀!”
이번에도 자신들이 출연했던 예능에서 자신이 그런 이미지로 몰아가지고 있는 걸 본 곽도훈은 욕을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장태식은 낄낄 거려댔다.
“크크. 일본 애들이 눈은 있네. 이러다 야쿠자 조직에서 스카웃 들어오는 거 아니야?”
“으드득! 닥쳐.”
애들처럼 놀려대는 장태식에 곽도훈이 이를 갈아대는 걸 보던 박시영은 고개를 저었다.
“덕분에 우리는 제대로 깍두기 신세네.”
“뭐, 몸 편하고 마음 편하고 좋지 뭐.”
“그래도 너무 안 알아 봐주니 나는 좀 섭섭하더라. 어떻게 대놓고 돌아다녀도 아무도 안 알아 줄 수 있지?”
“왜? 새 장가라도 가게? 그래. 잘 생각했다. 요즘 국제결혼이 유행이라고 하더라.”
“퉤. 국제결혼이고 나발이고. 재혼 안 한다고!”
“크크크.”
실없는 소리를 하며 퍼져 있다시피 한 블랙 타이거 멤버들과 달리 영찬은 이 와중에도 따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스케줄이라고 해서 달리 인터뷰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인맥 형성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영찬은 하루가 다르게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신드롬의 주인공이었고, 당연히 그를 만나고자 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중에는 정치인도 있었고, 방송국의 고위 관계자도 있었으며 이 외에도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기업인도 있었다.
이조차도 이치로가 거르고 거른 이들이었다.
그 말은 영찬이 만나게 된 이들은 다들 거물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었으나, 그런 그들도 영찬을 만났을 때 보이는 반응은 한결같았다.
-!!!-
깜짝 놀란 그들의 반응에 이치로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동안이나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나도 여태껏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으니..’
하물며 그래 보았자 딴따라를 만나는 거라고 생각에 가볍게 자리를 나왔던 이들로서는 길을 가다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하는 기분일 게 분명했다.
그만큼 기자 회견 때부터 보여주는 영찬의 아우라는 일본인들에게 항거 할 수 없는 폭력으로 다가왔다.
덕분에 본래라면 이쪽에서 대접하며 친분을 쌓았어야 할 일이 이제 반대로 작용하고 있었다.
오히려 영찬의 아우라에 눌린 그들은 강한 자에게 한없이 굽히는 일본인다운 모습으로 대접하기 바빴다.
덕분에 그 과정에서 성사된 일은 하나 같이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CF 건으로 만났던 기업인의 경우는 일본 내에서도 한 손에 꼽히는 스타급에나 줄 만한 금액을 제시했으며, 방송국의 고위 간부 또한 그와 다르지 않은 대우를 약속했다.
정치인의 경우 또한 비슷해, 그저 선거에 이름을 빌려주는 수준으로 후하다 싶을 정도의 뒷배를 자처했다.
아니 그뿐만 아니라, 자신이 모시는 본래라면 만남 자체가 성사될 수 없는 고위 정치인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만난 정치인은 거물 중의 거물급이었으나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속에 구렁이 몇 마리는 키우는 이답게 다른 이들처럼 놀란 감정을 드러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영찬과 가까워지려고 하는 태도는 다르지 않았다.
“하아~. YC 사마를 모시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군요.”
각인된 기억 속 세상에서는 미국 등 여러 나라의 정치인들과도 함께 정찬을 즐겼던 영찬이었다.
익숙하다 못해 태연한 모습을 보이는 영찬과 달리, 이치로는 진땀을 뻘뻘 흘리며 놀란 간담을 쓰다듬기 바빴다.
영찬은 그의 등이 다 젖은 걸 보고는 힘내라는듯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다 똑같은 사람입니다. 그리 주눅들 필요는 없습니다.”
그의 마음을 달래주고자 꺼낸 말이었지만, 정작 이치로는 그 말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그렇지요. 앞으로도 YC 사마를 모셔야 하는데, 이래서는 안 되지요.”
“……”
무언가 다르게 받아들인 것 같다는 걸 알았지만, 영찬은 그의 생각을 굳이 정정하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이치로의 긴장이 풀어진 것으로 목적은 이룬 셈이라서다.
무엇보다 본래 영찬의 일에 있어서 여러모로 착각을 많이 하는 이치로인 걸 알기에 괜한 오해는 더 키우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어느새 2주 차가 끝이 났고, 이때쯤 영찬은 일본의 경직된 상류 사회에서도 핫한 존재가 되었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냐면, 범죄를 제외한다면 그가 일본에서 하지 못할 일은 거의 없게 되었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말이었다.
일본에서 YC 사마 신드롬의 열기가 점점 더 커지자, 자연스럽게 콘서트 이야기가 나왔다.
당장 블랙 타이거가 다룰 수 있는 음악이 한정 된 터라, 미니 콘서트 정도가 한계 였지만 그럼에도 이 일은 어렵지 않게 진행되었다.
방송사들이 앞다투어 가면 그들의 인기에 편승하기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규모의 콘서트까지 고려하고 있는 중이었다.
공연장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영찬은 물론 다른 멤버들 또한 일본의 인프라에 그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나름 애를 쓰기는 했지만 역시나 일본은 다르구나.”
특히나 전국적으로 케세라세라 지점들을 운영하는 장태식은 씁쓸함이 섞인 감탄을 보여야 했다.
그만큼 한국과는 달리 일본에서의 밴드 활동은 인디부터 메이저까지 지원과 자원이 아주 잘 분배되어 있어서다.
보통 밴드는 결성하는 것보다 그것을 유지하는 게 더 힘들다. 4인이 모이면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이 4개가 되기에 생기는 문제점이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을 이기고 나름 프로로서의 면목을 보이게 되면 라이브 무대를 꿈꾸게 된다.
그때 노리는 무대가 바로 라이브 하우스다.
케세라세라가 모방한 형태의 락 카페로, 당연하지만 그 규모는 감히 비교할 수 없을만큼 훨씬 컸다.
보통 1000~3000석 규모를 가지고 있을 정도다.
이 중에서도 zepp라는 라이브 하우스는 아예 체인점 형태로 되어 있어, 달리 zepp 투어라는 명칭이 있을 정도다.
이 투어 과정에서 유명세를 얻게 되면, 다음이 바로 무도관이다.
과거 비틀즈, 프랭크 시나트라 등이 거쳐갔던 곳으로, 이곳에서 라이브를 한다는 건 인디밴드로서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무도관 라이브를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것은 곧 메이저 데뷔를 코 앞에 둔 것을 뜻했다.
그렇게 메이저 데뷔에 성공했다면 아레나에 진출할 수 있다.
아레나는 6000~30000석 규모로, 그중에서도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는 무빙 블록을 통해 36000석까지 받을 수 있었다.
이 다음으로는 50000명을 받을 수 있는 도쿄 돔이 있는데, 워낙 대관료도 비싸고 쉽게 빌려주지도 않는 터라,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곳이다.
여기까지도 성에 차지 않는다면 다음으로는 70000명의 관객도 수용 가능한 닛산스타디움이 있다.
그야말로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어야 시도해볼 만한 공연장이다.
과거 시대를 주름잡았던 X-JAPAN조차도 제대로 채우지 못했을 정도로 난이도가 어마어마한 곳이기도 했다.
만약 블랙 타이거가 일본에서 결성되었다면, 그들은 이 같은 순서로 공연장을 높여 나가며 투어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데뷔한 지 고작 한 달이 지난 이 블랙 타이거는 그 모든 단계를 뛰어넘고 메이지에 올라섰다.
“아레나 급 공연장이 대관 가능하다고요?”
“당연한 것 아닙니까?”
놀랍다는 한국 스텝의 반응에 일본 스텝은 오히려 놀라는 게 이해 안된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한국 스텝의 반응은 정상적이라 할 수 있다.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로 하지요.”
그들과 협약 하고 있는 방송 관련자들은 아레나 중에서도 손 꼽히는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를 거론했다.
이 마저도 그들은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본래 마음 같았으면 도쿄 돔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도쿄 돔은 스케줄은 물론 여러 가지 이유로 원하는 시기에 빌리기 어려웠다.
“아니, 그렇게 큰 아레나를 잡는다고?”
음악 시장 규모가 다르다고만 하기에는, 일 저지르는 규모가 너무도 커 한국 스텝들 입장에서 이제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신드롬 현상을 생각한다면 놀랄 일은 아니었다.
일본의 기라성 같은 가수들이나 평론가들조차도 블랙 타이거의 음악에 찬사를 보내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 중에는 한류에 대해 평소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이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그들이 얼마나 블랙 타이거의 음악을 드높이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그런 가운데, 자신들로 인해 블랙 타이거의 공연이 뒤로 미루어지거나 혹은 무산되다면, 그 부담을 견뎌내기란 쉽지 않았다.
외국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일본 특유의 사회적 흐름에 의한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영찬은 일본 상류 사회에서 핫한 인물이 된 이라, 이 정도의 편의는 이들에게 어렵지 않았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장태식은 어이가 없어 실소를 흘렸다.
“하~. 누가 보면 블랙 타이거의 조국이 일본인 줄 알겠는데?”
그런 말이 나올만큼 이건 엄청난 일이었다.
고작 미니 콘서트에 이 정도 규모의 아레나를 빌릴 수 있다는 건 말이 안되는 일이다.
그렇다보니 영찬으로서는 더 이상 미니 콘서트를 고집할 수 없게 되었다.
“블랙 타이거를 내세우고 싶지만, 이래서야 욕을 안 듣는게 이상할 일이니.”
그의 솔로 버전 블랙 타이거 음악도 따로 연주라도 해야 할 실정이다.
“이렇게 된 거 솔로 버전도 미니 앨범으로 내지 뭐.”
이미 솔로 버전은 사실 블랙 타이거 미니 1집을 준비하면서 겸사겸사 마쳤던 만큼, 일본어 버전을 따로 녹음하는 건 그에게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그렇게 미니 콘서트 규모로 이야기가 나왔다가 정식 콘서트 규모가 되어버리자 방송국과 그를 지원하는 사기업들의 입가에 큰 웃음이 피어났다.
사실 반쯤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호의를 보이던 게 이제 완전히 이득이 되어 돌아온 것이니 당연했다.
어찌 되었든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 공연을 할 수 있게 되자 블랙 타이거 멤버들은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예능에만 주구장창 나가서 공연이 그리웠는데. 설마 이런 말도 안 되는 무대에 서게 될 줄이야!”
“으흐흐흐!”
“계약 맺은 곳이 NK방송국이라며. 국영 방송국으로 알고 있는데. 이거 꿈은 아니겠지?”
“그동안 음악 방송은 없어서 아쉬웠는데 마지막에 큰 거 하나 터트려주는군!”
“…..미쳤어! 정말 크레이지 한 일이야!”
하지만 이들의 들뜬 심정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슈퍼 아레나에 오르게 된 만큼 그에 걸 맞을 정도로 영찬이 미친 듯이 굴려댔기 때문이다.
거진 죽는 소리가 나왔지만, 그들은 불만을 토론할 수 없었다.
영찬이 이번 콘서트 준비에 얼마나 바쁘게 보내고 있는지를 알고 있어서다.
이번 공연을 맡게 된 담당 PD는 다시금 그간의 조건들을 살피다 어느 하나에 잠시 멈추더니 궁금증을 못 이기고 물었다.
“그랜드 피아노를 대여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이게 맞습니까?”
락 밴드가 클래식의 대명사이기도 한 그랜드 피아노를 요구할 줄 몰랐기에 묻는 말에 영찬은 아무렇지 않게 긍정했다.
“네. 가능하면 스타인웨이 제품으로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연주자도 따로 준비해 드릴까요?”
블랙 타이거에 뛰어난 키보디스트가 있다는 건 알지만, 전자 피아노와 달리 그랜드 피아노를 그것도 스타인웨이 제품을 다루는 건 별개의 일이라는 걸 알기에 묻는 것이었다.
영찬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제가 연주할 거라서요.”
“아!”
그 말에 PD는 생각지 못했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열기를 담아 보였다.
그도 그럴 게 일본의 한 예능에서 영찬은 일본의 레전드들에게도 찬사를 받을 정도의 기타 솜씨를 뽐낸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피아노를 연주한다고 하니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피아니스트 준한 실력을 보이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으며, 그게 가능만 한다면 시청률은 그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나올 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그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서둘러 말을 꺼냈다.
“내일 오전까지 말씀하신 피아노와 연습을 할 수 있는 장소까지 구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운전대를 자처해 잡은 이치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피아노도 다루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 말을 꺼내는 이치로는 조금은 우려가 서려 있었다.
YC 사마와 동의어로 여겨지는 천재 이미지에 자칫 흠이 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건 실장도 마찬가지였던 터라, 말없이 영찬을 슬쩍 바라보았다.
그런 이들의 걱정이 영찬은 그저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그는 조금은 장난기 어린 모습으로 말했다.
“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은 하는데, 잘은 모르겠군요.”
“으음.”
평소와 달리 확신어린 모습을 보이지 않는 영찬에 유운식 팀장과 이치로는 걱정을 쉬이 내려놓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게 얼마나 의미 없는 걱정이었는지는 다음 날이 되어서야 그들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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