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45
14장. 일본 정복.
“차라리 잘 되었지.”
우승의 혜택으로 주어지는 5억이라는 거금을 놓친 건 아쉽지만, 대신 지원이라는 이름 아래 A 방송국에 종속되는 부분은 꺼려지는 면이 있었다.
만약 아이돌 그룹이었다면 크게 반겼을 것이다.
돈을 들이는 만큼 성공률이 높아지는 아이돌의 특성상 방송국의 지원은 엄청난 자금력을 지원받는 것 같은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밴드는 다르다.
그것도 이제 막 시작한 신인 밴드의 경우는 더욱 더 달랐다.
연습생 숙소 이외 성공이라는 공동의식 등 여러 유대관계로 팀이 된 아이돌과 달리 밴드는 그 시작부터가 달랐다.
그저 밴드 음악이 좋아서 하나둘씩 모여 만들어진 모임이다보니 유대관계를 형성하기가 어려웠다.
“이 때문에 밴드는 외부에 휩쓸리게 된 순간 끝이지.”
프로듀서의 입김이 강한 아이돌과 달리 밴드는 자신의 음악을 하는 이들이다.
그나마 중심을 잡는 리더라고 해보았자 그저 팀에서 입김이 좀 센 정도다보니, 끊임없이 부딪히고 화해하며 성장해나가야 한다.
이 때문에 밴드는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G1밴드는 불안한 부분들이 많았다.
그나마 수시아라는 같은 학교 밴드 출신이라는 유대관계가 있기는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아직 자신의 색깔이 없어.”
G1밴드가 추구하는 음악적 성향.
아직 G1밴드는 이 부분이 미약했다.
사실 이를 형성하기 위해 밴드는 그처럼 싸우는 것이다.
저마다 개성이 강한 밴드 구성원들이 타협할 수 있는 색깔을 찾기란 그처럼 어려웠다.
“물론 나처럼 압도적으로 뛰어난 음악성을 지닌 이가 밴드 내에 있다면 다른 이야기이기는 하지.”
성향의 호불호가 있을지언정 역사에 길이 남을 명곡 앞에서는 모든 이들이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각인된 기억 속의 블랙 타이거는 녀석의 음악성과 함께 성장했었다.
“그러나 그걸로 부족하지.”
그건 그저 나의 음악일 뿐이다.
밴드의 음악이 나의 음악과 다르지 않다면 굳이 함께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블랙 타이거에는 내가 가질 수 없는 감성이 있다.
바로 락밴드의 전성기이던 7080년대의 음악적 감성이 그것이고, 그렇기에 이를 블랙 타이거의 색깔로 내놓았다.
나의 뛰어난 영감으로도 가질 수 없는 이 시대의 감성을 나는 밴드라는 이름으로 함께 할 수 있었다.
“여하튼 이 꼬맹이들은 정말 운이 좋다는 거지.”
낮아진 우승 상금이야 아쉽다지만, 처한 현실을 생각하면 이게 옳았다.
실제로 나는 당장 이 녀석들을 스타로 키우기보다는 차그차근 제대로 된 밴드로써 키워낼 생각이었다.
“밴드라면 너희들이 부를 건 너희가 작사·작곡할 줄 알아야 한다.”
“으윽!”
아이들은 칭얼거렸지만 나는 이 부분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밴드는 그래야 했다.
좋고 나쁘고 간에 자신의 음악 색깔을 확실히 잡아야 했다.
그렇기에 이번 오프닝 게스트에서 G1 밴드는 자신의 자작곡을 연주하기로 했다.
“‘스쿨오브락’ 나쁘지 않은데? 좀 만 손을 보면 쓸만하겠어.”
녀석들이 만든 수십 개에 달하는 곡들 중에서 유일하게 건진 곡이었다.
그러나 이 마저도 본래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동안 가르쳤던 게 헛되지 않은 것 같군.’
물론 아직은 앳되고 어설픈 터라 편곡을 해야 할 부분이 많기는 했지만, 이대로만 간다면 앞으로도 기대가 될 밴드가 될 것처럼 보였다.
“기왕이면 국내 밖으로도 놀아야지.”
한류 음악에 K팝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아직 락도 살아 있다는 것을 이 녀석들도 보여주었으면 싶었다.
바쁜 일정 속에 어느새 공연 당일이 되었다.
아침 일찍부터 공연장 주변에는 사람들이 득실거렸는데, 그 숫자가 공연 관객보다 배는 더 많았다.
저녁쯤에 공연이 시작되는 걸 생각한다면 그때쯤에는 모르긴 몰라도 열 배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들게 분명했다.
아마도 공연 티켓을 사지 못한 이들이 아쉬움에 찾아온 모양이었다.
이렇게까지 찾아온 걸 보면 후에 정식으로 일본 투어를 할 때 이들 중 상당수가 함께 할 게 분명했다.
“이대로 두기에는 아쉬운데.”
달리 이렇게 둔다고 해도 이들은 저마다 주차장과 같은 빈 곳에서 모여 저마다 우리의 음악을 들으며 즐길 게 분명했다.
그러나 나는 그걸로는 만족하기 어려웠고, 하여 방송 관계자를 찾았다.
“콘서트를 볼 수 있게 외부에 영상 매체를 준비해달라고요?”
“전광판이면 좋겠지만, 그게 힘들다면 프로젝터라도 괜찮습니다. 다만 음향 시설에 좀 신경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으음 한 두 군데가 아니라 어렵기는 한데······. 음. 생각보다 그림이 괜찮을지도 모르겠네요. 알겠습니다.”
CP는 당황하기는 했으나, 이내 나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받아주었다.
현실적으로 많은 곳에는 설치는 어려웠고, 세 군데 정도 프로젝터와 음향 기기를 잇는 게 고작이었지만, 그 정도로 충분했다.
그때쯤에서야 우리는 간단히 리허설을 마칠 수 있었다.
“역시 일본이라 그런가 마치 봄 같은데?”
“하아하아. 더울 지경이네.”
한 겨울에도 땀을 흘리는 삼촌들의 모습에 나는 소리없이 웃었다.
한국에 비하면 정말 따뜻한 기후인 반면 도쿄의 여름은 끔찍할 정도였다.
대프리카(대구 + 아프리카) 정도는 되어야지 겨우 비벼볼 정도다.
나중에 일본 투어 콘서트를 하게 된다면 정말 개고생을 하게 될 테니 부지런히 체력을 키워야 할 것 같다.
“좋은 날씨입니다.”
“그래. 정말 크레이지한 날씨군!”
오늘따라 유난히 맑은 겨울 하늘을 바라다보던 우리는 그렇게 첫 콘서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아, 안녕하세요. G1밴드입니다.”
너무 긴장한 것인지 공연의 오프닝 게스트를 맡은 G1 밴드의 지원이 준비한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로 자신을 소개했다.
“와아아! 안뇨하세요.”
“G1밴드! YC 제자.”
“카와이! 지원!”
다행히 한류 열풍 덕분인지 관객 중에는 한국어를 알고 있는 일본인들이 있어 지원의 실수를 따뜻하게 받아주었다.
“저래서 잘할 수나 있으려나?”
삼촌들 중에서도 아이들을 유독 아끼는 장태식 삼촌의 말에 나는 걱정 할 필요 없다는 뜻으로 고개를 저었다.
“잘할 거예요. 아시잖아요. 저 닮아서 실전에 강한 거.”
“허 참. 누가 보면 아빠 줄 알겠네.”
“사부(師父)잖아요. 반쯤은 아빠 아닌가?”
“…..어휴. 지원이만 불쌍하지.”
“네?”
알 수 없는 장태식 삼촌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시작되는 밴드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시작된 오프닝은 ‘스쿨오브락’이었다.
고등학생 신분인 녀석들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냈다고 할 수 있는 곡이었다. 편곡을 통해 이를 크게 부각했는데, 덕분에 조금은 가벼우면서도 밝고 화려한 곡이 되었다.
-지지지징!-
화려한 기타를 시작으로 한 스쿨오브락의 첫 공연 점수는 60점이었다.
짜다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 이건 기대 이상으로 잘한 점수였다.
사실 50점도 넘기 힘들 것으로 예측했었다.
“아무래도 ‘Legends of Rock’에서의 경험이 컸나 본데?”
제자들의 성장은 이처럼 반갑고 즐거운 것이었다.
새삼 YC 아이들이라 불리던 각인된 기억 속의 아이들에 대한 생각이 잠시 일어났다가 사라졌다.
이래저래 쓸데없는 생각을 하던 가운데, 어느새 두 번째 곡인 ‘엔돌핀’이 연주되고 있었다.
그때쯤에서야 스텝들의 바쁜 발걸음소리가 들려왔고, 이에 우리들은 몸을 일으켰다.
“자, 이제 슬슬 갑시다.”
“어휴~. 떨려라.”
“이야! 3만명이 넘는 관객들 앞에 공연이라니. 이게 꿈이야 생시야!”
“뺨 이라도 때려줄까? 꿈이 아닌지 확인하게.”
“퉤! 나야말로 때려주지. 아까 보니 겁쟁이처럼 다리를 덜덜 떨어대던데.”
“크크. 괴수 녀석 빼고 안 떨던 녀석이 있었냐? 어휴. 심장 쫄려.”
“하하하.”
엄살을 부려대는 삼촌들의 모습에 웃음을 참지 못했던 나는 그렇게 삼촌들과 함께 무대로 향했다.
“하아하아! 일본 관객들이 그렇게 조용하다고 하더니 거짓말이었어!”
“그럴 리가? 과거 일본 콘서트 갔을 때 내가 얼마나 실망한 줄 알아. 그저 오늘은 우리가 어썸(awesome) 했을 뿐이야.”
“와아! 덥다 더워!”
“뇌가 녹아 버릴 것 같았어. 이게 열기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 즐거워서인지 모르겠지만!”
“당연히 즐거워서이지. 사나이는 이 정도 열기에 굴하지 않아!”
무대를 새로 세팅하기 위해 잠시 쉬는 시간.
삼촌들은 끝내주는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눈을 반짝 빛내며 잔뜩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흥분한 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얌전하기 그지없는 일본 관객들이 이 정도로 뜨겁게 무대를 즐길 줄 몰랐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유난히 인기 있는 몇 곡의 경우는 아예 처음부터 따라 불러댔는데, 너무도 오랜만에 보는 그 광경에 나는 저도 모르게 울컥했다.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로 된 가사들을 외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였을지가 눈에 선히 보였기 때문이다.
‘이 좋은 걸 너만 알고 있었구나.’
나는 각인된 기억 속 나에게 괜히 투덜거리다, 낄낄거려대며 체력을 회복하고 있는 삼촌들을 향해 말했다.
“예방 주사 맞는 거로 생각하세요. 한국에서는 지금 이것 이상을 보여줄 테니까요.”
“이것보다 더?”
“하긴. 이런 공연 문화를 즐기는 열정은 한국이 최고이기는 하지.”
“괜히 팝 가수들이 남는 게 없다시피한데도 한국에 오는 게 아니야. 그 끝내주는 순간을 즐기고 싶어서 그런 거지.”
“…알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경험하니 이거 너무 기대되는데.”
“그나저나 이제 우리 레퍼토리도 얼마 안 남았네.”
유독 아쉬워하는 김일 삼촌의 말대로였다.
어느새 공연은 3곡 정도를 남겨두고 있었다.
이 중 마지막 한 곡은 오늘 새롭게 공개하는 곡이었다.
다른 곡과 달리 한국에서 녹음을 마친 일본어로 된 곡으로, 나는 관객들이 이 곡을 대단히 좋아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설국(雪國).
각인 된 기억 속에서 오랫동안 겨울 연금이 되어 주었던 그 곡이다.
일본 사람들에게 저격이라 할 정도로 큰 울림을 주었던 곡이었던 만큼 나는 하루 빨리 일본의 팬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물론 10년 전에 나왔었던 곡이었던만큼 지금 시대에 맞게 편곡한 건 물론이었다.
일반 버전과 피아노 솔로 버전으로 준비를 했는데, 이 중 내가 콘서트에 준비한 건 피아노 솔로 버전이었다.
“어쩌면 오랫동안 오리콘 차트의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노장은 죽지 않는다. (90’S)를 젖혀 버릴지도 모르겠는데.”
설국은 이곳에 온 관객들이 처음 듣게 될 것이며 나흘 뒤 특집 방송과 함께 노래를 공개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한국어 버전 설국으로 공개 할 생각이고.’
슬슬 한국에서도 신드롬의 열기가 빠져나가고 있는 만큼, 설국이 포함된 YC 버전 미니 앨범은 다시 그 열기를 지필 장작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툭!-
“하하. 뭐해? 가자고!”
잠시 상념에 빠져 있던 나를 박시영 삼촌이 웃으며 나를 깨워주었다. 그 즐거워하는 모습에 나 또한 웃음을 보이며 일어섰다.
그래, 다시 일본을 깜짝 놀라게 해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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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아!-
블랙 타이거는 이번 공연으로 자신의 한계를 한 꺼풀 넘어섰다.
본래라면 영찬과 합주해야만 가능했던 게 스스로 넘어서게 된 것이다. 그건 영찬이 주입하다시피 한 영감 중 일부를 이제 자신의 것으로 완전히 소화하게 되었음을 뜻했다.
‘확실히 뮤지션은 무대에서 크게 성장하는 법이지.’
영찬으로서는 더 할 수 없는 좋은 일이었기에 그는 기쁜 심정을 감추지 않고 마음껏 웃어댔다.
“하하하! 다들 오늘 즐거우셨습니까?”
“하이!”
“YC 사마! 사랑합니다!”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어!”
거대한 스크린에 가득 찬 쾌활하게 웃고 있는 영찬의 모습에 관객들을 심장이 터질 듯 흥분했다.
공식적으로 추종자들이 마지막 곡이었기에, 아쉬워하던 이들조차도 영찬의 그 모습을 본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얼굴을 보였다.
-탁! 탁! 탁!-
그런 관객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영찬의 주변으로 무대를 비추던 조명들이 하나씩 꺼져갔다. 어느새 영찬을 비추는 핀 조명만이 남아 있는 상태가 되었고, 그 모습에 관객들은 조금은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다른 멤버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 또한 갑자기 어둠 속으로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탁!-
-아아아!-
그리고 그 불안한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이마에 흘러내리고 있는 땀을 털어내던 영찬이 이곳에 있는 관객들을 모두 눈에 담겠다는 듯 한 차례 공연장을 돌아보는 것을 끝으로 그를 비추던 핀 조명이 나가 버린 것이다.
자연 길고 긴 탄성이 공연장을 가득 채우던 가운데, 그 일이 벌어졌다.
-타아앙!-
거대한 소리와 함께 햇살과도 같은 거대한 조명이 무대 한 곳을 비춘다.
그곳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웅장한 눈처럼 하얀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영찬이 있었다.
-와아아아아!-
그 극적인 연출에 관객들은 환호했다.
그리고 자연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자신들의 상상이 빈곤했다는 듯 그 이상을 보여주었던 영찬이 피아노를 준비했으니 그들로서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이런 관객들의 환호를 즐기듯 영찬은 눈을 감고 어깨를 활짝 피 보였다.
-….-
그 모습에 사람들은 한순간 침묵에 빠졌다.
이 순간 안 그래도 사기라고 여겨지던 그의 퇴폐미가 절정으로 치솟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여자는 물론 남자들조차 그 모습에 넋을 놓고 말았다.
그 침묵 속에서 천천히 눈을 뜨던 영찬은 이내 건반에 손을 올렸다.
-따다 다다단!-
그렇게 시작된 연주는 처음부터 압도적이었다.
마치 겨울비를 연상케 하는 무겁게 통통 튀는 피아노 음색은 시리도록 맑았기 때문이다.
뜨겁게 달구어진 콘서트장은 어느새 얼어붙은 겨울의 어느 한 왕국이 되었고, 그 시리고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가 절정에 이른 순간 영찬은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었다.
“울부짖던 나의 울음을 빼앗아 간 건…. 온통 하얗게 물들어진 세상이었다.”
독백처럼 잔잔하게 시작한 설국의 도입부를 시작으로 관객들은 정신없이 설국에 빠져들었다.
처절한 피아노 연주 뒤로 담담하게 이어진 처연함 어린 감성에 넋을 잃고 만 것이다.
어느새 1절이 끝나고 심금을 뒤흔들던 피아노 반주에 관객 중 감성이 풍부한 이들은 눈앞이 흐려지는 것을 느껴야 했다.
가슴 한 곳에 ‘쿡’ 하고 찌르르 거리는 울림을 이기지 못해 결국 눈물이 쏟아버린 것이다.
이들은 서둘러 소매로 눈물을 훔쳐댔지만, 어째서인지 한 번 터진 눈물을 멈출 줄을 몰랐다.
그런 먹먹함 속에서도 거짓말처럼 그의 피아노와 목소리는 감추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그들의 뇌리를 그들의 심장을 두드릴 뿐이다.
-뚝뚝···.-
결국, 이곳에 온 모든 관객들이 자신의 눈가를 훔쳐기에 이르고 말았다.
일부 감수성 넘치는 이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버렸고, 설국의 가사와 유사한 추억이 있는 이는 깊은 한숨을 흘리며 헛되이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했다.
-따라라랑, 따당!-
한때는 너무도 소중했지만, 어느새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찾아 준 설국은 처음과는 다른 따스한 피아노 연주음을 마지막으로 끝을 맺었다.
그렇게 마지막 곡 설국의 연주를 끝으로 공연을 마치게 된 영찬은 눈가에 붉은 기가 가득한 관객들을 보며 정중하게 몸을 숙였다.
“감사합니다. 이번 겨울을 함께 해주셔서···.”
-와아아아!-
그의 인사에 관객들은 더 할 수 없는 환호로 보답해주었다.
그 환호는 어느새 주변 조명이 더 밝아지면서 함께 공연했던 블랙 타이거의 멤버들의 인사 속에서 더욱 커져갔다.
그렇게 블랙 타이거의 첫 콘서트는 성황리에 그 끝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 열기는 나흘 뒤.
NK 방송국의 특집 방송을 통해 일본 열도 전체로 퍼져갔다.
편집이라 할 것도 크게 없을 정도로 완벽했던 콘서트였기에, 사람들은 더욱 열광했다.
특히나 가장 사람들을 열광케 한 것은 역시나 마지막 영찬이 피아노와 함께 노래했던 설국이였다.
그 인기가 어느 정도였냐면, 특집 방송이 있던 그 다음 날.
일본 길거리 어디에도 설국 이 노래가 안 틀어지는 곳이 없다시피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는 만큼 듣는 법이듯이 피아노 버전의 경우는 평론가들의 귀를 의심케 했다.
피아니스트로 세계에서도 높은 명성을 떨치고 있는 타쿠야는 뒤늦게 설국의 공연 버전을 보고는 어이없어하는 기색을 보이며 이 같은 말을 남겼다.
“그의 피아노는 과거 나를 보며 절망하던 친우들의 마음을 알 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너무도 아쉽다. 적어도 그는 이번 세기의 클래식계의 아이콘이 되기에 충분한 존재로 보이기 때문이다. 부디 언젠가 그가 클래식계에서도 활약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일본의 거장이라는 그가 그처럼 말하자, 클래식계의 평론가들 또한 더는 자존심을 세우지 않은 채 영찬의 피아노에 극찬을 보냈다.
그렇게 블랙 타이거는 아니 영찬은 겨우 4주 남짓한 활동으로 일본의 정상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일본을 완벽하게 정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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