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49
16장. 굿 나이트
16장. 굿 나이트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네에~. 지금까지 굿 나이트였습니다. 다음 초청 가수는 놀라지 마세요. 요즘 유명하신 분이죠. 너운아씨입니다.”
-이히이!-
요란한 뽕짝 소리와 함께 유쾌한 표정을 한 중년의 사내가 무대 위에 올랐다.
지방의 행사 중에서도 큰 축제인 고추 축제 행사장의 무대였지만, 중년의 사내는 등장부터 무대를 완전히 장악했다.
열띤 관객들의 호응 덕분이었다.
“하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굿 나이트의 매니저이자 소속사 사장이기도 장대훈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 자신의 아이들의 무대와는 다른 열기 때문이라서다.
물론 이런 고추 축제 행사장의 주 연령층이 고령대이기에 호응을 받기가 힘들기는 하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핑계에 불과했다.
3군의 아이돌이라 해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이돌의 경우 10대나 20대 혹은 30대의 연령층까지 그들을 보고자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는 아무래도 지방은 서울과는 달리 연예인을 보기 힘든 구조라 대리 욕구나마 충족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굿 나이트는 그런 3군도 겨우라 할 정도의 인지도를 지닌 데다, 벌써 2년 가까이 컴백도 하지 못한 상태였다.
매체에 몇 달만 나오지 않아도 인지도가 하락하는 연예계에서 2년 가까이 활동을 하지 못했다는 건 몇 없는 코어 팬마저도 등을 돌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아~. 한심한 놈.’
장대훈은 이를 악물었다.
하필 너무도 모자란 자신으로 인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너무도 미안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마음 같아서는 어떻게든 미니 3집을 내주고 싶었지만, 문제는 역시나 돈이었다.
뮤비, 곡비, 의상 등 최소한의 활동비를 잡아도 1억 이상이 필요했다.
미니 1집에 이어 미니 2집도 처참히 망하면서 그 빚의 이자도 겨우 갚고 있는 지금의 실정에서 미니 3집은 감히 꿈을 꿀 수도 없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굿 나이트 멤버들은 알바로 온 스텝들에게까지 부지런히 인사를 한 뒤에야, 장대훈에게 다가왔다.
그들 중 유난히 검은 머리에 고양이를 연상케 하는 얼굴을 한 유나는 장대훈에게 다가오기 무섭게 호들갑을 떨어댔다.
“와아! 확실히 무대가 크니 너무 좋은 거 있죠!”
“그, 그래?”
장대훈은 언제나 자신을 놀라게 하는 유나의 그 긍정적인 에너지에 주춤했다.
그런 유나의 말에 크게 공감한 것은 팀의 막내이자 올해로 성인이 된 지헌이었다.
“맞아! 맞아!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대한 거 1년만이야.”
무대의 열기에 들떠 있는 유나와 지헌에 팀의 리더이자 맏언니인 아리가 똑 부러지게 말했다.
“자자. 이렇게 사람 많이 지나가는 데에 가만히 있으면 안 돼요. 이러면 스태프분들에 방해돼요. 자! 무브무브!”
“아, 그래. 가야지.”
그러며 멤버들을 이끌고 가는 아리에 장대훈은 슬그머니 눈치를 본다.
이들 중에서 가장 무대에 미련이 있는 이가 아리라는 걸 알아서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그 들어가기 힘들다는 대형 엔터의 연습생에도 너끈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재능이 넘치는 이였다.
춤도 뛰어났지만, 노래 또한 유니크한 목소리로 인해 그 매력이 대단했다.
그랬던 그녀가 그에게 오게 된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장대훈이 그녀를 잡기 위해 쫓아다녔기 때문도 있지만, 그보다는 돈 때문이 컸다.
당시 급했던 만만치 않은 그녀의 어머니의 수술비를 장대훈이 계약금이라는 이름 아래 선뜻 내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를 중심으로 굿 나이트가 만들어졌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집 등을 모두 대출해서 만들었던 굿 나이트였지만, 그런데도 구색 정도를 맞추는 정도였고 당연히 그때마다 큰 실패를 맛 보았다.
하기야 히트곡만 수십 곡이나 되는 잘 나가는 작곡가도 번번이 실패하는 게 걸그룹인데, 겨우 5년 정도 중견 엔터에서 매니저로 굴렀던 그가 성공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야심 차게 미니 2집을 내었지만, 그나마 사람들에게 알려졌던 1집 데뷔곡인 ‘아싸!’에 비하지도 못할 만큼 미니 2집은 처참하게 망하고 말았다.
덕분에 장대훈은 빚에 허덕이는 중이었고, 그 과정에서 그와 함께하던 매니저 동생도 내보내게 되었다.
하지만 장대훈은 어떻게든 재기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틈틈이 배달이나 시급이 센 알바들을 하는 건 물론, 지인들에게 어떻게든 돈을 빌려 보기도 했다.
그 외에도 투자자들을 닥치는 대로 만나보기도 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이 났다.
결국, 지금처럼 싼 가격을 내세워 행사를 뛰고 있지만, 이것도 이제 얼마 가지 못할 듯 보였다.
아무래도 주최 측에서는 조금이라도 돈을 더 쓰더라도 그 해 방송에서 나름 활동을 하던 이들 위주로 부르기 때문이다.
방송 활동이 이어진다는 건 나름 검증되었다는 것이라서인데, 그 점에서 본다면 굿 나이트처럼 1년 넘게 컴백하지 않은 걸그룹을 굳이 부를 이유는 없었다.
그걸 생각하면 이런 행사도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그런 사정을 아리도 아는 듯 했다.
잠시 지나가는 차들로 가던 길이 멈추어진 순간 조금 전 올라섰던 무대에 시선을 두는 걸 보면.
장대훈은 그녀가 무대에 시선을 두는 것을 알아 보았지만 끝내 못 알아본 척 시선을 돌렸다.
‘하아~병신 같은 새끼······.’
대신 그는 속으로 자신을 비웃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장대훈은 마음을 굳힐 수 있었다.
그동안 오랫동안 고민을 했던 것 자체가 얼마나 멍청했던 일이었는지 이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떠나요. 아싸!”
오래된 스타렉스에서 그나마 굿 나이트의 잘 된 곡이라 할 수 있는 아싸! 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굿 나이트의 멤버들은 오랜만에 큰 행사에서 무대를 선 것에 흥분했는지, 평소보다도 더 높은 텐션으로 노래를 불러댔다.
어느새 노래가 끝이 났을 때쯤. 장대훈이 들떠 하는 굿 나이트에게 말했다.
“오늘은 오랜만에 회식이나 하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다 사 줄 테니!”
회식이라는 말에 멤버들은 저마다 눈을 빛냈다.
“오! 그 거짓말 진짜 거짓말 아니죠?”
“구두쇠 사장님이 웬일이 시래?”
“오늘 행사비 많이 받으셨나?”
“이 녀석들! 진짜 구두쇠가 되는 거 보고 싶지 않으면 빨리 말해. 말 안하면 내 먹고 싶은데 가 버릴 테다.”
사장의 말에 그녀들은 다급하게 자신이 먹고 싶을 걸 이야기했다.
“저는 오랜만에 족발 먹고 싶어요. 비빔국수와 함께 쌈을 사 가지고 이렇게 얍!”
“어? 나는 떡볶이 먹고 싶어. 치즈 추가한 로제 떡볶이!”
“나는 치킨. 뿌려 먹는 치킨!”
“왜 이렇게 입맛이 달라! 통일 좀 하자.”
“그럼 족발은 제외하는 거로.”
“웃기고 있네. 애도 아니고 떡볶이가 뭐니?”
“맙소사! 떡볶이 무시함? 1000만 떡볶이 인들이 언니를 용서하지 않을 거다.”
“자자! 그만 싸워. 어휴. 사장님 그냥 치킨으로 해요.”
“뭐라는 거야! 이 언니가!”
“그래. 치킨을 먹을 바에 족발을 먹겠다.”
“지, 지헌아! 고마워.”
단비와 같은 아군의 등장에 기뻐하는 아리에 지헌은 별 거 아니라는 듯 검지로 코를 쓱 문질렀다. 덕분에 치킨을 먹을 수 없게 된 아리는 부들부들 떨어댔고.
그런 그녀들의 모습에 장대훈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기분이다. 오늘은 다 먹자!”
3개 다 시킨다는 말에 그녀들은 깜짝 놀랐다는 듯 표정을 지어댔다.
“허억! 나 심쿵!”
“내가 잘 못 들은 거 아니지?”
“오늘 누구 생일인가? 왜 이러신데?”
“생일은 무슨. 싫으면 말고.”
“누가 싫대요!”
그녀들은 혹시나 장대훈이 마음을 바꿀까 싶어 그의 대범함을 찬양했다.
오랜만에 큰 행사도 뛰고 좋아하는 음식도 먹게 되어서이리까?
오래된 스타렉스는 회춘이라도 한 것처럼 서울로 향하는 길은 유난히 힘차게 달려댄다.
“에휴. 진짜 너무도 하네.”
장대훈은 겨우 중견 엔터로 통하는 길 엔터를 나오면서 짜증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굿 나이트의 멤버들을 1군 연습생으로 넣어 달라는 그의 부탁을 너무도 모질게 거절했기 때문이다.
길 엔터에서는 잘해야 2군 연습생이 한계라고 아예 선을 그어 버렸다.
이에 장대훈은 부글부글 끓는 속을 억지로 달래며 길 엔터를 나와야 했다.
굿 나이트가 아무리 3군에 들어간 아이돌이라지만 그래도 미니 2집까지 내었던 아이돌이었다.
나름 이쪽 생태계를 잘 알고 있는 사실상 큰 터치가 필요 없는 경력직 아이돌인 것이다.
거기에 외모나 춤, 노래 등에서도 대형 엔터의 연습생이나 비교될 정도로 뛰어났다.
장대훈은 그 점을 여러 자료를 보이며 어필했으나, 길 엔터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가 장점이라고 밀고 있는 경력직 아이돌이라는 점을 단점으로 삼으며 깎아냈다.
연예인은 이미지가 중요한 법인데,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고 한들 이미 망돌이라는 꼬리가 붙는 아이돌을 어디에 쓰겠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연예인이 뜨지 못한 것에는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며, 2군 연습생으로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슬픈 일은 그가 찾은 모든 엔터가 다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럴 줄 알았다면 미니 1집이 망했을 때 해체할걸.”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절하된 평가를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자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자신은 틀렸다.
그걸 인정하자 장대훈은 과감하게 자신의 꿈을 버리면서까지 굿 나이트 멤버들을 회생시키려고 했지만, 그 일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장대훈은 어떻게든 1군 연습생으로 그녀들을 집어넣을 생각이었다.
언제든 데뷔 가능성이 열린 1군 연습생이 아니라면 그녀들이 재데뷔할 가능성은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라서다.
나이. 바로 나이가 문제였다.
막내인 지헌이 20살 둘째인 유나가 21살, 리더인 아리가 22살이다.
다른 곳에서라면 어리다고 들었을 나이였지만, 유독 수명이 짧은 걸그룹에서는 데뷔 나이로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었다.
그나마 지헌과 유나는 아슬아슬했지만, 아리는 잘해야 올해 아니면 내년이 마지막이라고 봐야 했다.
“너무도 착한 아이들인데. 너무도 재능이 넘치는 아이들인데. 이 아이들을 회생할 방법이 없을까?”
괴로움에 이기지 못한 그는 결국 허름한 소속사로 돌아와 소주 3병을 물 마시듯 들이킨 끝에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깨어났을 때 꿈보다도 더 꿈 같은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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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는 여기가 맞기는 한데?”
차라리 컨테이너에 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언제라도 무너질 듯한 허름한 건물을 바라보던 나는 들어가는 것에 대해 망설여야 했다.
“아!”
그러다 건물 내벽 한쪽에 붙어진 오래된 포스트를 보고 나는 탄성을 흘렸다.
촌스럽기 그지없는 색감에 구성마저도 엉망인 그 포스트를 보고 탄성을 흘린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그 포스트의 주인이 굿 나이트이기 때문이다.
마치 동네 사진관에서 작업한 것 같은 포스트를 보며 나는 내가 온 목적을 다시금 상기시킬 수 있었다.
“후우~.”
짜증과 답답함이 공존하는 한숨을 흘리며 나는 그렇게 건물로 들어섰다.
-쿵······. 끼이익!-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기가 무색하게 문은 요란한 비음과 함께 힘없이 열려졌다.
그렇게 열린 사무실은 말끔했다.
10평 남짓한 허름한 사무실이 말끔하다는 게 무슨 말인가 하겠지만, 말 그대로였다.
아침저녁으로 쓸고 닦기라도 하는지, 그 말끔함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잠시 신발을 벗고 들어갈까? 하는 쓸데없는 고민을 하다 이내 고개를 저으며 과감하게 사무실 안에 구두 발자국을 남겼다.
그리고···. 들어서기 무섭게 나는 파리한 기색의 사내를 만날 수 있었다.
정확히는 소파 위에 깔끔하게 잠을 자는 사내를 만난 것이다. 그는 전날 소주를 마신 것인지 몸에서 소주 특유의 향이 났는데, 놀라운 건 만취 된 상태에서도 주변이 깔끔하다는 점이다.
만약 소주 향이 나지 않았다면 전날 그가 술을 마셨는지도 몰랐을 정도였다.
“어······. 그러니깐 이 사람이 굿 나이트의 사장인 것 같은데?”
의외였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말끔한 이 사내가 굿 나이트를 만든 사장이라는 점이 말이다.
‘이래서 편견이 무섭구나. 무의식적으로 마냥 악독한 모습의 사장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거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릴지도 모르겠는데?
굿 나이트를 데려오기 위해 이 엔터를 인수할 생각이던 나는 흥미로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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