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5
2장. 나이 서른에 음악천재?
-따라라라랑…-
미련을 가득 담아 여운 어린 현을 마지막으로 튕기며 나는 천천히 현에서 손을 떼어냈다.
“아파라.”
그제야 고통이 밀려왔다.
그러나 너무나 그리웠던 고통이었기에 마냥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아드레날린을 불러일으키기도 한 터라 나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때까지 연주를 이어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 기타는 아직 내 것이 아니었고, 이 곳도 내 무대가 아니었음을 떠올렸기에 머쓱한 얼굴로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치는 거라 저도 모르게 흥이 올랐네요.”
“…….”
사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혹시 화가 난 걸까? 싶어 그제야 사장의 얼굴을 본 나는 그제야 화가 난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은 쉬이 초점을 잡지 못한 채 떨렸으며 입은 크게 벌어져 있었다.
‘많이 놀라셨나 보구나.’
하기야 나조차도 감탄했던 연주였는데, 사장이 이러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나저나······.’
기타를 쳤을 때 너무 흥분해서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지만, 이건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리 기억이 각인이 되었다지만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마치 그 녀석마냥 오랫동안 기타를 친 것 같은 감각이라니.’
체격이나 체력, 굳은살 등을 제외하면 저쪽 세상의 녀석의 기타 솜씨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오히려 마약이라는 변수로 인해 감성과 같은 분야에서는 우위에 있었다.
“!!!”
이해 안되는 현상에 의문을 표하기도 잠시 나는 오늘 새벽 화장실에서 기절하기 직전의 일을 떠올렸다.
뇌가 제멋대로 뭉개지고 부풀려지며 육신 또한 의지를 벗어나 제멋대로 날뛰어댔다. 눈코입 또한 뒤틀어진 것 같았으니, 그 꼴은 실로 농담으로도 보기 좋은 꼴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엄청난 양의 정보들을 뇌가 받아들이면서 신경들이 자극받아 생긴 일이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그 무지막지하게 자극받은 신경들이 지금 이 같은 감각을 느끼게 만든 게 분명했다.
‘으음.’
중간에 기절하지 않았다면, 쇼크사도 가능했을 경험이라 나는 떠올린 것만으로 구토가 일어날 것 같았다.
‘정말 어메이징한데!’
마치 깜짝 생일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게 넘쳐나는 영감과는 별개로 술기를 배우는 속도가 대단히 늦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내 상황이 게임으로 치면 고인물이 부캐를 키우는 형태라지만, 그래도 스스로 쓸만하다 여기는 정도에 이르려면 최소 3년은 죽어라 쳐야 했다.
이 마저도 긍정적으로 본 거니, 선물도 이만한 선물이 없다.
‘….목소리도 한 번 체크해 봐야겠는데.’
나는 일말의 기대 속에 한 차례 몸을 떨어대다 그때 쯤 정신을 차린 사장의 호들갑에 고개를 돌려야 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이 곡은 뭐죠! 터무니 없는 속주! 그 말도 안 되는 표현력! 세상에 이런 위대한 기타리스트를 내가 모르고 있다니!”
과거 크게 감명받았던 공영장에서 지미 헨드릭스의 연주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라는 등.
아마 젊은 시절이었다면 자신은 울어댔을지도 모르겠다고 하는데, 말 중간중간 두근거리는 심장부위를 움켜쥐고 있는 것이 빈말은 아닌 듯했다.
나는 사장의 찬사에 그저 멋쩍은 미소를 보였다.
어제까지의 나였다면 귀까지 붉혔을지도 모를 일이었겠지만, 이미 세계의 정점을 찍었던 뮤지션의 기억을 각인한 나였다.
광기 어린 찬사를 셀 수 없이 경험했다 해도 무방한 나에게 이 정도의 찬사는 그리 당혹스러울 게 아니었다.
나는 사장이 어느 정도 진정하자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휴지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아이고! 잠시만요.”
피 흘리는 손가락들을 보이며 꺼내는 말에 사장은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서둘러 가게 안쪽에서 지혈할 약과 붕대 따위를 가져다 주었다.
덕분에 지혈을 마칠 수 있었던 나는 남은 휴지로 내 피가 묻은 펜더를 조심스레 닦으며 물었다.
“마음에 드는데 가격이 어떻게 되나요?”
돈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최대한 돈을 아껴야 할 시기였다. 눈치를 보는 나의 사정을 알아본 사장은 웃음을 보였다.
“하하하. 이 녀석으로 이렇게 훌륭한 음악을 들었는데 제값을 받기는 그렇군요. 30만 원만 주십시오.”
“아!”
이런 악기를 겨우 30만 원에 주고 산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단순히 연주를 위해서가 아닌 수집가로서도 가치는 그것의 몇 배는 될 것이었다.
그러나 크게 놀라는 것도 잠시 나는 이내 침을 꼴깍이며 말했다.
“앰프와 멀티이펙터도 살 생각인데, 그것도 좀 할인해 주실 수 있나요?
“하하하.”
뻔뻔한 나의 말에 사장은 크게 웃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사장은 정말 통 크게 할인 해 주었다.
중고라지만 괜찮은 마샬 앰프와 멀티이펙터 괜찮은 녀석까지 다 합쳐서 60만원을 넘기지 않았으니 나는 몇 번이고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내 진심을 알아본 것인지 사장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정 그러면 음반이나 빨리 내어 주세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사장님은 정말로 락을 좋아하는 분이라는 것을 그 대답으로 다시금 알게 된 나는 그렇겠노라고 다짐하듯 말했다.
기타와 멀티이펙터 앰프를 끌고 집으로 가던 중 나는 동전 노래방 앞에 잠시 멈췄다.
“그래…”
과연 연주가 그랬던 것처럼 목소리도 변했을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직감에 나는 다시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를 들으며 동전 노래방에 들어섰다.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은 나는 새삼스럽다는 얼굴로 두리번 거렸다.
“생각해보니 노래방은 정말 오랜만인데.”
중학교 때 이후로 간 적이 없었으니, 거진 15년만이다.
다행히 동전 노래방을 사용하는 방식은 그때와 다를 바가 없어서 조작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뭘 부를까?”
세계 최고의 뮤지션에 올라섰던 나는 달리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사부들의 영향으로 락에 애정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락에만 편식을 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음악이라면 제 3세계 음악도 다 좋았고, 그것은 클래식도 다르지 않았다.
“으음. 최근 노래는 모르겠네. 얘네가 이런 곡도 냈어? 흠.”
아무래도 대중 음악사에 큰 획을 그은 나의 존재로 인해 그 방향성이나 역사에서 대중 음악은 차이가 있었다.
이래저래 두 세상을 비교하며 노래방 책자를 뒤지던 나는 이내 곡을 결정했다.
아리스의 데뷔곡 ‘해피 바이러스’였다.
천재 뮤지션의 기억을 공유했다고 하지만 아끼는 걸그룹에 대한 애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아쉬움과 안타까움에 더 애착이 생겨날 정도였다.
재능을 각성한 입장에서 확실히 해피 바이러스는 좋은 곡이 아니었음을 확신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이 곡을 선택한 것은 편곡에 따라 곡의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남자 키로 바꾸고 음정 낮추고 박자도 지금보다 느리게···.”
-따다다당!-
단순히 노래방의 키만 바꾸었을 뿐이었는데, 확연히 해피 바이러스의 노래 질이 높아졌다.
등급으로 나눈다면 C등급이던 곡이 C+등급이 된 셈이다.
하지만 누가 부르냐에 따라 이 등급은 또 달라지기 마련이었고, 나라면 최소 B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바람이 불어오면 너의 향기가 생각이 나.”
걸그룹 노래다 보니 가사는 상큼하기 그지없었지만, 나는 조금은 목소리를 긁어내어 곡의 분위기를 바꾸었다.
본래 해피 바이러스는 너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내 삶에 해피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 같다는 게 전체적인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곡의 흐름을 바꾸자 곡의 전체적인 내용은 과거 해피 바이러스를 주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내용처럼 바뀌었다.
실제로 나는 그에 맞춰 가사 일부를 바꾸어 불렀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부분이 아쉽기는 하지만 나는 즐거웠다.
노래의 아쉬움보다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내 목소리 때문이다.
‘오히려 저쪽 세상의 나보다 더 좋은 것 같은데.’
당연히 90년대에 보컬 학원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그러니 여러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 당시 가수들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위한 자신에게 맞지 않는 고음을 내지르며 목이 나갔다.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아 자신에게 맞는 목소리를 찾거나 관리를 철저히 했다면 또 모를 일이지만, 마치 쓰면 쓸수록 강해진다는 투수의 어깨 같은 미친 짓을 하다보니 이런 일이 빈번했다.
가수들이 그러하니 이를 보고 자란 지망생들 또한 다를리 없었다.
당연히 나 또한 혹사 아닌 혹사를 당해 그리 좋은 목 상태는 아니었다.
그런 저쪽 녀석의 목과는 달리 나의 목소리는 생생했다. 거기에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목소리 또한 오랫동안 갈고 닦은 이처럼 단단해 져 있었으니 즐거울 수밖에.
본래라면 한 곡 정도만 부르고 가려고 했던 나는 몇 곡을 더 부르기로 했다.
++++++
밴드부로 여겨지는 한 무리의 고등학생들이 동전 노래방의 어느 한 부스 앞에 서성거리고 있었다.
본래라면 동전 노래방에서 신나게 노래를 불러야 했을 이들이었지만, 지금은 아예 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와! 저 아저씨 미쳤다.”
“처음 걸그룹 노래 부르려고 했을 때 오타쿠인 줄 알았는데···. 미쳤는데!”
“근데 이거 우리 녹화해도 되는 거야?”
“이런 진귀한 걸 우리만 보면 아깝잖아. 괜찮겠지.”
“이런 게 너튜브에서 먹힌 다니니까? 반전이 있잖아.”
“간만에 조회 수 빨아 먹을 수 있겠는데.”
“다들 닥쳐! 잡소리 들어가잖아. 그거 편집하는 게 얼마나 빡신데.”
모여든 구경꾼들의 숫자는 점점 불어나겠다. 대부분 학생이었는데, 돈이 없는 학생들의 유흥 거리에 있어 동전 노래방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잠시 노래가 끝나고 다음 곡을 고를 동안 학생들은 참았던 숨을 토해내기 바빴다.
“어휴······. 나는 어디 가서 노래 부른다고 말 못 하겠다. 저런 실력자가 코인 노래방에서 노래나 부르고 있다니.”
“노래방 시스템으로도 저 정돈데, 제대로 각 잡힌 곳에서 부르면 얼마나 쩔까?”
“와! 미쳤네. 저 아저씨 랩도 개 쩔어. 저 오글거리는 랩이 저렇게 바꾸다니!”
“랩만? 고음이 진짜야! 진성으로 도대체 몇 옥타브까지 올렸던 거지?”
“대충 3옥타브 파인 것 같은데?”
“기타하고 앰프까지 있는 거 보면 어디 공연 갔다 온 것인지도 몰라.”
“서울에서 온 뮤지션이겠지.”
“길거리 공연 있나?”
수군수군해대던 것도 잠시 다시 노래가 시작되려 하자 어느새 합죽이가 되었다.
“???”
이번에도 걸그룹 노래였는데, 다만 이번 곡 선정에 아이들의 눈에 저마다 의문이 일었다.
그래도 이전의 노래는 그래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걸그룹 노래였던 것에 비해, 이번 노래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노래였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의 반응은 당연했다.
박영찬이 이번에 선곡한 곡은 ‘굿 나이트’ 라는 마이너한 걸그룹의 노래였기 때문이다.
굿 나이트는 전형적인 소형 기획사에서 만들어낸 걸그룹으로, 방송에서 모습을 보인 것조차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나마 방송에 모습을 보인 것도 케이블 쪽으로, 지상파 쪽은 한 번도 모습을 비추지 못했다.
유튜브나 SNS, M사의 라이브 방송이 이들의 주 무대였고, 가끔 지방 라디오나 행사에서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흔히 망돌이라 부를 법한 걸그룹이었는데, 박영찬이 이 그룹에 관심을 둔 것은 다름이 아니었다.
돈 없고 인맥 없는 소형 기획사의 한계로 굿 나이트의 노래나 안무 헤메코(헤어, 메이크업, 코디) 등은 처참했으나, 의외로 굿 나이트의 멤버들의 실력이 상타를 친 덕분에 마이너에서 나름 인기를 끌었다.
달리 말하면 지원만 잘 받는다면 어느 1군 걸그룹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는 말이 되었다.
박영찬은 굿 나이트에서 그나마 알려진 곡이라 할 수 있는 데뷔곡 ‘아싸!’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싸!는 등급을 매긴다면 C-등급의 음악이었다.
이마저도 시대에 떨어진 유행을 가져왔던 곡이라, 처음 듣는 이들은 00년 중반 때 나온 노래라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로도 아싸는 00년 중반 때 만들어졌다, 굿 나이트에서 가져와 나름대로 편곡 끝에 나온 노래였다.
“편곡의 방향이 잘 못 되었어.”
곡 자체의 완성도를 낮춰서라도 최근 스타일로 흉내 내는 쪽이 나았다.
그랬다면 지금보다는 더 유명세를 얻을 수 있었을 터였다.
박영찬은 그 점에 대해 아쉬움을 보이면서도 가사 자체에 대해서는 나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찌 보면 유치할지 모르는 곡의 방향을 아싸!의 가사가 나름 커버했던 덕분이다.
그러나 곡 자체가 워낙 문제가 많은 터라, 박영찬의 노래에 홀려 모여든 이들은 이번에는 많은 아쉬움을 보였다.
“좀 제대로 된 곡을 불러주었으면 좋겠는데. 언제까지 걸그룹 노래만 부를 실 생각이지.”
“그것도 좀 유명한 곡이라면 또 모르겠는데. 하나같이 듣보잡 애들 건만 부르네.”
“취향 겁나 특이하시네.”
“그러···. 와! 소름!”
“미친 방금 고음 뭐야?”
“이 아저씨는 까도 까도 알 수 없네?”
“도대체 정체가 뭘까?”
“어, 인제 그만 하시려나 본데?”
“아쉽네. 락 하나 제대로 불러주셨음 좋을텐데.”
유독 머리가 짧은 보컬 지망의 학생의 말이 들리기라도 한 것일까?
아싸!를 끝으로 마이크를 내려놓으려던 박영찬은 이내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지금까지 부른 노래들은 그저 팬심에 가까웠을 뿐 목 컨디션을 테스트하는 용도로서 적절하지 않았음을 알아서다.
“호흡이 조금 달리는 것 같기도 하고…”
신경이 아무리 바뀌었다지만 폐 조직까지는 바뀔 수 없는 노릇이니 이해 못할 건 아니다.
그나마도 이 정도까지 부를 수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이걸로 하자.”
잠시 책자를 뒤지던 영찬은 이내 곡을 선택했다.
그가 선택한 곡은 Queen의 ‘Bohemian Rhapsody’였다.
단순히 가사대로라면 가정 폭력 등의 이유로 아버지를 살해하고 법정에서 사형을 구형받은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로, 그 충격적인 가사가 논란이 되어 수많은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기도 했었다.
노래 자체가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보니 이 노래를 제대로 부르기란 쉽지 않았다.
뛰어난 성량, 특별한 음색만으로도 부족했다.
처참한 현실 속에 미숙한 소년의 감수성을 담아야만이 ‘Bohemian Rhapsody’의 곡의 진가가 드러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는 그 모든 조건을 갖춘 이었다.
괴물 같은 성량, 가늠할 수 없는 음색 그리고 그 섬세하면서도 특별한 표현력은 소년의 그 참담한 감수성을 끌어내기에 충분했고, 이는 곧 ‘Bohemian Rhapsody’의 곡의 진가를 모조리 드러내게 만들었다.
이것만 보아도 괜히 프레디 머큐리를 세계 최고의 보컬 중 하나로 그를 꼽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Is this the real life? Is this just fantasy? (이게 진짜 현실일까? 이건 단지 환상일 뿐인가?)-
너무도 유명한 특이한 도입부에 기대 어린 표정으로 부스 주변을 둘러 싼 학생들의 표정이 한 순간 달라졌다.
“!!!”
“Bohemian Rhapsody?”
“미친!”
“맙소사!”
“야! 다들 닥쳐! 소리 제대로 담으려면 바짝 붙어야 돼.”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하고 있던 녀석은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을 벌어질 걸 예상한 듯 화급히 부스에 바짝 붙었다.
하기야 망돌 같은 걸그룹 노래로도 놀라운 모습을 보였던 만큼 기대를 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심정은 다 똑같은지 부스 주변을 둘러 싼 아이들은 저마다 입을 다물었다.
다행히 영찬은 도입부 부분은 코로스로 넘기고 있었다.
그리고 곧 피아노 독주 소리와 함께 감정을 잡고 있던 영찬은 이내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Mamaaa,Just killed a man,Put a gun against his head, pulled my trigger,Now he’s dead Mamaaa, life had just begun, But now I’ve gone and thrown it all away…”
-꿀꺽!-
카메라를 들고 있는 밴드부의 보컬은 온 몸에 소름 돋는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게 되었다.
막연히 상상했던 수준을 넘어선 수준의 노래였기 때문이다.
Bohemian Rhapsody에서 프레디 프레디 머큐리의 이미지를 없애기 어려웠다.
그만큼 그가 부른 Bohemian Rhapsody의 완성도가 높았기에 생긴 일이었다. 편곡의 도움을 받은 정상 급 가수가 불렀음에도 그럴 정도니, 프레디 머큐리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는 면목이다.
‘……’
그런데 놀랍게도 영찬은 몇 소절도 안 되어 프레디 머큐리의 이미지를 지워버렸다.
오직 영찬의 Bohemian Rhapsody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 느끼는 건 밴드부의 보컬만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서 숨죽이고 있는 십 수명의 사람들 모두가 그리 느끼고 있었다.
마치 처음 Bohemian Rhapsody를 듣는 것처럼 그들의 영혼은 영찬의 목소리를 따라 휩쓸리고 있었다.
조악하기 그지없는 노래방 시스템조차도 큰 흠이라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장악력을 보여준 영찬은 그렇게 마지막을 향해 달려갔다.
마지막 소절을 부르는 걸 끝으로 그렇게 Bohemian Rhapsody를 마친 영찬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어야 했다.
“하아하아.”
십 수년간의 경험 덕분에 완곡을 할 수 있었지만, 아직 그가 무대 위에서 부를 수 있는 곡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폐는 나쁘지 않았지만, 문제는 체력이었다.
무대 위에서의 공연은 지금의 열 배 이상의 체력이 필요했으니, 지금 수준이면 한 곡을 하고 쓰러질 것이다.
단순히 살을 빼는 것보다 체력 증진에 초점을 맞추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영찬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체력의 한계와는 별개로 기타 연주에서도 그랬듯이 보컬에서도 자신이 달라졌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쪽으로 달라진 것으로, 아마 부족한 하드웨어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그는 저쪽 세상의 자신을 완전히 뛰어넘게 될 것이다.
그 증거로 프레디 머큐리의 이미지가 강한 Bohemian Rhapsody를 내 곡처럼 불러내는 데 성공하지 않았던가?
이래저래 생각을 정리하던 그는 그제서야 마이크를 놓았다.
이내 기타 등을 챙기고 부스를 나선 영찬은 그제야 자신의 노래를 듣고 있는 이들을 보게 되었다.
‘어휴. 뭔 학생들이…’
이 어린 학생들 앞에서 걸그룹 노래를 불러댔다는 걸 알자, 치밀어 오르는 부끄러움에 그는 더욱 모자를 눌러섰다.
얼굴을 완전히 가린 그는 서둘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지만 마음과는 달리 상황이 여의치 못했다.
부스를 나서기를 기다렸다는 듯 학생들이 눈을 빛내며 다가와 질문을 퍼부어댔기 때문이다.
“아저씨 가수죠? 밴드하시나요? 이름이 뭐에요?”
“앨범 나온 거 있어요?”
“또 다른 곡 불러주시면 안되요? 아! 걸 그룹 노래는 말고요.”
“너튜브 채널 있으세요?”
“녹화한 거 너튜브에 올려도 되나요?”
영찬은 답하지 않으면 쉽게 비켜주지 않을 것 같은 학생들에 대충 답하며 짐을 끌고 나갔다.
“앨범이나 너트뷰 같은 거 없어. 올리고 싶으면 올리던지. 좀 비켜줄래?”
앨범이나 너튜브가 없다는 말에 아쉬워하던 학생들과 달리 보컬은 너튜브에 올려도 된다는 말에 희희닥거렸다.
제목만 잘 뽑는다면 조회수는 보장할 영상이라고 확신하고 있어서다.
잠시 사람들에게 시달렸지만 그것도 동전 노래방을 나서자 그에게 관심을 가져다주는 이는 없었다.
“휴우. 확실히 요즘 애들이 기운이 좋네.”
십대였던 자신이라면 이런 거구의 아저씨에게 쉽게 말을 걸지 못했을 것이리라 생각하던 영찬은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아마 사람이 없는 곳이었다면 크게 소리를 질렀을지도 모른다.
비록 마약에 의해 추락하기는 했지만, 그 일이 있기 이전 영찬은 처음으로 벽을 만나고 있던 시점이었다.
스스로가 만들고 팬들에 의해 부풀어진 명성에 한계를 맞이하던 때였던 것이다.
우울증까지 찾아왔을 정도였으니, 아마 그를 극복하려면 수십 년은 노력해도 힘들었을지 모른다.
그랬던 한계가 생각지도 못한 형태로 넘어서게 되었다.
영찬이 그리 기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르르륵-
그래서일까?
기타에 앰프, 멀티이펙터까지 오르막길로 끌고 가는 길이라 힘겨워야 했으나, 집으로 가는 영찬의 걸음은 어느 때보다 가벼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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