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50
16장. 굿 나이트
찬찬히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나는 의외의 사실을 깨달았다.
‘잘 생겼는데?’
풍파에 찌들고 나이를 먹으면서 타고난 미모가 퇴색되기는 했지만, 아마 어렸을 때는 연예인을 꿈꾸어도 될 정도의 미남이었다.
‘아니···. 진짜 그랬을지도 모르겠는데.’
매니저 출신 중 배우나 아이돌을 꿈꾸던 연습생 출신은 생각보다 흔했다.
평생 배운 게 이쪽 일이다보니 끝내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이들은 이쪽으로 종종 길을 가곤 했다.
물론 열에 아홉은 생각보다 빡센 근무에 못 이기고 나가 떨어지고 말지만.
“어쩌면 아이돌 지망생이었을지도 모르겠네.”
자신이 못 이룬 꿈을 대신 이루어 줄 이를 찾기 위해 굿 나이트를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으음···.”
무심코 나온 내 목소리에 사내는 뒤늦게나마 인기척을 느낀 듯 정신을 차렸다.
“누···. 누구······. 어?”
잘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그의 눈이 순간 크게 흔들렸다. 마치 말도 안 되는 것을 본 것 같은 눈이다.
그는 눈을 몇 차례 비비더니 다시 자리에 누우며 중얼거렸다.
“아···. 술이 덜 깼나 보다. 그래 나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소주 3병은 오버지.”
“하하···.”
자연스럽게 나를 없는 사람인 듯 취급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어······? 어···! 진짜? 진짜 YC!”
내 웃음소리에 놀란 그는 무려 4번이나 나를 올려다보더니 뒤늦게서야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 걸 인지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의 혼란이 잦아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혼란은 더욱 커진 듯 보였다.
‘사무실에서 자고 일어났는데 티비에서 보던 연예인이 앞에 있다면 나라도 놀랄 만하지.’
세계적인 뮤지션이던 기억과는 별개로 본래 너무도 소시민이던 나의 삶이 베이스다 보니 나는 그의 놀란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그가 진정하기를 기다렸고, 잠시 후 그는 내려놓았던 정신을 반쯤이나마 차렸다.
“어, 어쩐 일로. YC님께서. 아니···. 여, 여기에 앉으세요.”
맞은편 소파를 권하면서도 그의 몸은 본능적으로 덮고 있었던 이불을 개고 있었다.
‘대단한데?’
이불에 눈짓 한 번 보내지 않았음에도 개고 있는 이불은 마치 각이 잡힌 듯 반듯한 모습으로 접히고 있었다.
순식간에 이불을 갠 그는 그것을 소파 앞에 있는 작은 탁상 아래에 밀어 넣고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물었다.
“그, 커, 커피 드시겠습니까?”
“네. 그래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
처음으로 꺼낸 내 말에 그는 탄성과 함께 움찔하더니 빠르게 생수를 커피포트에 채워 물을 끓였다.
그리고 1000냥 샵에서 산 것 같은 컵에 이제 몇 개 남지 않은 믹스 커피 하나를 찢어 부었다.
-삐이이익!-
물이 끓고 있는 시간 동안에도 그는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불안한 듯 주춤거리기를 반복하는데,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나를 힐끔 바라보기 바빴다.
나는 그런 그의 모습에서 그가 상당히 순수한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되었다.
보통 이런 연예계에서 몇 년 굴려지다 보면 순수하기 힘들다는 걸 아는 나로서는 참 재미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뭐, 정확한 건 이야기를 나눠봐야 알겠지만.’
어느새 물이 다 끓었고, 그제야 그는 자신이 탄 커피를 조심스럽게 내어주었다.
“이, 이런 것밖에 없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도 믹스 커피 좋아합니다.”
살이 찔 것 같아서 평소에는 아메리카노를 마시지만, 공돌이 시절부터 길들여진 믹스 커피는 훌륭한 내 애용품이었다.
그는 나와 달리 조금 전 딴 생수를 컵에 담아왔는데, 어제 술을 먹어 목이 마를 것임에도 쉬이 물을 마시려 들지 않았다.
그만큼 긴장했다는 뜻이라 나는 먼저 그가 타 준 커피를 마셨다.
‘음. 제법인데.’
믹스 커피를 잘 탄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물 조절이 조금만 더 많거나 적어도 그 제대로 된 맛을 구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모르긴 몰라도 최소 수천 잔 이상은 타 봐야 나올 수 있는 실력이었다.
나는 쓸데없는 생각을 머릿속에 굴리며 커피를 즐겼고, 그는 내가 잔을 거의 비울 때쯤에야 조심스럽게 물잔을 비웠다.
그제야 나는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YC 엔터의 사장 박영찬이라고 합니다.”
그 말과 함께 명함을 꺼내 주자 사내는 떨리는 손길로 이를 받아 들이더니, 허둥지둥하며 품속에서 낡은 명함 지갑을 꺼내 명함을 꺼내 주며 공손히 인사했다.
“J 엔터 사장 장대훈이라고 합니다. 이, 이렇게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
그의 반응에 나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생각보다 그가 나를 반기는 태도가 뜨거워서다.
이런 나의 생각을 알기라도 하는지, 장대훈은 상기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사, 사실 제가 어렸을 때 락을 했었습니다. 그러다 연습생으로 들어가기도 했고요.”
“아···.”
얼마 안 되는 내용이었지만 나는 대략이나마 그의 지난 시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역시나 내가 짐작했던 데로 그 또한 연예인 지망생이었던 모양이다. 나는 좀 더 그에 대해 알아보고자 물었다.
“연습생이라면 아이돌 말씀입니까?”
“하하. 네. 한때 잠시 MS에서 연습생을 했었습니다.”
3대 기획사 중 하나인 MS의 연습생을 했다는 말은 대단했지만 달리 놀라지 않았다.
락 활동을 통해 나름의 음악 소양도 쌓았을 것인데다 비주얼도 모르긴 몰라도 상위 클라스이니 말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연예인은 외모가 반 이상을 먹고 들어가기 마련이었다.
“뭐…이래 저래 데뷔에 밀려서 유강 엔터로 갔다고 결국에 매니저로 넘어가기는 했지만요.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정말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잘 되었다는 말과 달리 그의 입가에는 씁쓸함이 가득했다.
이해 못 할 것은 아니었다.
그가 나름 모든 걸 걸고 만든 굿 나이트가 처참하게 망했으니 말이다.
3집이 벌써 2년 가까이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지금 그의 사정을 짐작 할 못할 것도 없었다.
“저기… YC님께서 저희 회사를 찾아오신 이유가. 아니 그보다 지금 한창 바쁜 시기 아니십니까?”
“….”
그 말에 나는 잠시 말문을 잃었다.
정말이지 진저리 칠만큼 지난 한 달간 눈뜰 새도 없이 바빴던 기억이 떠올라서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기 무섭게 나는 반강제로 다시 활동에 뛰어들어야 했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예능과 음악 프로그램에 나가야 했는데, 이는 그들의 출연 요청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YC 엔터의 영향력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이 전의 활동이 블랙 타이거와 나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함이었다면, 이번 활동은 엔터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함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소위 말하는 끼워 팔기 활동을 위주로 움직였다.
일본에서는 본격적으로 일본 활동을 앞둔 G1밴드를, 한국에서는 다음 주부터 데뷔를 하게 되는 이나은과 동반 출연을 하며 그들을 알렸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이 중 G1밴드의 경우 이제 레전드로 불리는 블랙 타이거 콘서트 영상을 통해 나름 인지도를 쌓아진 상태였다.
더불어 한국에서 큰 유명세를 떨쳤던 ‘Legends of Rock’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는 말에 절로 음악 천재들이라는 수식이 붙었다.
표현이 과장되기는 했지만 10대의 나이에 그 쟁쟁한 프로들을 재치고 준우승을 한 것이니, 결과만 놓고 본다면 마냥 틀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블랙타이거의 보컬이자 프로듀서이기도 한 내가 키우는 밴드라는 포인트에서 천재의 인증을 받았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었다.
“우웩~. 부담 되어서 죽을 것 같아서. 사부!”
“저도요. 죽겠어요.”
덕분에 G1밴드는 실시간으로 죽어나가고 있었다.
‘사실 저 나이에 저 실력이면 오만해도 될 실력이기는 하지.’
오히려 보통은 그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나 스스로가 생각해도 터무니없는 음악 괴수인 나의 옆에 있다보니 그에 대해 자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YC 일본 지부장이 된 이치로는 G1밴드를 열렬히 환영했다.
음악에 대한 귀가 높은 그는 G1밴드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편곡 등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 성공 가능성을 높이 보았다.
“메이저로 올라가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겁니다.”
나는 그런 이치로에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 녀석들이 경험할 수 있는 거 다 경험하게 해 주십시오. 아직 덜 여물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 답하는 이치로에 나는 잠시 난감한 심정이었다.
말과는 달리 정작 그의 얼굴에는 ‘대표님 입장에서 본다면 누구들 안 그렇겠습니까?’ 라는 듯한 생각이 보여져서다.
G1밴드가 그렇다면 이나은 또한 순탄하게 인지도를 쌓아 올리는 중이었다.
그녀는 ‘스노우 레이디’ 이후 중간중간 너튜브 채널에서 커버 영상을 올리며 나름의 인지도가 쌓은 상태였다.
다만 그간 음악만을 남겼을 뿐, 얼굴을 알리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 기회에 얼굴을 알리게 되자 그 반응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뜨거웠다.
-레알?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저 소녀라고?-
-그 넘쳐나던 감수성을 보고 못해도 20대 후반의 성숙한 모습을 상상했는데, 이렇게 미친 듯이 귀여운 존재라니!-
-독보적 음색에 미친듯한 귀여움! 긴장하는 모습이 마치 오돌오돌 떠는 토끼를 보는 것 같다!-
-이건 아니지! 이건 반칙이잖아!-
-YC에게 의지하는 모습 봐! 길 잃은 아가 양도 저렇게 가엾지 않을거야.-
-이토록 심장에 해로운 존재라니!-
올해로 21살이 되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그녀의 앳되고 사랑스러운 외모는 사람들에게 큰 반전을 주었던 모양이다.
덕분에 여러 밈들이 만들어지며 커뮤니티에 확산되어갔다.
이러한 인지도들이 쌓이면서 어제 드디어 데뷔곡 ‘바니바니’ 티저가 공개 되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뮤비부터가 그들이 바라기 그지없는 귀여움의 절정을 담아내었기 때문이다.
스노우 레이디를 비롯해 그간 나은이 한 커버 곡 스타일을 통해 발라드 쪽을 예상했던 사람들은 난데없이 뒤통수를 맞는 기분일 것이다.
그리고 대다수가 기분 좋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을 게 분명했다.
이외에도 YC 엔터를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 바빴다.
YC엔터로 쓸 건물을 매입하고, 인력들을 구한 것인데 그 과정에서 나는 각인된 기억들을 뒤져 그들을 스카웃하기 위해 준비하기 시작했다.
“쉽지 않겠지.”
그들을 찾는 것은 둘째치고 그들을 데려오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 나는 여겼다.
그럴 법도 한 게 내가 데려오려고 한 이들은 YC 엔터라는 어마어마한 공룡 엔터를 만들면서 그 능력을 인증받은 이들이라서다.
그런 능력자들이니만큼 자기가 있는 곳에서도 크게 부각되어 높은 자리에 있을 게 뻔한 일.
이제 중견 엔터로 발을 들이는 YC 엔터에 그들을 데려오기가 쉬울리 없었다.
이 뿐 아니라 그 외에도 여러 일들이 있었다.
잠시 그간의 끔찍할 정도로 바빴던 과거들을 떠올리던 나는 뒤늦게 대답했다.
“아직 녹화한 방송 등이 남긴 했지만, 공식적으로는 사흘 전부터 휴식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 그렇군요. 요즘 티비만 틀면 YC 님이 나오셔서. 저기···. 그 괜찮다면 사인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괜찮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그와 함께 그는 서둘러 이면지 사이에 숨겨진 A4 복사지 종이 5장을 찾아 가져왔다.
“저랑 민기 동생 그리고 우리 아이들 거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누구냐면 굿 나이트라는 걸그룹인데······.”
“네. 알고 있습니다. 굿 나이트. 유나씨, 지헌씨, 아리씨 거도 사인 해 드리면 되겠습니까?”
“어? 어······. 네.”
설마 내가 굿 나이트를 알고 있는 줄은 몰랐던지 놀라는 그에게 나는 미소를 보이며 사인을 해 주었다.
장대훈 사장과 민기라는 동생 것까지 먼저 사인한 나는 굿 나이트 멤버들에게까지 사인을 하게 되자 새삼 감회가 새로웠다.
‘설마 굿 나이트에게 사인을 해 주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사인을 받는 것도 힘들었던 과거를 생각하던 나는 참 사는 건 알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사인을 마치고는 그에게 말했다.
“저 또한 장대훈씨에게 사인을 받고 싶습니다.”
“네? 네? 제 사인이요?”
“하하.”
고장 난 것 같은 그의 모습에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흘리며 가져왔던 서류 가방에 변호사와 함께 작성한 계약서 하나를 꺼내었다.
아 서류 가방에는 상황에 따라 두 개의 계약서를 준비해 놓았는데, 이 중에서 내가 꺼낸 건 2안이었다.
1안의 경우는 멤버들만 데려가는 계약서라면 2안은 기획사를 통째로 인수하는 계약서였다.
나는 그 계약서를 그에게 내어주면 말했다.
“살펴보시면 아시겠지만, 간략히 말하자면 저는 J 엔터를 인수하고 싶습니다.”
“네? 우리 회사를 인수하시다고요? 왜?”
장대훈은 자기가 잘 못 들은 건가 싶은 얼굴을 보이며 되물었고, 나는 어렵지 않게 그 이유를 말해주었다.
“굿 나이트 멤버들을 성공 시키고 싶거든요.”
“네? 어···. 어째서?”
신드롬을 일으키며 한국과 일본의 정상을 차지한 탑스타가 난데없이 3군도 안 되는 굿 나이트를 데려가고 싶다고 하니 그의 고장난 것 같은 반응을 이해 못 할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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