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51
16장. 굿 나이트
하지만 나는 간략하면서도 더 할 수 없이 명확한 이유를 말했다.
“사실 제가 굿 나이트의 팬입니다.”
“네? 어… 네에?”
반응이 참 하나같이 신선할 정도인지라 나는 어째 놀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꾹 참으며 말을 이어갔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가수로 전망하기 전 저는 공장에서 제법 오랫동안 일했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알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에게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굿 나이트는 그때 제게 힘이 되어주었던 이들 중 하나였습니다.”
“!!!”
힘이 되어주었다는 내 진심이 와 닿은 것인지 장대훈은 놀라하면서도 또한 더 할 수 없이 기뻐하는 눈치였다.
자신의 폰을 슬쩍 바라보는 것이 마치 이 기쁜 사실을 굿 나이트에게 알려주고 싶은 모양이다.
나는 그런 그의 순수한 모습이 너무도 마음에 들어 좀 더 솔직하게 말을 이었다.
“정말입니다. 앨범도 다 샀는걸요. 비록 사는 게 바빠 팬미팅은 가지 못했지만요.”
“아하하하.”
내 말에 그는 결국 소리 내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 웃음이 잦아질 때쯤 장대훈은 눈물을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몸을 한 차례 들썩이던 그는 이후 붉혀진 눈가를 훔치다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못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닙니다.”
못난 모습이라는 그의 말에 나는 바로 부인했다. 비록 결과는 좋지 못했다지만 그의 지금 모습만으로도 그가 최선을 다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크흠···. 큼.”
그는 밀려오는 감정에 잠기려는 목을 애써 풀어대더니 붉게 충혈된 눈과는 별개로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 신은 있는가 봅니다. 그동안 너무도 막막했는데······.”
그러며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지난 3주간의 일들을 이야기 해주었다.
고심 끝에 내린 굿 나이트의 해체와 더불어 그녀들을 1군 연습생으로 받아줄 회사를 찾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물론 망돌이라는 꼬리가 붙은 만큼 그 일이 순조로울 리가 없었다.
“저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군요.”
아마 다른 기획사로 들어갔다면 그녀들을 데려오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연습생들이다 보니 계약적인 면에서 자유로운 면이 있지만, 관례 같은 게 있다 보니 자칫 안 좋은 이야기가 오갈 수 있었다.
그건 새롭게 재기를 해야 하는 입장인 그녀들의 시작에 재를 뿌리는 격이었다.
안도하는 나 못지않게 장대훈 또한 크게 안도하는 눈치였다.
“저 또한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들을 좋아해 주셔서······.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치 계약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굿 나이트를 당장 데려가 주시기만 한다면 아무래도 좋다는 모습에 나는 크게 고개를 저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J 엔터를 인수할 생각입니다. 마침 저희 YC 엔터가 확장을 하고 있는 중이라 인재들을 찾고 있는 중이라 장대훈 씨도 함께 하셨으면 합니다.”
자신을 인정해주는 나의 말에 장대훈 사장은 기쁘면서도 한 편으로 곤란하다는 얼굴을 보이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만 그건 곤란합니다. 사실 J 엔터에 빚이 좀 많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더욱 그가 마음에 들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설마 제가 그걸 모르겠습니까? 그 점을 고려해서라도 저로서는 크게 남는 장사입니다.”
“……빚이 2억이나 있는데 말입니까?”
“어···.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는군요?”
놀랄 일이었다.
빈 말이 아니라 정말 생각한 것보다 빚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저비용으로 운영하였다지만 그래도 아이돌을 데뷔시키는 일이었다. 그것도 미니 2집까지나 낸 것을 생각한다면 2억이라는 빚은 정말 터무니없이 적었다.
이 상황에서도 겨우 그 정도 빚을 진 것에 그쳤다면 그는 정말 대단히 성실한 인재인 셈이다.
못해도 5억 이상의 빚은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더욱 그러했다.
‘진짜 놓치면 안 되겠는데.’
이쪽 바닥에서 인재는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성실하고 믿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인재였다.
“본래라면 생각하는 시간을 드리려고 했는데, 안 되겠습니다. 혹시 모르는 일이니 당장 계약을 체결하고 싶습니다.”
“???”
나는 당황해하는 그를 몰아붙였고, 그는 어어? 하다가 결국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말았다.
얼떨 결에 사인을 한 자신이 이해가 안된다는 듯 당황하는 그를 보며 나는 더 할 수 없이 큰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제 굿 나이트는 제 것입니다.’
몇 년 뒤 유행할 밈을 속으로 빗대어 말하던 나는 하루 빨리 굿 나이트와의 만남을 고대했다.
++++++++++++
“사장님. 다시 생각해 보세요? 정말 꿈꾼 거 아니에요?”
“미쳤어. 미쳤어. 진짜 YC 엔터 앞까지 왔잖아!”
“난 누구? 여기는 어디지?”
“…..”
불안해하는 굿 나이트의 반응에 장대훈은 쉬이 입을 열지 못했다.
막상 이번에 새롭게 올린 거대한 YC 엔터의 건물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그 또한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말아서다.
그가 느끼고 있는 이 불안감의 정체는 다른 게 아니었다.
그건 그간의 그의 삶과는 너무도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상황 때문이었다.
대형 엔터의 연습생 1군에서도 두각을 드러냈음에도 그는 번번이 데뷔에 실패했었다.
결국, 마지막이라고 여기며 찾았던 중견 엔터에서도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한 그는 결국 매니저로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후 회사의 부당함에 못 이겨 5년 만에 뛰쳐나왔지만, 이후에도 그의 꼬여지는 불행은 풀어지지 않았다.
그랬던 인생이었다.
한데 바로 어제 그에게 마법보다 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를 짓눌렸던 악재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정말로 꿈이 아니었을까?’
영찬이 돌아간 뒤 그는 수십 번이고 계약서를 읽고 또 읽었음에도, 그리 생각이 들 만큼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그에게 너무도 익숙하지 않았다.
아마 그의 통장에 J엔터 인수 비용으로 1억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지금도 부정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미 잃은 아기 새처럼 불안해하는 굿 나이트에 그는 다시금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 지금이라도 돌아갈…”
그는 도망치듯 돌아갈까 생각을 하려 했으나, 그의 뜻은 다른 누군가에 저지당했다.
-툭!-
누군가 그의 어깨를 살짝 두들겼고, 이에 서둘러 몸을 돌린 장대훈의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장신인 장대훈과 비슷한 키의 중년의 사내가 가죽 옷을 걸친 채 그들을 반겨서다.
“생각보다 일찍 왔군요. 대표에게 얘기는 들었습니다.”
밝은 목소리로 그들을 반기는 그에 장대훈은 떨리는 눈길로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자, 장대훈이라고 합니다. 문일범님을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오? 내 이름을 알고 있을줄을 몰랐네요. 보통은 영찬이나 곽도훈 그 녀석만 아는데.”
실제로 인지도로 따진다면 베이시스트인 문일범은 블랙 타이거 내에서 그 인지도가 최하를 다툴 정도로 낮았다.
그럼에도 장대훈이 그를 알아 보는 건, 그 또한 과거에 베이스를 잡았던 이라서다.
“아! 너희도 어서 인사드려. 블랙 타이거에서 베이스를 맡고 계신 문일범 님이야.”
“안녕하세요. 굿 나이트의 아리라고 합니다.”
“지헌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유, 유나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툭 치면 자동으로 인사하는 인형 같은 그녀들의 모습에 문일범은 참으로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연예계 생활만이 아니라 사회에서 인사를 잘한다는 건 사실 반은 먹고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첫인상을 긍정적으로 각인시켜줄 수 있는 일이었기에, 과거 그가 간간히 매니저 일을 도왔던 아이들도 이 부분을 습관이 들도록 만들었다.
“문일범이라고 합니다. 자자, 어서 들어갑시다. 대표는 일 때문에 오후 쯤에 오니 그때까지 회사 구경이나 합시다.”
“아! 네.”
장대훈은 그리 답하기는 했지만 저도 모르게 고인 침을 꼴깍 삼켜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와~.”
그렇게 문일범에게 반쯤 끌리 듯 들어서게 된 YC 엔터 내부 모습에 장대훈은 저도 모르게 탄성을 흘렸다.
이번에 YC 엔터가 새 사옥으로 사들인 오피스 빌딩은 강남에 위치한 곳으로, 대지 면적만 200평에 총 560평에 달하는 지하 2층 지상 6층에 이르는 빌딩이었다.
부동산 쪽에서 큰 손인 장태식이 도와준 덕분에 나름 저가인 230억을 들여 사들인 건물로, 당연하지만 이 중 60%는 은행에서 저리로 대출을 받았다.
140억 가까운 금액을 대출 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신드롬을 일으킨 블랙 타이거라는 이름 값은 그 이상을 대출 받고도 남았다.
재작년에 지어진 신식건물이라 오래된 구식 건물과는 달리 기둥과 벽 등의 구성 비율이 낮아 평수보다도 더 넓어 보이며 활용 면이 용이하다는 게 이 건물의 장점이었다.
아직 리모델링이 진행중이고 있긴 하지만 1층은 이미 리모델링이 끝이 난 뒤였다.
1층 입구 옆에는 작은 편의점과 더불어 그 비슷한 규모의 카페가 있었다.
문일범은 장대훈과 굿 나이트를 카페로 데려가더니 직원에게 말했다.
“달달한 아이스 카라멜마끼야토 하나 부탁합니다. 여러 분은 뭐 드시겠습니까?”
“어…아니, 저는 괜찮습니다. 너희들은 뭐 먹을래”
“아, 아니에요. 저희도 괜찮아요.”
여전히 긴장한 티가 역력한 그들의 모습인지라 문일범은 털털한 미소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러지 말고 하나 드세요. 어차피 여기 카페는 YC 엔터 관계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거라 안 먹으면 손해입니다. 아, 저기 무인 편의점도 다 공짜니 원하는 거 마음껏 집어가시면 됩니다.”
“네? 공짜라고요?”
“….진짜요?”
“거짓말!”
“어….그럼. 저희도 가져가도 되는 거에요.”
아직도 성장이 끝이 나지 않은 별명이 자이언트 베이비인 지헌의 말에 문일범은 귀엽다는 듯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이제 여러분들도 YC 엔터 사람인데 당연하죠.”
“세상에! 그럼 꿈 같은 일이!”
“꿀꺽~.”
“어휴.”
벌써부터 편의점을 노리는 지헌의 솔직한 반응에 유나는 속으로 동조한 듯 침을 꼴깍 삼켜댔고, 이런 동생들이 부끄러운 아리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흘려댔다.
“그럼, 저는 아이스 카페모카로 주십시오.”
그런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지 어느새 공짜라는 사실에 정신이 팔린 장대훈이 카페 직원에게 주문을 마쳤다.
매니저가 그러니 자연 노리고 있던 지헌과 유나 또한 서둘러 주문을 했다.
“저는 녹차프라푸치노 달달하게요.”
“전 딸기 요거트요. 언니. 언니도 어서 주문해.”
“…..아, 아이스 아메리카 아니, 아이스 초코프라페로 주세요.”
결국 본능을 참지 못하고 주문을 마친 아리나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지헌과 유나를 보며 문일범은 참 재미있는 아이들이라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캐릭터 고민은 안 해도 되겠는데?’
팬들과 거리를 두면서 우상으로 남고자 했던 1세대와 달리 세대가 거듭되면서 아이돌들은 팬들과 친분 관계를 유지하기에 힘썼다.
그러기 위해서는 캐릭터가 확실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연기가 아닌 솔직한 면 또한 보여야하는 것인데, 이런 점에서 굿 나이트는 합격이라 할 수 있었다.
-쪼로록!-
음료가 나오기 무섭게 녹차프라푸치노를 마셔대던 지헌의 얼굴은 어느새 긴장이 사라졌다.
당이 들어오니 마음이 편해진 모양이다.
그 모습은 아리와 유나 또한 다르지 않았다.
장대훈 또한 굿 나이트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긴장이 완화되어 보였다.‘역시나 스트레스에는 단 게 최고라니깐.’
다년간의 경험으로 생긴 요령으로 그들을 배려한 문일범은 이후 가벼운 토크로 좀 더 분위기를 완화시키며 YC 엔터 탐방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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