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53
17장. 베이비 폭스.
블랙 타이거 뮤비 ‘노장은 죽지 않는다.’의 조회수가 2억 뷰를 넘겼다.
작년 161일 만에 10억 뷰를 넘기며 세계를 강타한 P씨의 뮤비가 아니었다면 제법 화제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말이 2억 뷰지 이 시기에 1억 뷰 이상의 조회수를 넘기기란 빌보드에서 드문 일이었다.
덕분에 홍의찬 감독은 단번에 스타 감독으로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당연히도 국내에 내놓으라는 가수와 아이돌들의 뮤비 제안이 물밀듯이 그에게 들어왔다.
조건 또한 하나같이 훌륭했다.
A급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B+급 수준의 페이를 약속한 제안들이었다.
아마 ‘노장은 죽지 않는다.’ 정도는 아니어도 화제가 될만한 뮤비 한두 개만 더 찍는다면 대번에 A급으로 인정 받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홍의찬 감독은 들어오는 모든 뮤비 제안들을 거절했다.
나로서는 아니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런 그의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의 기행은 거기서 끝이 나지 않았다.
사실상 부부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던 김도아씨와 갑자기 식을 올리기 무섭게 치킨집을 폐업하고는 유럽으로 떠난 것이다.
그의 예측하기 어려운 모습에 실장도 나도 당황했지만, 그나마 이번에는 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도무지 연락이 안 되었던 지난 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김도아씨를 통해 그의 행보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행이 저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덕분에 매니저먼트 계약을 한 그에게 월급만 꼬박꼬박 넣게 된 꼴이라, 실장은 여러모로 마음에 안 들어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애초 돈을 벌어들이려고 한 계약이 아니었던 터라, 나는 우리 쪽 뮤비만 찍어준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휴가를 떠나기 전 나는 이나은의 신곡인 ‘바니바니’ 뮤비를 그에게 의뢰했다.
물론 본인은 연락이 안 되었기에, 김도아씨를 통해서야 그 연락이 닿았다.
의뢰를 요청한 지 5분도 안 되어 그에게서 직접 연락이 왔다.
“대표님이 뮤비에 나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난데 없이 이나은의 뮤비에 내가 나올 수 있냐는 그의 물음에 나는 잠시 당황했으나, 이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까메오 정도라면 괜찮습니다.”
어디까지나 바니바니는 이나은에게 포커스가 맞춰져야 했다. 그런 점에서 화제성 몰이 정도의 까메오 출연이라면 얼마든지 괜찮았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럼 한 달 뒤에 뵙겠습니다.”
-딸깍-
“……”
까메오 출연 허락에 너무도 기뻐하던 그는 그러며 전화를 끊어 버렸고, 덕분 잠시 말문을 잃던 나는 다시 부인인 김도아 씨에게 전화를 해야했다.
우선 이번 건에 대한 계약 문제부터 해결해야 해서다.
그리고 그로부터 정말 딱 한 달만에 홍의찬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도 잔뜩 영수증을 챙겨 온 그가 보여준 뮤비 시안서에 그를 마땅찮게 여기던 실장 또한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아~. 정말 이번에도 대단하군요.”
“그런데? 이건….”
나 또한 이번에도 예술적인 영상미와 스토리 라인에 감탄했으나, 이내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런 내가 의문을 보이는 모습에 홍의찬은 불안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 모습에 확신한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거…곤란합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까메오로 출연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 실제로 얼굴이 드러나는 건 한 장면 밖에 없습니다.”
그리 변명을 하는 홍의찬이었지만 정작 시안 속의 내가 연기 할 인물은 이나은 못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그가 가져온 바니바니 뮤비 시안의 주 스토리는 키다리 아저씨를 사랑하는 소녀의 모습을 담은 것이라서다.
그리고 당연히도 내가 이 뮤비 속 키다리 아저씨를 맡게 되었다.
“연기 때문에 그러신 거라면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이번에도 저번처럼 연기를 하려고 하지 마시고 제가 하라는 것만 하시면 그만이니까요.”
“…….”
차라리 연기 때문이면 나으리라. 생각하던 나는 고민 끝에 조건을 내밀었다.
“이나은의 존재감을 저보다 더 부각 시킬 수 있다면 하겠습니다.”
“!!!”
그 말에 홍의찬 감독은 충격을 받았다는 얼굴을 보이더니 이내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 쥐며 고개를 쳐 박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20여분이 지났을 때쯤.
그는 그 짧은 시간 사이 몇 년은 늙어버린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다만 며칠 동안 그 분을 보고 싶은 데 가능하겠습니까?”
“…가능합니다.”
생각보다 더 격렬한 반응에 놀라던 것도 잠시 나는 서둘러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지난 블랙 타이거 때 뮤비 못지 않은 걸작이 탄생할 것이라는 직감 때문이다.
“저 분 뭔가 좀 많이 무서운데요. 괜찮은 분 맞으세요?”
“아마도 괜찮을…아니 괜찮아. 혹시나 사고 칠 걸 대비해서 부인 분도 함께 하기로 했으니깐.”
“어째….그게 더 무섭다고 생각되는 건 제 착각이겠죠?”
“당연하지. 사람을 그렇게 나쁘게 보면 안 되는…거야.”
그리 말하는 것과 별개로 차마 이나은의 눈을 바라볼 수는 없었다.
그래도 확실한 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례를 할 수 있을 건 대비해서 김도아씨에게도 헬프를 했으니 더 그러했다.
다행히도 두려워하던 이나은과 우려했던 나의 예상과 달리 홍의찬 감독의 스토커 아닌 스토커 짓은 얼마 안 가고 끝이 났다.
그나마도 첫 날에만 내내 가까이 있었지 그 뒤부터는 오전에만 잠시 먼 거리에서 지켜보다 오후에는 어디론가 사라졌었다.
덕분에 이나은 또한 더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고, 그렇게 나흘 째가 되었을 때 홍의찬은 퀭한 얼굴로 나를 찾아왔다.
“이제 가능할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뭐가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하얗게 재처럼 타버린 듯한 그의 몰골을 보면 그저 그 말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뮤비에 쓰일 예산은 블랙 타이거 때와 달리 빵빵하게 잡아 둔 상태였다.
덕분에 본격적으로 찍기 며칠 전부터 시설은 다 정비된 상태였으며, 스태프 또한 A급으로 데려왔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카메라는 홍의찬이 잡았다.
원한다면 국내에 내놓으라 할만한 촬영 감독을 데려올 수 있음에도 홍의찬은 굳이 촬영 감독을 자처했다.
“제가 아니고서는 담을 수 없습니다.”
어찌 보면 오만하기까지한 말이었지만, 그 말을 한 이가 홍의찬이라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따름이다.
그리고 나는 왜 그가 그리 말했는지 얼마 가지 않아 알게 되었다.
지난 번보다도 더 강압적으로 배는 더 많은 시간을 들이며 일대일 교습이라는 말 아래 나를 가스라이팅 하다시피 교습을 했기 때문이다.
그의 마수에서 벗어날 길이 그가 가르친 것을 체화하는 것 말고는 없었기에 나는 한탄해 하면서도 어떻게든 그걸 받아들이려 애를 썼다.
마침내 그가 말한 모든 걸 체화하자 홍의찬 감독은 환희 어린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간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구나!”
“???”
나중에야 김도아씨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들이 반년 가까이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난 건 신혼여행 때문이 아니다.
이유는 다름 아닌 바로 나 때문이다.
정확히는 나 자신도 알지 못했던 그저 본능적으로 다루는 아우라로 지칭하던 그것을 더 끌어낼 방도를 찾기 위해 떠났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나는 나도 모르게 긴 한 숨을 내쉬어야 했다.
“하아~. 정말 이 인간 뇌 구조가 어떤지 궁금할 지경이군.”
도무지 범인은 이해할 수 없는 기행을 저지르던 홍의찬 감독의 행보에 절로 나는 앞으로가 걱정이었다.
++++++++++++++++++
다음 날.
촬영장에 도착한 순간부터 영찬은 홍의찬 감독이 자신에게 한 일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촬영이 시작되기 전부터 블랙 타이거 때보다 더 격렬한 반응을 주위에서 보였기 때문이다.
이나마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유난히 소란스럽던 여성 스태프들을 최소로 줄인 결과였음에도 그러했다.
생각보다 더 남성 스태프 쪽에서 반응이 상당했는데, 이번 업데이트가 퇴폐미보다는 남성향 이미지를 더 강조했기 때문이다.
‘스노우 레이디’ 사건을 통해 나름 내성이 생겼던 이나은 또한 그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건 마냥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덕분에 뮤비를 찍는 내내 그녀는 홍의찬 감독이 원하는 상사병에 걸린 소녀의 얼굴을 완벽하게 재현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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