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55
17장. 베이비 폭스.
그랬던 것이 불과 한 달도 안 되었다.
당연히 그녀로서는 마음이 동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지원은 고민 끝에 연락을 하기로 했다.
어찌 되었든 그녀의 우상인 YC와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음 날 오후.
약속을 위해 지원이 찾은 곳은 케세라세라의 본점이었다.
“어머. 예쁜 분이 온다고 하더니 이 정도 일줄은 몰랐네. 참 동생은 재주도 좋아.”
이제 장태식을 대신 해 부사장직을 맡은 이아현은 김아영을 보며 호들갑을 보였다.
G1 밴드의 지원이나 이나은도 매력이 넘쳤지만, 단순히 비쥬얼만 놓고 본다면 김아영은 확실히 위였다.
아마 제대로 꾸미기만 한다면 국내의 배우들까지 통틀어도 그녀만큼이나 비쥬얼이 좋은 이는 손에 꼽을 것이 분명했다.
“가, 감사합니다.”
누가 봐도 멋진 언니 포스가 넘치는 이가 칭찬하니 아영은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자자, 편하게 있어요. 이건 서비스.”
이아현은 아영이 마음에 들었던지 서비스로 자신이 직접 제조한 마티니를 내 주었다.
가장 보편적인 드라이마티니였지만, 누가 하냐에 따라 또 달라지는게 드라이마티니이기도 했다.
“마..맛있어요.”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네요.”
정말 마음에 들었는지 처음 먹어보는 마티니를 홀짝거리기 바쁜 그녀의 모습을 기분 좋은 얼굴로 바라보던 이아현은 곧 반가운 얼굴의 등장에 고개를 돌렸다.
“이게 얼마만이야.”
“하하하. 오랜만이에요. 승진하시더니 더 예뻐지셨네요.”
“이뻐지긴 무슨.”
말과는 달리 기분이 좋은 이아현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한 달 전과는 달리 얼굴이 핀 이아현을 보며 영찬은 속으로 웃음을 흘려댔다.
‘하하하. 태식 삼촌하고 진전이 좀 있으신가 보네.’
휴가를 떠나기 전 함께 한 술자리에서 영찬은 은근슬쩍 태식 삼촌과 이아현 누나의 사이를 건드려 보았다.
답답하기 그지 없는 두 사람의 관계에 나름 오작교 노릇을 해준 것이다.
이아현 누나도 이제 적은 나이가 아니었으니, 아이라도 가지려면 이제 좀 서둘러야 할 때였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 대해 신경을 썼던 것도 잠시였다.
영찬은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아영에게 집중했다.
“일찍 오셨군요.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아니에요.”
손 사래 치는 아영을 보며 영찬은 복잡한 형태의 미소를 지어야 했다.
어렸을 때나 그리 다르지 않는 여전히 순수한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된 게 반가우면서도 그 첫 만남이 이런 형태라는 게 또 아쉬워서다.
그러다 이내 자신이 여전히 얼굴을 가리고 있었음을 알게 된 영찬은 그제야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벗었다.
“실례했습니다.”
“…..”
그렇게 얼굴을 드러낸 영찬에 아영은 말문을 잃고 말았다.
영찬 그가 나름 단속한다고 했지만 조금 전 복잡한 심정으로 인해 아우라의 일부가 흘러나온 것을 막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자극이 대단했던지 아영의 볼은 붉게 달아오르고 말았다.
제법 도수가 강한 마티니에도 변화가 없던 걸 생각하면 마음의 동요가 생각보다 심한 모양이다.
영찬은 서둘러 아우라를 수습했고, 그제야 아영은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잠시 예의상 이야기를 나누던 가운데 슬슬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려고 하자 아영은 서둘러 먼저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했다.
“죄송하지만 연예계에 마음이 없어요.”
그리고 잠시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이 한 일이 탑 스타로서 자리를 굳힌 YC를 농락한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한 일이라 보아서다.
하지마 의외로 영찬은 화를 내거나 하지 않았다.
“후우~.”
오히려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복잡한 심정이 담긴 한 숨을 크게 흘릴 따름이다.
베이비 폭스.
굿 나이트만큼 첫 만남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영찬이 마음의 빚을 두고 있는 아이돌이었다.
친구라 믿은 직장 동료에게 배신을 당해 다니던 회사를 나와야 했던 당시 얻은 불면증을 극복하는데 도와 주었던 아이돌이었기 때문이다.
첫 만남은 노래가 아닌 너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을 통해 베이비 폭스 채널을 접하면서였다.
이때만 해도 1년 차일 때라, 제법 활발하게 활동할 때였다.
자신들의 일상이 담긴 V log나 자체 제작한 예능 혹은 라이브 방송 등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그는 자신을 짓눌렀던 근심을 잊어 버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깊은 잠에 들었고, 그렇게 조금씩 불면증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이후 그녀들의 앨범을 사 들으며 응원하던 찰나 어느 순간부터 주마다 한 번씩은 올라오던 영상이 거짓말처럼 끊겨 버렸다.
다행히 그때쯤에는 불면증을 완전히 극복한 상태였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마음의 빚이 생겨 버렸다.
그렇기에 그는 미니 3집 이후 단절 된 그녀들의 컴백을 너무도 기다렸었다.
하지만 언제나 현실은 이처럼 허무하리만큼 잔인했다.
긴 한숨으로 그 답답함을 흘려보이던 영찬은 말했다.
“사실 예상하고는 있었습니다. 베이비 폭스가 해체된 건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니까요.”
“….베이비 폭스를 아세요?”
3류 아이돌로서 마지막을 마감했던 그룹이었기에 그 이름을 알고 있을 줄 몰랐던 아영은 깜짝 놀란 태도를 보였다.
당연히 한 때 그녀의 전부였던 그룹을 영찬이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더욱 그러했다.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팬이었는데요. 사실 아영 씨에게 명함을 드린 것도 그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 말하던 영찬은 곧 가져온 서류 가방에서 베이비 폭스의 CD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베이비 폭스가 낸 앨범들이었다.
“이건?”
그 중에서도 3집 CD에 아영은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예약특전상품으로 나름 고가의 한정판이라 정말 찐 팬들이 아니고서는 가지고 있는 이들이 없었다.
그 말은 즉 팬이라는 그의 말이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는 걸 뜻했다.
“사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사인을 부탁한다는 영찬의 말에 아영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겨우 목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이내 떨리는 손길로 사인을 하나씩 하기 시작했다.
-뚝. 뚝-
마지막 미니 3집 CD에 사인을 할 때쯤, 더 이상 참지 못했는지 그녀는 눈물을 떨굴 수 밖에 없었다.
그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고 생각했던 지난 연예계 생활이 사실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술이 들어가서인지 평소보다도 더 감정적으로 변했던 아영은 훌쩍거리며 울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마음이 착찹해진 영찬은 조심스레 그녀에게 자신의 손수건을 내어 주었다.
“죄, 죄송합니다.”
겨우 눈물을 수습한 아영은 그제야 자신이 실례를 범했음을 알고는 사죄했다.
“아닙니다. 그보다 괜찮다면 다른 멤버들만이라도 의사를 물어 줄 수 있겠습니까?”
“…..?”
“사실 베이비 폭스를 저희 YC 엔터로 데려오고 싶었습니다.”
“아!”
자신들의 팬이었다는 말을 떠올린 터라 고개를 주억거리면서도 아영은 이해 하기 어렵다는 눈치다.
재수가 없었든 뭐든 어찌 되었든간에 무려 4년을 무명이나 다름 없는 아이돌로 생활했던 그녀들이었다.
그런 그룹을 데려간다는 거 자체가 그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아이돌이 한 두푼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더욱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영찬은 그저 다시금 부탁할 뿐이다.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네에. 알겠어요. 그리고 사실 저도….”
“???”
그녀는 앞서 보여 주기 힘든 몰골을 보였다는 게 부끄러워하면서도 가져온 작은 가방에서 블랙 타이거의 CD를 꺼내며 말했다.
“저, 저도 사인 좀 부탁드릴게요.”
“…하하하. 네. 얼마든지요.”
설마 그녀 또한 자신의 팬인 줄을 몰랐던지라 영찬은 웃으며 그녀에게 사인을 해 주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영찬은 내심 마음이 쓰렸다.
김아영 그녀만 보아도 베이비 폭스들이 그동안 연예계에 많이도 치였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베이비 폭스의 멤버들 중 데려올 수 있는 멤버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여 내내 좋지 않은 얼굴로 회사로 돌아왔던 영찬은 얼마가지 않아 미소를 되찾을 수 있었다.
실패한 베이비 폭스와는 달리 굿 나이트를 온전히 데려온 사실이 그제야 현실로 와닿아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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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C 엔터가 확장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갈 때쯤.
드디어 이나은의 음원이 공개되었다.
“첫 성적 76위입니다.”
“나쁘지 않네요.”
“하하하.”
나쁘지 않다는 내 말에 실장은 크게 웃어댔다.
내가 농담을 하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이돌 그룹도 아닌 솔로 가수의 첫 성적이 76위라는 건 사실 대박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동안 끼워 팔기 식으로 예능 등을 나가며 인지도를 높인 보람이 있는 순간이었다.
“차트 안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일단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이니 못해도 하루 정도는 가지 않겠습니까?”
“생각보다 후하게 보시는군요?”
“노래가 너무 좋게 뽑혔지 않습니까?”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군요.”
뮤비 현장에서의 반응도 그러했듯이 생각보다 ‘바니바니’는 잘 나왔다.
그 발랄한 음원 속에서도 이나은 특유의 짙은 감성이 은근히 보여지기까지 했다.
편곡을 통해 어느 정도 틈을 보여주자 귀신 같이 이나은이 그 틈에 자신의 감성을 채워 넣으면 생긴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 앨범은 사실상 이나은의 솔로 가수로서의 첫 번째 활동이나 다름 없기에, 이 성적이 최고 성적일 게 분명했다.
그 생각은 나만이 아닌 실장과 대부분의 경력직 직원들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들의 그 같은 생각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잠시 주춤하던 ‘바니바니’는 거짓말처럼 역주행을 하기 시작했다.
비록 그 오르는 속도가 가파르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의미가 있는 역주행이었다.
“이유가 뭐지?”
“갑자기 왜 역주행을 하고 있는 거야?”
그것도 감수성이 넘치는 새벽에 댄스음악이 역주행을 하는 것이니 그 반응은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다행히 곧 그 이유가 밝혀졌다.
“일단 블랙 캣에서 움직인 것 같아요. 지금 바니바니 뮤비가 인기 동영상에 올라갔습니다.”
그 말에 나도 실장도 서둘러 바니바니 뮤비를 살폈고 이내 그 조회수에 놀라고 말았다.
1군 아이돌 못지 않은 속도로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어서다.
댓글의 반응들도 하나같이 좋았다.
-YC님이 나온다는 말에 보러 왔다가 한동안 멍 때리고 말았습니다! 이 뮤비 미쳤네요!-
-단 한 장면만으로 레전드 만든 YC님도 미쳤고, 그 YC님 포스에도 지워지지 않는 이나은 폼도 미쳤다!-
-사실 티저만 그럴 듯하고 실제 뮤비는 별로인 게 대다수라 기대 안 했었는데, 오히려 티저가 이 뮤비가 가진 마성을 1도 표현 못 함!-
-아휴. 댄스 음악을 들었는데, 왜 발라드를 들은 것처럼 가슴이 울렁거리냐.-
-내 나이 마흔을 앞두고 이거 보고 울었다. 그 때 고백이라도 할 걸. 바보같이…-
-미침! 뮤비도 뮤치고 노래도 미침! 자고 싶은데 ‘바니바니’ 후렴 때문에 잘 수가 없음.-
-진정한 수능금지곡이 등장했다.-
4시간도 안 되어 조회수 300만을 넘겨버린 뮤비에 힘입어 음원 순위도 30위대에 들어섰다.
“야~. 이거 제대로 사고치겠는데?”
댄스곡이 힘을 못 쓰는 새벽임에도 이런 반응이니 낮에는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기대에 부각하기라도 하듯이 바니바니는 이틀이 채 지나지 않아 10위대 안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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