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7
3장. 비트 코인이 5달러?
나는 5달러로 사들였던 비트 코인이 15달러가 되자 마자 모조리 팔아 버렸다.
“거짓말 같네.”
투자한 1억이 3억이 되어 돌아왔다.
이래저래 집에 가져다 준 돈이 적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그 1억을 만드는데 10년이 걸렸다. 그런데 고작 몇 달 투자한 결과 2억을 벌어 들인 것이다.
뭔가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런 심란한 마음도 잠시였다.
“으하하하. 틀리지 않았어! 틀리지 않았다고!”
나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각인된 기억 속의 코인 시세와 이 세상의 코인 시세가 한 치도 틀림없이 진행되고 있었음을 확인해서다.
그 말은 첫 번째 코인 열풍이 불 내년에 제대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본래 나는 이 비트 코인을 내년 11월 말까지 내버려두려고 했었다.
자잘한 코인의 흐름은 믿기 어려워도 큰 흐름은 틀림 없을 것이라 보았고, 하여 그때쯤 최고치의 수익을 낼 것이라 보아서다.
이것만 해도 최소 200배는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이 정도로 세세한 시세까지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된 지금, 200배는 이제 애들 장난이 되었다.
“일단 작업실을 구할 돈으로 2000만원만 빼자.”
마음 같아서는 이것도 쓰고 싶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써야 할 때였다.
이 외 남은 2억 8천만원은 이틀 뒤 다시 추락한 비트 코인에 투자했다.
“오싹오싹하네.”
반감기로 인해 추락했다가 다시 두 달 넘게 상승세를 보이며 15.3달러까지 찍었던 비트 코인이 겨우 이틀만에 7.6달러로 추락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그럴 것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그랬으니, 그걸 모르고 코인에 투자했던 이들은 지금 피가 마르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이제부터 다시 천천히 올라갈 것이라, 이들은 그걸로 작은 위안을 삼아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
“내년에는 이런 이벤트가 두 번 더 있지.”
그리고 그 이벤트들은 이번 것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폭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라, 나는 벌써부터 가슴이 떨렸다.
두려움과 설렘이라는 이질적인 두 감정이 함께 찾아온 것이었기에 나는 그 기묘함에 쉬이 빠져나오기 어려웠다.
여하튼 무사히 첫 번째 비트 코인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나는 본격적으로 너튜브 채널 작업 겸 음악 퀄러티를 높일 작업실을 구하기로 했다.
내년 초 두 번째 이벤트 때 막대한 자금을 회수할 것이다 보니, 그때까지 돈을 다 쓴다고 해도 상관 없었다.
그렇게 1년 단기로 빌릴 수 있는 스튜디오를 찾았고, 운 좋게도 마음에 든 스튜디오를 찾을 수 있었다.
그곳은 음대 지망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큰 규모의 뮤직 스튜디오였는데, 지방이라는 한계 때문인지 학생들이 많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방음이 잘 된 부스 하나를 통으로 빌릴 수 있었다.
뛰어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는 녹음실도 있었는데, 그곳의 원장과 협상 끝에 한 달에 100만원으로 타협할 수 있었다.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녹음실은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사람이 없는 주말이나 늦은 저녁에 무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상당히 싸게 빌린 셈이다.
물론 엔지니어의 도움을 받는 등의 경우 추가 비용을 내게 될 테지만, 그런 거야 조금의 불편함을 참으면 혼자 할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퀄리티는 후자가 훨씬 나을 것이다.
돈과 명성을 위해 세계적 탑스타들을 프로듀싱하면서 자연스럽게 엔지니어 실력 또한 엄청나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사운드 엔지니어는 감각과 영감의 비중이 생각보다 큰데, 이쪽으로는 세계 전체를 봐도 둘째라면 서러워 하는 재능을 지녔기에 너무도 빠르게 실력이 늘어갔다.
나를 가르쳤던 그 콧대 높은 미국의 최정상 사운드 엔지니어 존스마저도 종국에는 혀를 내둘렀을 정도였다.
“Oh! Jesus! Chan이 뮤직션이라는 게 너무도 아까운 일이군요.”
존스의 이 같은 반응은 결코 과장된 게 아니었다.
사운드 엔지니어의 실력에 따라 같은 곡이라도 그 퀄리티가 확연하게 달라지다보니, 정상급의 엔지니어와의 작업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여하튼 생각지 못한 행운으로 돈이 많이 세이브 된 나는 그동안 참고 있었던 작곡 프로그램을 돌릴 장비들을 사들이기로 했다.
여기에 500만원을 투자해 상품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선 시대와 더불어 엄청나게 돈을 퍼 부었던 내 시스템에 비한다면 처참한 수준이다.
“뭐, 그래도 이 정도면 돌아갈 건 다 돌아가니깐.”
아예 돌릴 생각도 못했던 전 날들을 생각하면 불만을 가지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그렇게 일을 끝 낸 나는 슬슬 미루어 두었던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바로 동전 노래방 영상을 올렸던 수시아라는 동아리 밴드를 찾아가기로 한 것이다.
“어디 보자…”
마지막 심상치 않은 상승세를 본 것을 끝으로 창작활동에 빠져 영상을 확인하지 못한 나는 너튜브를 켜 오랜만에 그 영상을 찾았다.
그리고…
“!!!”
순간 내 눈을 의심할 뻔 했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조회수를 한참 넘는 조회수가 눈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72,452,211-
700만인가? 라는 의심을 잠시 했으나, 이내 조회수가 7000만이 넘었다는 걸 다시 확인한 나는 절로 고여진 침을 삼켜댔다.
댓글도 50만개에 달했을 정도였으니, 그간 엄청나게 핫했던 모양이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그로부터 이틀이 지나 나는 수시아 밴드 동아리가 있는 서동고에 도착했다.
토요일이라 학생들이 없어 학교는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와~ 진짜네. 토요일에 학교를 안가다니.”
작년부터 주 5일 수업이 시행되었다고 하는 데 새삼 그 사실이 너무 부러웠다.
내 학창시절에 시행되었면, 알바를 한 탕 더 뛸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학생이라 할 수 있는 알바가 제한적이었기에 그 아쉬움은 더욱 컸다.
여하튼 이 자리를 만드는 데까지 고단함이 있었다.
처음 무작정 찾아가기는 실례라고 생각했기에 방문 문의를 전화했을 때부터 나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학교로 전화 걸기 무섭게 째진 옥타브를 한 히스테리한 행정실 직원의 목소리를 마주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 그놈의 너튜브 영상! 저희는 따로 할 말도 없고, 학생들도 그 영상에 나오는 사람 누군지도 몰라요. 도대체 이게 몇 번째야!”
“…..”
불쾌하기도 했지만, 그 사정을 알고 보니 직원 분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생각한 것보다 더 동전 노래방 영상이 유명했던 모양이었고, 그로 인해 많이 시달렸던 모양이다.
찾아보니 짧지만 해외 쪽에서도 기사도 나고 국내에서는 연예뉴스에서도 나왔을 정도였으니. 저렇게 반응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덕분에 나는 몇 차례 더 공을 들여 전화를 돌려야 했고, 결국 나는 이 영상을 찍었던 당시 있었던 밴드부 부원과 접촉할 수 있었다.
“정말이에요! 갓 싱어 님이 맞으신거에요?”
“…..”
갓 싱어.
영상을 본 외국인들이 저마다 신을 찾는 다고 해서 붙어진 별명이었다.
그 중2병스러운 별명을 음성으로 듣게 될 줄 몰랐던 나는 잠시 당황스러우면서도 이내 마음을 잡고 말을 이었다.
“응. 그래. 다른 게 아니라 좀 부탁할 게 있어서 말이야.”
“…부탁이요?”
“이번에 유튜브 개설을 하려고 하는데 도움을 좀 받으려고 하는데 말이야.”
“와! 크흠…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럼 토요일에 저희 동아리에 와 주시겠어요. 안 그래도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게 있어서요.”
마치 이 전화를 기다렸다는 듯한 태도라 나는 흥미로움을 보이며 그렇게 오늘 서동고를 찾게 되었다.
부원 하나가 마중 나온다고 하더니 짐작 가는 이가 보였다.
“되게 털털해 보이네.”
녹색 짧은 체육복 바지와 위에는 교복으로 보이는 하늘색 하복을 입은 양갈래로 묶은 단발 머리가 인상적인 소녀였다.
그나저나 주말에도 교복을 챙겨 입은 학생을 보니 새삼 여기가 학교라는 게 실감났다.
나는 녀석에게 짐짓 눈짓을 보이며 다가갔으나, 어째서인지 녀석은 얼굴을 붉히며 힐끔 쳐다보더니 나와 가까워지자 몸을 돌렸다.
“아직 안 나온 건가?”
어쩌면 저 녀석이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혹시나 몰라 다가가 물었다.
“혹시 밴드부에서 나온 거 아니야?”
“…누구세요?”
“나 오늘 이 학교 밴드부와 약속 잡은 사람인데.”
“???”
내 말에 녀석은 혼란스럽다는 눈빛을 보였는데, 녀석 못지 않게 나 또한 혼란스러웠다. 밴드부 부원이 맞는 거 같은데 반응이 왜 저런지 이해가 안되서다.
“아닌데? 갓 싱어 님이 아니신데.”
“갓 싱어….는 모르겠고, 그 영상에서 노래 불렀던 사람은 나 맞어. 아! 그래, 살이 좀 빠져서 못 알아 볼 수 있겠네.”
“살이…좀 빠져요?”
“음. 좀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빼기는 했지.”
힘겨운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에 뿌듯해하는 나와 달리 소녀는 여전히 믿지 못한다는 눈이었다.
생각지 못했던 반응이었지만 얼굴을 가렸던 당시 나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녀석을 설득하기 위한 부끄러운 사실을 밝혔다.
“그~ 자리에 너도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Bohemian Rhapsody 부르기 전에 나 걸그룹 노래들 불렀었어.”
“!!!”
그 말에 소녀는 크게 놀란 듯 그 큰 눈을 땡그르르 굴리며 나를 살폈다.
“정말 오빠가 그 아저씨라고요?”
“헐.”
띠동갑 뻘인 꼬맹이에게 오빠 소리를 듣자 좋다기보다는 황당해 헐 소리가 절로 났다. 그런 나의 마음을 모르는지 호기심 어린 고양이처럼 내 주변을 맴도는 녀석을 보고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맞다니깐. 그러네. 이제 그만 동아리로 날 안내해 주지 않겠어.”
“어..어. 네.”
눈을 맞주치면 꺼낸 내 말에 녀석은 무슨 이유인지 조금 전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부끄러워하는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새색시 마냥 조신한 모습으로 나를 안내하는데, 그 변화무쌍한 녀석에 나는 왠지 모를 피로감을 느꼈다.
‘으음. 사춘기 소녀란 정말 어렵구나.’
이런 걸 보면 새삼 내 자랑스러운 동생이 얼마나 곱게 커주었는지 감사할 뿐이다.
그렇게 피로함 속에서 찾아 든 밴드부에서 나는 앞서 소녀와 마주했던 시간을 또 다시 가지게 되었다.
“정말…갓 싱어님이시라고요?”
“아닌데? 너무 다르신데.”
“다이어트 하셨대.”
“아니 아무리 다이어트를 했다고 해도 너무 다르잖아.”
“분명 아저씨였는데….왜 연예인이?”
“드라마도 이렇게 찍으면 욕 듣겠다.”
쏟아지는 의심 어린 질문들을 일일이 답하기 힘들었던 나는 고개를 저어대며 말했다.
“음악으로 믿게 해주지. 거기 기타 좀 빌려줄래?”
나는 키가 멀대같이 큰 기타를 맨 안경잡이를 콕 집었다.
녀석을 콕 찍은 건 다름이 아니었다. 큰 덩치와 달리 얼굴은 만만한 상이었던데다, 무엇보다 녀석의 기타가 깁슨이라는 걸 알아봐서다.
스탠다드 50s라고 무난한 녀석이었다.
무난하다고 하지만 가격은 결코 무난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깁슨답게 커스텀을 하지 않은 제품도 400만원대였으니 말이다.
이 스탠다드 50s는 깁슨 입문용으로도 좋은 녀석이었다.
‘나 또한 이 녀석으로 깁슨을 입문하기도 했었지.’
오랜만에 녀석을 잡자 추억 아닌 각인 된 기억들이 떠올랐다. 물론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한참 사부들로부터 낄낄 거리며 악기를 배우던 때였으니.
어쩌면 가장 마음 편하게 살았던 시기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도와 드릴게요.”
“그래주면 고맙지.”
“헤헤.”
나를 안내 해 준 소녀가 그러며 나서자 순식간에 무대가 마련되었다.
반신반의하면서도 아예 본격적으로 준비를 해 주었는데, 덕분에 오랜만에 무대 다운 무대에 올라서게 되었다.
‘하나 둘 셋…..열 두 명.’
조촐하다면 조촐한 어린 관객들을 앞에 둔 것임에도 어째서인지 마음이 들뜨는 게 느껴졌다.
그래. 그동안 뭔가 아쉽기는 했어.
골방에서 4달 가량을 놀라운 편곡을 재현했음에도 어딘가 답답함을 느꼈다.
당시에 나는 그저 고단한 일상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역시 관객이 있어야 돼.’
아무리 좋은 곡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면 뭐하나. 그걸 들어주는 청자가 없는데.
-지지징!-
나는 손가락을 풀 듯 가볍게 기타 소리를 흘러댔고, 이에 조금은 산만해하던 아이들이 나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꼬맹이들이 위대한 음악을 알아 보는 모양이군.’
어째서 그 멍청한 녀석이 매번 자화자찬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나는 오랜만에 무대를 즐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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