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71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62화
지평선 너머까지 눈으로 뒤덮인 하얀 공간.
비현실적이리만큼 온통 하얗게 물들어진 공간의 중심에 작고 검은 무언가가 있었다.
곧 화면은 빠르게 이것에 다가갔고, 그렇게 드러낸 건 장신의 사내였다.
촌스럽기까지 한 검은색 모자에 검은 정장을 빼입은 사내를 천천히 훑어보듯 담던 화면은 곧 얼굴에 이르렀고 그 순간 화면 전체가 뒤흔들렸다.
그러나 그건 화면에 비친 사내의 존재감을 감당하지 못해 생긴 착각에 불과했다.
감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공허한 눈빛과는 어울리지 않게 사내가 뿜어내는 존재감은 터무니없이 강렬했다.
이 눈으로 뒤덮인 거대한 세상마저 그를 감당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따다다다다단. 다다다다!-
이때 그런 그의 존재감을 부각이라도 시키려는 듯 피아노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피아노 소리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그 존재감만큼은 끔찍할 정도였다.
마치 울부짖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처절한 느낌의 음들을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뮤비는 겨우 10여 초 사이에 보는 이들을 완전히 사로잡아 버렸다.
변화가 일어난 건 그로부터 다시 10여 초가 더 지난 뒤였다.
-후우우…….-
사내는 무표정한 얼굴로 하얀 입김을 내뱉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하얀 입김은 허공 어딘가에 사그라지는가 싶더니 이내 그 주변이 크게 흔들린다.
-슥!-
잠시 그 모습에 포커스를 맞추던 화면이 다시 돌아왔을 때, 사내는 이미 그 공간에서 사라져 있었다.
대신 사내가 남긴 발자국만이 그가 그곳에 있었음을 알려줄 뿐이다.
-다다다단. 단단단다!-
그리고 그때서야 그 처절한 피아노 소리가 끝을 맺었다.
동시에 암전과도 같은 어둠이 화면을 뒤덮었고, 다시 화면이 밝아졌을 때 드러난 건 어느 이름 모를 병원 앞이었다.
그 병원 앞에는 하얀 공간에서 사라졌던 사내가 있었다.
병원을 마주한 사내는 조금 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여전히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얼굴인 건 그대로였지만, 조금 전 모든 걸 압도하던 그 강렬한 존재감은 더 이상 없었다.
대신 스산할 정도로 치명적인 분위기를 내는 사내가 있을 뿐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극적인 변화를 보이던 사내는 이내 병원 내부로 들어섰다.
-자자자장!-
동시에 날카로운 기타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처음과는 다른 의미로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내던 그였지만, 병원 내 누구도 그에게 눈길을 주는 이가 없었다.
마치 그가 보이지 않는 존재인 것처럼 사람들을 그의 옆을 무심히 지나갈 뿐이었다.
그런 사람들 사이로 사내는 자신이 어디를 가야 되는지 안다는 듯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고, 그렇게 도착한 곳은 다른 곳과 달리 유달리 적막한 어느 한 병실이었다.
병실 안에는 알 수 없는 기계들에서 이어진 선들을 붙인 노인이 누워 있었다.
사내는 노인에게 다가갔고, 그가 다가갈수록 고통스러워하는 노인의 얼굴이 조금씩 편안해져 갔다.
그리고 그가 바로 옆까지 왔을 때, 노인의 몸에 붙은 기계들이 요란한 소음을 내기 시작했다.
-하아~-
그 모습에 사내는 긴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모습을 감추어졌다.
그가 모습을 감추기 무섭게 의사와 간호사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병실로 몰려드는 모습을 보이는 걸 끝으로 웅장하게 울리던 기타 소리는 점차 사라졌다.
다시금 암전.
-지지지징!-
-두두두둥!-
그 암전이 끝이 났을 때, 요란한 밴드 소리가 집어삼킬 듯 울려 퍼졌다.
그와 함께 다시 사내는 어느 거대한 병동에 모습을 드러냈다.
“I thought I’d start over…….”
동시에 탁성이 섞인 목소리가 밴드 소리와 하나가 되었다.
brilliant struggle 노래와 함께 사내가 마주하게 되는 건 삶을 위해 처절한 투쟁을 하는 암 환자들이었다.
사내는 앞선 노인 때와는 달리 삶을 투쟁하는 환자들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그저 무심한 시선으로 그들의 주변을 바라볼 뿐이다.
그러다 누군가 너무도 지쳐 무너질 때면, 그제서야 그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여지없이 무너진 그는 앞서 본 노인처럼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곤 했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 사내는 사신 혹은 저승사자처럼 여겨진다.
죽음과 가장 가까운 환자들의 옆에서 마지막을 함께하는 존재였으니 그렇게 보아도 무방했다.
하지만 뮤비의 중반 이후부터 반전이 시작된다.
앳되기 그지없는 어린 소년은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하는 희망을 내려놓지 않았다.
홀로 아이를 키우던 어미는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처절한 삶의 투쟁을 하였다.
하지만 무심하게도 사내는 그런 그들에게 사내는 다가갔다.
소년과 어미 또한 앞서 그를 만난 이들이 그랬던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 여겨졌지만…… 놀랍게도 그 결과는 달랐다.
하루가 지나고 다시 몇 날이 지나도 이들은 죽지 않았다.
어느새 창백한 그들의 안색에 혈색이 돌기 시작했고, 고통에 힘겨워하던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일어났다.
희망. 그들에게 삶을 이어갈 희망이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그때까지 그들과 함께했던 사내의 얼굴에 처음으로 감정이라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흔적은 아주 희미했지만, 뮤비를 지금까지 본 이라면 그가 기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작은 파편에 불과한 감정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은 사내가 사실 사신 따위가 아님을 알게 만들었다.
아니, 강렬하고 스산하기까지 만들던 무언가가 사그라들기 시작함으로써, 그가 희망과 관련된 어떤 초월적 존재였음을 이해시켰다.
-단다다다단……-
처음 울부짖는 것 같았던 피아노 소리와 대조되는 따스한 봄날 같은 피아노 소리를 마지막으로, 사내는 다시금 긴 한숨을 흘리더니 모습을 감추었다.
비록 그 뒤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보는 이들 모두 그 뒤의 이야기를 유추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가 또다시 찬란한 투쟁을 하는 또 다른 누군가를 구원할 것이라는 걸 말이다.
짧은 단편 영화를 보는 듯한 내용을 담은 이 뮤비의 백미라면 역시나 이 사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영상미일 것이다.
자칫 괴작이 될 수도 있을 내용을 이 뮤비는 영리하게도 대조적인 구도를 통해 보는 이들을 설득시켰다.
자연광을 절묘하게 잘 활용한 조명 빛의 대조는 물론이거니와 사내와 환자들 사이의 입은 옷 색깔로도 대조했다.
하지만 가장 크게 대조된 건 역시나 말도 안 되는 CG 처리를 한 게 분명하다는 사내의 그 기묘한 아우라다.
그가 등장하는 씬과 등장하지 않는 씬의 차이는 그 무게감이 달랐다.
분명 보는 이들의 감정을 뒤흔들 게 하는 신파적인 모습이 있었어도 사내가 그저 화면에 등장하는 것만으로 사내에게로 시선이 옮겨진다.
아마 영상 쪽에 있는 이들이라면 정말 마법이 펼쳐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마법도 무엇도 아니었다.
그저 그 사내를 연기한 이가 영찬이었고, 그를 촬영한 이가 홍의찬 감독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조합은 과거에도 위화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모두를 놀래켰지만, 이번의 경우는 아예 격을 달리해 버렸다.
괜히 영찬의 삼촌들이 스토커니 예술이니 하며 위화감을 느끼는 게 아니었다.
그런 위화감을 느끼는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Blue Rose의 해외 활동을 위해 뒤늦게 이번 brilliant struggle 뮤비를 본 토카시 실장 또한 벌어진 입을 한참 동안이나 다물지 못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무려 3번이나 더 본 뒤에야, 그는 천천히 고개를 저어댔다.
“홍의찬 감독이 광기라고 느껴질 만큼 대표님을 신경 쓰는지 알겠군. 이런 말도 안 되는 작품이라니.”
블랙 타이거는 달리 컨셉이고 뭐고 짤 것도 없었다.
그 어떤 컨셉을 가져다 놓는들 뮤비 속 영찬이 풍기는 아우라 앞에서는 빛이 바래 버릴 테니 말이다.
그 반응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기획 2실장으로 승진한 이지우 실장 또한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는 토카시보다 더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이 작품을 높이 바라보았다.
“어쩌면…… 정말로 이번 컴백은 우리들의 예상을 넘어 버릴지도 모르겠는데.”
현재 YC 엔터 내부에서는 블랙 타이거가 지난 미니 1집 때와 근접한 성과를 내기만 해도 대성공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한 번 메가 히트를 내는 것과 연달아 메가 히트를 내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신드롬까지는 아니어도 그에 근접한 혹은 비슷한 분위기를 이번 컴백에서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최소 국내에서는 그들의 인기를 잡을 수 있는 이들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실제로 brilliant struggle 곡은 그 자체만으로도 그만한 힘이 있었다.
그런 곡을 암환자들에게 기부하겠다는 뜻을 보였으니, 그야말로 호랑이에게 날개를 붙여 준 꼴이다.
‘여기에 이 뮤비까지 더하게 되었으니.’
이지우 2실장 입장에서는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렇게 기대와 혼란 속에서 본격적으로 홍보팀이 힘을 쓰기 시작했다.
수많은 기사들이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블랙 타이거 정규 1집 발매!-
-당일 5만 장 예약.-
-한중일 콘서트 투어 개최-
-타이틀 곡 brilliant struggle(찬란한 투쟁) 수익금 전부 암 환자들에게 기부.-
-떠오르는 신성 홍의찬 감독. 이번 brilliant struggle에서 거장으로 자리를 굳히겠다고 밝혀.-
-성공의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는 YC 엔터 측. 이번에는 지금껏 본 적이 없는 역대급 신드롬을 일으키겠다. 라는 자신감을 보여.-
기사들이 그처럼 쏟아지는 건 당연했다.
달리 자극적인 제목을 달지 않아도 하나같이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다 보니 클릭을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뜨거운 관심은 뮤비 티저가 공개되면서 더욱 크게 불타올랐다.
티저라고 하기에는 무려 1분이나 되는 영상은, 한 시간도 안 되어 인기 동영상으로 올라가더니 한나절도 안 되어 500만 조회 수를 찍어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조회 수가 가능해진 건, 이미 YC 엔터 너튜브 구독자가 1,000만을 넘겼기 때문이다.
한국만이 아닌 일본을 비롯해 중국 등 YC 엔터의 해외에도 실시간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베스트 댓글 중에는 한글 이외에도 영어를 비롯해 일본어 등 외국어가 그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댓글들의 내용은 대부분 하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입을 쩍 벌리게 만드는 뮤비의 영상미나, 영찬이 작곡하고 직접 연주했다는 피아노에 대한 극찬을 남기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보다 더 이 뮤비 티저에 주목하는 부분은 다름 아닌 겨우 몇 초에 불과한 영찬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얼떨결에 봤는데, 무슨 CG를 쓴 거야? 왜 저 사람 혼자만 화면을 뚫고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거지?-
-와! 역시 YC! 티저 내내 압도적인 느낌을 주던 배경들이 YC가 나온 순간부터 아예 눈에 들어오지가 않아!-
-암살이다! 코피가 멈추지 않어!-
└코피를 멈추고 싶으면 영상에서 다시 보기를 그만둬!
└현실성이 있는 해결 답안을 내주세요. 다시 보기를 그만두라니 그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까?
-YC 다니는 형에게 들었는데, 이번 뮤비 두 가지 버전으로 나온대. 해외 버전과 국내 버전으로. 뭐 크게 다른 건 아니고 brilliant struggle 곡이 영어 버전 곡을 삽입하는 정도라고는 하던데.-
-오! 성지 예약 건다. brilliant struggle 곡 빌보드 탑 10위 안에 들거임.-
-쯧쯧~ 빌보드가 어디 동네 차튼 줄 아나?-
-ㅋㅋㅋㅋ그러게 YC가 천재인 건 맞는데, 그건 너무 오버지.-
-주모 좀 적당히 찾자. 왜 여기까지 출장을 오시게 하니?-
핀잔에도 불구하고 빌보드 진출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나올 정도로 이번 타이틀 곡 brilliant struggle에 대한 반응은 무서운 속도로 뜨거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