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76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67화
23장. 아시아 투어
음악 스펙트럼을 넓히기는 사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취향이라는 이름 안에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취미로 음악을 접한다면 모를까? 그게 아닌 음악을 업으로 삼은 이라면 스펙트럼을 넓히기보다는 어느 특정 분야에 깊이 파고드는 걸 중시해야 한다.
업으로 삼는다는 건 프로가 된다는 것이고 이는 곧 다른 프로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가능하려면 특정 분야에서 자신만의 특색 있는 걸 이루는 게 우선이었다.
그렇게 자신만의 색이 만들어진 뒤에야 다른 분야의 음악들을 접하고 이후 그것을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는 작업을 가진다.
음악 스펙트럼을 넓힌다는 건 이처럼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그런데 영찬의 음악 스펙트럼은 불가사의하게 넓었다.
그것도 그저 그런 흉내 정도가 아니었다.
마치 그 시대에 활동을 했던 이처럼, 과거에 활약했던 레전드들 특유의 풍미 어린 깊이가 있었다.
YC가 누구인지 너튜브 등을 통해 알지 못했다면 테일러는 그가 자신보다 윗세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YC 님이 작곡한 다른 음악들입니다.”
그를 헤드헌팅 하러 온 헤드헌터는 그 말과 함께 지난 겨울, 한국을 넘어 동북아시아 쪽을 떠들썩하게 한 ‘스노우 레이디’를 들려주었다.
마치 그의 지지부진해 보이던 결정을 도와주기라도 하듯이.
덕분에 안 그래도 다물어지지 않던 테일러의 입은 이제 더할 수 없이 벌어지는 꼴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어진 또 다른 분야의 노래들에 그는 여전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전형적인 K팝 요소가 가득한 이나은의 ‘바니바니’를 비롯해 Blue Rose의 ‘핑크 다이어리’는 정말 같은 작곡가에게서 나온 게 맞냐는 의문이 들 정도로 색깔이 달라서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음악 스펙트럼에 YC가 고스트 프로듀싱을 하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내일 점심에 공개될 블랙 타이거의 정규 1집 타이틀 곡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곡은 제가 지금까지 들은 노래 중 세 손가락에 꼽을 만큼 대단하더군요.”
그 말과 동시에 ‘brilliant struggle’가 테일러가 쓰고 있는 헤드폰에 흘러나왔다.
brilliant struggle 6분이 넘는 곡이었지만, 정작 그 곡을 듣는 테일러는 곡이 길다는 듣는 내내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 전율스러운 피아노 소리와 함께 시작된 그 brilliant struggle은 마치 굉장히 긴 장편 영화를 한 곡으로 축소한 듯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어느새 심장은 터질 듯했고,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졌었다.
마치 그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헤드헌터는 준비한 손수건을 내주었고, 테일러는 이를 받아 눈물을 닦으며 천천히 호흡을 다듬다 물었다.
“믿을 수가 없군요. 이분이 정말 저를 원하신 겁니까?”
눈가가 붉게 물든 채 조심스레 묻는 그의 모습에 헤드헌터는 크게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테일러는 헤드헌터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만 바로 한국으로 가지는 못했는데, 그건 지금 그가 벌여 놓은 일들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함께 일을 한다면 블랙 타이거의 전담으로서 회사를 운영하고 싶었기에, 그는 빠르게 주변을 정리해 나갔다.
그렇게 서둘러 정리했음에도 3주가 지난 뒤에야 그는 한국에 올 수 있었다.
영찬은 영광이라는 말까지 하며 이 만남을 너무도 반기고 있는 테일러에 미소를 머금었다.
‘드디어 테일러와 함께하는구나.’
테일러가 아닌 미국 진출은 생각도 하기 힘들 정도로, YC 엔터가 무사히 미국 진출에 성공한 점에 있어 테일러의 지분은 상당했다.
흥미로운 건 테일러가 그를 먼저 찾아왔다는 점이다.
“당신의 음악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함께하고 싶습니다”
당시 갑작스러운 미국 진출을 하게 되었던 그였다.
그렇기에 미국 현지에서 도움을 줄 함께할 이가 절실했는데, 그가 이처럼 거짓말처럼 찾아온 것이다.
여러모로 알아본 결과 그가 믿을 수 있는 최정상급의 능력을 지닌 에이전트라는 걸 알게 되자, 영찬은 자신에게 온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영찬은 테일러의 회사를 YC 엔터 지분 3%와 바꾸었고, 그렇게 YC 엔터의 미국 지사장이자 에이전트로서 함께하게 된 테일러는 그 지분의 가치 이상을 일해주었다.
본래라면 성사하기 힘든 레전드들과의 콜라보를 성사시키는 것도 그의 작품이었다.
미국에서는 신인이라 할 수 있는 그가 이름값을 높이는 데 있어 이런 레전드들과의 콜라보는 그 어느 것보다 효과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도대체 어떻게 협상을 이끌어낸 건지 그의 전 직장 Universal Music Group의 유통망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미국 현지에서 낸 영찬의 첫 번째 앨범은 초대박을 터뜨렸다.
빌보드 차트를 줄 세우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하지만 테일러의 뛰어난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미지 메이커에도 능했다. 토카시와 같은 컨셉을 잡는 데 재주가 있다는 말이 아니라, 언론과 같은 이슈를 쥐락펴락해 원하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능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상품의 가치를 그가 원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말과도 같았다.
그리고 이 이미지 메이커 능력이 아니었다면 영찬은 그처럼 쉽게 미국의 탑스타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이미지 메이킹에 테일러가 가장 잘 다루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너튜브와 SNS와 같은 인터넷 매체였다.
이 중 특히나 SNS에 그는 힘을 기울였다.
“SNS에 사용되는 영상들은 짧고 가벼워 쉽게 퍼져 나갈 수 있습니다. 잘만 활용하면 아이스 버킷 챌린지 같은 파급력을 낳을 수 있을 겁니다.”
영찬의 성공 이후 그는 YC 엔터에서 나온 아이돌들의 홍보에 대해 당시 유행하던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언급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루게릭 병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한 만들어진 사회 운동이다.
참가자는 우선 동영상을 통해 이 도전을 받을 세 명의 사람을 지목하고, 24시간 내에 이 도전을 받아 얼음물을 뒤집어쓰든지 100달러를 미국 ALS 협회에 기부하든지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그 후 참가자가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간단한 방식이다.
그러나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것이 하나의 사회 유행으로 퍼져, 기부를 하면서도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사람들도 상당수였다.
그러나 이 챌린지는 얼마 가지 않아 시들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모여진 1억 달러 중 30%도 본 목적에 쓰이지 못하게 되면서 말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여러 문제로 인해 그 분위기가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테일러가 주목한 건 바로 이 챌린지가 사회 유행으로 퍼져갔다는 점이다.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와 특유의 재미있는 놀이 같은 형식이 사람들을 따라 하게 만들었다는 것으로, 테일러는 여러모로 불리한 YC 엔터가 서양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이 챌린지를 통해 녹아들어 가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런 테일러의 생각은 놀라울 정도로 맞아떨어졌다.
한 번 물꼬를 터뜨린 챌린지는 빠른 속도로 젊은 층 사이에 유행이 되어가면서 인지도가 급상승하게 된 것이다.
잠시 각인된 기억 속의 그를 떠올리던 영찬은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했었다.
이미지 컨설턴트로서 뛰어난 능력으로 헌신하던 테일러를 녀석은 자기 연민에 빠져 내팽개쳐 버렸기 때문이다.
마약에 빠진 그를 말리려 찾아온 그에게 모진 말을 쏟아내던 때를 생각하면 그가 한 일이 아님에도 눈을 마주치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이내 영찬은 중년의 사내라고 믿기 힘들 만큼 맑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테일러와 눈을 마주쳤다.
“YC 엔터의 대표 박영찬이라고 합니다. 제의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후 그들은 처음에는 가벼운 잡담을 나누다 얼마 가지 않아 미국 진출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로 넘어갔다.
테일러는 주변을 정리하는 가운데 중간중간 미국 진출에 대해 자신이 준비한 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YC 엔터의 너튜브를 살펴보니 대표님께서 레전드들의 커버곡으로 올린 영상들이 반응이 좋더군요. 그래서 말인데 레전드들과 콜라보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저희는 그쪽에서 무명이나 다름없습니다.”
“하하하. 그분들도 귀가 있다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레전드들에게는 고민이 있었다.
오랜 시간 음악 활동을 하면서 생긴 고민이다.
너무 새로운 걸 내놓으면 팬들이 받아들이지를 못하고, 그렇다고 본래의 색깔을 내놓으면 자기 복제 소리나 듣게 된다.
자연스럽게 퇴물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블랙 타이거는 이들 레전드들에게 맞춤옷을 보는 듯하다.
그들이 보여준 락은 레전드들의 전성기 때에 보여준 것과도 같으면서도 또한 프레쉬한 면이 있어서다.
알지 못했다면 모를까? 알았다면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정말 이게 성사를 시킬 수 있다고?’
새삼 테일러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던 영찬은, 그의 의견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SNS를 통해 챌린지(challenge 도전)를 만들고 싶습니다.”
“챌린지?”
“혹시 brilliant struggle 이벤트를 아십니까?”
brilliant struggle 이벤트를 영찬이 거론하자 테일러는 바로 탄성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물론 알고 있습니다. 정말 여러모로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정규 1집 타이틀 곡의 수익을 기부한다는 점도 그렇거니와 무엇보다 brilliant struggle 노래는 세기의 명곡 중 손에 꼽힐 정도다. 그로서는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노래를 기부로 내놓은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아신다니 다행이네요. 저는 brilliant struggle을 챌린지로 만들고 싶습니다.”
영찬은 그 말과 함께 현재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쪽에서 유행하는 brilliant struggle 관련 SNS를 보여주었다.
테일러는 그 SNS들을 살피다, 영찬이 앞서 말한 챌린지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그는 크게 놀라 신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Oh, my God!”
그렇게 신을 찾아댄 그는 영찬을 정말 괴물 보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미친 생각을 할 수가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모습이다.
그러나 영찬은 그런 테일러를 보며 오히려 미쳤다고 생각했다.
‘겨우 그 단서만으로도 챌린지가 어떤 파급력을 지녔을지 알았다고?’
그 누구도 처음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지국 반대편에 있는 나라까지 유행하게 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나중에 그 같은 사회 운동이 유행한 뒤에야 여러 근거를 두면서 유행한 원인들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그런데 테일러는 그 파급력을 제대로 된 설명을 듣기도 전에 안 듯싶었으니, 영찬이 그처럼 놀라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렇게 이 세상에서 새롭게 연을 맺은 영찬과 테일러는 서로가 서로에게 경악하며 첫 만남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 * *
3주의 활동을 끝으로 1주의 정비 기간을 지나 드디어 기다리던 밴드 투어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밴드 투어의 장소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이었다.
좌석은 5만 석으로 3일간 콘서트가 이어질 예정이었다.
이에 대해 YC 엔터 내부에서 말들이 많았다.
첫 번째 국내 콘서트에서 너무 많은 좌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가격이 싼 것도 아니기에, 과연 총 15만 석이나 되는 좌석을 다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우려가 민망할 정도로 무려 15만 석이나 되는 좌석은 티켓 오픈을 한 지 10분도 안 되어 매진이 되고 말았다.
이마저도 너무도 많이 몰린 사람들로 인해 서버가 잠시 마비되면서 늘어난 시간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5분도 안 되어 모든 좌석이 매진 되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었다.
“락이 비주류라는 말은 이제 하면 안 되겠는데요?”
레슬링 상비군 출신이었다 이번에 매니저로 들어온 로드 매니저 박성률의 말에 곽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블랙 타이거가 나온 순간부터 판은 뒤집어졌어.”
레슬링 후배라는 점 때문에 유난히 앞에서 무게를 잡는 그에게 장태식이 꼴사납다는 눈길로 중얼거렸다.
“누가 보면 니가 우리 팀의 주축인 줄 알겠네.”
“크으음.”
“후배 앞이라고 점잔 떨기는. 야~ 니 얼굴에 점잔 떤다고 해서 떨어지겠냐. 제발 생긴 대로 놀자.”
“이 새끼가!”
결국 참지 못하고 곰처럼 몸을 일으키는 그에게 장태식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은 채 스텝을 잡았다.
워낙 곽대훈이 괴물이라서 그렇지 장태식도 젊은 시절부터 20년 넘게 권투를 했던 이었다.
최근에 다시 몸 관리를 빡시게 하면서 체력은 어려워도 전성기 못지않은 모습을 보이는 중이었다.
복싱 VS 레슬링.
절로 팝콘이 생각나는 구경거리였지만, 들어온 지 한 달도 안 된 신입 매니저 박성률에게는 감당이 안 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