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77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68화
그런 신인 매니저가 안쓰러웠던지, 박시영이 그의 어깨를 투닥이며 말했다.
“내버려 둬. 저러다 얼마 안 가서 정리하니깐.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고.”
“어…… 네.”
“그보다 국가대표 상비군 입장에서 곽도훈 어때?”
“네?”
“아니, 일반인인 우리야 레슬링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레슬러 입장에서는 또 다른가 싶어서 말이야?”
“…….”
그 말에 박성률은 말을 잃고 두 사람의 싸움을 바라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빠르게 스텝을 스위칭을 하는 곽도훈의 움직임을 보았고, 이내 감탄을 흘리며 고개를 주억거려댔다.
하지만 사실 이건 애초부터 말이 안 되는 경기이기는 했다.
장태식의 체중은 잘해줘 보아야 웰터 급 정도인 것에 비해 곽도훈은 그 두 배에 달하는 체중이기 때문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격투기에서 가장 중요시한 건 체중이다.
괜히 권투가 1, 2㎏ 단위로 급을 나누어 대는 게 아니었다.
타격에 실리는 파워는 물론 그 맷집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경량급이 헤비급에 비해 앞서는 장점이 있다면 역시나 스피드일 것이다.
-퍼퍼퍽!-
실제로 장태식은 웰터급 현역 선수 못지않은 화려한 스텝을 밟으며 잽을 날려댔다. 잽이라고 하지만 맨주먹이니만큼 그 위력도 높았고 실제로 절반 이상이 타격에 성공했다.
“같잖게끔…….”
그러나 곽도훈은 그 정도는 아예 데미지도 안 온다는 듯한 표정을 보이더니 이내 몸을 낮춤과 동시에 돌격했다.
-쿠우웅!-
“꿰에엑!”
그리고 마치 차에 치인 듯한 소리를 내는 태클이 들어가더니 어느 순간 장태식의 몸은 곽도훈의 몸 아래 깔려 있었다.
“와!”
박성률이 감탄한 건 바로 이 점이다.
최근까지 현역에 있었던 자신이라고 해도 막기 어려워 보여서다. 물 흐르듯이 몰아치는 기술도 그렇지만, 정말 놀라운 건 140㎏대라고 믿어지지 않는 민첩한 몸놀림이다.
저건 힘도 힘이지만 유연성을 타고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물며 50대를 넘긴 지 오래인 걸 생각하면 그야말로 괴물이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 레슬링을 쭉 하셨다면 이쪽에서 레전드가 되고도 남으셨을 것 같네요.”
“그 정도라고?”
박시영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곽도훈을 바라보았다.
과거 술만 들어가면 자신이 올림픽을 휩쓸어 버릴 인재였니 뭐니 하던 곽도훈의 말을 다 믿지는 않았다.
물론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그가 진짜로 화가 나 싸움하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워낙 압도적으로 끝난 탓에 감이 오질 않는 것이다.
‘무엇보다 올림픽이 무슨 동네 힘자랑하는 데도 아니기도 했고.’
하지만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의 매니저가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곽도훈이 과거에 했던 말들이 다 맞는 말인 듯 보였다.
‘새끼…… 괜히 짠하네.’
그렇게 재능이 넘쳤는데 그 빛을 보지 못한 점이 그는 참 안타까웠다.
그러나 그런 감정도 이내 사그라졌다.
한편으로 또 그런 과거가 있었기에 이처럼 뒤늦게 새로운 꿈을 위해 달려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싶어서다.
“새옹지마(塞翁之馬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인 거지.”
“네? 새옹지마……. 그게 뭔가요? 필요하신 건가요?”
“크크크.”
잠시 감성적이었던 박시영은 새옹지마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매니저에 한순간 그 감성이 날아가 버렸다.
그는 웃음을 흘리다 여전히 궁금해하는 매니저에게 손을 저으며 괜찮다는 태도를 보였다.
운동권이었기 때문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자신 때와 달리 확실히 한자를 쓰지 않는 세대라 생긴 차이임을 알기 때문이다.
“자~ 그럼 리허설을 하러 가 볼까?”
그는 그리 중얼거리며 곽도훈에게 기술이 걸린 여파로 비실비실 누워 있는 장태식을 일으켰다.
“으윽. 무식하게 힘만 센 돼지 놈.”
“몸 좀 사려 새꺄. 우리 나이 때 다치면 잘 낫지도 않아. 알고 있지? 우리 자리 노리는 애들이 바글바글하다는 거.”
“흐흐흐. 죽으면 죽었지. 이 자리는 못 주지.”
블랙 타이거의 멤버 중 팀에 대한 애정도가 가장 높은 이를 꼽는다면 모두가 두말없이 장태식을 꼽을 것이다.
하기야 그렇지 않고서야 제법 큰 사업가인 그가 이제 여자친구가 된 부사장인 이아현에게 내팽개치듯 사업체를 내주고 이쪽으로 뛰어들었을 리 없었다.
최악인 경우 자신이 반평생 벌어둔 사업체를 날릴지 모르는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그는 음악을 제대로 하고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게 되자, 이제 그는 과거처럼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바라볼 수 없는 몸이 되었다.
그리고 그건 박시영도 마찬가지였다.
“뭐, 나도 그렇긴 하지.”
“어디 우리만 그럴까?”
이제 좀 기운이 나는지 혼자 몸을 바로 서는 장태식은 앞서가는 김일과 문일범 그리고 곽도훈에게 고갯짓을 보였다.
모두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저마다 긴장하면서도 들떠 하는 모습이 그들의 눈에 보였다.
잠시 그런 친우들을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하세요? 설마 리허설에 긴장이라도 하신 거예요?”
박영찬이었다.
앞선 친구들과 달리 언제나와 같은 모습을 한 그에게 박시영은 어이없어하
며 물었다.
“너도 참 한결같네. 리허설이라지만 무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하는 건데 어떻게 된 게 긴장을 안 하냐?”
“뭘 새삼스럽게 그런 걸 묻냐. 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할 때에도 여유로웠던 녀석인데.”
“……여유라고까지야.”
여유를 부리는 정도는 아니라고는 말하기는 했지만, 사실 영찬은 리허설 정도에 긴장을 할 리가 없었다.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너무도 많은 경험을 한 것과도 같은 역설적인 상황에 놓여 있었던 탓이다.
오히려 그렇기에 저처럼 리허설을 하는 것만으로도 흥분하며 긴장하는 삼촌들이 그는 부러웠다.
“자자. 어서 가요. 오늘 마지막으로 음향 체크도 해야 하고 여러모로 바쁩니다.”
“그래. 알았다. 알았어. 어어. 밀지 마.”
“잠을 잘 잤나? 오늘따라 왜 이렇게 힘이 좋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의 삼촌들은 영찬의 손길에 따라 성큼성큼 무대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영찬이 함께해서인지 모르지만 무대로 다가갈수록 긴장보다는 잔뜩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더 커져갔기 때문이다.
* * *
-둥둥둥!-
리허설은 생각보다 빠르게 끝이 났다.
무대에 돈을 아끼지 않고 부어댄 덕분에, 깐깐하게 조명과 음향을 체크했음에도 실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돈이 최고야! 늘 새로워! 짜릿해!”
농담이 아니라 정말 이번 콘서트 투어에 돈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이번에 동원되는 스탭만 1,000명이 넘었다. 안내요원과 경호요원을 합치면 그 두 배는 될 것이다.
여기에 무대 시설에 수십억을 썼다.
그 외 부가적인 시설 들에서도 그에 가까운 돈을 써댔고.
하지만 이렇게 돈을 뿌리듯이 써도, 티켓값만으로도 쓴 것만큼이나 남아돌았다.
3일 동안 함께할 15만 석의 위엄은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이 외에도 들어올 부가적 수익도 있었다. 바로 콘서트 굿즈다.
아이돌도 아니고 아저씨 밴드나 다름없는 블랙 타이거에게 굿즈가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의외로 이 굿즈에 대한 요청이 어마어마했다.
응원봉부터 액자, 스티커 이외에도 기타 피크 등.
블랙 캣이라고 불리는 팬들은 정말 뜨겁다 싶을 정도로 굿즈에 대한 요청을 내보였다.
그나마 블랙 캣이 다른 팬들에 비해 얌전해서 다행이었지, 아니었다면 협박 등의 지독한 일에 시달렸을 것이라는 게 회사 내의 주 의견이었다.
“그럼…… 그렇게 하죠.”
덕분에 기억 속 녀석도 남사스럽다고 하지 않았던 굿즈 제작을 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굿즈의 90% 이상은 나와 관련된 제품들이었다.
콘서트를 위해 준비한 찍었던 화보 중 괜찮은 것들을 포스트로 찍어냈고, 따로 전문 사진사들을 통해 콘서트 준비 과정에 찍은 사진들과 일상 생활에서 사진들을 포토 카드로 만들었다.
팬 서비스로 나가는 굿즈 사진들이기에 이때에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따로 홍의찬 감독에게 물어가면서까지 가스라이팅 당하다시피 하며 습득한 아우라를 모조리 개방해 본 것이다.
덕분에 나름 부끄럽지 않으면서도 이게 정말 나인가 싶은 굿즈들이 많이 탄생했다.
응원봉은 검은색 호랑이 머리에 금빛에 가까운 흰색 줄무늬와 눈이 반짝이는 것이 채택되었다.
실물에 가까운 모양새다 보니, 밤중에 무의식적으로 키고 다녔다가는 제법 사람들을 놀래킬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외에는 소수의 취향을 위한 삼촌들의 굿즈들과 인형 키링 등을 준비했다.
생각보다 블랙 캣에서 여성 팬들의 비중이 높다는 것을 알기에 나름 취향을 고려해 준비해 본 것이었다.
그렇게 준비를 끝냈을 때쯤. 김일 삼촌이 난데없이 자신의 의견을 내비쳤다.
“술을 팔아 보는 건 어때?”
“네?”
“소주 같은 거 말이야. 도수 높은 걸로 장인분들에게 받아서 파는 거지. 소주잔 세트도 함께 말이야.”
애주가다운 김일 삼촌의 말에 나는 당황스러워하는데, 옆에 있던 본부장께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쁜 생각은 아니기는 합니다. 하지만…….”
“하지만?”
“……콘서트장에서 그런 술을 판다는 건 미친 짓인 건 맞죠. 제대로 만든 소주가 50도 정도인 거 아시죠? 잘못하면 경찰차와 앰뷸런스를 대거 부를 수 있습니다.”
“아…….”
너무도 아쉬워하는 김일 삼촌의 모습에 본부장은 고민하다 말을 이었다.
“하지만 소수 잔 세트 정도는 괜찮아 보입니다. 사려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1,000개만 만들어 보죠.”
“네. 기왕이면 도자기 재질로 퀄리티 한번 제대로 높여서 만들어주세요.”
“아! 영찬아!”
“콜록콜록.”
어지간히도 기쁜 모양이시다. 웬만해서는 감정 표현이 없는 분이 이처럼 껴안아 대는 걸 보면 말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흑호 소주잔 세트는 술에 관심이 없는 박시영 삼촌마저 욕심을 낼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
“너무 힘준 거 아냐?”
“굿즈 중에 이게 제일 비싸겠다.”
“안 그래도,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서 그리 남는 게 없긴 해요.”
비싸게 팔려고 한다면야 얼마든지 그럴 수 있겠지만, 내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니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무엇보다 정말 이런 걸 사가는 사람이 있기나 싶기도 했고.
하지만 이런 나의 생각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틀려 버리고 말았다.
“흑호 소주잔이 다 팔렸다고요?”
놀랍게도 5만 원이라는 거금에도 첫날에 1,000세트가 모두 팔려 버린 것이다.
하지만 정말 놀라운 그 사실만이 아니었다.
이렇게 준비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넉넉하게 준비했던 굿즈들 대부분이 팔려 버렸다는 사실이었다.
이 때문에 급하게 굿즈들을 다시 찍어내느라 난리가 났었다.
국내 투어에서 다른 콘서트장에서 팔 굿즈 예비품으로는 남은 이틀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다.
그러나 준비하는 직원들과는 별개로 덕분에 삼촌들도 나도 들뜬 심정을 감추기 힘들었다.
이처럼 돈을 아끼지 않는 모습에서 블랙 타이거의 애정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 갑시다.”
“리허설대로만 하자. 흥분해서 중간에 혼자 뻗어버리지 말고.”
“크크크. 니 얘기냐?”
“니 얘기다. 새꺄!”
“어휴. 올라가서는 이렇게 유치한 모습 좀 보이지 마라. 얼굴이 화끈거린다.”
“닥쳐!”
삼촌들은 서로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앞서거니 하며 움직였고, 덕분에 나 또한 처음 무대를 쓰는 것 같은 고양감을 맛볼 수 있었다.
-두두두두둥!-
극적인 웅장한 음악 소리와 함께 화려한 불빛이 잔뜩 피어놓은 스모그 사이를 가르더니, 곧 리프팅이 우리를 무대 위에 올려놓았다.
-와아아아!-
그와 함께 우리는 삼켜 먹을 것 같은 것 같은 함성 소리를 마주하게 되었다.
-두근두근-
그 거대한 함성 소리에 내 심장 소리도 점차 커져가는 것을 느끼며, 나는 얼이 빠진 듯한 삼촌들을 보며 크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크크크. 새끼!”
그런 내 미소에 삼촌들도 그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저마다 웃음을 지어 보이더니 곧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보통은 팬들과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겠지만, 우리는 음악으로 그를 대신하기로 했다.
-지지지지징!-
그렇게 시작한 콘서트의 첫 번째 곡은 우리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곡이었다.
바로 ‘노장은 죽지 않는다.’였다.
“아아아~! 그래 내가 돌아왔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까아아아악!-
‘노장은 죽지 않는다.’ 노래 특유의 웅장함 속에서 객석 너머에서 터져 나오는 소녀들의 비명 소리가 참 안 어울리면서도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던 나는 그렇게 콘서트의 시작을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