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78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69화
노장은 죽지 않는다에 이어 추종자들, 블랙 타이거를 부른 뒤에야 우리는 거칠어진 호흡을 다듬었다.
-와아아아!-
일부 물기 어린 함성 소리가 귓가를 뒤흔드는 걸 잠시 눈을 감으며 즐기던 나는 그제야 팬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블랙 타이거의 박영찬입니다. 데뷔한 지 1년을 코앞에 두고 이렇게 큰 콘서트장에서 여러분과 함께 만나게 된 점 너무나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나는 짤막한 감사의 인사를 올린 뒤 뒤를 이어 차례차례 삼촌들을 소개했다.
달리 마이크가 없었기에 자신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삼촌들은 악기로 자신의 존재를 부각했다.
‘흐으음!’
이렇게 한 분씩 악기 연주를 들으니 그동안 삼촌들이 얼마나 많이 발전했는지 새삼 느껴졌다.
마지막 베이시스트인 문일범 삼촌의 소개를 끝으로 나는 환호가 끊이지 않는 팬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팔을 들어 올렸다.
더 락을 표하는 악마 뿔 모양의 손가락을 만들어 머리 위로 높이 올린 것이다.
-아아아악!-
그러자 팬들 또한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며 나와 같은 더 락 제스처를 머리 위로 보였고, 나는 물결 치는 그 광경에 씨익 크게 웃음을 지었다.
그 순간 잠시 환호가 거짓말처럼 끊겼다.
무슨 일인가? 싶었던 것도 잠시 이내 그 이유를 알고는 다시금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저 거대한 전광판 화면에 내 얼굴이 클로즈업 되어 나오는 것을 보아서다.
벌써부터 땀 범벅이 된 꼴이 물에 빠진 생쥐 꼴 같아 보이건만, 어째서인지 블랙 캣은 그 모습마저도 저리 놀랄 만큼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그저 무작정 주기만 하는 팬들의 그 모습에 벅찬 감정을 느끼던 나는 이내 말을 이어갔다.
“brilliant struggle을 들려드리겠습니다.”
활동이 끝난 지 열흘이 다 되어감에도 여전히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을 입에 담자, 팬들은 뜨거운 열기로 그를 반겼다.
-다다다단 다단-
곧 brilliant struggle 특유의 전율스러운 피아노 연주 소리와 함께 전주가 시작되었다.
곧 전주가 끝이 났고 노래를 부르려던 나는 이내 마이크에서 떨어져야만 했다.
“I thought I’d start over…….”
“I thought…….”
바로 블랙 캣이 brilliant struggle의 떼창 이벤트를 준비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언제 맞추었는지 응원봉의 불빛을 맞춰 흔들던 그 모습은 별빛이 반짝이는 거대한 밤하늘을 보는 듯했다.
‘……이렇게 좋은 거였나?’
각인된 기억 속 녀석은 이런 떼창 이벤트를 수없이 받아 보았었다.
하지만 이러한 팬들의 이벤트에 녀석은 익숙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것은 익숙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 익숙해질 수 있을까?
콘서트장에 온 수많은 이들이 오직 나 하나를 위해 준비해 준 콘서트인 것을.
거기서 오는 감동은 세상 어떤 마약보다도 더 강렬하고 자극적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녀석이 그랬던 것처럼 그저 넋을 놓은 채 멍하니 나에게 쏟아지는 그들의 떼창을 눈 속에 마음속에 담아냈다.
다행히 그 크나큰 감동을 선사해 준 팬들에게 보답을 해줄 시간이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왔다.
brilliant struggle 솔로 기타 연주 구간에 다다르자, 나는 어느 때보다 더 뜨거운 심장을 한 채 기타를 움켜쥐었다.
-지지지지지징!-
덕분에 시작된 솔로 기타 연주는 다른 때보다도 더 강렬한 감정을 담아낼 수 있었다.
엔도르핀이 뿜어져 나오고 있어서인지 본래라면 속주에 피로감을 느껴야 할 시점에도 피로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속주가 더 빨라질수록 힘이 치솟았다.
덕분에 본래보다도 배는 더 긴 솔로 기타 연주를 선보이게 되었다.
-지지지징!-
그렇게 솔로 기타 연주를 끝냈을 때 정적이 일었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그 적막함은 마치 시간이 멈추는 마법이라도 걸린 듯한 모습이었다.
-지징 지지징!-
잠시 그 적막함을 즐기던 나는 가볍게 기타를 치는 것으로 그 마법을 깨뜨렸다.
-두두두두둥!-
먼저 반응을 한 건 삼촌들이었다. 다시금 드럼을 시작으로 brilliant struggle 밴드 연주가 이어졌고, 그 뒤에야 팬들은 마법에서 깨어났다.
아직 정신이 멍하였던지 본래라면 이어졌어야 할 팬들의 떼창은 들리지 않았고, 하여 나는 그들을 대신해 남은 소절들을 부르며 앞서 이들의 이벤트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 뒤 우리는 블랙 타이거 이름으로 나온 모든 노래들을 다 불렀다.
앵콜까지 5곡을 더 부른 뒤에야 나는 올해 초 일본 콘서트에서 엄청난 화젯거리를 불러왔던 걸 무대 위에 등장시켰다.
눈처럼 새하얀 스타인웨이 그랜드 피아노.
-우와아아아아!-
거대한 핀 조명 속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피아노에 팬들의 환호가 거센 파도처럼 끝없이 터져 나왔다.
나는 파도를 타는 서퍼처럼 팬들의 환호를 한껏 즐기다 이내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따다다단 단다다다-
그리고 시작된 전주에 팬들의 환호 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연말을 코앞에 두면서 brilliant struggle 못지않게 들리기 시작한 스노우 레이디가 연주되고 있음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who will remember me? I’m a nobody~…….”
본래라면 이나은과 함께 불러야 할 듀엣곡이겠지만, 나는 콘서트에 한해 솔로 버전으로 편곡해 불렀다.
스노우 레이디에 이어 그 못지않게 주목을 받고 있는 설국을 불렀다.
그리고 앵콜을 외치는 팬들에 나는 고민하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중 2악장을 치기 시작했다.
베토벤의 작품 중 이 이상 엄숙하며 아름다운 곡은 없다. 라고 극찬 받는 작품답게 순식간에 콘서트의 열기로 지쳐 있던 팬들에게 차분함과 나른함을 선물해 주었다.
물론 특유의 우울함을 은근슬쩍 흘린 것은 물론이다.
“감사합니다.”
마지막 떨리는 음까지 조심스럽게 친 뒤에야 나는 어느새 푸근해진 콘서트장의 분위기를 깨뜨리며 인사를 했고, 그 뒤에야 팬들의 환호와 박수 소리가 꼬리를 잡듯 끝없이 터져 나왔다.
겨우 5분 남짓한 시간에 불과했지만 팬들도 누구보다 열정적이게 박수와 환호를 뒤에서 보내주는 삼촌들도 어느새 표정들이 평온해진 상태였다.
그렇게 한 점의 미련도 남기지 않는 팬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첫 번째 콘서트 투어의 시작을 기분 좋게 맺을 수 있었다.
콘서트가 기분 좋게 끝이 났다고 생각한 건 단순히 나만의 생각만은 아닌 듯싶었다.
팬들이 콘서트장에서 다 나가기도 전에 기사들이 쉼 없이 올라오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지금도 열도에서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는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의 전율을 한국에서 재현하다.-
-명곡 맛집인 블랙 타이거. 오히려 현장에서 그 진가를 드러내!-
-무려 5분에 가까운 YC 솔로 기타 연주! 듣는 이의 넋을 놓아버리게 만들었다.-
-일명 YC의 진심 모드! 4시간에 가까운 콘서트 내내 모습을 보였다며.-
-진짜는 마지막에 있었다! YC 새하얀 스타인웨이 그랜드 피아노 앞에 서다.-
-오직 콘서트장에서 들을 수 있었던 ‘스노우 레이디’ YC 버전-
-애틋하면서도 아름다웠다. YC 지쳐 있던 팬들을 위한 클래식 연주를 선보이다.-
자연히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에 블랙 타이거 콘서트 관련된 검색어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그러다 자정이 되었을 때쯤. YC 클래식 연주 검색어가 1위로 올라섰다.
무슨 일인가? 싶었던 나는 이내 매니저가 보내준 너튜브 주소를 통해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바로 콘서트를 찾은 팬 중 하나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중 2악장 부분을 편집해 너튜브에 올린 것이다.
비록 화질도 흔들려 보기에는 좋지 않았지만 피아노 소리를 담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만큼 당시 콘서트홀은 클래식 연주장만큼이나 적막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조용했기 때문이다.
구독자 10명도 안 되는 너튜브의 이 영상은 어느새 조회 수가 10만을 넘긴 상태였다.
그리고 그 조회 수 못지않게 댓글들도 엄청났다.
-아니, 선생님. 이걸 올리면 어떡합니까? 안 그래도 티켓 구하기가 어렵건만.-
└저랑 같은 생각을 하시고 있으시군요. 안 그래도 당시 갑자기 서버 터져서 얼마나 조마조마했었는데.
└내일, 아니, 오늘인가? 이걸 현장에서 들을 수 있는 게.
└겁나 부럽다. 티켓을 산 사람이 용자인 듯.
-와! 미쳤다. 처음 보는 피아니스트인데 누군지 아시나요?
└ㅋㅋㅋ어디 해외라도 나갔다 오셨나요?
└네. 2년 동안 유럽 쪽에 있다가 연말 휴가 타서 한국 왔어요. 인기 급상승 동영상이라고 떠서 봤다가 깜짝 놀랐네요. 누군가요?
└블랙 타이거라는 밴드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박영찬 님이십니다. 참고로 4대 엔터 중 하나가 된 YC 엔터의 대표님이십니다.-
└덧붙여 앞에 물은 것에 대해 답하면 피아노 전공은 아니세요. 놀랍게도 2년 전까지만 해도 공장에서 일하셨다고 들었어요.
└반도의 흔한 공돌이 클라쓰!
-ㅋㅋㅋ어이가 없어서…… 피아노 전공자입니다. 이분 미치셨어요. 뭐랄까? 엄청 테크니컬한 건 아닌데 오히려 그래서 더 좋다고 할까요? 나도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멘붕입니다.-
└ㅋㅋㅋㅋ저도 피아노 전공자요. 무슨 말인지 너무도 공감되네요. 이런 게 재능으로 생길 수 있는 차이인가?
└지구 관리자님. 버그가 너무 심한데 좀 잡아주세요.
이때다 싶어 여기저기서 드립들을 날리는 팬들의 댓글에 나는 피식 웃어대다 이내 폰을 내려놓았다.
마음 같아서야 밤이라도 지새우고 싶었지만, 내일 공연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다.
나는 그렇게 나름 콘서트에서 아쉬웠던 점들을 머릿속으로 꼽아대다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 * *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펼쳐졌던 블랙 타이거의 콘서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콘서트는 끝이 난 게 아니었다.
이후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 광주 월드컵경기장에서도 이와 같은 규모의 콘서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한 번 콘서트를 맞춰 보았기 때문인지 이를 준비하는 과정은 처음보다 확실히 수월했다.
2013년 12월 마지막 날을 광주 월드컵경기장의 콘서트에서 보내었던 블랙 타이거와 이들의 팬들은 덕분에 더욱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마무리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새해를 맞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블랙 타이거는 일본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한국에서 엄청난 흥행을 이루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여전히 YC 연주 챌린지 열풍이 아직 잦아들지 않아서였기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최근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는 영찬의 피아노 때문일까?
여하튼 어떤 이유로든 일본 내에서의 블랙 타이거의 인기는 과거 그들이 찾았을 때보다도 몇 배는 더 커져 있었다.
특히나 달라진 건 팬들의 연령층이다.
나름 고르기는 했지만 30대 이상이 주 연령층이었던 팬들의 연령대가 10대까지 넓어진 것이다.
덕분에 조카뻘 되는 소녀들로부터 한국말로 오빠라는 소리를 듣게 되면서 영찬은 난감해했다.
“크흠. 오빠라.”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네.”
그러나 영찬과 달리 그의 삼촌들은 특히나 곽도훈과 문일범은 이 오빠라는 호칭을 너무나도 반갑게 맞이했다.
유일하게 이아현 누나에게 오빠 소리를 듣고 있는 장태식은 그런 친구들의 모습을 대단히 창피하게 여기며 영찬에게 대신 사과했다.
“정말 더러운 꼴 보게 해서 너에게 미안하구나. 그래도 어쩌겠니. 늙고 외로우면 자연스럽게 저런 꼴이 되는 거지. 그러니 너도 저런 꼴 보기 전에 여자도 만나고 그러렴.”
“네?”
영찬은 잘못 들었나 싶어 삼촌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잘못 말한 게 아니라는 듯 말을 이어가셨다.
“문란하게 놀라는 게 아니다. 그 좋은 시절 너무 일에만 투자하지 말라는 거다. 한번 지나가면 다시 찾을 수 없는 너무도 귀한 시간이 아니냐.”
“……네. 생각해 볼게요.”
“그래. 그러면 됐다.”
영찬은 삼촌이 어째서 그리 말하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본인이 그랬기 때문이다.
그 또한 일에 빠져 그 젊은 시절을 다 보냈으니, 그 허무하리만큼의 공허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