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8
3장. 비트 코인이 5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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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부를까?’
가장 확실한 건 ‘Bohemian Rhapsody’를 부르는 것일테지만 영찬은 굳이 그 노래를 부를 생각은 없었다.
오랜만에 무대이기도 한 만큼 이 관객들이 원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이 들어서다.
그는 아이들 중에서도 유독 열기 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단발 머리의 소녀 지원에게 물었다.
“거기 꼬맹이. 듣고 싶은 거 있니?”
“어…. 아무거나 괜찮나요?”
“내가 아는 노래라면야 얼마든지.”
“….”
지원은 영찬의 말에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다정한 말투와는 달리 무대 위에 있는 그에게서 위압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건 어느 한 분야에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서 갖추어지는 권위였으나, 그걸 알 수 없는 지원으로서는 그가 두렵고 신비로울 따름이다.
“없어? 없다면….”
“레,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Stairway to Heaven을 듣고 싶습니다!”
“Stairway to Heaven이라, 재미있는 걸 골랐네?”
“아, 안되나요?”
“안되는 건 아닌데 긴 곡이라서, 좀 편곡해도 괜찮아?”
“아! 네.”
“그래. 좋아 이걸로 하지.”
Stairway to Heaven은 무려 8분 2초에 달하는 곡이었다. 점점 곡의 길이가 짧아지는 지금의 시대와는 맞지 않는 곡이었다.
하지만 이 곡은 영찬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곡이었다.
stairway to heaven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각은 템포와 음량이 점차 증가한다. 전기 악기를 도입하기 전에 어쿠스틱 악기로 느린 템포로 시작하는데, 후반부의 지미 페이지의 기타 솔로는 역사상 최고의 연주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였다.
자연 그가 다루는 여러 악기들 중에서도 기타를 주 악기로 다루는 영찬으로서는 좋아할 수밖에 없는 곡이었다.
달리 말한다면 이 Stairway to Heaven은 어중간한 뮤지션은 감히 손을 대지 못하는 곡임을 뜻했다.
-따다다당. 따당..-
잠시 멀티 이팩터를 만지작거리던 영찬은 이내 Stairway to Heaven의 특유의 도입부인 일렉 기타를 이용한 어쿠스틱 사운드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우와···.”
그와 동시에 지원은 저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탄성을 감추지 못했다.
미리 준비된 것이 아님에도 이 정도의 음을 이렇게 빨리 내놓을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다.
하지만 정말로 그녀를 감탄케 한 것은 영찬이 첫 소절을 부르기 시작하면서였다.
“There’s a lady who’s sure All that glitters is gold And she’s buying a stairway to heaven.(한명의 아가씨가 있는데 반짝이는 건 전부 금이라고 믿고 있어요. 그리고 그녀는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살 거예요.)”
여느 위대한 뮤지션이 그랬듯 특히나 밴드의 경우 이들이 부르는 곡의 색채는 짙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영찬의 Stairway to Heaven은 달랐다.
과거 동전 노래방에서 지원을 아니 그곳의 모든 이들을 경악케 했던 Bohemian Rhapsody가 그랬던 것처럼 영찬은 이번에도 그와 같은 모습을 드러냈다.
레드 체플린의 곡이라는 것을 몰랐다면 본래 그의 곡이라 믿을 정도로, 그는 레드 첼플린의 색을 지워내고 자신을 드러냈다.
놀라운 건 그 보컬 만큼이나 대단한 편곡이다.
-지지지징!-
너무도 자연스럽게 두 번째 파트로 넘어가더니 어느새 기타는 일렉트릭 사운드로 바뀌어 있었다.
별 것 아니라는 듯 스무스하게 이어진 편곡은 그 과정이 너무도 쉽사리 이루어진 듯 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본래 상대가 하는 일이 쉬워 보인다면 그건 그 사람이 미친 듯이 잘하기 때문인데, 이번 경우도 그러했다.
영찬의 편곡 실력이 말도 안 되는 수준에 도달하였기에 지금 이 같은 이질적인 착각을 불러내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는 이제부터였다.
-자자자자장!-
Stairway to Heaven을 유명하게 만든 지미 페이지의 긴 기타 솔로 부분에서 모든 이들이 숨을 죽였다.
특히나 기타리스트들의 충격은 상상이상이었다.
‘이건 기적이야!’
그들 중에서도 준프로 급의 실력을 갖춘 영찬에게 기타를 빌려준 형운은 마치 심장과 머리가 동시에 터져나간 것 같은 충격을 받고 있었다.
마치 일개의 필멸자가 신을 마주한 듯한 것과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과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영찬이 다루는 기타 연주의 진가를 알아 볼 귀가 있다면 그건 결코 과한 게 아니라는 걸 알 것이다.
이미 영찬의 기타 연주는 지미 페이지의 전성기와 비교해도 오히려 우위에 놓여 있을 정도니 말이다.
-덜덜덜!-
결국. 형운은 어깨를 들썩이며 뿌옇게 일그러진 눈가를 닦아내야 했다.
그런 형운 만큼은 아니었지만 지원 또한 심장이 터질 듯한 감동에 빠져들었다.
Stairway to Heaven을 신청했을 때에만 해도 이 정도의 수준의 공연은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려 1분 넘게 이어진 기타 솔로를 끝으로 영찬은 천천히 연주를 멈추며 처음의 분위기로 돌아갔고 이후 가사 한 줄을 읊으며 곡을 마무리했다.
“And she’s buying a stairway to heaven. (그리고 그녀는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살 거예요.)”
그렇게 마지막 한 줄을 읊으며 천천히 마이크에서 입을 뗀 영찬은 왼쪽 눈을 살짝 찌푸렸다.
수시아의 부원들은 크게 감동한 모양이지만 그와 달리 정작 그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급하게 준비한 무대라지만 정말 이렇게까지 다 무시하면서 불렀다니. 너무 들떴나 보네.’
오만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최정상의 자리를 차지한 저쪽 세상의 자신을 훌쩍 뛰어넘어 새로운 경지에 올라섰으니 말이다.
그런 드높은 곳에 올라 선 그가 내려다 본만큼 이 무대는 오랜만에 마주한 무대라기에 너무도 부족함이 많았다.
‘사부들이 알았다면 엄청 놀려댔겠지.’
직설적이기 그지없는 그의 기타 사부는 드디어 괴물 녀석이 맛이 갔다면서 놀려댔을 것이 분명했다.
다른 사부들 또한 그 정도는 아니어도 최소 어디가 아프냐고 비아냥 거렸을 터.
그래서인지 영찬의 귀는 어느새 빨갛게 익어가 있었다.
“엉엉! 로큰롤!”
하지만 이런 아쉬움도 울음을 크게 흘려대며 감동한 지원에 한순간 지워져 버렸다.
어린 소녀 답게 저처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모습을 보니 자신의 근심이 아무렇지 않게 여겨진 것이다.
“하하하.”
영찬은 이제 자신의 진성팬이 될 게 분명해 보이는 지원을 보며 웃음을 흘리다 이내 다른 관객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지원만큼은 아니지만, 감격에 젖어든 밴드부 부원들이 있었다.
‘어휴~. 저 녀석은 덩치 값을 못하는군.’
요란한 지원과 달리 자신에게 기타를 빌려준 형운이 조용히 눈물콧물 짜내는 모습을 보던 영찬은 조용히 속으로 탄식했다.
단 한 곡이었지만 영찬이 그 영상의 주인공이라는 걸 확신시키는 데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아니 오히려 반대였다면, 믿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단순히 노래만이 아닌 기타 연주와 편곡 실력까지 어나더레벨에 놓여 있었으니 말이다.
그는 어디에서 구했는지 알 수 없는 아이들이 가져온 검은 색 소파에서 아이스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긴장 어린 모습으로 앉아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키가 겨우 150을 넘은 것 같은 단발머리의 지원과 더불어 눈과 코가 빨갛게 부은 형운을 비롯해 두 명이 더 그의 앞에 조심스레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이들은 현재 수시아 밴드의 주축이며 또한 당시 이 동전 노래방 영상을 녹화하던 주체이기도 했다.
정말로 영찬이 정말 갓 싱어라는 것을 증명하자 이들은 그때부터 을의 태도로서 마주해야 했다.
감히 자신들이 쳐다 보기도 힘든 위대한 뮤지션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만이 아니다.
당시에는 생각지 못했던 너무도 떠 버린 영상이 문제였다.
10만 아니 100만 정도만 되었어도, 그리 별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 영상이 7000만 뷰를 넘겼다는 점에 있었다.
수익은 상당했다. 세금을 다 떼었음에도 7천만이 넘을 정도였다.
보통 이런 경우 저작권자들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데 이번 건은 커버곡이라 할 수 있기에 5:5가 되면서 생긴 일이다.
거기에 허락받지 않고 올리는 경우 또 수익이 나누게 되고, 그런 점에서 영찬과 그들이 수익을 나누어야 했다.
‘이러니 왜 내가 연락을 할 거라고 짐작했는지 이해가 되는데.’
적잖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게 된 영찬은 잠시 고민하다 이내 결정 내렸다.
“반으로 나누자.”
독하게 굴면 더 가져갈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자칫 흑역사가 될 영상을 올려주지 않은 게 고마웠기 때문이다. 거기에 겸사겸사 유튜브 채널의 구독을 높이려면 이 아이들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했고. 아이들의 표정이 대번 밝아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돈이 자신들의 몫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문제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묶여 있던 돈을 쓸 수 있게 된 게 컸다.
서동고는 예술고가 아니다보니 밴드 활동에 받는 예산이 없다시피했기에 더욱 그러했다.
“드디어 스피커를 바꿀 수 있게 되었어.”
“언제나 문제였던 교통 비용도 이제 걱정 안해도 돼!”
“이번에 동아리 부서에 공동으로 악기들도 사자. 1학년들 중에 제대로 된 자기 악기 없는 애가 한 둘이 아니야.”
“좋은 생각이야.”
“….”
들뜬 아이들의 모습에 영찬은 턱을 긁적거렸다.
엄청난 돈을 손에 넣게 된 것임에도 이를 사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순수한 태도를 보이는 아이들의 태도에 부끄러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세속에 찌들어지긴 했군.’
그는 괜한 자아비판에 양심이 찔렸던지 들뜬 아이들에게 입을 열었다.
“어차피 너희들이 아니면 얻지 못했을 돈이기도 하니. 뭐 원하는 거 있어? 원하는 거 있으면 말해봐.”
-꿀꺽-
영찬의 그 말에 순간 들떠 떠들던 아이들이 한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눈치를 살펴보이더니 곧 드러머를 맡고 있는 영식이 입을 열었다.
“괜찮다면 저희들 지도 해 주시면 안 될까요?”
“호오?”
아이들이 말한 스피커나 악기들 중 하나를 사 주려 했던 그는 이 같은 요청에 흥미어린 눈빛으로 아이들을 살폈다.
보아하니 이미 예전부터 이 같은 요청을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운이 좋은 녀석들이로군.’
그가 누구이던가?
개인적으로도 세계 정상에 올라갔던 뮤지션이지만, 그 외에도 뛰어난 뮤지션들을 키워낸 프로듀서이기도 했다.
스승으로서 그만한 이는 전 세계를 뒤져도 찾기 힘들 것이다.
영찬은 이런 요청을 한 아이들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다음 주 토요일까지 자신 있는 곡 하나 마스터 해. 그거 보고 결정할테니.”
“와아~.”
영찬은 이 아이들의 환호가 과연 그날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는 자신에게 러브콜을 보냈던 세계적인 뮤지션들조차 악마라 불리게 만든 이었다.
그걸 모른 채 하하 호호하며 물러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참으로 슬픈 것이었으나, 정작 그들을 보는 영찬은 한편으로 부럽기도 했다.
‘좋을 때다.’
아무 걱정 없이 그저 꿈만 좇던 아이들의 모습은 한때 그가 바라던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영찬은 어쩌면 저런 순수한 마음이 다시 시작하는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준비했던 계약서에 배분에 대한 사인을 마치고, 자신의 너튜브 흥보에 대한 일을 끝낸 영찬은 그제야 학교를 나설 수 있었다.
“언제까지 쫓아올거냐”
“헤헤.”
그러나 지원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어미 따르는 오리 새끼들처럼 따라 오자 결국 한 마디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이 참 귀엽기도 한 터라, 영찬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여유로운가 보네. 나를 만족시키려면 한 주로는 힘들텐데 말이야?”
“허억!”
그 말에 그제야 부담을 느껴졌는지 아이들은 따라오는 발길을 멈추었다.
가볍게 아이들을 놀린 영찬은 그 중에서도 가장 걱정하고 있는 지원의 머리를 괜히 헝클어트리는 것을 끝으로 그렇게 아이들과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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