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82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73화
25장. 미국 진출
거장의 흉내를 내는 정도라고 말한 건 다름이 아니다.
삼촌들의 악기 다루는 기술이 여느 거장들과 비교해도 그리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놀랄 일은 아니지. 삼촌들은 40년 가까이 음악에 진심을 다한 분들이니깐.’
괜히 내가 삼촌들과 함께하고자 한 게 아니었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단순히 정(情) 하나로 함께하기에는 세계라는 무대는 너무도 높고 두터웠다.
이 세계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재능도 재능이지만, 그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단련이 되어야 했다.
손가락이 찢어지고 도무지 나아갈 것 같지 않은 끔찍한 지루함과 무력감 속에서도 지속해서 나가야만 피울 수 있는 그 노력의 정화를 함께하지 않는 이상.
세계의 무대에 오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 점에서 삼촌들은 이번 아시아 콘서트 투어를 통해 그간의 노력들의 정수를 손에 넣게 되었다. 적어도 술기를 다루는 데 있어서 대가와 비교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는 이제부터지.”
컴퓨터로 치면 기술은 하드웨어다.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 끝에 최첨단 수준의 테크트리를 올린 하드웨어를 다루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삼촌들의 현재 소프트웨어 수준은 정말 처참한 수준이다.
윈도우로 치면 이제 막 도스에서 GUI로 넘어간 수준이라 할까?
이마저도 내가 영감을 입에 쑤셔 넣어주었다시피 한 결과였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앞날이 참 캄캄해 보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이제 테크트리를 온전히 소프트웨어에만 힘쓰면 되니깐.”
지금까지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고루 나누어 테크트리를 올렸다.
아니, 눈에 띄는 실력 향상을 위해 하드웨어에 8:2 정도로 기울여 테크트리를 올렸다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아무래도 최종 테크트리를 올리기 위해 필수적으로 올려야 할 기술들을 이미 습득한 뒤이다 보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덕분에 벌써 거장을 흉내를 낼 수 있게 되지 않았던가?
여하튼 이제 하드웨어는 유지 정도로만 둔 채 소프트웨어에만 집중하면 되었다.
그리고 이 부분에 있어서 나는 너무도 자신 있었다.
현재 나를 컴퓨터로 비유하자면 내 하드웨어는 겨우 나노 테크를 겨우 바라보는 반면, 소프트웨어는 외계인을 고문해 만든 수준이니 말이다.
기억 속 녀석이 타고난 몸치임에도 두 손이 모자랄 정도로 대가 수준으로 다룰 수 있는 건 이런 사기적인 소프트웨어 덕분이었다.
물론 녀석의 소프트웨어는 이제 막 개발을 마친 수준이라면, 나는 그 개발을 끝내고 다시 버전 업이 된 것에 부스트까지 달았다고 보면 된다.
여하튼 하고자 하는 말은 이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 있다는 뜻이었다.
“일단 급한 대로 편법을 쓰기는 하겠지만, 삼촌들도 알겠지.”
자신들이 얼마나 불균형적인 상태인지. 얼마나 미흡하기 그지없는 수준인지를 말이다.
이전에는 아무리 말해도 알아듣지 못했던 부분들이 지금부터는 알아듣기 시작할 것이다.
‘그 말은 정말 끔찍하게 괴로운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는 거지.’
실체가 보이는 하드웨어와 달리 소프트웨어 즉 영감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지금 가야 하는 길이 맞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달려가다가는 어느새 길을 잃어버리며 다시 돌아오는 데에만 한세월이 걸린다.
그런 점에서 나는 누구보다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다. 어디 길잡이뿐일까? 삼촌들에게 맞는 영감을 아예 손에 쥐여주는 것도 가능했다.
‘그걸 감당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지.’
멋 모를 때야 그게 뭔지 모르고 입에 쑤셔 넣는 대로 먹어댔지만, 이제는 그게 뭔지 알게 되면 삼키는 것은 고사하고 씹어대는 것도 버거울 터였다.
“잘하겠지.”
내가 아는 삼촌들이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나름 역경의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 나와도 비교가 안 되는 시대를 살아왔던 분들이니깐.
그리고 그 역경을 다시금 뛰어넘게 된다면 삼촌들은 그토록 원하는 무대에 당당히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물. 누가 물 좀.”
이래저래 마천루 아래를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던 나는 목이 타는지 물을 찾는 문일범 삼촌의 목소리에 웃음을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꿀꺽꿀꺽-
마치 아기새처럼 건네주는 꿀물을 서둘러 받아 넘겨대는 삼촌들은 잔을 다 비운 뒤에야 저마다 살 것 같다는 안도의 한숨을 흘려댔다.
말술로 유명한 삼촌들이 이처럼 힘들어 하는 모습은 오랜만인지라 나는 기어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얼마나 마셔댄 거예요?”
그 말에 박시영 삼촌이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그래, 너 중간에 나갔었지. 에휴~ 말도 마라. 이 녀석들이 갑자기 불이 붙어서…….”
간략히 말하자면 G1 밴드를 실려 보낸 뒤, 장태식 삼촌과 곽도훈 삼촌이 틱틱거려대다 주량 싸움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어찌어찌 삼촌들이 하나씩 끼어들기 시작했고, 결국 자기 주량을 한참 초과하면서 이런 꼴이 되었다는 것이다.
-짠!-
그나마 덜 마셨던 문일범 삼촌은 기운이 좀 나는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소파 뒤에 숨겨둔 비워진 양주 병들을 내보였다.
그 끝도 없이 나오는 양주 병들을 보며 뿌듯해하는 삼촌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면서도 어이가 없기도 했다.
‘아! 이제야 엄마의 심정이 이해가 되네.’
예전 명절에 내려와 술병을 옆에 두고 정신을 못 차리는 나를 보고 잔소리하던 엄마에게 새삼 미안함이 밀려왔다.
‘나중에 전화나 드려야겠네.’
며칠 전에 연락을 했을 때에는 생각보다 더 잘 적응을 하고 있으셨다.
유학을 간 뒤 틱틱거리기 바빴던 동생도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은 모습이었고.
그런 모습을 보면 확실히 어머니와 동생을 함께 살게 한 건 정말 잘한 결정이 아니었나 싶었다.
“크흠. 그래서 할 말이 뭔데.”
잠긴 목소리가 불편한지 헛기침을 하며 묻는 장태식 삼촌에 나는 그제야 상념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장태식 삼촌과 마찬가지로 궁금증을 보이는 삼촌들을 둘러보다 말했다.
“저희 아무래도 미국에 진출할 것 같습니다.”
“…….”
크게 놀라 기뻐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삼촌들의 반응은 조용했다.
혹시 말을 못 들었는가? 싶어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김일 삼촌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내가 술이 안 깼나? 영찬이가 미국 진출 뭐라고 한 것 같은데?”
“……너도 그렇게 들었어? 나도 그렇게 들었는데.”
“하암. 아직 꿈꾸고 있는 건가?”
“Damn’it! 머리 아파 죽겠는데 뭐라는 거야?”
그제야 나는 삼촌들이 들었음에도 너무 어이가 없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 아침부터 삼촌들한테 장난을 치고 그럼 안 돼! 삼촌들 술 먹고 머리 아픈데 장난치면 되겠어?”
그런 내 생각은 평소 자제하는 사투리 억양을 흘리는 박시영 삼촌의 말투에서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설마 이런 반응을 보일 줄 몰랐기에 어이없어하면서도 이내 차근차근 설명해 나갔다.
당연히도 모든 설명이 끝났을 때, 불신 어린 삼촌들의 눈은 어느새 경악으로 바뀌어 있었다.
-꿀꺽-
문일범 삼촌의 침 삼키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릴 정도로 숨 막히는 침묵이 이어지더니 이내 곽도훈 삼촌의 울부짖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oh! Jesus!”
신을 찾는 곽도훈 삼촌의 뒤를 이어 다른 삼촌들 또한 자신의 뺨을 치거나 꼬집으며 그 놀란 심정을 표현하기 바빴다.
“미쳤어! 이게 정말 현실이라고!”
“미국! 미국에 간다고! 진짜?”
“맙소사! 내가 밴드로 미국에 가게 되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래!”
“……진짜? 진짜! 진짜?”
“으으윽. 네. 진짜예요.”
그중에서도 가장 기뻐하는 이는 장태식 삼촌인 듯 보였다. 앞에서 그렇게 장황하게 설명해 주었음에도 이처럼 다시 되묻는 것을 보면 말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안절부절못하는 삼촌들을 보다 나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점심때까지 최대한 컨디션 올려놔요. 알죠? 빌보드에 괴물들이 득실득실하다는 거?”
“!!!”
두서없이 말했지만 삼촌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 줄 대번에 알아차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다.
아쉽지만 휴식은 이제 끝이었다.
미국에서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편법이나마 익혀두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홍콩에서 이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사흘을 더 보낸 뒤에야 우리는 초청이라는 형식으로 미국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 * *
“두근두근두근!”
심장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바로 삼촌들의 입에서 나는 소리였다.
‘미친 걸까?’
나는 진지하게 그리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14시간이라는 그 무지막지한 비행시간 내내 잠들지 못했을 만큼, 삼촌들은 정말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망가져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일등석에 주어지는 공짜술과 안주도 다 마다하며 말없이 뜬 눈으로 미국까지 날아왔다.
한 사람도 아니고 건장한 성인 남성 다섯 명이 그런 모습을 보이니, 스튜디오들의 얼굴에 불안함이 엿보였다.
특히나 곽도훈 삼촌은 모든 게 큰 미국 기준에서도 흉기라 할 수 있는 육체의 소유자였으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덕분에 나도 그런 분위기를 와해하느라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아, 기껏 비싼 일등석에 탔는데.”
천문학적인 개인 자산은 둘째치고, 이번 활동 수익만 천억대를 넘겼음에도 소시민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는 괜히 아쉽고 아까웠다.
그러다 마침내 미국에 발을 들이게 되자 긴장감에 미친 삼촌들이 저런 이상한 짓을 해대는 것이다.
“뭐 어차피 오늘은 스케줄이 없으니 괜찮겠지.”
테일러가 잡아 놓은 스케줄 중 메인이라 할 스케줄은 사흘 뒤에 잡혀 있었다.
그동안은 잡지 인터뷰나 라디오 활동이 주였다.
이 중 영어를 할 줄 아는 이는 나와 곽도훈 삼촌 둘뿐이니, 이만하면 실수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언제나 현실은 예상치 못한 일을 마주하게 마련이었다.
출구를 앞두고 사이버그 같은 체구를 자랑하는 공항 경호원들이 우리 쪽에 다가온 것이다.
“???”
이해하기 힘든 나를 대신해 본부장이 다가가 이야기를 나누더니, 이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현지 반응이 뜨거운 것 같습니다. 대표님.”
“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었으나, 이내 그 이해는 곧 강제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와아아아아!-
문이 열리기 무섭게 엄청난 환호 소리가 우리를 삼켜 댔기 때문이다.
“이 정도라고?”
놀랍게도 미국 현지의 팬들이 우리들을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그처럼 놀랬으니, 삼촌들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문일범 삼촌의 경우는 아예 딸꾹질까지 해대고 있었다.
여하튼 깜짝 놀란 탓에 아우라를 통제하지 못해 버렸다.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긴 파장은 내 예상보다도 거셌다.
-……꺄아아아악!-
잠깐의 정적이 일더니 이내 좀 전의 배는 더 큰 비명과도 같은 환호가 터져 나온 것이다.
덕분에 나는 감정이라고는 없는 사이버그 같아 보였던 공항 경호원들이 움찔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직관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