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83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74화
‘에라~ 모르겠다.’
조용히 넘어가기는 틀려먹은 것 같자, 나는 블랙 캣이 말하는 진심 모드로 팬들을 맞이했다.
진심 모드라고 해보았자, 그저 홍의찬 감독이 나에게 새겨주다시피 한 동작들, 제스처, 표정을 좀 더 의식해 드러내는 것에 불과했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보였던 서비스였고, 당연히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미국의 팬들에게도 잘 보이고 싶었던 마음이라 나는 가능한 힘껏 아우라를 펼쳐내 보였다.
그리고……. 정말 난리가 났다.
“Oh, Sxxt!”
“Fxxking!”
“No! NoNo!”
한국, 중국, 일본 3국가를 돌아다니며 제법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했건만, 적어도 미국은, 아니, 서양은 새롭게 데이터를 쌓아야 할 듯 보였다.
일당백은 거뜬해 보이는 공항 경호원들이 저마다 입에서 욕지거리를 내뱉어야 할 만큼 팬들은 눈이 돌아간 채 달려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딸꾹! 딸꾹!-
그들의 모습은 마치 좀비 떼를 보는 듯했고 덕분에 문일범 삼촌의 딸꾹질은 좀 전보다도 더 심해졌다.
“여기! 여기입니다.”
다행히 아포칼립스 같은 상황은 마중을 나온 테일러로 인해 수습을 할 수 있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미국의 팬들이 공항에서 우리를 기다렸던 일은 테일러의 작품이었다.
공식 SNS로 말한 건 아니었고, 비공식적인 루트 여러 곳에 정보를 흘렸다.
그러다 당일 생각보다 반응이 뜨겁자 테일러는 사고를 대비해 공항에 경호원을 요청하면서도 따로 사설 경호원들을 데려왔었다.
사설 경호원들이라고 해도 많은 건 아닌 5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천군만마나 다름이 없었다.
-쿵!-
제대로 된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서둘러 밴에 올라탄 우리는 그러기 무섭게 공항을 떠나야만 했다.
“미국은 팬들도 엄청나군요.”
역시나 본부장께서는 인격자셨다.
100이면 100 욕을 했을 상황임에도 저처럼 말씀을 하시는 걸 보면 말이다.
“…….”
그에 비해 우리를 픽업하러 왔던 테일러는 얼이 살짝 나간 모습이었다.
당시에는 사정을 몰랐기에 많이 놀랬나 보다 생각했지만, 나중에 테일러가 말하길 자신이 그처럼 얼이 나간 것에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하나는 설마 자신이 벌인 일이 이 정도로 어마어마한 결과를 보였을지 몰랐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많이 몰려든 팬들과 그들의 엄청난 공세는 확실히 정신을 뒤흔들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가 얼이 나간 주 이유는 두 번째 이유다. 바로 처음으로 나의 진심 모드를 마주하였기 때문이다.
영상에서 보았을 때는 무언가 CG 같은 보정이 들어간 결과라고 여겼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닌 오히려 실물이 그보다 못하다는 것을 알자 그는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나저나 진심 모드라니……. 쪽팔리는데.’
예전 같으면 아예 이런 헛소리를 하지 않았을 텐데. 아무래도 일본에서 활동을 오래 했더니 나도 은연중에 서브컬쳐에 물든 모양이다.
공항 일로 놀란 삼촌들이었지만, 오히려 그게 약이 되었다. 덕분에 긴장이 풀리면서 그동안 쌓인 피로에 눌려 호텔에 도착하기 무섭게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쿠우우울!-
코까지 골아대며 소파 여기저기서 너부러진 삼촌들을 침대로 옮기던 나는 마지막 곽도훈 삼촌은 차마 어찌하지 못한 채 그저 소파에 눕게 하는 것을 끝으로 방을 나섰다.
본래라면 테일러와 앞으로 미국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자리가, 삼촌들이 뻗어버리면서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이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그의 말이 빈말이 아닌 것처럼 보인 건 착각이 아니었을 것이다.
실제로 내가 말을 건네기 전까지 내가 방에 들어온 걸 몰랐을 만큼 스마트 폰에서 무언가를 보기 바빠 보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마주 앉게 된 테일러는 그제야 나에게 말을 꺼냈다.
“전략을 바꾸어야겠습니다.”
“네?”
난데없이 전략을 바꾼다는 테일러의 말에 내가 무슨 말인가 싶어 놀라니 그는 조금 전 자신이 보았던 영상을 나에게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조금 전 공항에서 찍은 영상들입니다.”
그렇게 보여준 영상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겨우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은 사이 수십 개의 영상들이 올라온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올라온 영상들의 반응은 하나 같이 뜨거웠다.
어떤 한 영상의 경우는 하트만 벌써 만 개가 넘어간 상태였다.
“……놀랍군요.”
물론 한국이나, 일본 또는 중국에서라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은 미국이 아니었던가?
그것도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활동이 전무한 미국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현상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물론 공항에서 보여준 팬들의 그 무시무시한 저돌성을 본다면 이해 못 할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놀라 하는 나의 모습에 테일러는 어째서인지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들도 저도 보았던 그 공항에서 본 모습을 다시 보여줄 수 있겠습니까?”
“음……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나는 바로 진심…… 아니, 아우라…… 하여튼 홍의찬 감독이 심은 의식적으로 감추어 둔 모습들을 내보였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마주한 테일러의 반응이 예상외로 뜨거웠다.
저도 모르게 흠칫 몸을 뒤로 물리더니 눈의 동공이 흔들리는 등, 크게 놀란 기색을 감추지 않은 것이다.
새삼 왜 저러나? 싶었던 나에게 테일러는 침을 꼴깍 삼켜대며 말했다.
“한국, 아니, 동양에서도 아마 대단한 반응을 보였겠지만, 미국에서는 그보다 더 엄청난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그는 그러며 사내인 자신도 엄청난 자극을 느낀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야말로 마초들의 나라였다.
특히 젊은 미국인 남성들은 대체로 근육질 터프가이, 나쁜 남자(Badass) 요소에 열광하며 이런 요소들이 아름다운 여자를 사귈 때도 필수 조건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보통 고등학생 이상이 되면 헬스장에 등록해서 근육질의 몸을 키우는 남자들이 많다. 이외에도 디젤 엔진의 포드 레인저, 랩터, 토요타 툰드라 등의 픽업 트럭과 웨이트 트레이닝, 맥주, 하도 치고받고 싸워대서 미식축구 등에 미친 듯이 열광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살다 온 이들의 증언에 의하면 미국의 마초주의자들은 남자가 채소를 위주로 먹거나, 다리를 드러내는 짧은 반바지를 입거나, 근육 없는 말라깽이거나, 공포 스릴러 영화를 무서워하거나, 친구를 많이 사귀지 못하거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선호하면 남자답지 못하다고 핀잔을 심하게 준다.
이게 얼마나 심한지 우리나라와 달리 게이들마저도 남성성에 집착했다.
말 그대로 남자를 사랑하기에 남자다움에 집착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K팝의 주축인 아이돌들의 큰 걸림돌이기도 한 이 마초 문화를 갑자기 이야기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Mr.곽도 위압적이지만 지금의 대표님에 비할 바는 아니군요.”
테일러의 이 말 때문이다.
버전 2.0이 남성적인 기질을 중점으로 살렸다고 하더니, 마초 문화가 만연한 미국에서도 통하는 모양이다.
아니, 드러난 팔뚝의 털들이 서 있는 테일러를 보건대 단순히 통하는 정도가 아니라 제대로 직격타를 날린 듯 보였다.
메이저를 넘어 아마에서도 숱한 갱들 같은 험악한 자들과 함께했던 테일러가 저런 반응을 보인다는 건 확실히 의외의 일이었다.
“블랙 타이거……. 그래, 호랑이 같은 맹수를 마주하는 느낌입니다.”
그의 말에 아우라를 감추었다.
민망하기도 하거니와 그렇게까지 위압적이라고 말하는 테일러에게 피해를 줄 수 없기 때문이었다.
“흐음.”
테일러는 그제야 나지막이 아쉬움이 섞인 한숨을 흘리더니 이내 안색을 바로 하고 말을 이었다.
“제가 좀 예민한 편이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둔한 이들도 대표님의 그런 모습이 자극적으로 다가갈 건 분명합니다.”
“……전략을 바꾸겠다는 말이 이것 때문입니까?”
“그렇습니다.”
나는 그제야 그가 무슨 말인지 대략적으로 이해가 되었다.
보통 동양 남자들은 서양, 특히 미국인들에게 어필하기가 어려웠다.
마초적이든 섹슈얼적이든 그들의 눈에는 동양 남자들은 다 자란 것 같지 않은 이질적인 존재인 것이다.
녀석 또한 그런 이유로 전략을 달리하며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켰다.
그나마도 퇴폐미가 있었기에 여성팬들의 공략이 좀 더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다른 인종에 비해 전략을 짜는 게 힘들었던 건 확실했다.
이번 미국 진출 또한 그런 점을 우려하기도 했었다.
‘그나마 락 밴드라는 점이 참 다행이지.’
마초 문화 하면 락 밴드도 그 못지않았다. 힙합 문화에 밀려서 그렇지, 그 전에 수십 년간 그 포지션도 담당했던 것이 락 문화였다.
락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인 가죽옷, 선글라스, 기타 등만 떠올려도 마초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나를 내세우며 전략 홍보를 짜던 아시아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락 밴드를 내세울 예정이었다.
실제로도 그런 식으로 대략적인 방향을 잡기도 했었고.
그런데 테일러는 나에게서 그 이상의 가능성을 보고 그 전략 방향을 바꾸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간 짰던 전략을 엎어버리는 일이었으니, 대표 입장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게 옳았다.
그러나…….
‘그 말을 한 게 테일러란 말이지.’
아마 녀석이 X신 짓을 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몇 년만 더 살았더라면 테일러는 YC 엔터를 Universal Music Group (UMG)’, ‘Sony/BMG’, ‘EMI’, ‘Warner Music Group’ 같은 대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말은 곧 K팝이라 칭하는 국내 노래를 K를 떼어내 온전히 팝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게 한다는 말이기도 했다.
나름 세계적으로 빌보드 1위를 시키기도 한 아이돌을 만들기도 했지만, K팝은 여전히 미국 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 못했다.
라틴 쪽 음악 시장과 비교하면 열에 하나도 안 될 정도다.
여하튼 그런 엄청난 안목과 능력을 갖춘 게 테일러였다.
적어도 미국 시장에서만큼은 테일러는 미국 지사장 이상의 권력을 남용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다.
그렇기에 나는 테일러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대표님.”
덕분에 내 말 못 하는 사정을 모르는 테일러는 나에게 크게 감명을 받은 모양이었다.
하기야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자는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에게 크게 마음이 갈 수밖에 없었다.
“본부장님과 함께 오기를 잘했네요.”
나는 곧 삼촌들과는 달리 일등석을 제대로 즐기고 쉬면서 의욕도 기운도 넘치는 본부장을 찾았다.
그렇게 합류한 본부장은 처음에는 대대적인 전략 수정에 당황했지만, 이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알자 진지하게 전략 수정에 동의했다.
* * *
블랙타이거의 첫 번째 스케줄은 잡지 인터뷰였다.
잡지 인터뷰라고 해서 작은 스케줄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스케줄이 잡힌 잡지 인터뷰는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에서도 나름 네임드가 있는 잡지였다.
특히나 락 쪽에서는 한 손 안에 드는 영향력을 가진 곳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