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85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76화
물론 이런 계약들이 단순히 좀비 공항 사태만으로 가능할 리가 없었다.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고, 그 계기는 다름 아닌 사흘째가 되어서야 블랙 타이거를 미국으로 진출하게 한 메인 스케줄 때문이다.
-케인 쇼-
바로 이 쇼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케인이라는 사회자가 이끌어 가는 이 프로그램은 본래 지역 R 방송사에서 만들어진 쇼 프로그램이었다.
대개 이런 쇼 프로그램은 유명한 쇼 프로그램의 플랫폼을 베낀 아류작이라 지역에서나 보는 수준으로 그친다.
하지만 케인 쇼는 달랐다.
능수능란한 진행 능력도 물론이거니와 출연한 이들을 홍보하는 데 천부적인 면이 있었다.
이게 가능했던 건 그가 SNS와 같은 매체의 가능성을 일찍이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그의 쇼에 출연한 출연자들은 깜짝 놀랄 만큼 대박을 터트렸고, 자연 홍보에 큰돈을 쓰는 메이저들 또한 그의 쇼에 출연하려 줄을 섰다.
일이 이러니 케인 쇼는 R 방송사의 메인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지금은 4대 방송사 중 하나인 F 방송사와 협약을 맺으며 공동으로 송출이 되고 있는데, 이마저도 내년부터는 또 이야기가 달라지게 된다.
케인 쇼의 핵심인 케인과 R 방송사 간의 계약기간이 올해로 끝이 나기 때문이다.
그 말은 케인 쇼가 4대 방송사와 독자적으로 계약을 할 수 있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중대한 계약이 내년에 있는 만큼 케인은 자신의 몸값을 띄우기 위해서라도 케인 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YC 엔터? 밴드? Japan 쪽인가?”
“아닙니다. 일본 옆에 있는 Korea라는 나라입니다.”
“아! 그 6. 25전쟁이 있었던 곳 말하는군. 그런데 그런 나라에서 만들어진 밴드가 유명하다고? 거기 엄청 못사는 나라 아닌가? 독재 정치를 하는 공산국가로 알고 있는데?”
“으음. 그곳은 North Korea고 이곳은 South Korea입니다. 경제 규모가 13위에 광고사 중 하나인 S사가 여기 기업이라고 보면 됩니다.”
“호오?”
직원의 말에 케인은 그제야 흥미로운 기색을 보였다.
세계 경제 13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지만, S사가 케인 쇼의 메인 광고업체 중 하나라는 점에서 큰 나라인 건 분명했다.
“여기서 출연을 하고 싶다는 제의가 왔다고?”
정확히는 그 제의를 확인한 직원이 케인에게 이 아이템을 추천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아이템이 낙점되면 상당한 보너스와 함께 케인과 큰 무대로 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에 직원은 자신이 추천하는 이유들을 설명했다.
“혹시 아이스 버킷 챌린지 아십니까?”
“으음. 들어본 건 같네. 최근에 출연했던 배우가 그 썰을 풀었었지.”
“이야기가 쉽겠군요. 그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탄생케 한 곳이 YC 엔터 소속 밴드입니다. 블랙 타이거라는 밴드로 이번에 낸 정규 1집 타이틀 곡인 brilliant struggle 노래를 암 환자에게 기부하겠다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흐음.”
밴드가 자신의 메인 곡을 기부하겠다는 말을 했지만 케인은 그리 놀라거나 하지 않았다. 의외로 이런 기부 이벤트를 벌이는 가수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인디 쪽이기는 했지만, 그 또한 밑바닥에서 올라왔던 인물이기에 이런 식으로 홍보는 적잖게 보았다.
케인의 반응에 직원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준비한 태블릿을 꺼내 케인의 앞에 보였다.
“brilliant struggle 뮤직비디오입니다. 더도 말고 딱 1분만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겠네.”
그는 그 말과 함께 정말 1분만 시간을 내겠다는 듯 자신의 손목시계를 슬쩍 살펴보더니 곧 뮤직비디오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케인 님…… 케인 님!”
“아…….”
자신을 깨우는 직원에 케인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무의식적으로 그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바라보았고, 시간은 거짓말처럼 15분이 지난 뒤였다.
약속했던 시간보다 14분이 더 지난 뒤였던 것이다.
그러나 케인은 자신에게 벌어진 일에 대해 놀라지 않았다.
그만큼 brilliant struggle의 뮤직비디오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여하튼 정신을 차린 그는 자신을 기대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직원을 보며 윽박지르듯이 물었다.
“brilliant struggle 뮤직비디오의 이 검은 모자를 쓴 이자 누구지?”
“네?”
“모르겠는가? 밴드가 중요한 게 아니네. 아니, 대단하기는 하지만 이자에 비할 바는 아니군. 나는 이자를 내 쇼에 데려오고 싶네. 자네는 이자가 누구인지 아는가?”
묻는 것 같지만 당연히 알아야 한다는 뜻이 담긴 그의 물음에 직원은 두려워하면서도 또한 의아한 얼굴을 보이며 답했다.
“아, 알고 있습니다. 이 노래를 부른 밴드의 보컬이 아닙니까?”
“뭐! 가수라고? 배우가 아니라!”
“배우요? 제가 알기로는 배우로 활동한 적이 없습니다.”
“…….”
케인은 자신의 감이 틀렸다는 것에 조금은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그럴 만한 게 겨우 10여 분짜리의 단편 영화 같은 뮤비 속에서 그가 보인 연기는 할리우드에서도 명배우로 인정받은 자만이 보일 수 있는 것이라서다.
대사 한마디 없이 초월적 존재를 이토록 설득력 있게 연기한다는 건 연기의 신이라고 불리는 자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런 연기 앞에서는 국가든 인종이든 어떤 벽도 의미가 없어진다.
“제의를 받아들이자고 하게.”
“아! 알겠습니다. 그 자세한 자료는 여기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자신의 아이템이 선정되었다는 것에 직원은 입이 찢어질 것처럼 웃고 싶었지만, 겨우 참으며 준비한 USB를 건네주었다.
케인은 직원에게서 받은 USB에 담긴 정보를 통해 블랙 타이거에 대해 알아갈수록 그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뮤비에 시선이 빼앗겨 제대로 듣지 못했던 brilliant struggle의 노래가 얼마나 대단한지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어디서 이런 괴물 같은 밴드가!’
brilliant struggle만 대단한 게 아니었다. 그들이 이전에 낸 음반과 더불어 이번 정규 1집 모두 과거 레전드들의 명반 못지않았다.
아니, 모든 노래의 가사 대부분이 한국어라는 점이나 이쪽 시장에서는 네임드가 붙지 않은 것을 생각한다면 그 이상의 음악성을 가지고 있음이다.
케인이 감탄한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거기에 이런 괴물 같은 밴드 못지않은 기업이라.”
홍보에 일가견이 있는 그답게 이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YC 엔터에서 주도한 작품이라는 걸 알아본 것이다.
‘이런 발상을 한 게 누군지 몰라도 정말 미쳤다고 봐야겠지.’
우연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는 그럴 확률이 대단히 낮다고 여겼다.
그도 그럴 게 직원이 가져온 자료만 보아도 아이스 버킷 챌린지의 확산 형태는 너무도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뜨지 않는 게 더 이상할 일이겠군!”
충분히 빌보드를 뒤흔들 밴드라는 걸 알게 되자 케인은 이들과의 만남이 더욱 기대되었다.
그렇기에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블랙 타이거 편을 준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다행히 계약이 얼마 남지 않은 사실상 갑이라고 할 수 있는 케인이었기에, 그의 요청은 기대 이상의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이번 케인 쇼는 다른 때와 다른 플랫폼 형태를 띠었다.
녹화 방식이었던 기존의 방송과는 다르게 생방송으로 진행이 되었던 것이다.
생방송은 시청자들에게 현장감을 리얼하게 전달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많은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
그렇기에 베테랑인 케인이라고 해도 이건 사실상 큰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케인은 과감하게 이 생방송을 진행했다.
“오늘은 아주 특별한 손님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다들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아십니까?”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천 명이 넘는 관객들 사이에서 저마다 긍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들 관객들 모두가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했던 과거를 가졌던 이들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들은 이번 쇼에 누가 나올지를 알고 있었다.
잔뜩 흥분한 그들의 재촉에 케인은 당황한 기색 없이 크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하하하! 더는 말을 할 필요가 없겠군요. 좋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지요. 소개합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의 brilliant struggle을 불렀던 밴드입니다. 블랙 타이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대한 커튼으로 가려져 있던 무대가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아아아악!-
-와아아아아!-
요란한 소리를 내며 커튼이 올라갈수록 관객들의 환호 소리는 점차 커져갔다.
그리고 마침내 블랙 타이거가 그들의 앞에 온전히 모습을 드러내자 이들은 순간 침묵에 잠기고 말았다.
거대한 전광판의 중심에 자리 잡은 영찬의 모습에 잠시 압도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며칠 전 공항 좀비 사태를 만들어 내면서 화제가 되었던 영찬의 이야기를 이들 중 모르는 이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들 중 그걸 고대로 믿는 순진한 이들은 없었다.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CG와 편집 기술에 속은 게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앞에 나타난 영찬은 그들의 그런 생각을 모두 깨부수기에 충분할 정도로 강렬한 아우라를 내보이고 있었다.
그 침묵이 깨진 건 영찬이 자신을 소개하면서였다.
“안녕하십니까? 블랙 타이거의 보컬 YC입니다.”
-와아아아!-
이번 무대를 위해 특별히 마련한 거대한 스테이지가 크게 뒤흔들릴 정도의 함성에 경호원들은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그런 이들의 불안은 얼마 가지 않아 현실이 되고 말았다.
블랙 타이거의 소개가 끝나기 무섭게 시작된 brilliant struggle 무대는 경호원들조차 홀려 버릴 만큼 강렬하고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지지지지징!-
특히나 2분 가까이 이어지는 기타 솔로 연주는 사람들의 혼백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끄아아아악!-
-Damn’it-
-Oh MY GOD!-
누군가는 신을 찾을 만큼 그들의 심장은 너 나 할 것 없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이어폰으로 듣는 brilliant struggle도 대단했지만, 역시나 밴드 음악은 현장에서 들어야 만이 그 진가를 발휘해서다.
잔뜩 흥분한 건 케인도 마찬가지였다.
리허설 때와는 다른 100%를 발휘하는 블랙 타이거의 무대는 대단한 무대들을 보았던 그조차도 경탄케 하기에 충분했다.
특히나 배우가 아니라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영찬이 무대 위에서 보인 모습은 그의 생각을 바꾸게 하기에 충분했다.
물론 그 초월적 존재를 설득력 있게 연기한 것을 생각하면 배우가 아니라는 걸 믿을 수 없었지만, 그 못지않게 무대 위에 있는 영찬은 그가 본 어느 스타보다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하하하!”
영찬은 자신들을 향해 환호성을 질러대는 관객들을 보며 크게 웃음을 터트리더니, 이내 다음 곡으로 넘어갔다.
미니 1집 타이틀 곡이자 블랙 타이거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였다.
“Ah~ I’m back. Just like always!”
다만 다른 점이라면 영어로 번역된 버전이라는 점이다.
어쩔 수 없이 영어와 자막 등을 보는 게 익숙한 동양권과 달리 서양, 그중에서도 미국의 경우는 이런 문화가 크게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니 나중에 유명해진 뒤에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자신들을 알려야 할 시기라면 이 정도의 수고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게 맞았다.
실제로 이 방송이 끝나기 무섭게 영어 버전으로 편곡한 곡들이 올라올 예정이었다.
‘오늘따라 삼촌들이 제법 힘을 쓰는데!’
영찬은 편법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삼촌들의 연주가 제법 살아 움직이는 듯하자 크게 만족감을 느꼈다.
덕분에 ‘The old man never dies. (90’S)’로 소개한 노장은 죽지 않는다.(90’S)는 엄청난 호평을 받게 되었다.
이후 추종자들, 블랙 타이거의 연주를 마친 뒤에야 영찬은 케인과 현장에서 잠시 토크 쇼를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케인 쇼는 사실상 블랙 타이거의 라이브 콘서트라고 해도 무방한 형태로 진행이 되었다.
이날 블랙 타이거가 부른 노래만 9곡이나 되었으니 이 말이 결코 과장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100분에 달하는 케인 쇼가 끝이 나면서, 블랙 타이거는 무서운 속도로 급상승을 하게 되었다.
YC라는 지금껏 헐리웃에서도 본 적이 없는 매력을 지닌 보컬을 중심으로, 그들의 음악이 미국의 심장을 제대로 강타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안 그래도 뜨거웠던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블랙 타이거가 부각됨으로써 더욱 크게 활성화되었다.
당연히 그것은 선순환을 가지게 되며 블랙 타이거의 인지도를 높이게 된 것은 물론이다.
결국 미국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쯤.
brilliant struggle이 빌보드 100 안으로 진입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