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87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78화
-끼이익-
마빈의 등장은 제법 인상적이었다.
마치 오래된 서부 영화의 주인공처럼 그는 요란한 비음 소리와 함께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긴 그림자와 함께 나타난 마빈은 과거 영상에서 보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금발이던 머리가 백발이 된 것 정도를 제외한다면 그리 달라진 게 없을 만큼 건장한 체격을 자랑했다.
-따각따각-
그렇게 역광과 함께 들어선 그는 거침없이 우리에게 다가왔고, 그 모습에 나는 묘한 느낌을 받아야 했다.
아마 매체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비현실적인 느낌 때문일 것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소란스럽던 스튜디오가 한순간에 침묵에 잠겨 버린 것을 보면 나만 그걸 느낀 건 아닌 듯싶었다.
마빈은 그렇게 20년이라는 긴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스튜디오로 들어선 그가 멈춘 건 나에게서 두 걸음을 남겨두었을 때였다.
놀랄 일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마빈은 다른 이들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은 채, 오직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으음.”
그렇게 나와 마주한 그는 이내 알 수 없는 비음을 흘리더니 이내 내 옆에 있던 테일러에게 고개를 돌렸다.
“자네 말이 맞았네. 실제로 보니 더 엄청나군.”
“???”
이해가 안 되어 의문을 보이는 나에게 마빈은 자신이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더니 이내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마빈 해린스이라고 하네. 편하게 마빈이라고 부르시게.”
“아! 박영찬이라고 합니다. YC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게 된 마빈은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유한 느낌을 주는 이었다.
이건 의외라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Painkiller는 주로 Thrash Meta(헤비메탈의 하위 장르. 빠른 템포와 강력한 사운드의 록.)과 Death Metal(파괴, 죽음, 고통 등의 이미지를 내세우며 거칠고 무거운 기타연주와 파워풀한 투 베이스 드러밍이 특징)을 주로 노래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헤비메탈의 끝을 달렸던 이들인 데다, 그 너바나를 대놓고 도발했던 만큼 그 이미지는 거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선글라스를 벗고 인사를 나눈 마빈은 그 나이대의 인자한 옆집 아저씨를 연상케 했다.
삼촌들은 앞다투어가며 마빈과 인사를 나누기 바빴다.
특히나 곽도훈 삼촌은 정말 드물게도 얼어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곽도훈이라고 합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하하하!”
동시대의 삶을 살았기에 더욱더 삼촌에게는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 어찌 보면 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와 만나는 것이었으니, 삼촌이 저리 얼어 있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다행히 마빈은 이런 삼촌들의 반응에 기꺼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쩌면 삼촌들을 통해 자신과 함께 늙어간 팬들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좋은 인상을 나누게 된 마빈과 우리는 본격적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Painkiller & black tiger 프로젝트는 두 가지 방향으로 나갈 예정이다.
하나는 Painkiller의 가장 유명한 곡 ‘provocation(도발)’의 원곡을 마빈의 프로듀싱 아래 새롭게 재탄생하는 것이다.
마빈은 무려 그 Painkiller를 만들었던 이인 만큼, 이 경험은 확실히 나는 물론 삼촌들에게 큰 경험치를 선사해 줄게 분명했다.
첫 번째 프로젝트가 그렇다면 두 번째 프로젝트는 반대로 내가 마빈을 프로듀싱을 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프로듀서로서 욕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더블 베이스의 대부라 불릴 만큼 그의 드럼은 나로서는 흉내 내는 것도 힘든 드럼이라서다. 수준이 그만큼 차이가 난다라는 말이 아니라, 자신만의 영역을 완전히 구축했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이 프로젝트는 삼촌들과 함께할 수 없어.”
내가 아는 마빈의 잠재력을 모조리 뽑아내려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저처럼 좋아하는 삼촌들을 보니 괜히 미안하기는 했다.
‘나중에 이번 프로젝트가 잘 풀리면 몇 년 뒤에 다시 한번 콜라보를 이야기해야겠다.’
그때쯤이면 삼촌들도 저마다 대가로 자리를 잡았을 테니, 제법 그럴듯한 콜라보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래저래 잠시 생각에 빠지던 나를 깨운 건 마빈이었다.
“그럼 서로의 실력을 점검해 보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동네 아저씨 같았던 그는 어느새 영상에서 보았던 락커(ROCKER)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조금은 도발 어린 모습마저 보이는 그에게 나는 크게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 또한 궁금하던 차였기 때문이다.
과연 그의 드럼 솜씨가 그대로일지 아니면 퇴보했을지 말이다.
먼저 나선 건 우리였다.
첫 번째 곡으로 블랙 타이거를 연주하기로 했다.
이 곡을 첫 번째로 잡은 건 메탈을 기반으로 한 곡이기 때문이라서다.
곧 삼촌들은 저마다 상기 어린 모습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이미 마빈이 오기 전에 연습을 하면서 세팅을 마쳤던 터라 달리 뜸을 들이거나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바로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오오오오!-
거대한 엔진이 요란하게 예열하듯이 나는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내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삼촌들의 악기 소리 또한 고조되어 갔다.
이 모든 밴드 소리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쯤, 나는 거친 목소리로 블랙 타이거를 노래하기 시작했다.
“tiger tiger black tiger~ Black tigers are great hunters!”
‘블랙 타이거’는 자신들을 사냥하러 온 사냥꾼들을 비웃으며 오히려 그들을 사냥한다는 내용을 담은 곡이다.
우리 밴드는 천적이 없는 독보적인 존재라는 것을 선전포고하는 노래인 만큼, 이 노래를 부르는 나도 삼촌들도 오만하면서도 거친 존재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좋아! 오늘따라 삼촌들의 컨디션이 좋은데!’
연습 때만 해도 긴장 때문인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는데, 막상 실전에 뛰어들자 120%의 능력을 발휘했다.
뭐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의외로 삼촌들은 연습실보다 무대 위에서 본 실력을 발휘하는 타입이었으니깐 말이다.
“후우~”
어느새 블랙 타이거가 끝이 났고, 나는 제법 만족스러운 얼굴로 마빈을 바라보았다.
“하하하!”
이내 나는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상당히 놀랐다는 표정이 그의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금 전 도발하던 것을 나름 갚아준 것 같았기에 한편으로 마음이 후련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후 한 곡을 더 연주했다.
정규 1집 수록곡 중 하나이자 brilliant struggle 다음으로 반응이 좋은 ‘Level up’이었다.
‘Level up’은 Pop rock 장르를 녹여 만든 곡이다.
Pop rock은 록 음악의 장르 중 하나로, 다른 장르적 요소가 혼재되어 장르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한 음반 혹은 음악들이나, 밴드 편성의 록적인 색깔을 띠는 팝 음악을 지칭한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알려진 대부분의 비틀즈 노래가 이런 장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만큼 대중적으로 받아들이기 편했기에 아마 brilliant struggle이 아니었다면 이 노래가 메인 곡이 되었을 것이다.
‘Level up’은 brilliant struggle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쉽지는 않은 곡이었다.
뭐랄까? 연주자들의 기량을 꾸밈없이 고스란히 내비치게 만드는 곡이라고 하면 맞을 것이다.
덕분에 한때 삼촌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꺼리는 곡이기도 했었다.
영감을 담지 못하면 곡의 느낌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랬었는데, 이제는 제법 그 느낌을 내게 되었단 말이지.’
‘Level up’이라는 곡의 이름처럼 모든 게 콘서트 투어를 통해 레벨이 상승한 덕분이다.
-지지지지징!-
나는 기타 솔로까지는 아니어도 노래 후반에 만든 비슷한 공백을 기타로 채워내며 ‘Level up’을 끝마쳤다.
두 번째 곡을 마치고 바라본 마빈의 얼굴은 첫 번째 곡 때와는 또 달라져 있었다.
어느새 그는 냉철한 프로듀서의 얼굴을 하고 있었고, 그걸 확인한 순간 나는 알게 되었다.
우리가 그가 세운 기준을 완전히 넘겨 버렸음을 말이다.
우리가 연주실을 나서자 마빈은 우리들의 등을 두드리며 자신이 대단히 만족했음을 드러냈다.
그리고 마지막 나를 평가하려 했을 때 그는 잠시 주춤거리다 말을 이었다.
“솔직히 나는 천재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네. 그저 사람마다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좀 더 빠르거나 느릴 뿐이라고 여겼었지.”
진심을 담아 쉼 없이 꾸준히 나아갔던 그 피눈물 나는 노력들을 겨우 재능이라는 이름 아래 가두어 두는 걸 마빈은 너무도 싫어했다.
“그러나 자네를 보니 그간의 나의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되었네…….적어도 내 입장에서 볼 때 자네는 정말 불합리한 존재이네.”
“…….”
도대체 나에게서 무엇을 보았기에 그가 이치에 맞지 않는 존재라고까지 말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이내 떠오른 생각에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기야 나에게 벌어진 이 기이한 일들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 기이한 일들로 인해 얻은 이 말도 안 되는 영감들을, 그 재능을 생각한다면 확실히 불합리한 존재인 건 틀리지 않았다.
잠시 허탈한 얼굴로 나를 그리 평가하던 마빈은 이내 고개를 젓더니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럼 이번에는 내가 평가받을 차례인가?”
“기대하겠습니다.”
부담을 주려기보다는 순수한 나의 심정이었다.
그런 생각은 나만이 아닌 삼촌들도 다르지 않은 듯, 벌써부터 삼촌들은 연주실에 들어간 마빈에게서 눈을 떼어내지 못했다.
-틱틱틱!-
마빈은 자신의 스틱을 꺼내 세팅해 둔 드럼세트의 소리들을 테스트했다.
그 모습이 정말 제대로 보여줄 것이라는 듯한 모습인지라 나는 절로 기대가 되어갔다.
-두두두두둥!-
그리고 시작된 그의 연주는 나의 기대를 충족하고도 남았다.
짧고 빠른 스트로크, 청명하고 깊은 울림을 지닌 심벌 소리.
그의 연주는 전성기 때 이상의 공격적이고 경이로운 모습을 보였다.
여기서 더 빨라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우습게 만들 정도로 그의 스틱은 불꽃을 뿜어댔다.
“미쳤군!”
나도 모르게 그런 소리가 나올 정도로 엄청난 연주였다.
이미 삼촌들은 넋을 놓아 버린 지 오래였고, 특히나 곽도훈 삼촌의 얼굴은 가관이라고 할 만큼 눈코입이 풀어져 있었다.
‘손이 근질근질하다.’
전생의 녀석의 기억을 통틀어 보아도 저와 같은 드럼 연주는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나는 합주를 하고 싶다는 욕망에 휩쓸려야 했다.
하지만 또한 한편으로 그의 솔로 연주를 듣고 싶다는 생각도 작지 않았다.
그만큼 말도 안 되는 연주였다.
‘하기야 누가 알았겠어? 20년 전에 완성했다고 생각했던 그의 드럼이 이처럼 성큼 나아갔을 줄 말이야.’
프로젝트를 통해 이 드럼이 세상에 모습을 보이면 정말 난리가 날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가운데, 나는 한편으로 쏟아지는 영감에 아찔함을 느끼기도 했다.
덕분에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준비한 곡이 자연스럽게 폐기되어야 했지만, 그런 것이 아무렇지 않을 만큼 나는 머릿속으로 마빈의 드럼을 최대한 살릴 곡을 만드는 데 열중해야 했다.
두 프로젝트 중 먼저 시작한 건 마빈의 프로듀싱이었다.
“괜히 레전드가 아니네.”
“그 지겹게 들었던 provocation이 이렇게 편곡이 될 줄이야!”
“정말 무서운 건 우리들의 연주법에 특화된 형태로 편곡이 되었다는 거지.”
“크크크. 일범이 녀석의 베이스가 저렇게 좋았는지 처음 알았어.”
“내 베이스는 원래 좋았어!”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어!”
“크윽.”
삼촌들이 티격태격하는 소리에 나는 피식 웃으면서도 이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락에 인생을 걸었던 이라서일까? 마빈이 쌓은 연륜은 확실히 아무리 나라고 해도 쉽사리 따라잡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덕분에 나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예상치 못한 경험치를 취하게 되었다.
프로듀서로서도 하나의 뮤지션으로서도 이번 프로젝트는 나를 확실히 성장하게 만들 것은 분명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