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88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79화
“……자네가 그 소문의 엔지니어라고?”
나도 몰랐던 일이지만 YC 엔터에서 내가 믹싱한 곡들이 이쪽에서 제법 유명세를 타고 있는 중이었다.
‘뭐 이상한 일은 아니지.’
국내에서 엔지니어는 그리 각광을 받지 못한다.
오죽하면 수십억을 써대는 아이돌 시장에서 가장 싼 비용이 엔지니어라고 여길까?
물론 국내에서도 정상급의 엔지니어에게 작업을 맡기려면 적잖은 돈을 써대야 했지만, 보통은 수백도 겨우다.
작곡가가 따로 작업을 하는 경우도 허다했는데, 다만 확실히 퀄리티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혼자서 다 해먹는 구조를 지닌 국내와 달리 분업화된 형태인 미국에서는 좀 더 전문적이고 그 권한을 지닌 편이었다.
물론 이는 그만큼 노는 시장이 큰 빌보드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조금만 더 퀄리티를 높일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해서 빌보드의 순위가 달라진다면, 그 버는 돈도 달라지니 자연 엔지니어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블랙 타이거의 전곡을 믹싱한 엔지니어가 소문이 돌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한 곡만 빌보드 핫 100에 올라와도 대단한 일인데, 벌써 9곡이 넘어가고 있었으니 이 미상의 엔지니어에 관심이 안 가는 게 이상할 일이다.
“테일러가 깜짝 놀랄 것이라고 하더니! 이거 정말 깜짝 놀라고 말았군.”
“하하하.”
“그나저나 축하하네.”
“네?”
갑자기 축하한다는 마빈의 말에 나는 의아해하다 이내 무슨 말인지를 알고 볼을 긁적였다.
그런 나의 모습에 마빈은 어이없다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째 자네는 알면 알수록 모르겠네. 그래도 빌보드 1위에 오른 건데 기쁘지 않은가?”
“기쁘지 않을 리 없지요. 그저 현실감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런 것과는 좀 다른 것 같기는 하다만.”
수상하다는 마빈의 눈초리에 나는 괜히 까끌해진 턱수염을 매만졌다.
솔직히 기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빌보드를 정복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확실히 마빈과의 콜라보는 잠시 주춤하던 흥행에 다시 제대로 불을 지펴 주었었다.
그러나 문제는 사정상 역설적이게도 처음이지만 처음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기억 속 녀석이 밥 먹듯이 하던 게 빌보드 1위 자리였고, 그 기억이 각인된 나로서는 마냥 새롭게는 느껴지지 못했다.
기쁘기는 하지만 그 소식을 처음 듣고 어안이 벙벙하다 못해 온갖 이상한 짓들을 해대는 삼촌들만큼은 아닌 것이다.
“다행히 녹음이 끝난 뒤에 알게 되어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저 날뛰는 삼촌들을 어떻게 진정시킬지 녹음을 이어가는 데 제법 진땀을 흘릴 뻔했다.
여하튼 이래저래 놀라는 마빈을 뒤로한 채 본격적으로 믹싱을 하기 시작했다.
과거와 달리 돈이 넘쳐나는 지금 굳이 미국의 유명한 정상급 엔지니어를 고용하지 않고 시간을 쪼개어 믹싱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보컬로서 녹음을 하였던 만큼 이 곡에 대해 그만큼 잘 안다고 자부를 하기 때문이다.
이 곡을 작곡하고 편곡한 마빈만큼은 아니겠지만 그에 근접할 정도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건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만큼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믹싱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어떤 노래인지를 파악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믹싱을 진행할 수 없었다.
물론 보통은 이런 식으로 일을 진행하지 않는다.
드럼, 킥, 스네어 사운드 등에 포커스를 두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작업을 하게 되면 가장 중요한 질문을 놓칠 수 있다.
“이 노래가 매력적인가?”
바로 이 뻔하고도 당연한 질문을 배제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노래는 사람들에게 감정적으로 공감을 주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그 믹싱은 잘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노래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나에게 어떤 감동을 주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다음에 그것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간략히 말하자면 이 노래의 스페셜한 부분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극대화시킬 줄 알아야 정상급 엔지니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걸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에 있다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인데, 이 때문에 이 믹싱 과정이 한없이 힘들 수 있었다.
‘특별한 비법? 그런 게 어디 있어. 그저 작업에 필요한 것들을 선택하는 것뿐이지.’
과거 나에게 믹싱을 가르쳐 주었던 세르반의 조언은 내 엔지니어 실력 향상에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만약 그가 나에게 일반적인 틀에 갖추어진 기술적 스킬 따위를 가르쳐 주었다면 확신하건대 나는 이 정도의 믹싱 실력을 갖출 수 없었을 것이다.
‘갖추었다고 해도 이처럼 쉽게 할 수 없었겠지.’
영감이 쏟아지는 나로서는 그리 많은 수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처음에 잠시 방향을 어찌 잡을까 싶어 이래저래 돌려 보던 나는 어느새 방향을 잡고 본격적으로 믹싱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Fxxking! Jesus!”
신을 찾는 누군가의 욕설에 나는 잠시 작업을 멈추어야 했다.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먼저 갔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마빈이 얼이 나간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안 가셨습니까? 그동안 고생하셨는데 좀 쉬시지 그러셨어요.”
“…….”
“???”
“아…… 아니네.”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던 것처럼 보였던 마빈은 끝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어딘가 피로한 얼굴로 스튜디오를 나섰다.
그렇게 스튜디오를 나서는 마빈에 나는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악몽이라도 꾸신 건가?”
모레부터 두 번째 프로젝트를 하기로 이야기가 되었던 나는, 혹시 몰라 일정을 뒤로 미룰 방법을 찾기로 했다.
“그러려면 이거나 빨리 끝내야겠는데.”
확실히 내가 편곡한 곡이 아니다 보니 생각보다 믹싱 되는 과정이 지지부진했다.
나도 모르게 조금씩 사적인 욕심이 생기다 보니 벌어진 일이었다. 물론 그 방향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좋고 나쁘고를 떠나 정도 이상을 넘어가면 마빈의 색채가 죽어버리게 마련이다.
그 점을 알기에 나로서는 적정선을 잡는 게 중요했는데, 사정이 좀 달라질 것 같으니 이러한 욕심을 상당 부분 내려놓아야 할 것 같았다.
“이건 이거대로 배울 점이 많네.”
그건 그렇고 그나저나 이 정도까지 음악성을 지닌 분이 왜 지금까지 세상에 다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실제로 기억 속 녀석이 죽기 전까지 그는 세상에 다시 나온 적이 없었다.
“뭐, 나도 모르는 사정이 있겠지.”
한국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미국은 이런 사생활을 대단히 중요시하기에 그걸 알려고 하는 것만으로도 큰 실례였다.
-딸깍…… 딸깍.-
그렇기에 가볍게 고개를 털어버리던 나는 믹싱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블랙 타이거는 기어이 brilliant struggle을 빌보드 1위를 찍어 버리는 데 성공했다.
이 일은 생각보다 빌보드 업계에 큰 반향을 낳았다.
Universal Music Group (UMG)’, ‘Sony/BMG’, ‘EMI’, ‘Warner Music Group’ 등 총 산업 매출의 약 80%를 점유한 8개의 대기업들은 특히나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메이저 음반사들은 새 음반과 새 가수들이 나올 때마다 높은 비용을 들여가며 콘서트 투어나 각종 매체를 통한 마케팅과 프로모션 작업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마케팅에만 수천만 달러가 우습게 굴러가는 곳이었다.
그런 상황에 블랙 타이거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빌보드 업계를 뒤흔들었다.
모든 게 그 가능성이야 알고 있지만, 파급력은 그렇게까지 높게 보지 않았던 SNS를 통해 벌어진 일이었다.
그렇게 핫 100에 들어간 게 놀랍건만 기어이 빌보드 1위에 오르자 그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빌보드 핫 100 안에 드는 것과 1위를 찍는 건 그만큼 큰 차이가 있었다.
여전히 고전적인 라디오 시장의 비중을 높게 두고 있는 빌보드에서는 편법은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었다.
이 소식은 블랙 타이거의 아지트라고 할 수 있는 동북 아시아에서 엄청난 화제를 낳았다.
-블랙 타이거 빌보드 1위에 오르다.-
-국내 첫 빌보드 1위 가수! K팝의 가능성을 높이다.-
-벌써부터 YC 엔터에 주식 상장에 대한 이야기가 높아져!-
-YC 엔터 소속 가수들 또한 미국에 화제를 일으키다!-
블랙 타이거와 엔터 등 자국의 K팝 사업의 가능성에 중심을 둔 게 한국이었다면 일본은 그 초점이 달랐다.
-YC 사마! 빌보드 1위를 정복!-
-사카모토 큐 이후 아시아인으로서 첫 번째 빌보드 정복!-
-YC 사마의 빌보드 1위는 사카모토 큐의 영향 덕분!-
-빌보드를 정복한 YC 사마 6월부터 시작되는 ‘NEW DAZE 콘테스트’를 주최하기로-
-‘NEW DAZE 콘테스트’에 YC 사마가 출연 의사 밝혀!-
일본은 철저하게 YC 사마, 즉 영찬을 찬양했다. 그와 관련된 부분들을 어떻게든 긁어모으기까지 했는데, 그중 60년대 히트를 친 사카모토 큐 또한 소환이 되었을 정도다.
이외에도 일본 멤버를 뽑기 위한 ‘NEW DAZE 콘테스트’가 자연히 부각되는 것은 물론이었다.
중국 또한 일본과 그 방향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들 또한 아시아인을 내세웠고, 그중 협약을 한 구룡 엔터 또한 영찬과의 협약을 내세우며 새로운 형식의 아이돌 콘테스트를 열겠다며 그 화제성을 긁어모았다.
그리고 이 아이돌 콘테스트는 생각보다 큰 화제를 일으켰다.
엄청난 인구수에 비해 이쪽으로는 제대로 된 국뽕을 맞아 본 적이 없는 중국 입장에서 이 기회가 너무도 커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한동안 정체되다시피 했던 동북 아시아 쪽 음반 판매도 다시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화제성을 긁어모으며 어느새 2주차 1위를 이어가던 와중 다시금 그 화제성을 불태울 일이 일어났다.
바로 Painkiller & black tiger 첫 번째 프로젝트 ‘provocation’ 버전이 세상에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숨죽은 듯 세상에 나오지 않았던 마빈 해린스의 향수를 느낄 수 있던 일이기에 전 세계의 락의 팬들은 난리가 났었다.
덕분에 블랙 타이거는 이 화제성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3주차 1위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Painkiller?”
“네. 당신을 위한 곡입니다.”
영찬은 마빈의 드럼 연주에서 얻은 영감으로 ‘Painkiller’라는 곡을 만들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Painkiller를 위한 헌정곡이었고, 당연히도 곡의 장르는 헤비메탈이었다.
하지만 사실 영찬이 이 곡의 제목으로 달고 싶었던 건 ‘마빈 해린스’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가 Painkiller라는 곡의 제목을 단 것은 프로젝트와의 유사성을 알리기 위함이 아니다.
그보다는 마빈이 여전히 오래전 해체한 Painkiller로서 살아가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마약 혹은 총기 사고로 비극적 최후를 맞이하면서 그의 동료들은 이제 세상에 없었음에도 그러했다.
“저는 다시 한번 Painkiller라는 이름을 세상에 남길 생각입니다.”
“……으음.”
놀라운 영찬의 발언에 마빈은 신음과도 같은 침음을 흘리다 어렵게 입을 열었다.
“건방지다고 말하고 싶지만…… 자네에게는 그리 말할 수 없겠군.”
“죄송합니다.”
“아니네. 어쩌면 이 또한 운명일지도 모르지.”
그는 회한 어린 눈빛으로 그리 말하며 영찬이 내민 제안을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