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89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80화
그렇게 Painkiller & black tiger 두 번째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마빈이 프로듀싱한 provocation 블랙 타이거 버전은 빠르게 순위를 갱신하고 있는 만큼, 두 번째 프로젝트에 대한 소문이 파파라치들에 의해 조금씩 돌기 시작하자 팬들의 관심은 더욱 뜨거워져 갔다.
그리고 이들의 관심은 마빈이 직접 연주한다는 소스가 흘려지자마자 열광적으로 들끓기 시작했다.
-맙소사 다시 마빈의 연주를 듣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소문에 의하면 이번 프로젝트는 YC가 프로듀싱을 한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이라면 너무나 기대가 되는 일이야!
└글쎄. 나는 반대인데? 그런 애송이가 마빈의 프로듀싱을 한다고?
└나도 마찬가지야!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아시아 놈들의 돈지랄로밖에 안 느껴져!
└와우! YC가 애송이라고? 도대체가 그가 누구인지는 알고 하는 소리인 거야!
-God Deum! 정말 이 영광스러운 나라에 멍청한 놈들이 너무도 많아!-
-YC를 그저 그런 아시아 뮤지션 취급을 하다니!-
└눈과 귀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면 분명 뇌가 문제가 있는 걸거야.-
문제는 마빈의 연주에 대한 소문이 흘러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 프로젝트의 프로듀서가 영찬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다.
덕분에 인종차별도 서슴지 않은 Painkiller의 극성팬들에게 영찬은 큰 비난을 받게 되었다.
물론 비난을 받는 것과 별개로 그가 큰 곤욕을 치르지는 않았다.
이미 이때쯤 블랙 타이거의 미국 코어 팬들이 상당히 늘어난 시점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그중에서도 YC에 대한 팬들 중 상당수가 광기 어릴 정도로 극성팬들이라, Painkiller의 극성팬들은 온라인상에서 열심히 두들겨 맞는 중이었다.
이래저래 이 사건들은 제법 화제를 낳았고 덕분에 brilliant struggle의 장기 집권에 도움을 주게 되었다.
4주차를 넘어 5주차에도 1위를 찍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 못지않게 놀라운 일은 정규 1집 수록곡인 ‘Level up’이 새롭게 빌보드 핫 100에서 6위의 자리에 올랐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대중성이 높은 Pop rock 장르인 데다, 화제성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물론 노래 자체가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될 만큼 중독성이 높은 것도 주 이유이기도 했다.
실제로 ‘Level up’을 듣는 이들 중 블랙 타이거라는 밴드 이름을 모르는 이가 허다했다.
이처럼 시끄러운 외부의 사정과는 별개로 Painkiller & black tiger 두 번째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순조로운 것과 별개로 마빈은 본격적으로 영찬과 합주를 이야기하면서 처음부터 황당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피아노와 드럼으로 구성하겠다고?”
“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게 가장 좋은 조합일 것 같습니다.”
“…….”
확신 어린 얼굴로 말하는 영찬에 마빈은 말을 잃고 말았다.
Painkiller라는 곡은 헤비메탈을 기반으로 둔 곡이었다. 그런 만큼 당연히 기타와 드럼의 합주로 이루어질 것이라 그는 예상했었다.
아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고, 하여 그 합주를 기대했었다.
그만큼 영찬의 기타는 그가 지금껏 들어본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는 형태의 기타였기 때문이다.
그랬던 기타와의 합주가 갑자기 클래식 피아노와의 합주로 바뀌었으니, 그가 이처럼 황당해할 만도 했다.
그런 그의 반응에 영찬은 당황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양호한 반응이시네.’
헤비메탈을 연주하는 데 에너지 소비가 크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음악 외의 활동에서 마빈은 놀라울 만큼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아마 다른 뮤지션들에게 이런 제의를 꺼냈다면 그는 바로 장난하냐면서 욕을 처박았을 것이다.
“말로 하기에는 이해하기 힘드시겠죠.”
영찬은 그리 말하며 일어서더니 스튜디오 한편에 떡 하니 자리를 잡은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향해 다가갔다.
‘저건 언제 설치를 한 거야?’
그제야 그 거대한 피아노를 발견한 마빈은 복잡한 심정으로 영찬이 그 피아노 앞에 앉는 걸 바라봐야 했다.
영찬은 자리에 앉기 무섭게 자신을 바라보는 마빈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연습량이 부족하다 보니 완성도는 낮습니다. 그 점은 고려해 두고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
마빈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영찬은 미소를 잠시 선보이더니 이내 고개를 돌린 것과 동시에 호흡을 가다듬었다.
어느새 그의 얼굴이 한없이 진지해진 것과 동시에 그의 두 손은 피아노 위에 올려져 있었다.
-따다다다단!-
그리고 쉽게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적막이 거짓말처럼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
적막을 무너뜨린 피아노의 첫 음만으로도 마빈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는 연주가 시작된 내내 매 순간 구름 위에 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영찬의 손가락이 건반을 훑고 지나가면 탄식이 떨어졌고 그의 페달이 바닥에서 떨어지고 난 뒤에야 숨을 쉴 수 있었다.
예각적 타건과 맹렬한 옥타브, 현란한 아고긱(템포에 미묘한 변화를 주어 다채롭고 풍부하게 표현하는 연주기법)이 펼쳐질 때마다 온몸에 전기가 흘러가는 듯한 짜릿함이 꽂혔다.
어느새 눈물도 흘릴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아름다운 음향이 그의 영혼을 옭아맬 때쯤.
그는 이 끝없을 것 같았던 눈부신 황금빛 서기와 같았던 연주의 끝을 마주하게 되었다.
-주르르륵-
마빈의 눈에서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그에게 경악 어린 감동을 선사했던 영찬이었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연주에 대해 그리 만족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생각보다 실수가 많았어.’
아마 피아니스트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한숨을 흘렸을 만큼 틀린 구석들이 많았다.
모든 게 절대적인 연습량의 부족에서 생긴 문제였다.
그가 작곡한 Painkiller는 못 해도 일주일은 작정하고 연습해야 할 정도로 쉬운 곡이 아니었다.
그런 곡을 겨우 하룻밤을 새운 수준의 연습량으로 연주한 것이었으니 실수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말하고 싶은 거는 다 보여준 것 같아서 다행이네.’
솔로로 연주하는 것과 합주로 연주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다.
더구나 헤비메탈을 클래식 피아노와 드럼으로 채워야 하는 만큼, 만만찮은 작업량을 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마빈이라면 괜찮겠지.”
영찬이 그리 생각하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었다.
실제로 마빈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면서 그의 드럼 연주 술기는 대가의 수준에서도 끝을 바라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영찬은 자신이 피아노 연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거기까지 생각을 정리하던 그는 그 뒤에야 마빈이 있는 곳으로 돌아보았고, 이내 돌처럼 굳어져 버렸다.
“……어디 가신 거지?”
바로 마빈이 스튜디오에서 사라졌음을 확인해서다.
설마 이렇게 반응을 할지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던 영찬이었기에 그는 오랜만에 제대로 당황하고야 말았다.
그럴 만한 게 말도 없이 스튜디오를 나가야 했을 만큼 자신의 피아노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은 오히려 그의 연주에 감격해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추스르려 자리를 피한 것일 뿐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오해가 풀린 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지난 뒤의 일이었고, 덕분에 영찬은 평소보다도 더 각을 잡고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피아노와 드럼 두 악기로만 이루어진 합주로 헤비메탈 곡을 만든다고 했을 때 우려한 이는 한둘이 아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에도 너무나 안 어울리는, 쉽사리 머릿속으로 그려지지 않는 조합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테일러조차 이건 말려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기색을 숨기지 못할 정도였다.
물론 의외의 의견은 있게 마련이었다.
“테일러 씨!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그래. 그냥 받아들여야지. 천재라는 굴레에서도 예측이 안 되는 미친 녀석을 어떻게 이해하려고 해.”
“녀석은 그냥저냥 흔한 괴물 따위가 아니라고. 괴수라니깐!”
“와! 벌써부터 기대되네. 클래식 피아노와 드럼 합주라니. 그것도 헤비메탈?”
“나오면 이래저래 말들이 많겠는데?”
그 의외의 의견을 내는 이들은 다름 아닌 블랙 타이거의 동료들이었다.
이건 단순히 삼촌으로서 조카에 대한 애정으로 인한 왜곡된 판단 따위가 아니었다.
많은 시간을 합주를 하게 되는 과정에서 놀라고 또 놀라다 이제 더 놀랄 것도 없다 생각하다가 또 놀라버린 당사자들이었기에 내는 합당한 판단이었다.
누군가는 평생을 고민하고 고찰해야 겨우 얻는 영감을 영찬은 마치 장난처럼 아무렇지 않게 쏟아내 버린다.
그리고 정말 어이없는 건 그렇게 쏟아진 영감들을 다시 재조립해 상상치 못한 영감을 창조한다는 점에 있었다.
‘그런 터무니 없는 괴수가 하는 일을 일개 인간 따위가 이해한다는 건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이지!’
아마도 블랙 타이거 멤버 중에서 가장 영찬을 잘 이해하고 있는 장태식은 이런 생각을 당연시했다.
그리고 이런 그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영찬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보여주었다.
지난 1주일을 넘게 비밀리에 작업하던 Painkiller가 드디어 공개된 것이다.
-치지지징! 치지징! 두두두둥!-
-다다다다! 단단단!-
-!!!!-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얼굴이 되었다.
그들이 막연히 상상했던 수준의 상식을 넘어서는 고퀄리티의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이 정도의 퀄리티의 음악을 들으려고 한다면 베를린 필하모니 관현악단 같은 곳에서나 가봐야 할 것이다.
그만큼 피아노는 정상급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연상케 만들었으며, 그 피아노 음 사이를 오가며 조화로움을 보이는 드럼은 정말 사람이 치는 게 맞는가?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경이로웠다.
하지만 정말 대단한 건 그런 음들 사이에서 부각되고 있는 영찬의 목소리다.
마치 성악가를 연상케 하는 그의 목소리는 거짓말처럼 헤비메탈의 색깔을 짙어지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oh! Jesus!”
어느새 노래가 끝이 났음을 뒤늦게 알게 된 테일러는 결국 신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맞았다. YC는 내가 막연히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말도 안 되는 존재였어.’
그동안 블랙 타이거의 동료들의 반응에 솔직히 극성이라고 생각했던 게 부끄러울 정도다.
그만큼 영찬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낸 것이다.
프로듀서로서도 피아노 연주자로서도 또한 보컬로서도 그는 이번 곡을 통해 오만한 태도로 그들을 평가했던 평론가들을 단번에 때려눕힐 것이다.
“어쩌면 클래식계에서도 제법 시끄러워질지도 모르겠군.”
오만하기로는 사실 이들이 더한 터라, 테일러는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Painkiller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극찬에 달하는 평가를 받자, 영찬은 그제야 웃을 수 있었다.
마빈이 스튜디오에서 사라진 일도 그렇거니와 이후 워낙 무뚝뚝하게 침묵을 보이며 같이 작업을 했던 터라, 마냥 확신을 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렇게 녹음을 끝낸 뒤에야 마빈은 앞서 사람들이 보인 극찬 이상으로 그에게 찬사를 보냈다.
영찬은 그간의 일들이 우연에 의한 오해였다는 것을 알게 되자, 허탈해하면서도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믹싱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끝마칠 수 있게 되었다.
brilliant struggle이 6주차 1위를 지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빌보드에 핵폭탄 하나가 떨어졌다.
이 핵폭탄은 거대한 지각 변동을 만들었고, 그렇게 일어난 지각 변동은 자연스럽게 죽어가던 락에 거짓말처럼 새 생명을 부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