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91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82화
“환호성을 지를 이들이 한둘이 아니겠네.”
괜히 지분을 30%나 확보한 게 아니었다.
나는 이번 라라랜드의 컴백에 여러 호재가 있음을 확인했다.
먼저 과거 라라랜드를 적대시하던 레드 핑크의 팬들의 입장이 달라졌다. 과거와 달리 자신들의 행동이 이제 레드 핑크에게 큰 불안한 요소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생긴 일이었다.
지금의 알렉스 엔터는 기형적이라고 할 만큼 레드 핑크에 온전히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곧 레드 핑크의 행보에 따라 알렉스 엔터가 지원할 수 있는 기량이 달라진다는 말이기도 했다.
무언가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보여야지 투자자도 생기게 마련인데, 지금의 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을 끌어오기도 어려웠다.
그렇다고 이제 10년 차가 다 되어가는 레드 핑크가 중견 엔터 쪽으로 옮기는 것도 불가능했다.
해외에 인지도가 높다면 또 모르겠지만, 레드 핑크는 국내에 비해 해외 인지도가 많이 낮은 편이었다.
실력이 부족하다기보다는 활동 시기가 맞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K팝이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던 당시 레드 핑크의 전성기는 하향선을 타고 있었다. 여기에 미래를 위해 멤버들 각자 개인 활동의 비중이 높아지다 보니 해외의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각자도생의 길을 갈 수밖에 없기에 레드 핑크의 팬들은 라라랜드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었다.
홍보는 물론 앨범 구매력에도 힘을 보탠다고 하니, 과거와는 확실히 다른 양상일 것이다.
이외에도 리드 보컬 세라를 비롯해 6명의 멤버들 모두가 그동안 꾸준히 자기 기량을 향상시켜 온 점은 그 못지않은 호재다.
“덕분에 잔소리의 난이도를 높일 수 있었지.”
잔소리는 걸그룹만이 할 수 있는 킬링 포인트가 있다. 바로 중독성 높은 고음 파트가 그것이다.
한 명이 소화하기에는 생각보다 옥타브가 높기도 하고, 청자 입장에서 피로도가 높을 수 있다.
그러나 여러 명의 음색으로 옥타브를 조절한 고음 파트는 잘 소화하기만 하면 온갖 매체에서 화제성을 가져올 것이다.
거기에 알렉스 엔터가 작정하고 투자를 긁어 와 무려 100억을 이번 컴백에 쏟아부었다.
잔소리를 메인으로 삼아 반응을 보다가 ‘제비꽃 필 무렵’ 더블 타이틀로 가려고 한 것인데, 아마 이 덕분에 활동기가 6주차 이상으로 늘어날 게 분명했다.
“마지막으로 ‘잔소리’와 ‘제비꽃 필 무렵’ 뮤비를 홍의찬 감독이 찍게 되었지.”
개인적으로 홍의찬 감독에게 부탁한 결과였다.
회사 내에서도 알렉스 엔터에 30%나 투자한 사실 때문인지, 이런 나의 결정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라라랜드가 컴백을 했다.
슬슬 빌보드 시상식에 사람들이 가득 찼을 때쯤.
라라랜드의 쇼케이스가 끝이 났다.
쇼케이스가 마쳤을 때쯤 이미 컴백에 대한 반응은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YC가 선택한 걸그룹이라는 말에 솔직히 기대하기는 했는데, 와! 이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이네!-
└도대체 이런 애들이 왜 지금까지 뜨지 않은 거지? 단순히 중소돌이기 때문이라기에는 애들 비주얼도 실력도 다 미친 수준인데?
└라라랜드 팬클럽 dream입니다. 우리 아이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잔소리 고음 파트 미친 거 아냐? 저걸 사람이 하라고 만든 건가? 싶으면서도 끝내 불러내는 걸 보면 와~ 이번 축제는 이 노래로 다 쓸어 버릴 듯.
└진심 우리 축제 때 와주었으면 좋겠다! 세라 님 실물이 그리 미친 수준이라던데.
└큰일이다. 오늘 시험인데 잔소리 고음 파트가 머리에서 계속 맴돌고 있어.
└이렇게 또 하나의 수능금지곡이 탄생하는 건가!
-‘제비꽃 필 무렵’ 들어본 사람 있어? 아~씨. 나이 30살에 이 노래 듣고 질질 짰다. 아~ 쪽팔려.-
└더블 타이틀 간다는 말이 있던데. 아마 이 노래인 것 같음.
└이거 말고도 이번 미니 앨범 수록곡 다 미쳤던데?
여기까지가 일반 팬들의 반응이라면, 이들보다 더 뜨겁게 반응을 보이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주식 갤러리였다.
-알렉스 엔터 주주들 소리 벗고 팬티 질러!-
└으하하하! 으히히! 낄낄낄!
└YC 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새벽 기도 갈 때마다 진심으로 잘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다들 앨범들 여러 장 사는 거 잊지 않았죠? 중간중간 홍보도 하고 그래야 합니다.
-영차! 영차! 2만까지 가자!-
└지금 들어가도 되나요?
└하하! 아직 안 들어가셨어요? 어서 오세요. 이제 시작입니다.
주식 갤러리는 예상했던 대로 벌써부터 축제 분위기였다.
하기야 벌써부터 레몬 차트의 1위 자리를 코앞에 두고 있었는 데다, 다른 음원 사이트에서는 이미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무엇보다 알렉스 엔터의 주가가 워낙 처참한 상태였던 것도 주 이유였다.
나로 인해 제법 엔터의 주가가 많이 올라갔음에도, 여전히 전성기 때의 알렉스 엔터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거기에 이번 호재의 주원인이던 내가 빌보드 시상식에 참여한 건 이 주식 상향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게 뻔했다.
“야! 시작한다.”
그때쯤. 티격태격하던 삼촌들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빌보드 시상식이 시작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나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폰을 챙겨 넣었다.
빌보드 뮤직어워드 호스트로 나왔던 켈리는 오늘 퍼포머(쇼·음악회 등에서 공연·연기·연주하는 이)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매년 빌보드를 휩쓸고 있는 정상급 가수들이 소개되었고, 그때마다 팬들의 환호성들이 터져 나왔다.
“끝내주는군!”
“와~ 저 양반도 나왔어?”
“매리? 진짜 매리다. 나중에 사인을 받을 수 있을까?”
“왜 이리 호들갑이야! 여기가 동네 시장바닥인 줄 아나? 좀 나잇값 좀 하자.”
“웃기시네. 잭과 사진 찍은 놈이 그런 말 하면 안 되지.”
“…….”
퍼포머들의 소개가 이어질 때마다 삼촌들의 호들갑 또한 커져갔다.
하기야 어째서인지 올해는 볼 수 없던 락 레전드들이 적잖이 참석한 탓에 나 또한 들뜨고 있었으니 처음 빌보드 뮤직어워드에 초대받은 삼촌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그러다 켈리가 우리를 소개했다.
“여기 블랙 타이거 팬들 있나요?”
-와아아아아!-
동시에 카메라가 우리를 잡았고, 화면에 등장한 우리들의 모습에 팬들은 마치 스튜디오가 무너질 것처럼 쏟아졌다.
지금까지 나왔던 어떤 퍼포머들과 비교가 안 되는 환호성에 켈리는 순간 당황해하는 모습이다.
그런 켈리의 당황한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던지 카메라는 넘어가기보다는 우리를 좀 더 집중적으로 클로즈 하기 시작했다.
그 클로즈가 나에게 집중되었을 때, 안 그래도 스튜디오를 뒤흔들던 함성의 데시벨이 배는 더 커져갔다.
-꺄아아악!-
저러다 실신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날카로운 여인의 비명 소리에 나는 잠시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내 문제가 없음을 알게 되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 보였고, 순간 그치지 않을 것 같았던 환호성이 거짓말처럼 끊겼다.
“???”
갑작스러운 현상에 나는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지금의 상황을 이해했다.
‘진심 버전이 어지간히도 미국인들의 취향에 맞는 모양이네.’
워낙 반응이 극적이다 보니 김일 삼촌은 고개를 저으며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
“벌써부터 이러니 앞으로가 큰일이네. 미국 애들 저돌성은 아시아 쪽 극성 팬 저리 가라고 할 정도라던데.”
김일 삼촌의 걱정은 괜한 게 아니었다.
벌써부터 붙은 파파라치만 벌써 두 자릿수가 넘어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많은 돈을 들여 보안팀 규모를 키운 덕분에 그나마 조용한 거지, 그게 아니었다면 온갖 사진들이 매체에 뿌려졌을 것이다.
침묵은 어느새 정신을 차린 켈리에 의해 깨어졌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이해할 거라고 생각해요. YC의 저 웃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겠어요.”
그녀는 그리 말하더니 이내 모두가 깜짝 놀랄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렇기에 정말 기대됩니다. 오늘 밤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YC & MABIN의 무대가 있을 예정이거든요.”
-와아아아아!-
그녀의 말에 스튜디오에 있는 모든 이들이 환호성을 질러댔다.
단순히 팬들만 아닌 이 자리에 초대된 모든 퍼포머들이 박수와 함께 환호를 보인 것이다.
현재 빌보드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Painkiller의 첫 무대이기 때문이다.
화면에 담긴 퍼포머들 중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레전드들도 기대 어린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
‘저분들이 이 자리에 온 것은 이 무대를 보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면 오바일까?’
그러나 마냥 아니라고 하기에는 컴백 얘기도 없던 레전드들의 등장이 의문스럽기도 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시작된 수상 과정에서 우리는 두 개 부분에서 상을 받게 되었다.
“톱 소셜 아티스트 수상자는 블랙 타이거! 축하합니다.”
“‘톱 듀오/그룹’ 아티스트 수상자는 블랙타이거! 축하합니다.”
앞서 받은 이 두 상은 솔직히 어떻게 받은 거지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받기 어려운 상이었다.
톱 소셜 아티스트는 SNS와 같은 부문에서 핫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수상이다.
사실 brilliant struggle을 이용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아니었다면 받기 힘들 만큼 상대 후보자들이 쟁쟁했다.
어린 시절부터 아예 너튜브에서 활동하며 그 인지도를 쌓은 저스틴이나 10대 TV쇼를 통해 젊은 층에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아리는 본래라면 상대조차 할 수 없는 소셜 아티스트다.
그러나 블랙 타이거는 이런 그들을 제치고 수상자가 되었다.
이어 수상하게 된 ‘톱 듀오/그룹’ 또한 그 후보자들이 만만치 않았다.
10년 전부터 오랫동안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얼터너티브 록 밴드부터 언더 쪽에서부터 전설을 쓰며 올라온 팀, 이어 작년 힙합 쪽 시장을 휩쓴 팀까지.
사실 이 중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이 상을 받게 되었다.
그들의 흥행은 내리막길인 것에 비해 현재 우리는 여전히 오르막길에 놓여 있기에 벌어진 일이다.
간단히 말해 시기가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럼 저는 갔다 올게요.”
-끄덕끄덕-
나는 저마다 선글라스 너머로 흘린 눈물들로 퉁퉁 부은 삼촌들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겨우 웃음을 참으며 몸을 일으켰다.
이미 무대 준비를 위해 마빈은 먼저 무대로 가 그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본래라면 나 또한 함께해야 했지만, 아무래도 블랙 타이거의 수상 소감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이가 나 말고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지금까지 이 자리에 있었었다.
그러나 이제 상을 다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는 지금 더는 이 자리를 지킬 필요는 없었다.
* * *
-두두두둥!-
-따다다단!-
마지막으로 맞춰본 Painkiller 무대에 영찬과 마빈은 서로를 보며 말없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음 같아서는 다시 녹음을 하고 싶을 정도네요.”
“하하하!”
영찬의 진심 어린 농담에 마빈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 또한 프로듀서이기에 영찬의 그 마음이 너무도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