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 music monster overnight! RAW novel - Chapter 98
하루 아침에 음악괴수! 89화
29장. 작업
뉴 데이지 프로젝트를 끝으로 휴식기를 가지게 되었다.
직책이 대표이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YC 엔터가 확장을 하고 있는 시기였기에 완전한 휴식을 가질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휴식기인 건 분명했다.
모처럼 가지는 휴식기이다 보니 어머니와 동생이 있는 영국에 가는 게 맞는 일이겠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다.
다름 아닌 오랫동안 기다렸던 선약이 있어서다.
선약을 한 이와 만나기로 한 곳은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작은 커피 숍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커피 숍에는 사장도 누구도 없었다.
대포폰을 통해 그간 연락이 이어졌었던 대상이 있었을 뿐이다.
처음으로 만나게 된 그는 의외로 이쪽 같은 특수직의 일을 하는 이라고 보기 힘들 만큼 평범해 보였다.
순간 사람을 쓴 건가 싶었지만 그와 눈을 마주한 순간 알 수 있었다.
‘……아수라장에서 살았던 이구나.’
아마 본래의 나였다면 숨이 막히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죽음을 경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로서는 그리 두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내 모습이 이상해 보였던 걸까?
그는 흥미 어린 눈으로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내가 맞은 편에 앉자 먼저 입을 열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렇다니 다행이군요. 이건 그동안 조사했던 자료들입니다. 오늘 통으로 빌린 곳이다 보니 천천히 내용을 살펴보신 뒤, 이 자리에 두고 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건 따로 가져가셔도 되는 물건들입니다.”
그는 두꺼운 문서철과 별개로 내가 가져갈 수 있는 정보가 담긴 문서철을 따로 내어 주었다.
디지털이 판을 치는 세상에 이처럼 번거로운 종이라니, 참 이상하다 싶지만 마냥 이상한 일은 또 아니었다.
디지털이 편해 보이기는 하지만, 의외로 안전성에 있어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해킹 등의 위험은 물론이거니와, 소각을 하는 입장에서도 까다로운 점들이 많았다.
그에 비하면 종이는 부피가 크고 관리가 힘들다는 단점은 있지만, 안정성은 오히려 높았다.
그처럼 여러 불법적인 일들을 하는 이에게는 이런 문서가 차라리 편한 것이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 숍을 나섰다.
그러나 그가 커피 숍을 나선 뒤에도 쉬이 문서철에 손을 올렸다.
-의뢰 ‘1997년 다중 충돌 사건’-
문서철의 앞장에 쓰인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내가 그에게 의뢰한 것은 다름 아닌 아버지의 복수에 관련된 일이었다.
정말 오랫동안 생각을 했었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를 죽인 가해자가 우리 가족들에게 벌인 악랄한 짓들.
지금이야 어떻게든 잘 풀렸지만, 어머니도 나도, 동생도 그 당시 이러다 죽는 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싶을 만큼 힘들었었다.
‘아니, 적어도 어머니는 그랬을지도 몰라.’
지금이야 억척스러운 모습으로 일을 하시지만, 당시 주부였던 어머니가 나와 동생이라는 혹을 끼고 사회에 갑자기 뛰어든다는 건 정말 가혹한 일이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생각이 난다.
퀴퀴한 냄새가 나는 단칸방에서 울다 지쳐 품에 안겨 자던 동생을 조심스럽게 떼어놓고 나면, 어머니가 나에게 도시락을 싸 주었다.
반찬은 과거 내가 싫어하던 김치 콩나물 따위에 불과했지만, 나는 감히 반찬 투정 따위를 할 수 없었다.
혼자 10년은 늙은 어머니를 앞에 두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그저 점점 작아지는 어머니에게 미안할 뿐이었다.
‘돈을 벌어야 돼. 어서…….’
그러나 세상은 미성년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도 없었다. 하기야 IMF로 인해 어른들도 돈 벌기 힘든 시기였던 걸 생각하면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뭐~ 그래도 살았었다. 나름 버텼었고 지금은 잘 되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사실 이 모든 불행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라는 걸 알게 되자, 나는 체한 것처럼 가슴이 답답했다.
“정말일까? 꿈이 정말 사실인 걸까?”
기억 속 녀석의…… 아니, 아버지를 통해 그 사고가 아버지의 잘못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나는 의구심을 내려놓지 못했다.
그러다 비트 코인부터 여러 미래들이 맞아떨어지자 참기 힘들어졌다.
그렇기에 이자를 고용했었다.
기억 속 녀석을 통해 들었던, 해결사 혹은 작업자라고 불리는 이를 고용한 것이다.
달리 ‘가물치’라고 불리는 그에게 내가 원하는 건 3가지였다.
첫 번째는 ‘1997년 다중 충돌 사건’의 숨겨진 내막이었다.
나는 마지막까지 확인하고 싶었다.
불법을 저지르기도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도무지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법에는 공소시효라는 것이 있게 마련이었고,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이 재판을 벌인다고 한들 그 자에게 아무런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라면 시효기간이 25년이라지만, 고의적 살인이 아닌 교통사고다 보니 그런 시효기간을 받아낼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사형이라는 판결이 나온 지 오래된 한국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잘해야 무기징역인데, 무기징역의 시효기간은 15년이라 이미 지난 지 오래였다.
그렇기에 나는 오랫동안 고민했다.
지금의 유명세와 자금이라면 사회적으로 악랄하게 괴롭힐 수는 있겠지만, 그러기에 두 가지가 걸렸다.
하나는 그걸로는 도무지 내 분노가 꺼지지 않는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로써 다시 어머니와 동생이 괴로운 시간을 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첫 번째 의뢰를 한 지 열흘이 채 되지 않아 가물치는 나에게 원하는 정보를 가져다주었다.
어떤 방법을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1997년 다중 충돌 사건’이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가져다준 것이다.
-덜덜덜-
그걸 알았을 때 몰아치는 격정에 온몸을 떨어야만 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오랫동안 쌓여 왔던 분노가 갈 길을 잃지 않은 것이 그 대상이 있다는 사실이 나는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
복수를 할 수 있어서 기뻤던 것이 아니다.
이로써 아버지가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되어서 기뻤다.
첫 번째 의뢰에 이어 나는 바로 두 번째 의뢰로 이어갔다.
장도철.
아버지를 죽이고 우리 집안을 망하게 한 그를 죽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하지만 이 일은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다.
“장도철이 이민을 갔다고요?”
“네. 동네 사람들에게까지 사기를 치고 이민을 간 것 같습니다. 오래 된 일이다 보니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당시 한국은 IMF로 인해 이민이 빈번하던 시기였다.
홈쇼핑에서 캐나다 이민을 소개할 정도였다.
그만큼 느슨한 면이 있던 시대라 동네 사람들에게 거금을 사기를 치고 도망친 그를 잡기가 쉬울 리 없었다.
아니, 있었다면 이미 그에게 사기를 당한 이들이 찾았을 터.
“하지만 찾을 수는 있으니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나 가물치는 작업자 답게 그처럼 단언하는 모습을 보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동안 세 번째 의뢰를 진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세 번째 의뢰는 다름 아닌 우리 집안의 몰락에 가장 큰 관여를 한 경찰관에 대한 작업이었다.
* * *
강원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라면 정선일 것이다.
이유는 합법적인 도박이 가능한 강원랜드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강원랜드 주변에는 카지노로 전 재산을 날린 도박꾼들이 모여 사는 동네가 있었다.
이들은 당장 끼니를 해결할 자금도 없기 때문에, 매주 3번씩 오는 무료 식사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에휴~ X발!”
그들 가운데 겨우겨우 무료 도시락 2개를 받은 이진철은 돌아가는 길에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다른 게 아니라, 가는 길에 굶어 죽은 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아사를 하였다는 건 정말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의외로 이런 모습들은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죽은 지 얼마 안 되었네.”
전직 형사 출신답게 그는 이자가 지난밤에 죽었다는 걸 알아보았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 형사직을 내려놓은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조금 전 구호물품을 나누어주던 곳에 가 아사한 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정도가 끝이었다.
저 멀리서 경찰차와 앰뷸런스 차량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뒤로 그는 말로 할 수 없는 두려움에 천천히 걸음을 떼어냈다.
나름 형사로서도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나쁘지 않았던 삶을 살았던 그가 이처럼 도박 중독자가 된 건 작년 겨울에 만난 심씨 때문이었다.
심씨는 사건을 해결하던 중 정보를 제공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는 뒤늦게 이진철이 형사라는 걸 알고는 깜짝 놀라더니, 이후 이래저래 친분을 쌓기를 원했다.
살면서 경찰을, 그것도 형사를 알고 지내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보이는 행동이었다.
이진철도 이런 일은 익숙한 터라, 그의 대접 아닌 대접을 즐기며 그와 친분을 쌓았다.
그 과정에서 이진철은 달리 일을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돈이 많아 보이는 심씨가 신기해 물었다.
“하아~ 부모님에게 재산을 물려받았냐고요? 그럴 리가요! 아버지는 알콜 중독으로 죽고 어머니는 오랫동안 병수발을 들다 가셨는데요. 정말 힘들었죠. 그때.”
“한데 무슨 일을 하기에 그리 돈이 많은가?”
“설마 형님. 저 의심하는 겁니까? 분명히 말하지만 불법은 아닙니다. 저 그런 일 한 적 없어요.”
“크음. 내 언제 불법을 저질렀다고 했나? 그동안 본 자네가 법 없이도 사는 사람이라는 것 내 잘 알고 있네.”
“어휴. 난 또. 여하튼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이후 어찌어찌 하다 보니 돈을 좀 만지게 되었습니다.”
“아니, 이 사람아. 중요한 걸 그렇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면 어쩌는가?”
사람을 미치게 하는 방법 중 하나가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라, 이진철은 평소와는 달리 실례인 걸 알면서도 집착했다.
결국, 심씨는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어렵게 입을 열었다.
“……아니, 그게. 불법은 아니기는 한데 그렇다고 해서 형사님인 형님에게 말하기도 떳떳한 게 아니라가.”
“그것 참. 답답하게 구네. 다 이해할 테니 말해 보게.”
이진철은 심씨가 마침내 넘어올 듯하자 그렇게까지 이야기했고 그제야 심씨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 바카라라고 혹시 아십니까?”
“바카라? 설마 내가 아는 바카라를 말하는건가?”
바카라(Baccarat 또는 baccara)는 플레잉 카드를 이용한 도박 게임 중 하나이다.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마카오 등지 카지노에서 매우 인기 있는 게임에 속했다.
룰은 너무나 간단했다.
뱅커(banker) 혹은 플레이어(player) 둘 중 한 쪽을 선택해 9 이하의 높은 점수로 대결하는 게임인 것이다.
카지노에서 가장 단순한 것처럼 보이는 게임이어서 인기가 많았다.
실제로 룰 자체가 홀짝 놀이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큰 틀에서 보면 확률이 50:50인 카드 게임이지만 비기는 변수가 있으며, 당연한 말이겠지만 확률 자체도 카지노에 약간 유리하도록 미묘하게 조정되어있다.
심씨는 자신이 지금 모든 돈이 이 바카라를 통해 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형님이 보시면 알겠지만, 이건 그냥 운이 좋은 놈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바카라에 운이 트이기라도 한 건지, 이상하게 저는 결정적일 때마다 이기더라고요.”
“호오? 바카라가 그런 게임이었어?”
워낙 유명해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그게 그런 게임인 줄 몰랐던 이진철은 흥미가 이는 걸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