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Overpowered CEO of Hero Clan RAW novel - Chapter (112)
히어로 엔터의 먼치킨 사장님이 되었다 (112)
번쩍.
푸른 눈동자가 떠졌다. 아이작의 파란 홍채는 마치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현자의 그것처럼 맑고 깊었다.
그는 마치 처음 박물관에 온 어린아이처럼 동굴의 천장과 거친 벽면, 뾰족하게 내리꽂는 종유석과 그 아래에 자라난 석순들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신선한 경험을 만끽한 듯한 아이작의 눈동자에는 이내 심드렁한 탁기가 드리워졌다. 자연의 영기를 만끽하다가도 금세 권태로워진 것이다.
“성공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
대법을 전개한 고척은 고개를 숙이는 아이작을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희미한 안광에는 무언가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듯했다.
“몸은 어떻느냐.”
“괜찮은 것 같습니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느껴지는군요. 이 동굴이 이리 영기가 풍부한 곳인 줄 몰랐습니다.”
“비단 동굴뿐 아니라 이 함선의 어디든 너희 소세계의 희미한 영기와는 비할 바가 아니니라. 이걸 받거라.”
휘릭.
고척의 손아귀에서 낡은 고서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어떠한 공법의 구결이었다.
“심담무요결(深潭無擾決)이라는 공법이다. 수 속성의 공법이며 하계 수선자들이 법력을 빠르게 축적하기에 적합한 것이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공법이니 감사한 마음으로 신중히 익혀야 할 것이야.”
“이리 귀한 공법을 주시다니. 선배님의 말씀을 뼈에 새겨 법력 증진에 힘쓰겠습니다.”
“그리고 이것들도 받아라.”
고척은 다섯 개의 단약을 추가로 건넸다. 그것들은 각기 수, 금, 지, 화, 토의 5대 속성을 상징하는 색상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최초 하나를 복용하고 법력을 쌓아라. 하면 며칠 안에 2성에 오를 수 있을 것이야. 이후 다른 단약을 또 복용하고 법력을 쌓거라. 같은 방법으로 계속 경지를 돌파해 마지막에 수 속성 단약을 복용해 최종적으로 법력을 갈무리하거라.”
놀라움을 금치 못한 듯 입을 벌린 아이작은 다섯 개의 단약을 조심스럽게 인벤토리에 담았다. 그는 연신 무릎을 꿇어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이는 내가 속한 거대 문파의 비기로, 1성에 불과한 둔재를 한두 달 만에 5성의 경지까지 끌어올리는 신묘한 수법이니라. 드넓은 팔황세계에도 이런 기적의 수행법을 알고 있는 존재는 극소수에 불과하니, 너의 운은 가히 하늘에 닿았다 할 수 있겠구나.”
“저 같은 놈에게 이런 선물을 주시다니. 황송해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한시도 쉬지 말고 수행에 정진하거라. 네가 어서 5성에 도달해야 열쇠를 사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최선을 다해 꼭 카르나 블레이드의 진정한 주인이 되겠습니다.”
“쉬고 있거라. 잠시 바다를 둘러보고 오마.”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고척은 한 줄기 바람이 되어 동굴을 빠져나갔다. 혼자 남게 된 아이작은 빈록술을 운용해 심담무요결을 통째로 외웠다.
마음속으로 구결을 읽어 나가자 잡념이 사라지고 미약한 대자연의 기운이 불규칙적으로 몰려드는 느낌이 들었다.
심담무요결은 마음의 깊은 곳에서 진정한 평온을 찾는 공법으로, 문자는 이프리트에게 전이받은 테라리아의 공용어 중 하나로 이루어져 있었다.
혼자 남겨진 아이작은 마음속의 구결을 한 자 한 자 읽어 나가 심담무요결에 담긴 이치를 탐닉하기 시작했다.
* * *
테오드렌 삼인방은 꼬박 하루가 지나서야 동굴로 복귀했다. 그중에서 특히 개구리 괴물인 고르고그가 고생이 심했는지 안색이 파리해져 있었다.
지친 고르고그는 동굴 바닥에 앉아 마도 공법을 운용하기 시작했는데, 이후 반나절이 지나서야 얼굴색이 돌아왔다.
“고르고그, 고생한 대가는 충분히 지급하겠네. 덕분에 수중 마도기병들을 세 대나 확보했으니. 돌아가 제값을 주고 처분할 수만 있다면 수확이 상당할 것이야.”
“흐흐흐,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야 이보다 더한 일도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그보다…….”
영근이 각인된 아이작의 상태를 확인한 고르고그는 두 절대자와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저놈이 쇠명묘단(衰命妙丹)을 복용해 법력을 늘린다 쳐도 흡수하는 데에 한두 달은 소요될 겁니다. 놈을 동굴 안에 가둬 놓고 다른 구역부터 다녀오는 게 어떻겠습니까.”
“저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체질이 특이해 빨라도 삼 일이 걸리는 오원령각법을 반나절도 안 되어 받아들인 녀석입니다. 수행 중에 탈이 날 염려는 없을 듯합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한 고르고그의 주장에 고척도 동의하고 나섰다. 그에 무리의 리더인 테오드렌은 몇 가지 사항을 확인했다.
“수련 공법으로 지난번에 겨우 얻은 심담무요결을 건네주었다고? 그래도 괜찮겠나. 그것은 천경진인의 동부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혀 대중적인 공법이 아니지 않은가.”
“천경진인이 남겼다는 심담무요결이 지난 혼종마력대회(混種魔力大會)에서 가산을 털어 가며 구한 구결이긴 하지요. 그런데 순 사기였습니다. 심담무요결이 고강한 정신력을 구축하는 데에는 요긴하나 그 점을 제외하고는 전혀 특별할 것이 없는 공법이었습니다. 오히려 심득의 요체가 간단해 수행이 낮은 수사들이 배우기 적합할 정도였지요. 크흠, 어쩌다 부끄러운 치부를 밝히게 되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로군. 심계가 깊은 자네가 사기를 다 당하다니. 이번 통령대전에서 손해를 메우려면 저 녀석을 꼭 열쇠로 만들어야겠어. 그래서 심담무요결을 내놓았던 게로군.”
“예. 그리고 흔한 공법을 줬다가 저놈의 석이 나갈지도 모르지 않겠습니까. 이것저것 주워들은 게 많은 모양인데, 이왕이면 알려지지 않은 공법을 주어 부채감이 들게 만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잘했네. 쇠명묘단이 발작을 일으키기 전까지는 아무런 전조 증상이 없다는 것도 확실하겠지?”
“그렇습니다. 저놈은 자기 수명이 주는 것도 모르고 신나서는 단약을 먹어 치울 겁니다. 법력이 늘어나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테니까요. 아무런 부작용 없이 1성의 둔재를 한두 달 만에 5성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단약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겠습니까. 크흐흐.”
“쇠명묘단의 복용자들은 일시적으로 경지가 대폭 증가하지만, 반년 후 발작이 찾아와 한 달을 채 못 버티고 사망에 이른다더군. 오원령각법과 쇠명묘단은 범인들을 병사로 만들어 소모품으로 쓰기에 안성맞춤이라고 들었네. 이번 일은 고척 자네의 솜씨만 믿겠네.”
“믿고 맡겨 주십시오. 이제껏 수행이 낮은 수사 중에 쇠명묘단을 복용하고 부작용을 미리 알아차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긴 대화 끝에 그들은 아이작을 동굴에 가두어 놓고 두 달 뒤에 찾아오는 것으로 의견을 통합했다. 전음으로 내화를 나누는 중에 테오드렌은 아이작을 힐끗거리며 인자한 미소를 짓고는 하였다.
“아이야, 우리는 두 달 후에 너를 데리러 올 생각이다. 그동안 수행에 정진하거라. 고척이 말해 준 대로 단약을 섭취해 가며 우리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5성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고척, 결계를 펼쳐 주게. 이 동굴의 존재를 완전히 가릴 수 있도록 말일세.”
“예.”
테오드렌의 명을 받은 고척은 붉은색 깃발을 주위에 던지더니 그길로 동굴 밖을 나섰다. 이내 동굴 입구가 기괴하게 일그러지더니 마치 절벽의 일부인 것처럼 일체화되었다. 밖에서 보기에는 절벽 아래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어느 구역으로 향할지 의견을 나눈 세 절대자는 머지않아 빠른 걸음으로 해안가를 완전히 벗어났다.
* * *
세 절대자가 떠났음에도 아이작은 조용히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그가 구결을 읊을 때마다 주위의 미세한 영기가 흘러들어 꾸준히 흡수되었다.
그렇게 두어 시간 동안 자연의 에너지를 흡수해 축적한 법력의 양은 매우 미약해 공법을 운용하기 전과 후가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아쉬운 성과를 확인한 아이작은 그제야 가부좌를 풀고 찌뿌둥한 허리를 폈다.
“X새끼들. 드디어 갔네.”
그동안 욕지거리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걸 몇 번이나 참아야 했다. 스트레스가 치솟아도, 귀찮아서 드러눕고 싶어도. 오로지 생존을 위해 꾹꾹 참았다.
‘공법은 괜찮은 것 같고.’
내게 건넨 심담무요결은 아무 이상이 없는 공법이긴 했다. 오히려 구결을 이해하기가 쉬워 초심자들에게 적합한 내용이더라. 계속 익히다 보면 여기에도 어떤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일단은 안전한 공법인 듯했다.
‘이거야 당연히 개수작질일 줄 알았다.’
법력을 쌓으라고 건넨 단약 다섯 개는 진즉 절대 먹지 말아야겠다고 백번 다짐한 뒤였다. 받자마자 정보창에 뜨는 설명을 보고 표정 관리하느라 어찌나 힘들었는지.
안 그래도 스트레스 올라와서 짜증 나 죽겠는데 거기에 고마운 척 예의 바른 척 연기까지 하려니 죽을 맛이었다.
포옹.
“주인, 어찌할 생각인가.”
몸속에 꼭꼭 숨어 있던 이프리트가 뿅 하고 나타났다. 그나마 쟤라도 있어서 다행이지.
암만 마력 비스름한 법력이라는 걸 쌓을 수 있는 몸이 되었다지만, 두 달 동안 말동무도 없이 쭈그려 앉아서 법력만 쌓았다간 정서 불안에 시달리고도 남을 거다.
“일단 성급을 강화하긴 해야겠지.”
“놈들의 말에 따르겠다는 이야기인가?”
“아니. 일단 노인네한테 받은 단약은 못 먹는 거야. 내 마도공간에 약재가 많으니까, 수행하다 막히면 그 재료들로 만들 수 있는 엘릭서의 레시피를 네가 알려 줬으면 하는데.”
“쇠명묘단의 부작용을 알고 있었군. 비명의 땅에서 얻은 약재들은 내게도 익숙한 것들이니, 바닥에 간략한 레시피를 적겠다. 그로써 주인에게 공유함이라.”
“부탁할게. 그리고 저 결계 어때 보여? 규예의 심연에서 그랬던 것처럼 해도 저게 버티려나?”
“주인이 힘을 개방할 적에, 내가 불의 결계를 전개하겠다. 이중의 결계로 주인의 기운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지어다.”
“그럼 그것도 부탁할게.”
착.
나는 오른손에 카르나 블레이드를 쥐고는, 심호흡을 내신 뒤 단장 스킬을 활성화했다.
[‘파이널 피니쉬’를 사용했다.] [다음 1회의 공격이 일격필살의 위력으로 강화된다.]우우우우우웅────!
상상을 초월하는 미증유의 거력이 온몸에서 끓어오른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고, 그 누구든 해치울 수 있을 듯하다. 그것이 설령 납치단의 리더인 테오드렌이라 할지라도.
‘집중.’
바깥의 자연의 기운 같은 건 신경 쓸 것도 없다. 그저 내 몸 안에서 치솟는 정체불명의 힘을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법력’으로 치환하는 것에 집중하는 거다.
나를 채우는 것은 결국 나다. 아이작의 몸뚱이다. 형이상학적인 자연의 이치 따위는 신경 쓰지 말고. 자연스럽게, 마음 편히 먹고 구결을 운용하기만 하면…….
우우우우웅!
“……!”
알 수 있었다. 방금 대량의 법력이 축적되었다. 어떻게 한 것인진 모른다. 마치 어설프게 ‘수확권―밭길딛기’를 펼쳐 공격을 회피했을 때처럼, ‘수확권―참외부수기’로 아쿠아셰이퍼를 일격에 정화시켰을 때처럼.
내 몸뚱이는 초감각적으로 ‘심담무요결’을 극성으로 펼치고 있었다.
‘이래도 괜찮은 건가.’
무서웠다. 내 몸 안에서 마치 새로운 바닷길이 열리고 있는 것만 같다.
쿠르르르르르―.
몸 안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듯한 소리가 났다. 거대한 힘의 격류에 동굴 벽이 떨어져 나가는가 싶더니, 이내 아이작의 몸뚱이를 중심으로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청염의 거대한 새로 변신한 이프리트가 불의 장막을 전개했다. 그것은 내 주위를 휘감아 격렬하게 흩날려 꺼질 듯하다가도 아슬아슬하게 화력을 유지했다.
구오오오오오오────!
느껴진다.
무한에 가까운 마력이 공법의 구결을 따라 법력으로 전환되는 감각이. 이것은 아마도, 6성 후기의 수도자가 전력을 다해 법력을 쌓는 속도와 맞먹을 것이다.
‘너무 많은 것 같은데.’
울컥 두려움이 일었다. 이대로 파이널 피니쉬가 끝났다간, 몸이 터져 죽어 버릴지도 모르리라.
우우우웅―.
동시에 심담무요결은 더 이상 마력을 받아들이지 않고 체내에 깃든 법력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이윽고 길고 길었던 1분 13초가 지나가자.
“크읍!”
끔찍한 통증이 엄습했다. 장기가 뒤틀리고 근육이 찢어지는 듯하다. 날아갈 뻔한 의식을 끈질기게 붙잡고서, 나는 심담무요결을 끊임없이 운용했다.
미친 듯이 날뛰던 법력이 아주 천천히 잦아든다. 식은땀이 흘러 따가워진 눈을 꾹 감고서, 소중한 갓난아기를 다루듯이, 나는 아이작의 몸뚱이를 다독이고 토닥여 주었다.
“후우……!”
그러기를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긴 호흡을 끝으로 길었던 공법의 운용이 마무리에 다다랐다.
느껴졌다. 몸 안에 가득 찬 에너지가. 카르나 블레이드에게서 빌리지 않은, 오로지 나 스스로 빚어낸 법력이었다.
그 기운은 도검을 통해 주입받던 마력의 총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잘 된 것 같은데.”
“잘 되다마다. 주인은 이제부터 3성급의 에테리얼이다.”
3성.
그것이 파이널 피니쉬를 이용한 첫 번째 공법 수행의 결과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