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Overpowered CEO of Hero Clan RAW novel - Chapter (113)
히어로 엔터의 먼치킨 사장님이 되었다 (113)
던전에서 살아남기
“허.”
작은 탄성이 새어 나왔다. 온몸에 에너지가 흘러넘친다. 깡마른 어좁이에서 하루아침에 3대 600을 거뜬히 들어 버리는 헬창이 되어 버린 느낌이랄까.
누군가는 평생을 지독히 노력해도 당도하지 못할 경지에 손쉽게 도달해 버렸다. 나 혼자 치트키를 쓰는 듯한 이 느낌. 흐뭇하다 못해 황홀하다.
‘설마 했는데.’
몸뚱이가 알아서 공법의 구결을 극성으로 운용했다. 이로써 한계 돌파를 돕는 엘릭서니 하는 것들은 필요가 없게 되었다.
영성이 한계라는 이름의 벽에 가로막혔을 때에, 그것은 무지막지한 마력의 수압에 의해 허물어져 버렸나 보다.
“얼마나 지났지?”
“하루. 정확히는 20시간 21분 30초가 지났다.”
“뭐야.”
당황스럽군. 법력을 내 몸에서 내 몸으로 뽑아 보내는 데에 고작 1분이 걸렸는데, 기운을 갈무리하는 작업에서 20시간이 넘게 소요되다니.
이제부턴 법력을 적당히 받아들이고 기운을 안정화시키는 데에 신경 좀 써야겠다.
‘고척이 내게 영근을 심어 준 게 엄청난 기연이었던 거군.’
오원령각법 같은 영근 각인술은 최소 6성급의 에테리얼은 되어야 대법을 펼칠 수 있다.
지금쯤 무사히 지구에 도착했더라면 신작 게임을 미친 듯이 플레이하고 취향에 맞는 너튜버들의 영상들도 잔뜩 시청했겠지만, 영근 각인술을 사용할 줄 아는 에테리얼은 소세계에서도 절대 만날 수 없는 기인이었다.
납치당했다가 이런 기연을 다 얻다니.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5성까지는 금방이겠는데.”
“이 속도라면 보름 안에 5성의 경지에 도달할지어다.”
“그렇단 말이지.”
머리를 굴려 보자. 5성에 이르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대략 보름. 씹어 죽여도 시원찮은 납치단 새끼들이 돌아오기까지는 아직 두 달이나 남았다.
‘만일 5성에 이르고 방어 기제를 잔뜩 두른다면?’
내겐 경질화라는 훌륭한 방어 스킬이 있다. 여기에 베이스의 코어 8개를 죄다 방어력이나 피해 감소, 피해 흡수 등의 옵션으로 맞춰 낀다면.
‘6성급 에테리얼의 공격을 서너 방은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전투 게이지는 단원들이 공격을 가할 때보다는 피해를 입을 때에 쭉쭉 차올랐다. 아이작 또한 예외는 아니리라.
‘그렇게만 된다면.’
파이널 피니쉬로 일격에 처치하지 못하는 6성의 적대자를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전투 게이지가 다시 100%까지 차오르기까지 얼마의 피해를 버틸 수 있는가가 관건이겠군.
‘우선 성급 강화에 힘쓴다.’
이 위험한 함선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어렴풋이 보이는 듯했다. 나는 이곳에서 살아 돌아갈 것이다. 반드시.
“다시 간다.”
[‘파이널 피니쉬’를 사용했다.] [다음 1회의 공격이 일격필살의 위력으로 강화된다.]화산이 폭발하듯 치솟는 마력의 격류를 다스리며, 나는 정신을 집중해 공법을 운용했다.
쿠르르르르─.
* * *
거대한 열대우림 속, 높이 솟은 나무들 사이로 태양 빛이 고스란히 쏟아져 내렸다. 우림의 층층이 쌓인 나무들의 보금자리에는 깊고 오싹한 어둠이 숨어 있었다.
바람을 타고 나무의 잎사귀들이 서로 부딪히자, 그 소리와 함께 곤충 괴물들의 기괴한 날갯짓이 들려왔다.
으스러진 흙 아래에는 뱀들이 기어 다니고, 하늘을 노니는 대형 조류 괴물들이 지상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스윽.
그런 우림의 한가운데 검은 슈트를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낯선 이방인이었다. 고릴라를 닮은 괴물은 그것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폈다.
‘놈은 강하다. 하나 지금은 아니다.’
고릴라 괴물의 시스템은 그리 판단했다. 고릴라 괴물은 실은 고릴라의 모습을 한 마도기병이었고, 고대의 AI는 여러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신의 판단을 확신했다.
후웅―.
터어어엉!
놈의 복부에 고릴라의 비대한 주먹이 쑤셔 박혔다.
‘단단하다.’
주먹을 이루던 외피가 짓눌려 떨어졌다. 조그마한 인간종은 뒤로 세 걸음을 물러섰을 뿐이었다. 놈은 강하지 않았지만, 무척이나 질겼다.
뒤이어 맹렬한 후속타가 작렬했다.
콰아앙!
인간종이 다섯 걸음 물러섰다. 아직 부족했다. 더욱 강력한 공격을 퍼부어야만 한다. 놈을 죽이려면, 힘이 약해진 지금뿐이었다. 이런 기회는 다신 찾아오지 않으리라.
파앗!
돌연 측면에서 보랏빛 연기가 뿜어지더니, 그 안에서 붉은 눈을 번뜩이는 흑호가 튀어나와 달려들었다. 그것의 아가리가 목덜미를 노린다.
‘회피. 반격.’
수우웅―.
퍼어억!
방대한 마력이 실린 주먹이 흑호랑이의 옆구리를 터트렸다. 그것은 고통스럽게 얼굴을 찡그렸고, 인간종에 비해 그리 단단하지 않았다.
파앗!
방해꾼, 물렁물렁한 흑호가 사라졌다.
‘타깃. 죽인다.’
허리와 어깨에 광포한 마력이 주입된다. 과도하게 돌아간 허리와 어깨의 회전력을 머금은 주먹질을 내뻗는다.
후우웅―.
쐐애애애액!
공기층이 찢어지며, 주먹은 인간종의 가슴팍에 닿았다. 그러나.
쩌어어어엉!
‘더 단단해졌다. 타깃. 못 죽인다. 도주. 도주. 도…….’
푹!
귀신처럼 다가온 검은 슈트의 존재가 검지를 뻗어, 고릴라 마도기병의 이마를 슬그머니 찔렀다. 마도기병의 AI는 그로써 작동을 중지했다.
푸화아아아아아앙!
방대한 충격파가 밀림을 집어삼켰다. 숨죽여 둘의 전투를 지켜보던 밀림의 마도기병들이 일시에 사방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인간종은 강하다. 죽이지 못한다. 고로 피해야 한다. AI들의 판단은 명료했다.
마도기병들이 두려워한 인간종은 이내 주위에 떨어진 전리품과 마도기병의 심장이나 다름없는 마성원자를 주워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에 챙겨 넣었다.
“소환수가 받는 피해도 영향을 끼치는군.”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검은 슈트의 남자는 바로 히어로 아이작이었다.
그가 동굴 안에 갇혀 수행을 시작한 지로부터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보름 만에 5성에 이른 아이작은 본인의 마도공학적 지식과 전이받은 고대의 기억, 이프리트의 보조를 받아 이후 열흘 동안 방어에 특화된 코어 8개를 연성하는 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수중에 다양한 등급의 재료와 마도공학 제작대, 도면 설계 프로그램 일체를 갖추고 있던 덕분이었다.
“끼깅…….”
새끼의 모습으로 돌아온 궁기가 아이작의 다리에 얼굴을 비볐다. 주인을 올려다보는 동그란 눈동자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아픈 척하지 마라.”
“크아앙!”
소환수란 녀석이 억울하다는 듯이 정강이를 깨문다. 그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아이작이 궁기를 끌어안아 엉덩이를 팡팡 두들겨 주었다.
녀석은 그제야 만족한 듯 망령으로 화해 아이작의 정수리 위에 자리 잡고 앉았다.
화륵.
궁기가 망령이 되기가 무섭게 아이작의 몸에서 푸른 화염이 솟아났다. 청염의 새로 화한 이프리트였다.
“주인, 다시 해안가로 돌아가 씨 오블리비언을 상대해 보는 것이 어떠한가.”
“그러려고 했다. 밀림에는 엠퍼러를 뛰어넘는 개체가 없는 듯하군.”
이프리트와 둘이 있을 때면 친근한 말투를 사용하던 아이작은 어째선지 한껏 시니컬해져 있었다. 이러한 심경의 변화는 아이작 본인도 체감하는 중이었다.
‘다시 무료해졌군.’
그것은 아마도 카리스마 ‘권태로운 천재’의 페널티를 억누르던 생존에 대한 갈망이 줄어든 탓이리라. 20마리의 엠퍼러급 마도기병을 연달아 처치하면서 심경이 안정되었다. 그로써 ‘웬만하면 안 죽는다.’라는 인식이 박혀 버린 것이다.
생존 본능과 권태로운 천재의 오묘한 힘겨루기는 예전부터 신경 쓰이던 것 중 하나였다.
이 상태에선 납치단 삼인방과 다시 만나더라도 예우를 갖추긴커녕 몸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 버릴지도 몰랐다.
“가자.”
“크아앙!”
아이작의 정수리에서 쉬고 있던 궁기가 성체의 흑호랑이로 실체화되었다. 아이작을 등에 태운 궁기는 대지를 박차더니 동쪽을 향해 내달렸다. 그에 더해 장거리 공간 도약으로 속도를 높이니 20분이 안 걸려 아이작이 갇혀 있던 동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직 전투 게이지는 26% 언저리였다. 이를 확인한 아이작은 절벽 위에서 가부좌를 틀어 수행을 쌓았다. 공법의 구결을 읊는 중에는 시간이 무척이나 빠르게 흘렀다.
이내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13시간이나 흘러 전투 게이지가 다시 100%에 도달해 있었다.
풍덩!
아이작을 실은 궁기는 그대로 바다로 뛰어들었다. 바닷속은 무척 깊어 어두컴컴했고, 멀리서 미약한 진동과 거대한 생명체의 울음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후웅― 파앗!
후웅― 파바밧!
궁기가 깊은 바닷속으로 두 번 공간을 도약하자, 어느새 아이작의 눈앞에는 까마득하게 거대한 바다 괴물의 형체가 보였다.
바로 2티어 일반종의 체급인 수중 마도기병, 씨 오블리비언이었다. 파이널 피니쉬를 활성화한 아이작은 망설임 없이 카르나 블레이드를 꺼내 들어 사선으로 베었다.
스륵―.
─────────!
촤아아아아아아아!
깊은 어둠 속. 푸른 실선이 드넓은 심해를 갈랐다.
엄청난 검공에 당한 씨 오블리비언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의문의 습격자를 경계했다. 파이널 피니쉬를 맞고도 일격에 죽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거대한 체구에 길게 그어진 검상이 깊어 끊임없이 피와 기름이 뒤섞여 흘러나왔고, 이내 씨 오블리비언은 두려움에 떨며 더 깊은 심해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경질화로 몸을 강화하려던 아이작은 그에 망령술을 최대의 위력으로 부려 궁기의 공간 도약으로 녀석의 꽁무니를 쫓았다.
파앗! 파앗! 파앗!
연이어 공간을 세 번이나 도약하고서야 씨 오블리비언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씨 오블리비언은 추격자의 빠른 이동 기술을 보고는 더 이상의 도주를 포기했다.
“삐이이이이.”
씨 오블리비언의 거체로부터 뾰족한 음파가 뿜어져 나왔다. 음파는 물살을 타고 전해져 순식간에 아이작과 궁기의 몸을 두들겼다.
아이작은 서둘러 경질화를 전개해 전신에 광석을 둘러 음파에 대항했다.
쿠르르르르―.
거센 음파에 아이작의 전신이 바들바들 떨려 왔다. 반면 궁기는 괴로워 고개를 마구 흔들더니 결국 의식을 잃고 말았다. 그에 실체화된 궁기는 자연히 망령화되어 아이작의 몸속으로 돌아왔다.
극심한 피해를 입어 소환이 취소된 것이다.
화르르륵!
궁기를 거둔 아이작이 청염으로 타오르는 거대 새를 소환했다. 이프리트의 불길은 깊은 심해에서도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삐이이이이이!”
씨 오블리비언이 다시 한 번 음파를 퍼트렸다. 사방팔방으로 뻗어 나간 음파에 아이작의 몸을 두르던 광석의 막이 펑펑 터져나갔고, 이프리트는 거센 화염을 일으켜 주위를 일시적인 진공 상태로 만들었다.
그에 음파는 이프리트에게 닿지도 못했는데, 기이하게도 갑자기 화염을 거두더니 의도적으로 음파 공격에 일부 노출당했다.
우우우우우웅────!
음파 공격으로 습격자들을 사지로 몰아가던 씨 오블리비언의 AI는 부지불식간에 피어난 정체불명의 에너지에 노출되어 찰나의 순간 메모리 처리가 정지되었으나.
‘도주. 도주. 도주.’
직후 극한의 상황에 대한 매뉴얼대로 육체를 조종했다. 오직 도망만이 살길이었다.
그러나.
────────!
이미 심해를 꿰뚫는 검격이 다시 한 번 씨 오블리비언을 향해 그어지고 있었다.
푸화아아아아아아!
깊은 바닷속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충격파는 사방 수백 미터까지 커다란 공기 방울을 만들었는데, 직후 수압을 이겨 내지 못하고 사라졌다.
두 번의 파이널 피니쉬에 2티어 일반종의 씨 오블리비언이 파괴된 것을 확인한 아이작은 녀석이 남기고 간 부산물과 마성원자를 챙겼다.
그리고 다시 팔팔해진 궁기를 소환해 공간을 도약, 으스스한 심해에서 쏜살같이 빠져나왔다.
‘신기하군.’
제대로 된 수중 전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놀랍게도 격렬한 전투를 치르는 데도 숨이 전혀 가빠오지 않았다. 5성에 이른 육체는 깊은 심해의 수압도 능히 견뎌 내었고, 수중 마도공학 장비 없이도 숨을 쉴 수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은 아마도 법력을 쌓은 주력 공법인 심담무요결이 수 속성 공법이기 때문이리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