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0
10
10. 토벌대
무기를 입구에 내려놓고 맨손으로 들어오는 무리가 보였다. 대략 30명가량의 사람이었다.
동시에 굴 사람들은 모두 무기를 들어 올리며 그들을 맞이했다.
원래 이 굴에 있던 무리는 아니라는 것, 어떠한 무리는 다른 굴을 습격하기도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사람들은 바짝 긴장했다.
이 굴의 대표격으로 보이는 사내 넷이 그 무리 앞으로 나섰다.
지연과 함께 파티 사냥을 하던 자들이다. 그러자 반대편에서 낯익은 사내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여울이 처음 머물렀던 굴의 지도자, 김진후였다.
그 뒤에는 자신을 회유했던 백일권과 여인을 폭행하던 강민철도 보였다.
“뭡니까? 단체로 여기는 왜 찾아왔습니까?”
사내의 질문은 날이 서 있었다. 굴에 있는 인원은 150명 내외, 그중에 2레벨 이상은 자신을 포함해 19명, 이들이 작정하고 습격을 한다면 큰 손해를 입을 것이다.
김진후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는 약간 표정을 굳히며 그에게 반걸음 다가갔다.
“우리는 이곳에 거주하는 분들에게 해를 끼치려고 온 것이 아닙니다. 결론부터 먼저 말씀드리자면 토벌대를 꾸리기 위해 왔습니다.”
“토벌대?”
“토벌대라니?”
“뭘 토벌하러 간다는 거지?”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파티 사냥이라면 토벌대라고 칭하지 않을 것이다. 이 많은 인원이 한 경로로 사냥을 가는 것도 비효율적이다. 그때 진후의 말이 이어졌다.
“이제 곧 4층도 닫힙니다. 5층까지 닫히면 우리의 쉼터는 다시 처음 그 지옥의 때처럼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 전에 위층을 공략해야 합니다. 10층에 가 보신 분이 계십니까?”
굵직한 진후의 목소리는 굴 곳곳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아무도 손을 드는 자는 없었다. 여울은 조용히 그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그곳에는 괴물이 존재합니다. 아파트 3층, 아니 4층 높이쯤 되는 거대한 크기의 괴물이…… 저는 저를 따르는 사람들과 그곳에 올라가 놈과 마주쳤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몇 명만 겨우 도망쳐 나왔습니다.”
“괴물이라니…….”
“그렇게 큰놈이 존재할 리가…….”
사람들은 저마다의 생각을 속닥거렸다. 하지만 대놓고 김진후 앞으로 나서는 이는 없었다.
“벌써 그때로부터 한 달이 지났습니다. 저는 두렵지만 이제는 늦출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5층의 모든 굴을 돌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5개의 굴을 지났고, 이렇게 32명의 영웅들이 모였습니다. 모두를 위하여! 우리와 함께 10층의 괴물, 오우거를 토벌하실 분을 찾습니다!”
진후는 앞에 나온 사내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을 둘러보며 외쳤다. 그의 목소리는 비장하고 우직했다.
“오우거라니…… 그런…….”
“젠장, 10층에 그렇게 어마어마한 놈이 존재하면…… 이제 우리 어떡하지?”
“8층도 안 가 봤는데 10층이라니…… 난 벌써 죽기 싫어.”
벌써부터 포기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자들이 속출했다. 사람들은 많고 저 길은 좁고 험해 보였다.
두려움만 가중되어 분위기만 가라앉을 뿐 지원자들은 나오지 않았다.
그때, 여울이 진후의 무리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엇…… 크로우 씨! 여기서 다시 보는군요!”
백일권이 자신을 알아보고 나와서 반겼다. 크로우라는 말에 토벌대는 물론이고 굴 내에 사람들도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여울은 살짝 눈을 찡긋하며 일권에게 말했다.
“여울, 여울입니다.”
“네? 아아 그래요 여울 씨! 여울 씨가 있으면 천군만마를 얻는 것과 같지요. 든든합니다!”
일권은 여울을 이끌고 토벌대 안쪽으로 들어왔다. 토벌대 사람들은 여울을 힐끗거리며 속닥여 댔다.
‘그 유치한 별명이 그렇게 유명했나?’
여울이 나온 이후 굴에는 다시금 침묵이 맴돌았다. 진후는 천천히 그들을 둘러보다가 단념하고는 입을 크게 벌렸다. 그때, 좌측에서 한 여인이 나섰다.
“저요. 저도 가겠어요.”
“엇, 지연 씨?”
“허엇, 지, 지연아…….”
한지연이었다.
그녀가 나서자 사내들 몇몇이 움찔대다가 앞으로 나섰다. 그렇게 순식간에 세 명의 지원자가 나왔다. 지연을 보는 진후의 눈이 부드럽게 휘었다.
“잘 오셨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이제 사람들은 서로 옆 사람의 얼굴을 보며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진후는 고개를 절도 있게 숙이고는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꼭 오우거를 토벌하고 오겠습니다. 남으신 분들은 응원과 기도 부탁드립니다.”
그의 말에 남은 자들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진후는 그 말을 끝으로 뒤돌아 굴을 빠져나왔다.
진후의 토벌대는 그 후로도 많은 굴에 들렀다. 만난 사람은 수백, 수천을 넘어섰지만 지원하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다. 아예 들어오지도 못하게 배척하는 굴도 적지 않았다.
진후는 약간은 피곤한 얼굴로 뒤돌아서 말했다.
“여기가 제가 알기로는 마지막 굴입니다.”
32번째 굴이다. 계단을 올라서자마자 창끝이 진후의 코앞까지 들어왔다. 진후의 인상이 아주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우리는 싸우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들여보내라.”
저 멀리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으로 들어서니 굴 끝에 왕좌처럼 큰 의자에 거만하게 앉아 있는 자가 보였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반신은 우락부락한 근육질이 돋보였고, 아래는 오크가 입었던 것으로 추측되는 가죽을 걸치고 있었다.
사내의 양옆에는 네 명의 여인이 딱 달라붙어 있었는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인 데다 동공은 반쯤 풀려 있었다.
“헛.”
가장 뒤쪽에서 들어온 지연이 그를 발견하고는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눈동자가 커지고 온몸이 불에 덴 것처럼 화끈거렸다.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달려들었다.
“이! 도! 원!”
돌발 상황에 진후는 물론 다른 토벌대들도 당황을 금치 못했다. 지연의 난입에 이도원의 호위들이 앞길을 막아서며 검을 휘둘렀다.
지연은 바닥을 박차고 날아올라 그들의 검을 밟으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이도원은 귀찮은 듯이 얼굴을 찌푸리더니 의자 옆에 기대어져 있던 창을 들어 던졌다. 공중에 있던 지연은 피할 곳 없었다. 그대로 창에 몸이 꿰일 판.
그때.
터엉!
둔탁한 굉음과 함께 창이 거칠게 튕겨져 나갔다. 김진후가 어느새 뛰어올라 도끼날을 엮어 만든 방패로 창을 막아 낸 것이다.
그는 이도원과 한지연 사이에 착지하여 자연스럽게 둘 사이를 중재했다.
채앵! 츠릉!
김진후와 함께 온 사람들은 모두 무기를 빼 들고 전투태세를 취했다. 순식간에 이도원의 패거리들과 대치 상태가 이뤄졌다.
진후는 이도원과 눈을 잠시 마주하다가 뒤돌아서 지연을 보며 말했다.
“지연 씨,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그녀의 이름을 들은 이도원이 이죽댔다.
“아아…… 한지연? 내 품이 그리워서 돌아왔나?”
진후는 뒤돌아선 채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도원의 말 한마디로 무슨 상황인지 짐작이 갔다.
진후는 그대로 지연의 어깨를 감싸고 뒤로 빠지며 말했다.
“가시죠.”
지연은 그제야 주변 상황을 인지했다. 분하지만 뒤로 빠져야 했다. 진후의 뒤통수에 대고 이도원이 외쳤다.
“천하의 김진후가 알고 보니 깡패 새끼였군!”
그 말에 진후가 멈칫했다. 가까이에 있던 민철이 욱하며 앞으로 나섰다.
“저 개새끼가!”
진후는 그의 팔을 잡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무기를 들고 눈빛에 살기를 띠는 자신의 무리를 보며 말했다.
“저자의 말처럼 깡패가 되고 싶으신 겁니까? 모두 무기를 거두고 조용히 나가시죠.”
“후우…….”
“하.”
토벌대원들은 뜻 모를 한숨을 내쉬고는 그곳을 벗어났다. 진후는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가 뒤돌아서 도원을 한번 노려보고는 자리를 떴다.
* * *
이도원의 굴을 마지막으로 토벌대 모집을 마친 진후는, 그의 굴로 돌아가 하루를 보내고 출발하는 일정을 잡았다.
그의 굴, 여울이 처음 머물렀던 굴에 들어서자 양옆으로 수십 명의 사람들이 나열해 있는 것이 보였다.
짝짝짝짝!
휘유!
“환영합니다!”
“여러분을 믿습니다!”
“여러분에게 우리의 희망이 달렸습니다!”
“고맙습니다!”
토벌대를 환영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응원의 메시지를 던졌다.
토벌대원들은 얼떨떨하기도 하고, 신이 나서 사람들과 하이 파이브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환호를 받으니 정말로 세상을 구하기 위한 용사가 된 기분이 든 것이다.
시끌벅적한 환영 인사 후, 감정의 돌 앞에 선 진후가 뒤돌아서서 토벌대원들을 벅찬 표정으로 둘러봤다.
“아무런 신용도 없는데, 이렇게 저를 따라 지원해 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먼 길 같이 다니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이곳에 다시 모여서 서로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조를 짜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해산하십시오!”
“예에!”
“수고하셨습니다.”
“진후 님, 멋지십니다!”
진후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물가로 걸음을 옮겼다. 여울은 벽 구석으로 가서 바닥에 앉았다. 그러자 자연스레 백일권이 그 옆에 앉았다.
“거기서 다시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토벌대에 지원하실 줄은 더더욱.”
여울은 안주머니에서 라브를 하나 꺼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까?”
여울은 라브를 한입 베어 물며 감정의 돌에 시선을 두었다. 일권은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입을 열었다.
“그럼요. 혼자 지내실 줄 알았으니까요.”
“예.”
여울이 별다른 말이 없자 그가 말을 이었다.
“참 잔혹하지요?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돌이라니.”
“해 보셨습니까?”
“아니요. 남들에게 날 공개하기 싫어서요. 여울 씨는…… 안 했겠군요.”
김진후는 토벌대에 2레벨 이상의 지원자만 받았다. 그렇다면 일권도 2레벨 이상이라는 것이다. 그의 특성은 뭘까?
“예, 뭐.”
그렇게 대답하는 여울을 보며 인자한 미소를 짓는 일권이었다. 그때, 중앙에서 한 사내가 소리쳤다.
“오우거 토벌대 모이십시오!”
“오우거 토벌대 모이십시오!”
“토벌대 모입니다!”
중앙에 사내가 소리치자 구석구석에 있던 다른 사내들이 복창했다. 아무 데서나 누워서 눈을 붙이거나 쉬던 토벌대원들이 진후가 있는 중앙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대부분 모인 듯하자 진후가 앞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들 잘 쉬셨습니까? 이제 특성에 따른 조를 편성하고 역할을 구체적으로 나누겠습니다. 먼저 이쪽부터 특성을 밝히겠습니다. 아, 그 전에, 저부터 밝혀야겠지요?”
진후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구석에서 한 사내가 가져다주는 무언가를 받아서 들었다. 이도원의 굴에서 봤던 그것, 오크의 도끼에서 머리 부분만 4개를 엮어서 만든 방패였다.
그는 그 방패를 한 손으로 번쩍 들며 입을 열었다.
“예, 저는 많은 분들이 예상하셨다시피 3레벨이고 특성은 힘을 강하게 하는 ‘근력’과 피부를 순간 단단하게 하는 ‘리덕션’입니다. 그럼, 다음으로 저기 청년분부터 말씀해 주세요.”
“정말, 정말로 3레벨…….”
“특성이 2개라니…….”
“대박이다, 진짜.”
“오오…… 진후 님…….”
다음 사람이 특성을 얘기할 차례건만, 사람들은 진후의 말에 충격을 받아 놀라기에 여념이 없었다.
3레벨이라는 소문이 막연히 돌고 있었지만, 특성이 2개인 사람도 있다는 것은 처음 밝혀지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전보다 더 진후를 우러러봤다.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처럼 경외심이 담긴 눈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