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02
102
102. 두 번째 장로
검은 태도의 주인은 은서에게 등을 보이며 막아섰다. 그의 덩치는 둥둥보다 조금 작았으나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비교할 것이 아니었다. 그는 여인을 바라보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아, 이런, 숨어 있어야 했는데 나와 버렸네.”
한 대원이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외쳤다.
“헛! 저 아저씨 중국 지원 갔을 때 봤던 것 같은데…….”
그는 여울의 옆자리에 앉았던 다크니스 특성자, 서인교였다.
후웅!
여인이 한 손을 뻗자 검은 일본도가 빠른 속도로 날아와 손안에 들어왔다.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찾았다.”
서인교와 여인이 대치하는 순간, 지연과 보라가 다급히 튀어나왔다.
“은서야!!”
“은서!”
보라는 바로 은서의 옷섶을 풀어헤치고 상처를 확인했다. 피가 새어 나오고 있으나 육안으로 볼 때는 깊지 않았다. 다행히 심장은 건드리지 않은 듯했다.
“괘, 괜찮아요, 나는.”
은서는 바로 나가의 목걸이를 매만져서 1회 방어막을 쳤다. 보라는 두리번거리다가 지연과 함께 은서를 뒤로 데리고 나와 치료를 감행했다.
은서가 놀란 모습을 본 수언은 눈이 돌아가 바로 여섯 개의 검을 뽑아 들어 공격에 나섰다. 원팀과 둥둥도 검을 앞세우며 여인에게 덤벼들었다.
길드장 지천욱은 은서의 상태를 살짝 확인하고는 대원들에게 외쳤다.
“뒤로 물러서라! 싸움의 여파에 휘말리지 않도록!”
지금 저 붉은 원피스의 여인에게 달려드는 대원들은 모두 A랭크 이상의 실력자들이었다. 대충 보아도 다른 대원들은 물론 자신이 끼어들 틈도 없었다.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다.
차자자창!!
여인이 일본도를 크게 휘두르자 가까이 붙던 서한과 둥둥, 서인교가 저 멀리 날아갔다. 그 타이밍에 수언의 검들이 사방에서 찔러 왔다.
채쟁! 챙챙!
여인은 그의 검을 모두 쳐 내고는 수언을 바라보았다.
“아, 귀찮게 하네, 저거?”
그 말과 함께 여인의 신형이 순간 이동처럼 반짝 사라졌다. 수언은 그의 모습을 잠시 놓쳤다.
촤아악!!
그녀가 다시 나타났을 때는 일본도가 수언의 어깨부터 옆구리까지 길게 자르고 있는 장면이 보였다. 수언의 한쪽 팔과 옆구리 살이 툭 떨어져 나갔다.
“꺄아아악!!”
“꺄아!!”
“수언 오빠아!”
그 충격적인 광경에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여인의 검에 날아가 나무에 등을 부딪쳤던 서인교는 몸을 대충 추스르고는 다시 튀어 나갔다.
“이거이거, 잘못 걸린 것 같은데…… 핫!”
그는 마무리 일격을 가하려는 여인을 향해 태도를 다시 휘둘렀다.
수언은 그 자리에 바로 쓰러져 내렸다.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옆구리에서는 창자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의 몸은 중풍 환자처럼 덜덜 떨리고 있었다. 은서는 맨손으로 그의 장기들을 주워 담았다.
“오, 오빠, 오빠 제발.”
지연은 수언의 팔을 재빨리 집어 가지고 왔다. 보라는 그것을 받아 들어 마녀 리세의 손톱을 꺼낼 생각도 못 하고 주변 사람들도 의식하지 않고 바로 치료에 들어갔다. 전장에서 한 발자국도 빠지지 않은 상태였다.
콰앙!!
그나마 가장 강해 보였던 서인교가 그들을 지나치며 뒤로 날아갔다. 그의 한쪽 다리는 사라진 상태였다. 나머지 원팀과 둥둥은 첫 번째 일격에 날아가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있다.
지천욱과 김이수, 그리고 신한길드의 대원들 몇 명이 쓰러진 서인교를 둘러싸고 지켜 섰다. 여인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냉소를 흘렸다.
“어떻게 알았지? 내가 이런 거 좋아하는 거.”
여인은 무서운 속도로 달려 나가 신한길드 대원들을 말 그대로 쓸어버렸다. 시원하게 일본도를 휘두르면 그 어마어마한 속도와 예기에 한 번의 공격도 막지 못하거나, 막아도 무기가 부러지고 공격을 허용했다.
채 5분도 되지 않아 500명이 넘는 인원의 최정예 멤버들이 초토화되었다. 은서는 눈에 초점이 없는 수언을 바라보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도저히 이기지 못할 싸움이다. 끝이 없는 벼랑 끝에 선 기분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즈즈즈즈.
여인은 일본도를 늘어트리고 서인교를 끝내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그를 죽이고 나머지 대원들도 모두 죽일 것이다. 그 짧은 시간을 겪어 봤지만 그녀는 상상 이상으로 잔인한 성정을 가지고 있다.
은서는 지금 아빠가 없는 것이 다행이면서도 원망스러웠다. 아빠라면 저 여인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아빠는 저 여인을 만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 모두를 죽게 하고 싶지 않다.
은서는 하늘에 대고 크게 소리쳤다.
“어, 어떡해!! 아빠아!!”
그 순간, 하늘 위에서 검은 무언가가 가공할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아아앙!!
귀청을 찢을 듯한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뿌옇게 피어올랐다. 장내는 순간 고요해졌고 사람들은 뒤로 물러서면서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눈을 가늘게 뜨고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흙먼지가 가라앉자 그 중심에는 검은 옷의 남자가 서 있었다. 여인은 저 멀리 떨어져 어깨를 부여잡고 있다.
부길드장 김이수가 가장 먼저 그를 알아보고 중얼거렸다.
“은서…… 아버님.”
“아, 아빠…….”
서한은 나무에 등을 기댄 채 피를 토해 내며 피식거렸다.
“큽, 쿨럭! 네년은 이제 뒈졌다. 전신 오셨다.”
여울은 고개를 돌려 은서를 살피고는, 누워 있는 수언과 치료에 집중하고 있는 보라를 확인하고 다시 앞을 보았다. 여인은 혀로 입술을 느릿하게 훑고는 일본도를 들어 그에게 겨누었다.
여울은 그 모습에 바로 디카르를 앞세우며 바닥을 박차고 총알처럼 튀어 나갔다.
쩌정!!
둘의 검이 부딪치자 자연적인 충격파가 생성되어 땅이 파이고 주변이 찢겨 나갔다.
쾅! 쾅! 콰앙!
몇 번 부딪치다 보니 이 여인은 지금까지 상대했던 마족들과는 ‘격’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 호첸과 싸운다면 이 정도의 위압감이 들까?
여울은 한걸음 물러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도 호첸과 같은 장로인가?”
여인은 호첸이라는 말만 알아듣고는 일본도를 검지로 주욱 쓸어내리며 대답했다.
“호첸? 아니, 나는 사 와코.”
그 목소리가 나른하고 끈적거린다. 그녀는 손가락을 멈추고는 고개를 들어 여울을 보며 말을 이었다.
“아? 호첸의 기운을 없앤 게 너구나?”
이름이 사 와코로 추정되는 여인은 호첸의 이름을 한 번 더 거론하고는 기운을 폭발시키며 바로 덤벼들었다. 호첸이라는 말에 반응하는 것을 보니 그녀도 같은 장로급 마족인 듯했다.
여울은 버서커를 활성화시키며 그녀에게 마주 달려 나갔다.
지이이이잉.
식은땀을 흘리며 이를 악물고 있는 보라는 수언의 살을 완전히 붙이자 바로 손을 떼고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피를 많이 흘려서 장담할 수 없…….”
털썩.
보라는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지연은 수언을 데리고 수혈을 하기 위해 다른 대원의 도움을 받아 뒤로 빠졌다.
보라를 데리고 뒤따라가던 은서는 자꾸 여울이 전투를 치르는 곳을 힐끔힐끔 보았다. 그러자 김이수가 보라의 손을 잡은 은서의 손을 떼며 말했다.
“우리에게 맡기고 아버님과 함께 와라.”
“에? 네…… 넵!”
몇몇 대원들이 부상자들을 다급히 나르는 동안, 나머지 대원들은 멍하니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지금 상황을 무시하고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정신을 빼앗긴 것이다. 예전에 중국 매체의 영상과 함께 ‘천외천은 존재했다’라는 문구를 올렸던 것이 떠올랐다.
지천욱은 그들을 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 후퇴!! 살고 싶으면 대피하라!”
그의 목소리에 정신을 번뜩 차리고는 다들 대피를 시작했다.
그때.
콰아아앙!!
은서의 바로 옆에 둘이 유성처럼 떨어져 내렸다. 바닥에 깔려 있는 사 와코의 배에는 거대한 대검이 반쯤 박혀 있었고, 여울은 그녀의 위에서 하체를 누르고 있었다.
여울은 대검의 손잡이를 놓고는 그녀의 왼손에 디카르를 꽂고 오른손에는 베아를 꽂아 넣어 아예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켰다.
“은서! 이리 와라!”
“네, 네?!”
은서는 당황하여 존댓말이 튀어나왔다. 여울이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은서는 조금씩 걸음을 옮겨 가까이 다가갔다.
이미 완전히 제압된 사 와코의 얼굴은 멀쩡해 보였다. 처음 봤을 때의 그 나른함과 관능적인 느낌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그녀는 여울을 똑바로 바라보며 피가 묻은 붉은 입술을 달싹였다.
“왜? 죽이긴 아깝지 않아? 이 몸, 탐나잖아?”
일본어라서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묘하게 끈적이는 목소리와 매혹적인 눈빛은 이 상황에서도 음욕을 끌어냈다. 여울은 강하게 타오르는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은서에게 시선을 돌렸다.
“네가 직접 이 여인의 심장을 찔러라.”
“아…….”
은서는 여울의 생각을 읽었다. 기여도 20퍼센트면 환상으로 불러들일 수 있다는 것을. 그녀를 환상으로 만들면 실체감 25퍼센트라고 해도 꽤 강할 것이다. 은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품에서 개단의 뿔을 꺼내었다. 그러고는 반쯤 감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 와코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가 그 얼굴로 수언을 잔인하게 베던 때가 떠올랐다. 은서는 이를 악물고 개단의 뿔을 두 손으로 쥐고는 그녀의 심장에 내려찍기 시작했다.
턱! 텁! 턱! 푹! 푹! 푸슉!
보기에는 우유처럼 새하얗고 고운 살결이지만 직접 두드리니 강철처럼 단단하고 견고한 피부다. 무방비 상태임에도 간신히 파고들어 열 번 만에 심장을 꿰었다. 여울은 그 순간에 그녀에게 다크니스 드레인 시전했다.
“꺼으으으윽.”
사 와코가 숨을 헐떡이다가 마침내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타오르던 불꽃도 사그라졌다.
“어? 이, 이게 왜 이러지…….”
은서는 두 손을 들어 보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여울은 그녀의 뒷머리를 한 번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레벨이 올랐구나. 여기서는 바로 레벨이 오르고 신체별로 적응시켜 줘야 해.”
“아…… 그런 건가?”
은서는 바로 자신의 몸을 관찰했다. 레벨은 6으로 오르고 환상 실체감은 30퍼센트, 지속 시간은 6분으로 늘어나 있었다.
“환상은? 성공한 것 같니?”
여울의 말투는 다시금 딸바보 아빠로 돌아왔다. 은서는 사 와코의 시체에 가까이 다가가 손을 올리며 말했다.
“잠깐만…….”
‘관찰.’
-종족: 마족
-이름: 사 와코
-레벨: 8
-특성: 다크니스, 민첩, 폐활량
“8레벨이라니…….”
수언의 레벨은 한계를 돌파한 8레벨이다. 그런데 그녀에게 한 수도 버티지 못했으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마족이 되기 전에 이 몸의 원주인 인간의 레벨이야, 강함은 10레벨 이상이고.”
“아…….”
은서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을 감았다. 그러면 환상은 원주인의 30퍼센트의 힘을 보이는 거 아닌가? 일단 불러보면 알 것이다.
“환상, 사 와코.”
스으으으.
눈앞에는 방금 죽였던, 바닥에 싸늘하게 식어 있는 그 여인과 동일한 모습을 한 여인이 생겨났다.
“어, 어어…….”
은서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실체감이 30퍼센트인데도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이 어마어마했다. 방금 전까지 공포의 대상이었으니 그 두려움은 더욱 컸다.
여울은 하얗게 공포에 질린 은서의 앞을 가리며 말했다.
“성공했구나. 지금은 무리 같으니 일단 없애야지.”
“으, 응.”
딱.
은서는 환상을 없애고는 여울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여울은 은서를 데리고 가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잠깐.”
저 멀리 숲속에서 희미하게 다크니스 기운이 느껴진다. 여울은 낯익은 기운에 그곳으로 걸어갔다.
전장에서 1킬로미터쯤 떨어진 곳,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는 한 중년인을 발견했다. 그의 배에서는 피가 흐르고 다리는 잘려 있다. 그의 손에는 잘린 다리가 들려 있었다.
“어, 어이, 동생, 오랜만이야.”
서인교였다. 은서는 손으로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빠, 이 아저씨가 나 구해 줬어. 여기 찔렸을 때…….”
그녀의 말에 여울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은서의 왼쪽가슴 부분 옷이 검신 모양으로 뚫려 있다.
“어디!”
불같이 달려드는 여울의 모습에 은서는 놀라서 살짝 뒤로 걸음을 물리며 대답했다.
“이, 이제 다 나았어. 보라 언니가 치료해 줬어.”
“다행…… 이구나.”
한시름 놓은 여울은 인교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는 흐뭇한 미소로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생, 딸 바보였구먼.”
여울은 그를 향해 허리를 깊이 숙였다.
“감사합니다, 인교 형님.”
“무슨…… 그 여자가 날 쫓다가 이런 사달이 난 건데…… 쿨럭.”
“괜찮으십니까?”
인교는 손을 휘휘 저었다.
“괜찮고말고. 누구보다 잘 알면서? 얼른 가 봐.”
“알겠습니다. 그럼.”
여울은 바로 은서를 돌려세우고는 발끝을 돌렸다.
“저 아저씨 진짜 저렇게 놔둬도 괜찮아?”
“응, 보라 언니처럼 남을 치료하지는 못해도 자가 회복이 가능한 분이란다.”
“그렇구나…….”
여울은 그렇게 걸음을 옮기다가 잠시 눈을 감았다.
‘시이, 인교 형님 부근 10킬로미터 이내에 마족이 있는지 계속 탐색해 줘. 여길 뜨기 전까지’
‘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