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05
105
105. 재검사
여울은 주보라의 소식을 알리기 위해 직접 신한길드의 본부를 찾아갔다. 길드 앞에는 신입 길드원 네 명이 검을 옆구리에 차고 경계를 서고 있었다.
저벅저벅.
여울이 다가오자 그들 중 한 명이 정중하지만 절도 있는 어투로 말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길드장을 만나러 왔습니다. 지금 어디 있습니까?”
“길드장님과 미팅을 하려면 저기 옆에 데스크에서 미리 예약을 하…….”
여울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다른 대원이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잡았다.
“어이 아저씨, 이렇게 막무가내…….”
휙!
여울은 그의 손을 잡아 돌리며 다리를 걸었다. 그의 몸이 공중에서 반 바퀴 휙 돌아가며 바닥으로 엎어졌다. 그와 동시에 다른 대원들이 양쪽에서 달려들었다.
여울은 주먹을 휘두르는 대원의 손목을 낚아채어 옆으로 던졌다. 그리고 반대편 대원의 주먹은 상체를 뒤로 물려 피하고는 옆구리를 가격했다.
퍼벅.
3초도 되지 않는 시간에 세 명의 대원이 바닥에 쓰러졌다. 마지막 대원이 허리춤에서 검을 빼 들려는 순간, 여울이 그를 검지로 가리키며 묵직하게 말했다.
“그거 빼면 너 죽어.”
대원은 그 말과 함께 얼음이 되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여울은 다시 본부 안쪽으로 걸음을 성큼성큼 옮겼다. 그때 마침 나타난 지연이 달려와 사태를 보고는 중얼거렸다.
“차라리 저한테 연락을 하시지 좀…… 이게 무슨 난리예요?”
“말보다 행동이 빠르다. 길드장 어디 있지?”
“아, 길드장님 집무실에 계실걸요. 그런데 왜요?”
길드장 집무실에 거의 다다르자 여울은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바로 문을 열어젖혔다.
“그렇게 갑자기…….”
지연은 그를 만류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지천욱은 책상 앞에서 황당한 얼굴로 이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지연은 지천욱과 여울을 번갈아 보다가 설명을 이었다.
“아, 그, 그러니까 다급히 만날 일이 있…….”
“신한의 정보력을 이용하고 싶습니다.”
여울은 그녀의 말을 끊고 본론부터 이야기했다. 지천욱은 금세 차분해져서는 그의 얼굴을 살펴보며 입을 열었다.
“흐음, 무엇 때문에 필요한지 알 수 있을까요?”
같은 길드원도 아닌 데다가, 필드 이외의 정보팀은 신한길드가 아닌 다른 계열사이기 때문에 조장급도 쉽게 이용이 불가능한 일이다. 한데 이렇게 무례하게 찾아와서 당당하게 요구하는 여울의 모습에 모르는 사람이 보면 화를 낼 법도 했다.
그러나 여울은 길드원 모두의 생명의 은인이다. 신한길드에서 원로장로급으로 대우해 줘도 모자랄 판이다. 그래서 보라의 치유 능력과 함께 그의 활약도 그가 원하는 대로 모든 힘을 동원하여 최대한 숨겨 준 것이다.
“이곳의 길드원, 주보라가 납치당했습니다.”
그의 폭탄발언에 지천욱은 눈을 화등잔만 하게 떴다가 다시 진중한 얼굴로 대답했다.
“이번…… 레이드를 통해 보라 씨의 능력이 입소문을 탔나 보군요.”
“네.”
“이렇게 격한 방법을 쓸 줄이야…… 제 불찰입니다. 어려움을 당하지 않게 한다고 약속했었는데…… 너무 안일했군요.”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책상 위에 올리고 여울을 바라보며 굳세게 말했다.
“우리 신한은, 전심을 다하여 보라 씨를 찾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 * *
수원도시, 해가 마지막 빛을 발하는 저녁.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길거리를 걷고 있다. 그의 귀 한쪽에는 쉽게 알아볼 수 없는 조그마한 이어폰이 꽂혀 있고 기계음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병이 있는 자, 과거 수상한 행동을 했던 그룹, 현재 수상한 행동을 하는 그룹, 고위급 권위자를 만나는 그룹, 모두 확인하는 대로 보고.
-데이원 확인
-데이투 확인
-데이쓰리……
정보팀은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 있다. 신한식품, 신한제철, 신한금융 등 모든 계열사에 머물러 있으면서 보고 듣는 모든 것이 정보가 되어 넘어가는 것이다.
3만 명이 넘는 정보 요원이 그 위에 조장에게 정보를 넘기고, 조장들이 정보를 취합, 분류하여 쓸모 있는 정보를 올리면 각 지부의 정보팀장들이 2차 분류를 하고 마지막에 지역별로 세 명의 정보부장에게 필요 정보가 올라가는 것이다.
그렇게 걸러내고 걸러내도 정보부장들이 하루에 맞이하는 정보들만 오백여 개가 넘었다. 그리고 여울이 듣고 있는 전산망은 그 팀장들이 보고를 받는 망이다. 이 전산망을 듣는 사람은 정보부장 셋과 신한길드장 지천욱, 그리고 여울이었다.
보라가 납치된 것은 레이드 이후로 일주일 만에 일어난 일, 해외는 아닐 것이다. 재앙 이후 다른 나라와의 왕래는 거의 끊겼다고 볼 수 있었다. 비행기는 수원 군공항에서 특별한 경우만 빼고는 운행하지 않는다.
그들은 신한이 탐색에 들어간다는 것을 예상했을 것이다. 꽁꽁 숨거나 어쩌면 전면전을 준비할 수도 있다.
‘시이, 보라는 안 보여?’
‘삑!’
시이의 목소리가 꽤 신경질적이다. 시킨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는데 보채서 그런 듯하다.
시이의 탐색 능력은 반경 10킬로미터를 한 시간에 샅샅이 뒤질 수 있는 정도다. 하지만 건물 안까지는 볼 수가 없다. 웬만한 방탄유리도 깰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
하루면 수원도시는 전부 뒤졌다고 볼 수 있다.
‘시이, 이제 천안에서 찾아봐.’
‘삐빅.’
시이의 대답을 들은 여울은 눈을 감고 그날의 기억을 더듬었다.
레벨이 높아지면서 스쳐 지나갔던 아주 작은 것들도 이렇게 기억에 집중을 하면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 서랍장에 넣어 놨다가 필요할 때 꺼내는 것과 같다.
그녀가 납치되기 전, 그날 아침부터 병실 밖에서 마주쳤던 사람들의 모습을 세세히 살펴보았다. 테라스의 통유리에 비춰진 사람들까지. 수상한 자, 수상한 행동…….
‘음.’
그녀가 납치되기 한 시간 전의 장면에서 기억의 영상을 멈췄다. 의사 가운을 입은 한 사내의 구두에 집중했다.
의사들은 보통 하얀색의 편한 운동화를 신고, 아침저녁으로 회진을 돌 때만 구두를 신는 것을 보았다. 그때도 운동화를 신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그 사내는 뒷모습만 보았지만 과장급의 나이로 보이지 않는다. 평소에 일을 할 때 효율이 떨어지게 구두를 신지는 않을 것이다.
조그마한 것에도 의심을 하고 확인을 할 가치는 있다. 여울은 바로 길드장 지천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울입니다. 신한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중에 신장 180~185에 약간 마른 체격, 생머리에 신발 사이즈 270~275의 남자 리스트 좀 뽑아 주십시오. 예, 그럼.”
여울은 그와 전화를 마무리하고는 다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아무리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찾더라도 마음먹고 숨은 자들을 찾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들을 자극하여 행동을 취하게 만들 무언가가 필요하다.
“여울입니다. 랭크 재검사에 관하여 여쭐 게 있는데…….”
* * *
잠시 후, 여울의 옆에는 공무원 이진태가 옆에 딱 붙어서 끊임없이 말을 하고 있다.
“정말 잘 생각하셨습니다. 헌터님 같은 인재는 존재만으로도 국력에…… 아, 여깁니다.”
그가 안내하는 곳은 헌터등록소였다. 전과는 달리 많이 바뀌었다. 등록소가 아예 건물 하나를 완전히 차지하고 있었고 체육관 크기만큼 넓어졌다.
하얀색 컨테이너 박스같이 생겼던 측정 장치는 둥근 모양으로 바뀌었다. 가로세로 5미터였던 그 크기는, 배는 되는 10미터는 되었다. 그런 구가 나란히 세 개가 나열되어 있고 중앙에는 점수가 나오는 점수판이 걸려 있었다.
“귀환자들이 등장하면서 능력 측정 장치가 적절치 않다는 말이 많았죠. 그래서 미국 연구진 UST에서 훨씬 더 정밀하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한 거죠.”
진태는 마치 자신이 만든 것처럼 으쓱한 표정을 지으며 설명을 이었다.
“현재 등록된 S랭크분들은 일부러 재검을 받으려고 하지 않지만, 같은 S랭크 간에도 격차가 심한 경우가 있어서 국력의 정확성을 위하여 재검 강요를 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이 장치는 그램당 164억의 가치가 있는 최상급 마석 에너지를 이용하여 측정되니 여울 님께서도 만족스러운 측정결과를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여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에게 질문했다.
“그렇군요. 그럼 측정 불가를 칭하는 S랭크는 아예 없어진 겁니까?”
“아아, 아닙니다. 총점이 600점으로 늘어났고 300점 이상은 S랭크, 400점은 SS랭크, 500점은 SSS랭크로 칭하기로 협의했다고 들었습니다. 400점 이상도 없는 판에 나올 일은 없지만…… 아무튼 기존 헌터분들이 알고 있던 점수를 헷갈릴 일은 없는 거죠.”
“현재 가장 높은 랭크는 뭡니까?”
“제가 알기로는 아직 S랭크로 알고 있습니다. 아까 말했다시피 다들 재검은 안 받아서요.”
“그럼 SS랭크는 아직 없다는 거군요.”
“네, 뭐 그렇죠, 하지만 워낙 기기를 높게 해서 평생에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대기석에 앉아 있던 다른 사람들이 여울과 진태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저 사람은 뭔데 저렇게 시끄러워?”
“공무원이 저렇게 열심히 알랑방귀 뀌는 거 보니까 딱 보니 재벌 2세네.”
“아, 재수 없어. 돈도 많은데 각성자가 됐나 보지?”
“아, 시끄러워…….”
각기 다른 말을 내뱉는다. 사람들이 40명은 되어 보인다. 새로 측정 장치가 들어와 재검받는 사람들이 많이 몰린 것이다.
여울은 그들을 한 번 둘러보고는 대기 벤치에 앉았다.
“아이구, 헌터님, 제가 예약 등록을 해 놨습니다. 바로…….”
“아닙니다. 기다리겠습니다. 결과만 빠르게 나올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아…… 그러시면, 알겠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준비해 놓겠습니다.”
진태는 이쪽 일을 하는 만큼 눈치도 빠른 자다. 그는 여울이 재차 강요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바로 빠졌다.
진태는 헌터등록소를 나오면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어, 진 부장, 난데 S랭크 판별사들 미리 콜 좀 때려 줘. 아니, 아직 안 나왔는데 확실하니까. 어, 확실하다니까? 기자들한테도 좀 흘려 주고.”
여울은 문 너머 그의 목소리를 듣다가 눈을 감았다. 아직 자신의 차례가 되려면 한참 남았다.
* * *
이진태는 여울의 차례가 거의 다 되었다고 생각하여 등록소로 가는 중이다.
띠리리리.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안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었다.
“어, 진 부장, 나 지금 가는 길인데 왜?”
-자, 자네가 말한 헌터 이름이 혹시 여울인가?
진 부장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왜, 무슨 일 생겼어?”
-무슨 일 정도가 아니야! 빨리, 빨리 와 보게!
“알았어, 일단 끊어.”
진 부장은 본래 무게감이 있는 자다. 별거 아닌 일에 이렇게 설레발을 치지 않는다. 이진태는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달려갔다.
벌컥!
등록소 문을 열어 보니 대기 벤치에 있는 30여 명의 헌터들이 모두 일어서서 한곳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등록을 받는 직원도 일어서 있고, 진 부장 역시 전화기를 든 채로 자신이 들어온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한곳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이진태는 진 부장의 옆으로 다가가며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그들의 시선은 측정 장치의 점수판에 가 있었다.
“헤…… 엑!”
진태는 점수판을 보는 순간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1번 127, 2번 141, 3번은 아직 진행 중이다. 총점 400점 이상이면 전 세계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랭크가 탄생한다.
진태의 머릿속에서 아까 여울이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갔다.
‘그럼 SS랭크는 아직 없다는 거군요.’
-띠링
-157
측정 장치의 청량한 소리와 함께 마지막 점수가 떴다. 그는 이미 예상하고 있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 점수에 맞춘 것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