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08
108
108. 처단
오태현은 품에서 단검을 꺼내어 역수로 쥐고는 여울을 쳐다보았다. 마사키는 생각보다 약한 놈이었다. 일본 놈들이 측정 장치에 장난질을 한 것이 분명하다. 눈앞의 이놈은…… 자신이 직접 끝장을 낼 것이다. 처음부터 그랬어야 했다.
“여울입니다.”
이 상황에, 자신이 단검을 그에게 겨누고 있는 시점에서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는 모습에 오태현은 흠칫했다.
“그 빌딩 안입니다. 아무도 나오지 못하도록 입구만 막아 주세요. 언론도…… 네, 그럼.”
전화를 끊는 여울의 눈빛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오태현은 그 눈빛을 받아 내다가 참지 못하고 먼저 덤벼들었다.
“무슨…… 수작이냐!”
그의 외침은 두려움을 떨쳐 내기 위한 기합과도 같았다. 여울은 그에게 마주 손을 뻗어 엄지 끝으로 그의 엄지와 검지가 만나는 부분을 콕 찍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힘이 빠지며 단검이 손에서 빠져나왔다.
턱.
여울은 한 손으로는 오태현의 손목을 잡고 한 손은 바닥으로 떨어지는 단검을 낚아챘다.
“이건 그렇게 쓰는 게 아니다.”
여울은 바로 단검을 위로 추켜올려 그의 손목을 베고, 위로 올린 상태에서 검 끝을 돌려 내려치며 반대쪽 손목도 베었다. 그러고는 그대로 내려가 그의 두 발목을 검 끝으로 찍었다.
슥슥, 스슥.
그 움직임은 수천, 수만 번 반복했던 동작처럼 매우 빠르고 자연스러웠다. 측정만 한다면 분명 S랭크가 나올 것이라고 자부하던 오태현이 눈으로도 쫓지 못할 움직임이었다.
“크흡…….”
철컹.
오태현은 그 자리에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여울은 그의 앞에 단검을 떨어트리고는 말했다.
“지금부터 너의 부하들이 내 경고를 무시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쥘 수 있다면 그 단검으로 나의 등을 찔러 봐라.”
여울은 그 말과 함께 디카르를 뽑아 들고는 앞으로 튀어 나갔다. 소총을 쥔 자들은 오태현이 맞든 말든 상관없이 여울에게 총을 쏴 대기 시작했다.
팅! 티딩! 팅!
여울은 검지와 중지를 붙여 눈앞에 보이는 총알을 튕겨 내며 그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촤악! 촤아악!
“크하악!!”
“으아아악!!”
“사, 사신이…….”
철퍽!
오태현은 누운 채로 부하들의 비명 소리를 들었다. 얼굴로 누구의 것인지 모를 뜨거운 피가 튀었다. 앞이 보이지 않고 소리로만 맞이하는 죽음. 오태현은 지금 부하들을 지키지 못한 분함보다 그에 대한 두려움이 훨씬 더 컸다.
저벅저벅.
어느새 장내에는 고요해졌다. 여울의 것으로 추측되는 발소리만이 가까워질 뿐이었다.
즈즈즉.
오태현은 여울에게 목덜미가 잡혀 그대로 들어 올려졌다. 그는 오태현의 머리채를 잡고 고개를 확 젖히고는 물었다.
“주보라는 어디 있지?”
“우, 우리가 갖지 못하면…… 우리가 이용당하겠지…… 큭, 크큭, 그 여자는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을 것…….”
으드득!
오태현의 팔이 꺾일 수 없는 부분으로 돌아갔다. 어깨 부분에서 피가 터지며 하얀 뼈가 툭 튀어나왔다.
“끄으아악!”
“넌 나와 함께 간다.”
여울은 그를 질질 끌고 걸음을 옮겼다.
* * *
드드드드.
아주 미세한 진동이 울린다. 최소한 다섯 명 이상의 사람들이 바삐 걸음을 움직이는 것.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을 보면 목적지는 자신이 있는 곳일 가능성이 높다.
삐빅.
유일하게 이 문을 열고 들어오던 오 실장은 항상 노크를 했다. 그런데 노크 없이 잠금장치가 해제된다? 그가 아니거나 평소와는 다른 볼일이 생긴 것. 주보라는 몸을 일으키고 하이힐을 거꾸로 집어 들었다.
지이이잉.
문이 열리자 총구를 앞세운 사람들이 보였다. 보라는 바로 옆으로 몸을 날리고는 식탁을 엎었다.
타당! 타다다다당!
나무로 된 식탁은 금세 너덜너덜해지며 보라의 몸에 총알이 스쳤다. 그녀는 식탁을 앞으로 내던지며 침대 아래로 몸을 날렸다. 그러고는 침대를 번쩍 들어 올려 앞을 막았다.
타다다다당!
‘이런 미친 새끼들!’
분명 3일의 여유를 준다고 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죽이려고 덤벼들 줄은 몰랐다. 무언가 상황에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대로는 침대도 금방 뚫려 자신의 몸은 벌집이 될 것이다. 보라는 침대를 밀어 넣으며 손을 뻗어 아무나 잡히는 한 놈의 목을 잡아 비틀었다.
그때.
푹!
가슴 아래쪽에 서늘한 금속의 기운이 들어옴을 느꼈다. 예기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빠른 검이다. 고랭크 헌터가 섞여 있었던 것이다. 오 실장인가?
푸욱! 푹!
“끄읍!”
검은 보라의 가녀린 몸을 두 번 더 찔렀다. 검이 빠지고 침대가 치워졌다. 총알 세례는 멈췄다. 눈앞에 검을 든 사내가 보인다.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고, 모자 아래로 드러난 눈빛이 매우 야비해 보였다. 그는 배를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지는 보라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뭐랬더라…… 심장을 뽑아야 한댔나, 목을 잘라야 한댔나? 몰라, 그냥 토막 내면 되겠지.”
그가 검을 추켜올렸다. 말이나 행동을 보면 분명히 자신을 죽이려는 것이다.
‘이럴 거면 왜 납치했어! 이 개새끼들!’
보라는 자신의 몸을 가르기 위해 휘두르는 검신을 바라보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피 뽑는 주삿바늘까지는 볼 수 있어도 몸을 잘라 내는 검신은 못 보겠다.
푸욱!
얼굴에 뜨겁고 끈적한 무언가가 튀었다. 비릿한 쇠 냄새가 나는 것이 피가 분명하다. 피는 났는데 아프지가 않다. 배를 관통한 통증이 너무 강해서 그런가? 보라는 감았던 눈을 다시 떴다.
“아…….”
한쪽 눈은 붉은 핏방울로 인해 잘 보이지 않는다. 나머지 하나의 눈으로 모자를 쓴 칼잡이의 배를 뚫고 나온 검은 손이 보였다. 칼잡이는 입을 벌린 채 그대로 멈춰 서 있다.
장갑이라고 부르기에는 매우 얇고 정교하며 온기까지 느껴지는 것. 보라는 저 검은 손의 주인을 익히 알고 있다.
수천 명의 지원군보다 더 든든한 사람, 자신을 구해 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람이다.
보라는 칼잡이의 시체를 택배 상자처럼 내던지며 얼굴을 드러내는 여울을 확인하고는 긴장이 풀려 눈을 스르르 감았다.
“왜 이렇게 늦게 와…… 이…… 새, ㄲ.”
“뭐?”
여울은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었지만 보라는 이미 눈을 감은 상태였다. 그는 움찔거리는 칼잡이를 향해 디카르를 던져 머리를 뚫고는 한쪽 무릎을 굽혀 보라의 상태를 체크했다.
심장은 욕을 할 만큼 잘 뛰고 있고 배에 난 출혈은 점점 잡혀 가고 있다. 여울은 칼론의 주머니에서 오우거의 피를 꺼내어 그녀의 배 위에 아낌없이 뿌리고는 그녀를 안아 들었다.
이 지하에는 보라의 방과 비슷한 방들이 5개나 더 있었다. 이전에도 누군가를 감금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의 방을 억지로 열었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울은 보라를 그 방의 침대 위에 눕히고는 입을 열었다.
“잠시 쉬고 있어라, 금방 오지.”
‘시이, 보라를 지켜봐라. 깨어나면 안심할 수 있게 눈앞에서 재롱 좀 피우고’
‘삑, 삑? 삑!’
시이는 격하게 빙글빙글 돌며 나름대로 화를 표현했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이런 걸 시키면 매우 싫어한다.
보라도 시이를 알고 있으니 일어나서 본다면 안심을 할 것이다.
여울은 원래 보라의 방 앞에 놔뒀던 오 실장을 끌고 안으로 던졌다.
퍼억!
“커흑.”
벽에 부딪친 오 실장은 낮은 신음을 흘리고는 힘없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두 팔꿈치와 무릎을 꺾어 놔 기어 다니는 것도 힘들도록 만들었다.
“네 친구를 데리고 오마.”
여울은 두 손에 검은 검을 들고, 얼굴에는 피 칠갑을 한 채 위층으로 올라갔다. 회장의 명령으로 덤벼드는 자들은 모두 심장을 파내었다. 그들이 죄가 있다면 세이버에 소속된 것이다.
콰앙!
마지막 층에 올라가 회장실 문을 발로 차 부쉈다. 안에는 회장이 보이지 않았다. 가만히 있으니 얕은 진동과 함께 바람이 느껴졌다. 서재 쪽이다.
콰직!
여울은 서재를 발로 찼다. 그러자 옥상으로 바로 이어지는 비밀 공간이 나왔다. 위로 올라가니 헬기가 이미 떠 있었다. 안에는 사진으로 보았던 세이버의 회장이 타고 있었다.
두두두두두!
높이는 20미터 위, 여울은 회장의 얼굴을 바라보며 디카르를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가 힘차게 내리그었다. 그저 허공을 휘두르며 분풀이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에 회장의 얼굴에는 약간의 비웃음이 담겼다.
그 순간.
서걱!
헬기의 고리와 프로펠러가 깔끔하게 잘리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마족에게서 빼앗은 특성, 검기의 힘이다. 회장은 당황하며 헬기 문을 열고 다급히 뛰어내렸다. 중간에 낙하산까지 펼쳤지만 이 거리에서 제대로 펼쳐질 리가 없다. 그는 고속으로 옥상에 떨어졌다.
퍼석!
회장의 두 다리가 먼저 지면에 닿으며 무릎 위로 뼈가 튀어나왔다.
“크하아악!!”
그는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져 생전 처음 느껴 보는 고통을 호소했다.
“끄으, 흐으, 흐아악, 아, 아파…….”
여울은 그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보라밖에 치료할 수 없겠군.”
“제, 제발 그렇게만 해 준다면 뭐든 다 들어주겠네!”
여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의 목덜미를 잡아끌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콰앙!
“크헉.”
여울은 오 실장이 있는 방 안에 회장을 던져 넣었다. 오 실장은 사지를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고개만 돌려 회장을 보며 입을 열었다.
“회, 회장님!”
“이, 쓸모없는 개새끼야! 네가 일 처리를 거지같이 하니까 이런 사달이 났잖아!”
“죄, 죄송합니다.”
이 상황에도 회장 노릇에, 오 실장은 그의 개 노릇을 하고 있다. 지금도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면 완전히 그의 개로 길들여진 듯하다.
여울은 그들의 대화에 헛웃음을 흘리며 보라가 있는 방으로 갔다.
똑똑.
“나다. 들어가겠다.”
힘으로 문을 열자 보라가 침상에 다소곳하게 앉아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전에 없이 촉촉했다. 점점 다가갈수록 눈동자는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여울이 그 앞에 서자 그녀가 허리를 확 껴안으며 울음을 터트렸다.
“흡, 흑, 흐어엉! 흐아아앙! 무서웠어! 무서웠다고! 난 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거야! 이 저주받을 능려어억!”
통곡에 가까운 울음과 함께 부르짖는 그녀의 외침에 건조한 감성의 여울마저도 울컥함을 느꼈다. 원하지도 않았던 능력으로 인해 이곳저곳에 납치당하고 고문을 당했으니 울분이 터지는 것이다.
여울은 한 손으로 그녀의 등을 두 번 두드려 주고는 입을 열었다.
“이제, 아무도 널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흡, 흐윽…… 정말?”
그녀는 눈물을 가득 머금고는 얼굴을 들어 올려 여울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애잔하면서도 아름다워 보였다. 더 이상 상처받지 않도록 해 주고 싶다.
여울은 보라와 눈을 가만히 마주하고 있다가 고개를 깊게 끄덕였다.
“그래.”
여울의 대답 이후에 보라는 빠르게 안정되었다. 여울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어딘가로 걸음을 옮겼다. 방향이 출구가 아니기에 보라가 의문을 품고 물었다.
“어디 가는 건가요?”
여울은 시선을 앞에 고정시킨 채 대답했다.
“이번 일로 인해 생긴 두려움은 후에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 나는 그 치료 방법을 알고 있다.”
그는 이 회장과 오 실장이 있는 방으로 가서 그들을 보여 줬다. 회장은 보라를 보며 애원했다.
“제발 살려 주게. 내가 다시는, 다시는 아가씨를 건드리지 않겠네!”
오 실장은 묵묵히 고개를 박고 있다. 여울은 그들을 보다가 보라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들을 네가 원하는 방법으로 철저히 무너트리고 짓밟아라, 그게 바로 치료 방법이다.”
보라는 그 둘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좋은…… 방법이네요. 아까, 복도에서 본 그것 좀 가져와 주실래요?”
“알았다.”
여울이 나가고 보라는 그들에게 한 걸음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물었다.
“당신들은 붉은 개미한테 물려 본 적이 있나요?”
그녀의 물음에 오 실장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
“아, 안 돼, 안…….”
“주인들이 모르면 안 되지.”
그녀의 한쪽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그 모습은 아름답고 치명적이었다.